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6화 (266/344)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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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루룹. 

-후룩. 

-후루루루루루룩. 

손님들의 면발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광장에 입체 서라운드 둠 시스템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손님들의 만족한 목소리가 더해졌다. 

“커허! 좋다! 쇠심줄 때문인지 진하고 걸쭉한 국물맛에 연한 고기가 끝도 없이 씹히고, 중간중간 쫄깃한 힘줄이 입을 즐겁게 하니 정말 맛있구료.” 

“감사합니다. 손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어허. 또한 안에 든 무 때문에 쇠심줄로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국물이 시원하기까지 하니, 주인장 말대로 이것은 천하제일면이 맞소이다. 크하하! 주인장, 그리고 내 내일도 반드시 올 것이니 장시 시작하면 바로 한 그릇 말아두시오! 천하제일면!” 

‘역시 고기는 진리.’ 

만족한 손님의 표정과 목소리. 

그러나 천하제일 우육면을 마시듯 흡입하는 손님들의 만족한 표정과 목소리와는 다르게 한편에서는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주인장, 이래서 남는 것이 있소? 우, 우리야 좋지만? 이것이 철전 여섯 푼이라니···.” 

“처자식 먹여 살릴 만큼은 되니 괜찮습니다.” 

“그, 그렇소?” 

우육면을 받아든 손님들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행복이 한가득하였다. 

면 위로 수북하게 소고기를 쌓아 올려주니, 당황함과 행복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드는 느낌. 

넓은 그릇 위에 면을 충분히 올리고, 데친 배추 한 줌과 무를 서너 개, 거기에 국자로 크게 푼 고기가 두 번. 

배추와 무가 올라가면 ‘으흥?’ 하던 손님들이 고기를 한번 퍼 올리면 ‘오옷!’이라는 표정으로 바뀌고, 한 번 더 고기를 퍼 올리면 ‘뜨헙!’ 하는 표정으로 황제에게 뭔가를 하사받는 자세로 공손히 두 손으로 그릇을 받아들게 되는 것. 

손님에게 감사를 강요하는 압도적 퍼포먼스. 

‘이래도 불만인가? 이래도? 너 미천한 손님 나에게 감사를 전하거라!’ 

원래 전생에도 요리가 조금 부족해도 양이 많으면 손님들의 컴플레인이 어느 정도 그냥 넘어가게 되는데 맛도 있으니 당연히 불만은 없었다. 

그러니 감사를 전할밖에. 

특히나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만족한 듯 배를 두드리는 항구 노동자들은 자기의 친구와 동료를 이쪽으로 보내주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첫날 준비한 재료는 금방 동이 나버렸고, 저녁 장사할 필요도 없이 점심 장사만으로 장사를 끝내야 했다. 

완판. 

더군다나 완판 행렬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는데, 그사이 약간의 팬덤까지 형성되어 손님 한 명이 봉변을 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커허. 맛있다. 그런데 주인장, 맛은 있는데 천하제일면이라니 이름이 너무 광오(狂傲) 한 것 아니오? 하하.” 

서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식사를 끝내고 농담하듯 건넨 말에 싸늘해진 노점. 

일순간 면발을 빨아드리는 소리부터 손님들의 대화 소리까지 잦아들었다. 

“하하. 예? 아, 그것이···.” 

기이함을 느끼며 그의 농담에 웃으며 대충 말을 건네려 했지만, 싸늘해진 분위기에 당황한 손님에게 여러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허허. 어린 서생 놈이 세상 물정을 모르니, 저런 소리를 할 밖에.” 

“서생 놈들이야 앉아서 책이나 볼 줄 알지 뭘 알겠소? 쯧쯧.” 

“제깟 놈들이야 그늘에 앉아서 서책이나 끼고 있으니, 세상 고달픈 것을 몰라 저러는 것 아니겠소.” 

“뭐, 뭐요! 지금 누가 뭐라 한 것이요!” 

서생이 눈알을 부라리며 말한 사람을 찾자, 두런두런 모여 앉아 식사하던 도부(挑夫 짐꾼) 무리 중에서 사람 하나가 일어나며, 서생을 향해 일갈했다. 

“내가 했네!” 

“누구길래 감히 나를 모욕하는 것이요!” 

“나, 도부행(挑夫行)의 수장 조풍이네.” 

도부행의 수장, 그러니까 짐꾼 노조의 노조 위원장이라는 말. 

식반행이나 주행같이 국가에서 장려하는 뭐 그런 느낌은 아니고, 식반행도 있고 주행도 있으니, 항구 짐꾼들이 우리도 만들자고 해서 만든 그런 단체였다. 

“도, 도부행의 수장이 어찌 나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요?” 

노조 위원장이라는 말에 움찔하는 서생. 

도부행의 수장이 서생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자네, 땀 흘려 일해본 적 있나? 아니면 배를 곯아본 적 있나?” 

“그, 그것이 나를 모욕한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그건 자네가 우리 모두를 모욕했기 때문이네?” 

“뭐? 뭐요? 내가 언제 그랬단 말이오!?” 

서생이 다른 손님 모두를 모욕했다는 도부행 수장의 말. 

그 말에 서생이 당황한 표정이 되었고, 그를 향해 도부행 수장의 일침이 이어졌다. 

“항구에서 일하는 도부들이 돈을 모아 든든히 고기를 먹으려면 며칠은 돈을 모아야 하네, 그러나 그 돈으로 모두 고기를 사서 먹으면 내일은 어쩌겠나?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기를 한번 먹으려면 아주 큰 결심을 해야 하지. 

그러니 먹으면 오래 든든해, 일할 때 힘도 나고 맛있는 건 알지만, 쉬 사 먹을 수 없는 것이 고기인데, 그런 고기를 이리 싸고 든든히 먹여주니 어찌 대단한 요리가 아니겠나?” 

“그, 그렇다고 해도. 천하제일면은 광오 하다는 내 말이 트, 틀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사람 내 말을 아직도 못 알아들었구만. 천하에 제일 많은 것이, 우리 같은 범인. 그렇듯 천하 대부분 사람이 범인이니, 곧 천하는 범인. 

그렇다면 범인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고기 맛을 보여주니. 곧 저면은 천하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고기 맛을 보여주게 되는 것. 

그렇다면 천하 인의 주린 배를 채워 천하를 평안하게 했으니 저 면이 천하제일면이 아니라면 그 무엇이 천하제일면이라 할 수 있겠나? 아니 그렇소? 손님들.” 

“맞소! 맞소이다!” 

“당연히 천하제일면이라는 이름을 가지는데 충분한 요리지!” 

“아무렴! 우리 같은 천하 인의 주린 배를 채우니, 천하제일면이 맞지!” 

노조 위원장은 딱지치기로 따는 것이 아닌 모양. 

짐꾼 노조 위원장이라고 해서 힘만 센 그런 이미지라 생각했는데, 말발이 장난이 아니었다. 

저걸 저렇게 엮다니 역시 노조였다. 

‘역시 전생이나 현생이나 노조 위원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어.’ 

내가 도부행 수장 조풍이라는 자의 말에 감탄할 때, 사람들의 외침에 쭈그러든 서생은 얼른 식탁 위에 철전을 올리고 시뻘게진 얼굴로 재빨리 저자 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화려한 언변으로 서생을 침몰시킨 도부행의 수장 조풍이라는 자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주인장, 혹시 이름이 무엇이오?” 

“아, 요리 이름은 원래 우육면입니다.” 

“아니, 주인장 이름 말이오.” 

요리의 이름을 묻는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내 이름을 묻는 조풍. 

“제, 이름 말입니까?” 

“그렇소. 주인장의 이름.” 

“류가 청운이라 합니다만.” 

갑자기 이름을 물어오는 통에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조풍이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어떻소이까? 여기 천하제일면을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이라 부르는 것은? 무림인들만 별호를 붙여주겠소? 우리도 까짓거 못할 거 뭐 있소이까?” 

“좋소! 좋소이다!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 아주 좋소이다!” 

“그렇지! 우리도 별호 그거 붙여줍시다!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 

내 성까지 넣어서 내 우육면에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이라는 별호를 붙여주겠다는 사람들. 

이거 완전 개꿀이었다. 

분명 의미는 천하제일인 류가 우육면이지만, 이게 천하제일 류가의 우육면이라고도 해석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한문이 원래 그래. 

‘이거 이러면 호응해주는 것이 도리.’ 

빈 윅을 하나 들고 국자로 징처럼 그것을 두드렸다. 

-쾡! 쾡! 쾡! 

그러자 놀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중 도부행의 수장 조풍이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주인장 대체 뭘 하시는 것이오?” 

그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것은 저 동쪽 고려의 풍습인데, 황금종(黃金鐘)이라는 것으로, 이렇게 두드리면 여기 식사하는 모든 분의 요리값을 제가 내겠다는 뜻입니다.” 

‘뭐긴 뭐야 골든벨이지.’ 

그러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람들이 저마다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을 만드는 주인장은 배포도 천하제일이구려! 하하!”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을 만드는 류가의 인심도 천하제일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청이, 영영이, 미미가 기쁜 얼굴로 외쳤다.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 가가, 너무 멋진 이름이에요.” 

“노공, 축하드립니다!” 

“역시 우리 낭군님!” 

명성 쌓기 아주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항구 노동자들이 표국에서 일하는 표사들에게 소문을 내주고 그들이 또 묵는 객잔에서 우육면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대니, 복주의 많은 사람이 천하제일면이라는 우육면을 맛보기 위해서 몰려들었던 것. 

점심 장사가 무엇인가? 이제는 개시와 함께 빠르게 주문이 끝나버려 되돌아가는 손님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매부, 면 세 개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 때문에 잘못하면 욕을 먹을 상황이었기에 비연에게 부탁해 당분간 형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면을 뽑고, 형님이 우육면 셋팅. 

칼로 하는 요리 전문이시지만 역시 기본기는 탄탄하셔서 그런지 우리의 손발은 아주 잘 맞고 있었고, 준비한 삼백 인분 가까운 우육면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면을 말아내고 있을 때였다. 

뺀질뺀질한 내 아우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형님, 저 왔습니다.” 

장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노점 옆을 바라보자, 의형제인 장진이 입술이 댓 발 나온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삐졌나?’ 

삐진 것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 

저놈이 저러는 것은 당연했다. 

노점을 열 때 장진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 

와서 뭔가 사고라도 칠까 싶어 노점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비밀로 한 것인데, 아마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어, 그래 진이 왔느냐?” 

“아니, 형님, 어찌 노점을 여신 것을, 저에게 말씀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이 장신 섭섭···.” 

모르는 척 인사를 받았으나 역시나 내가 노점을 열 때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장진. 

그러나 녀석의 항의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계속 형님의 면 주문이 밀려들고 있었던 것. 

“매부, 면 두 개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진아, 바빠서 그러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꾸나.” 

“아, 아니···. 그···. 그러니까.” 

장진은 나에게 항의하려다가 멀뚱하게 노점 옆에 남겨졌다. 

그리고 매의 눈 영영이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장 소숙자(小叔子)? 아니, 왔으면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일이나 거들어요!” 

“예? 어, 어떤?” 

“자, 여기 앉아서 설거지 좀 해요. 물은 내가 떠올 테니.”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뭐가 아닌데요? 하기 싫어요?” 

“아, 아닙니다. 싫은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거 아니면 열심히 해요? 물이나 뜨러 가야겠다.” 

결국 영영이에게 잡힌 장진은 앞치마를 하고 울상이 된 채 설거지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진이가 영영이한테는 꼼짝을 못하는구나.’ 

그렇게 울상을 지으며 장진의 설거지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형님의 면 주문에 면발을 뽑아 물에 던져넣고 있을 때였다. 

“매부, 면 하나만 더 올려주게.” 

“예, 갑니다요.” 

웬 남자가 배를 움켜쥐고 나를 찾으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이고! 주인장 나오시오! 아이고!” 

남자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내가 그에게 나를 찾은 이유를 묻자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손님.” 

“내 어제 여기서 음식을 먹고 병이 났으니 어쩔 것이요!” 

우리 집 음식을 먹고 뱃병이 났다는 남자. 

다 같이 면발을 맛있게 먹던 손님들의 손이 일순간 멎었다. 

복주는 아무래도 더운지라 재료의 상태와 육수가 혹시라도 변질하지 않을까. 

또 면의 반죽이 상하지는 않을까 세심히 살피고 있었는데, 우리 요리를 먹고 병이 났다는 손님. 

더군다나 저 사람이 병이 났으면 어제 요리를 먹은 다른 사람들도 병이 났어야 했는데, 혼자만 저렇다는 것은 이상했다. 

“저희 요리를 먹고 병이 났다는 말씀입니까?” 

이해할 수 없어 되묻자 그가 아픈 사람이 아닌 것처럼 큰 목소리로 외쳐다. 

“그렇소! 내 어제 이 집의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을 먹고 뱃병이나 좀 전까지 뒷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었소! 어찌할 참이요!” 

“그게···.” 

원래 장사가 잘되면 블랙컨슈머도 찾아오는 법. 

일단 식사하는 손님들도 있으니, 조용히 이야기하자고 하려 할 때였다. 

구정물을 뚝뚝 흘리는 손으로 다가온 장진이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며 제안했다. 

[형님, 이런 것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네, 네가 말이냐?] 

갑자기 자신이 나서겠다는 장진. 

당황한 목소리로 묻자, 장진이 구정물 흐르는 손을 자기 가슴에 두드리며 대답했다. 

[예, 장의문의 장진. 그게 저이지 않습니까? 저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아니, 장진아 네가 장의문의 장진이라서 불안한 거야.’ 

그리고는 차마 말릴 새도 없이 튀어 나간 장진. 

진이가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앞으로 나서 뱃병이 났다는 남자에게 외쳤다. 

“여기서 요리를 먹고 병이 났다고? 어디 한번 봅시다!” 

그와 함께 날 듯이 다가와 팔꿈치로 나를 쿡 찌르며 묻는 영영이. 

[왜 안 말리셨어요!? 가가!] 

[그러게.] 

상당히 합리적인 불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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