소설리스트

265화 (265/344)

천하제일면(天下第一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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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같이 만들기로 했으니, 고정형 대형 웍 두 개에 바로 불을 지폈다. 

형님이 옆에서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두 개에 솥에서 만들려는 것. 

형님도 실패하긴 했지만, 웅장을 도전해볼 정도이면, 내가 만드는 것을 따라 만드실 정도는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형님께 같이 만들 것을 제안했다. 

“형님 저를 돕지 마시고 같이 만드시지요. 저는 이쪽 솥에 만들 테니. 형님은 그쪽 솥에서.” 

“응? 그래도 되겠나? 아무래도 요리 비법이···. 천하제일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혹 망치기라도 하면···.” 

“어허. 형님 저희는 꽌시보다 더 가까운 패밀리 아니, 가족이 아닙니까? 그깟 요리 비법이 가족보다 중요 하려고요. 그리고 선공까지 오르셨던 형님이라면 충분히 만드실 수 있는 요리입니다. ” 

그러자 내 말에 형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참···. 사람··· 알겠네. 내 열심히 배워보지. 고맙네.” 

가문에서 호적이 파이는 파문은 이 넓은 중원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 

뒤통수와 사기 그리고 도적이 횡횡하는 이 넓은 야생의 중원에 혼자 던져졌던 나만이 지금 형님의 기분을 이해하리라. 

‘가족이 없다가 있으면 감동이 크거든.’ 

하지만 나처럼 가족이 남들의 네 배가 된다고 감동이 네 배가 되진 않지만 말이다. 

“자, 그러면 제일 먼저 불 조절을 해 기름을 타지 않게 하면서, 제일 먼저 소의 기름을 녹이겠습니다.” 

형님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모른 척하고 요리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슬쩍 눈시울을 훔치고 대답하는 형님. 

“아, 그래서 저리 기름을 많이 가져온 것이로구만? 나는 왜 먹지 않는 것을 가져왔나 했네. 소기름이라? 그래 그러면 더 고소할 테지?” 

“맞습니다. 형님.” 

달구어진 큰 솥에 소기름을 잔뜩 때려 넣고, 은은한 불로 기름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그러자 솟아나는 소기름의 진하고 고소한 향. 

그 모습과 향에 청이와 미미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흐응. 시작한 것뿐인데도 맛있는 향이 납니다. 노공.” 

“하얀 기름이 물로 변하는 것이 신기해요. 낭군님.” 

원래 소기름을 쓰는 것은 양양 우육면(襄阳牛肉面)식. 

양양식은 고춧가루와 양념들을 섞어두고, 그 위에 끓는 소기름을 부어 진한 고추기름을 뽑아내 사용하는 것이 특징. 

하지만 광둥 그러니까 홍콩식은 일반기름을 사용하는데, 나는 오늘 고기 폭탄 우육면을 만들 것이니 진한 풍미를 내기 위해서 기름을 일반기름이 아닌 소기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큰 솥 안에 기름이 고이기 시작했고, 소의 지방은 기름을 뱉어내고 말라비틀어져 기름 위로 떠 올랐다. 

기름이 준비되었으면 바로 재료를 넣을 때. 

“형님 처음에는 생강입니다.” 

“알겠네.” 

-탁탁 탁탁. 

-탁탁탁. 

편으로 썬 생강이 첫 번째. 

이어서 채도의 옆면으로 마늘을 후려치며 말했다. 

-탕! 

“두 번째는 마늘이고요.” 

“마늘. 그래. 느끼할 수 있는 소의 기름에 향을 입혀 주는 것이구만?” 

“예, 맞습니다.” 

-촤아악. 

편으로 썬 생강과 마늘을 우지에 던져넣자, 고소한 소기름에 마늘과 생강의 향이 입혀져 전생에 소고기 구워 먹던 생각이 절로 나는 향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맛있게 구운 소고기에 기름장으로 익힌 마늘이 어우러진 향이 말이다. 

‘크, 그래 고기는 항상 진리지.’ 

나도 소고기는 참을 수 없어 침을 꿀꺽 삼킨 후, 다음 작업을 서둘렀다. 

자칫 우지로 느끼하거나 누린내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마늘과 생강으로 잡았으니, 이제 향신료를 넣어주어 중원의 맛을 내줘야 할 때. 

“형님, 이제 귤피(橘皮), 계피(肉桂), 회향(茴香), 팔각(八角), 화초(花椒), 등초(藤椒), 마초(藤椒), 정향(丁香)을 모두 넣어주시면 됩니다.” 

-촥촥 

한 줌씩 쥐어 기름 안으로 던져넣자 솟아오르는 오향(五香)의 향기. 

한국식 소고기구이의 향은 이제 중화풍 소고기구이의 향이 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알겠네. 어디 보자 귤피, 계피, 회향, 팔각, 화초, 등초, 마초, 정향이라.” 

그리고 형님까지 자기의 솥에 재료들을 때려 넣자 곧바로 두 개의 거대한 숱에서 마치 서라운드 스피커처럼 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생각해보니 입체 향이야.’ 

향신료들이 기름 속으로 자기들의 향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니 이제 두반장을 넣어줄 때. 

“다음은 두반장을 넣어 충분히 볶고 두반장이 고소하게 볶아지면, 사당을 넣어주셔야 합니다.” 

“알겠네. 두반장을 충분히 볶고 사당이라.” 

-촤아촤아아. 

오향의 향이 입혀진 우지에 두반장을 넣어주자, 콩으로 만든 두반장이 볶아지며 우지의 고소함과는 결이 다른 식물성 고소함이 향과 기름에 추가되고, 송 시대 설탕인 사당을 넣어주자 추가되는 달콤함. 

여기에 중국식 간장 장유(醬油)와 노두유(老豆油)를 넣자 간장이 튀기듯 볶아지며 간장 눌어붙는 진한 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형님 마지막으로 장유와 노두유를 한 국자씩 크게 넣어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여기까지 끝나면 이제 고기와 힘줄을 꺼내 이 향과 맛 덩어리 기름에 볶아주어야 한다. 

고기와 힘줄에 향을 입히는 과정. 

“고기와 힘줄을 건져내 반으로 나눠 볶겠습니다.” 

“이 기름에 볶는 것이구만. 이리 좋은 향을 나는 기름에 고기를 볶다니. 맛있을 수밖에 없는 요리구만.” 

“예. 형님.” 

솥에서 끓고 있는 고기와 힘줄을 건져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형님과 내 솥에 반으로 나눠 넣고, 준비해둔 소흥주를 한 병씩 솥에 따라 넣었다. 

-콸콸콸. 

“자, 이제 소흥주를 넣고 겉을 한번 볶아주어 고기에 향을 충분히 입히고, 고기를 삶던 물을 넣어 끓여주기만 하면 끝납니다.” 

“무와 실파는 언제 넣는가?” 

“아차, 무와 실파는 고기를 다 볶고 국물을 넣은 후 넣으시지요. 채도 끝으로 찍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말입니다.” 

“알겠네.” 

-촤아악. 

-촤악. 

나와 형님의 국자가 움직일 때마다 뒤집히는 대량의 고기. 

볶아지는 대량의 고기가 드럼 세탁기의 건조 모드 돌아가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고기의 표면이 기름에 녹아들었던 향신료와 두반장 그리고 간장의 색으로 순식간에 갈색으로 물들었다. 

겉이 살짝 익었으면 이제 육수를 부어주고, 먹기 좋게 자른 무를 넣어줄 때. 

-탁. 탁. 탁. 

-퐁. 풍. 

칼끝으로 무를 찍어 솥 안으로 모두 던져넣자 이제 모든 작업이 끝이 났고, 커다란 나무 뚜껑으로 솥을 덮어주고 형님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형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제 한번 푹 삶으면 완성입니다.” 

“후. 아주 재미있었네. 그러면 저번에 보았던 자네의 그 묘기 같은 재주로 면을 뽑아 이것을 올려 먹는 것인가 보구만.” 

“예.” 

“아주 기대 되는구만. 천하제일면이라니.” 

형님이 기대된다는 듯 지긋이 솥을 바라봤고, 고개를 돌리자 청, 영영이, 소소, 미미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덮인 뚜껑에서 흘러나오는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기대되요. 천하제일면.” 

“가가, 완성되면 저희가 제일 먼저 먹는거죠?” 

*** 

-부글부글. 

신나게 끓어오르는 국물의 진한 향.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사이에 반죽까지 마친 우리는, 완성된 육수는 큰 솥에 퍼담아 그때그때 항구 쪽으로 가져가기로 하고, 일단 장사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창밖의 태양이 이미 머리 위로 떠 오르고 있었던 것. 

우리가 항상 노점을 열던 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자, 출발합시다.” 

“알겠습니다. 노공.” 

필요한 재료들을 싣고 첫 회 분량의 육수와 고기를 수레에 실었다. 

그렇게 화화루 옆에 세워두었던 수레를 청이가 끌고 이동을 시작하려 하자, 형님이 달려 나와 우리를 따라나서겠다고 말씀하셨다. 

“매부! 오늘은 나도 돕겠네.” 

“괜찮으시겠습니까?” 

밤을 꼬박 지새운지라 괜찮겠냐고 걱정하자, 너스레를 떨며 대답하는 형님. 

“이 사람아 천하제일면은 맛보여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일만 시키고 삯도 주지 않으려 했단 말인가?” 

“아, 그런가요? 하하. 그러면 같이 가시지요.” 

그렇게 형님까지 추가된 우리 일행은 곧장 저자를 지나 광장으로 향했고, 항구 앞 넓은 광장에 도착해 장사를 준비했다. 

의자와 간이 식탁이 내려지고, 화구에 불을 지피고 솥에 물을 올려 면을 끓을 물을 준비하고. 

그렇게 얼추 장사 준비가 끝나고, 면을 한번 쳐서 어그로를 끌어볼까 생각할 때 눈에 들어오는 노점 제일 앞자리. 

노점 제일 앞자리에 형님을 비롯해, 청, 미미, 소소, 영영이가 각자 자리를 잡고 기대감 가득한 눈동자를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거 개시는 가족에게 해야겠구만.’ 

“하하, 다들 조금만 기다리십쇼.” 

웃으며 다섯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이야기한 후. 

육수 냄비에서 일단 무와 고기를 전부 건져내 그릇 하나에 쌓아두었다. 

육수는 식지 않게 계속 온도를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고기와 무를 넣은 채로 두면 고기와 무가 너무 익어 뭉개지기 때문. 

그리고 재빨리 면을 준비했다. 

면을 뽑는 방법은 한국식에서 중화식으로 변경한 상태. 

한국식은 면을 뽑기 위해 다량의 반죽을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중화식은 일인 분의 반죽을 치는 것이 아닌 잡아 늘여서 재빠르게 만들어 부담감이 없는 것이 특징. 

오 인분을 한꺼번에 뽑는 것이 아니라 일인 분씩 빠르게 뽑아내는 방법이기에 팔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퍼포먼스는 좀 약하지만, 이제 어깨에 슬슬 부담이 오고 있어 방법을 변경한 것이었다. 

‘퍼포먼스 보여준다고 너무 과도하게 면 치다가 어깨 나갈 뻔했다니까?’ 

재빨리 다섯 번의 면을 뽑아 끓는 물통에 던져두고, 배추를 먹기 좋게 잘라 빠르게 대처 준비했다. 

그리고 면기 다섯 개에 삶아낸 면발을 나눠 담고, 고기와 힘줄 무를 올린 후 데친 배추를 예쁘게 올리고 육수를 따라주었다. 

-주르륵. 

마지막으로 진한 적갈색으로 물든 육수가 흰 면발 위로 부어지고, 면발이 살짝 머리를 내민 상태가 되었을 때. 

-탁. 탁. 탁. 탁. 탁. 

노점 앞에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섯 앞에 각각 하나씩 그릇을 서빙해 주었다. 

그러자 아무 말 없이 일시에 그릇으로 향하는 다섯의 얼굴. 

-후루루룩! 

-후룩! 

-쪼오옥! 

잠시 후 면발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끝나자 다섯의 감격한 표정이 나를 향했다. 

“캬. 가가. 너무 맛있어요! 고기가 이렇게 많이 들었다니!” 

“하하, 이리 진한 맛이라니. 이정도 맛이라면 천하제일면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지. 무의 맛이 시원하면서도 소고기의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라니. 내 잠 대신 이 한 그릇을 택한 것이 전혀 아쉽지가 않구만!” 

“은공, 맛이 너무 좋습니다. 오라버니와 은공께서 같이 만드신 요리라니. 소녀 행복합니다.” 

“천하제일면이라는 노공의 말씀에 어울리는 맛입니다.” 

“이리 매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다니. 낭군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섯이 저마다 감격한 표정으로 천하제일면인 우육면에 대한 소감을 남기자, 며칠 새 단골이 되었던 몇몇이 다가와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기 주인장. 저것은 얼마요? 고기가 많이 올라서 비싸려나?” 

아무래도 고기가 잔뜩 올라서 비싸 보였던 모양. 

하지만 우리 우육면은 비싼 요리가 아니었다. 

송 시대 돼지 한 마리 가격은 은 한 냥. 

그럼 소는 얼마냐? 한 마리에 은 두세 냥. 

‘어, 그럼 비싼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순 살코기의 양은 육십 킬로 정도. 반면에 소는 약 이백칠십 킬로 정도 나온다. 

그러면 육백 그램 한 근으로 계산하면, 소는 사백오십 근의 고기가 나오고, 돼지는 백 근의 고기가 나오는 것. 

이걸 송 시대 화폐로 계산하면 돼지는 원가가 한 근에 철 전 열 개. 

소는 원가가 한 근에 철 전 네다섯 개. 

물론 판매가격은 소고기가 돼지보다는 비싸다. 

돼지를 천시하는 송 시대이다 보니 돼지보다는 소가 비싼 것이다. 

주 아주머니가 죽어가는 소를 사다 두고 며칠씩 기다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진이 아주 높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힘줄은 거저 받았고, 고기는 늙고 질긴 사태인지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 

형님 때문인지 다른 부위를 더 잘 팔면 된다며 주 아주머니가 아주 저렴하게 주셨고, 거기에 배추나 무는 무척 싸다. 

그러니 우리 고기 폭탄 우육면의 가격은. 

딱 철전 여섯 개. 

“철전 여섯 개만 내십쇼.” 

“뭐 뭐라!? 이, 이렇게 고기가 많은데!?” 

원래 어그로 상품인지라 철전 하나만 남아도 이득인지라, 기적의 가격을 이야기하자 단골들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처, 철전 여섯! 나 하나 주게!” 

“여기 나는 두 그릇 주게!” 

“아니, 여기부터 주게!” 

그리고 그런 소란스러운 주문 중에 누군가의 물음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 고기가 잔뜩 든 면의 이름이 뭐라고?” 

질문을 들었으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시크하게 저 먼바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천하제일면(天下第一面).” 

이 복주 노점 바닥을 평정할 나의 면 요리의 이름으로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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