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 不得虎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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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굳이 견제가 들어오는데 아내들의 본가나 하다못해 장진의 장의문을 통해서 놈을 빨리 압박하지 않은 것은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요리 명가를 세우기로 했는데, 다른 칠대세가나 꽌시의 도움을 받아 티가 나게 뒷배를 과시하면서 시작한다?
남들에게는 처가 잘 만나 벼락부자가 된 놈으로 보이거나, 칠대세가에서 뭔가 기획해서 세운 그런 가문 또는 꽌시 잘 둬 나대는 모습으로 보일까 봐.
그러면 결국 나는 졸부쯤으로 보이게 될 테고 명성 작업은 물 건너가는 이야기.
득보다 실이 큰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들을 섣불리 경거망동하게 하지 못하게 한 것인데, 이러면 선을 넘을 대로 넘은 상황.
알고 그런 것인지 모르고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련이에게 직접 손을 댔으니 이제 참을 이유가 없었다.
원래 중원에서 이렇게까지 당한 상황에서 참는 것은 나 호구니 두드려맞아도 괜찮다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아주 단호하고 철저한 응징이 필요했다.
적당히 응징이 아니라 복주 사람들이 아주 깜짝 놀랄 그런 응징이 말이다.
적당한 졸부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지만, 만약 그것이 손 못 댈 만큼 거대 기업이라면?
압도적인 힘 앞에 굴복하고 경외하게 하려는 것.
먼저 가라앉은 목소리로 비연을 불렀다.
“비연!”
“예! 공자님!”
내 착 깔린 목소리에 같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비연.
눈치 빠르게 비연이 내 수하처럼 고개를 숙였다.
“내 신세 좀 져야겠소.”
“신세라뇨. 말씀만 하시면 따를 것이에요.”
“화월루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해서 가져다주시오! 가족의 인원은 몇 명인지, 놈의 사업체는 몇 개인지, 놈들이 뭘 먹는지, 뭘 입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해다 주시오!”
“알겠습니다. 청운님!”
“아, 당분간 오 층 좀 사용해도 되겠소?”
“물론이에요. 청운님. 며칠 사람을 받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청, 영영이, 소소, 미미, 가련이를 향해 멋지게 손자병법의 한 구절을 읊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상대와 자신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상대를 알지 못하고 자신만을 알면 승패를 주고받을 것이며.
상대도 자신도 모른다면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로울 것이다.
‘개 쩔어···.’
그러자 청이가 내 뜻을 알아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푸른 안광을 빛내며 다른 넷에게 설명했다.
“노공께서는 비연을 통해 모은 정보로 놈들의 약점을 알아내고 그것을 우리의 능력을 활용해 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모두 잠시 분노를 가라앉히고 놈이 어떤 약점을 드러낼지 기다려보기로 하죠. 각자가 잘하는 방법으로 어찌 놈들을 혼내줄까를 생각하면서···. 저는 화월루에 빙백신장을 때려 박아 봐야겠습니다. 후우···.”
그렇게 스산한 청이의 설명이 끝나자 다른 셋이 하나씩 일어서며 대답했다.
“가가, 명령만 하시면 제가 모두 한 줌의 독수로 만들 것이며.”
“은공께서 말씀하시면 제가 모두의 몸과 머리를 둘로 나누겠어요”
“낭군님, 그도 아니면 제가 모두 훔쳐 놈을 개방의 거지만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것이어요.”
마지막 미미의 복수 방법은 좀 재미있는 방법이었지만, 아내들의 단호한 음성에 부르르 쳐지는 몸서리.
이미 죽음이 확정된 놈의 명복을 빌어줬다.
‘넌 이미 뒤졌다. 목 딱 씻고 기다려라.’
***
비연이 화월루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사이 우리는 장사를 계속 이어 나갔다.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장사가 잘되고 있었는데, 그놈 때문에 장사를 쉴 수도 없었던 것.
혹시 출몰할지도 모르는 블랙컨슈머와 쪼렙 흑도 놈들 따위는 이제부터 일단 패고 보기로 하면서.
그렇게 이틀째.
오늘은 일단 장사를 일찍 끝내고 관청으로 향했다.
형님께서 한번 찾아오시라고 한 이유도 있고, 인수인계도 대충 끝났을 테니 인사도 할 겸 말이다.
굳이 이제 형님과의 관계를 숨길 필요가 없었고, 우리 가련이를 모욕한 놈을 혼내주려면 포 형님의 힘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미리 인사를 해두려는 것.
아무리 동생이라도 필요할 때만 찾으면 그건 동생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내 양손에는 형님이 좋아하실만한 황어면을 만들 재료가 들려있었고, 비연을 통해 준비한 꽃이 꽂힌 멋진 관모도 선물로 준비된 상태.
관청 앞에 도착해 관병에게 형님에게 연통을 넣어달라 부탁했다.
“이보시게.”
“누슈?”
“새 복주지주 어른의 의형제 류청운이라고 하네. 혹시 안에 형님 계시면 형님께 동생이 찾아왔다 전해주시겠나?”
그러자 놀라 눈을 부릅뜨는 관병들.
관병 둘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하나는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하나는 나에게 아주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류, 류청운! 류 대인이셨습니까!? 저, 저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지휘사 하나가 나타나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고. 지휘사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형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청운이가 왔습니다. 어찌 잘 계셨습니까?”
“그, 그래 청운이 왔는가?”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형님의 목소리에 기운이 없고, 뭔가 예전과 달라진···.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형님! 몸이 편찮으신 것입니까!? 어찌 사람이 이리 며칠 만에 홀쭉하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형님의 쓰리 턱이 투 턱이 되어버린 상태.
눈도 퀭하고···.
죽을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이건 정말 큰 일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한 번에 살이 빠지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니까 말이다.
“영영아, 미미와 얼른 가서 장진에게 장의문에서 제일 유능한 의원을 하나 데리고 이곳으로 오라 전하거라! 형님이 매우 편찮으신 모양이구나!”
“예 알겠어요! 가가! 가요 미미 언니!”
“알았어 영영아! 낭군님 다녀오겠습니다~”
내 부탁에 얼른 형님의 집무실을 박차고 나가려는 둘.
그러나 그때 형님의 목소리가 둘을 붙잡았다.
“제식들, 아픈 것이 아니니 가지 않으셔도 좋소이다.”
“예, 형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이리살이 호올쭉 하게 빠지셨는데!”
그러자 내 손을 붙잡은 형님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어 그러네.”
“예!?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느 놈이 감히 형님이 마음을 힘들게 한 것입니까!?”
다그쳐 묻자 형님이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청이에게 서책 하나를 내밀었다.
“제갈 제식, 내 미안한데 그것 좀 봐줄 수 있겠소?”
“어, 서책을 말입니까?”
“그렇소. 보고 어찌 방법이 없는지 좀 살펴봐 주면 좋겠소이다. 제갈가의 지혜가 필요하오.”
갑자기 내민 서책을 청이가 잠시 살펴보는가 싶더니 눈을 부릅뜨고, 갑자기 미친 듯이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놀란 목소리로 감탄했다.
-촤르르륵.
“이, 이건···. 저, 정말 대단하군요?”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감탄하는지 청이에게 물었다.
“청, 대체 무슨 서책이기에 그리 감탄하는 것이오?”
그러자 감탄하지 않아야 할 제목을 말하는 청이.
“장부입니다.”
“장부? 장부인데 어찌 그리 놀라고 감탄하는 것이오?”
내 물음에 서책을 살피는 눈을 떼지 않은 채 청이가 대답했다.
“정말 깔끔하게 해 먹은 것 같습니다.”
“응?”
“정말 깔끔하게 해 먹어서···. 대충 살펴본 바로면 관에 돈이 하나도 없는···.”
청이의 대답에 당황하자, 포형님이 죽어버린 눈빛으로 한탄했다.
“망할 전 복주지주 놈! 아무리 해 처먹어도 뭘 남겨 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제 다가올 여름을 맞아 제방도 쌓아야 하고 반얀나무도 더 심어야 하는데, 이리 싸그리 털어가면 나는 죽으라는 것인가!?”
형님의 다독여 설명을 들어보니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다.
원래 현령 그러니까 복주지주 같은 자리에 있는 관원들은 어느 정도 해 먹기 마련인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들어갈 예산까지는 손대지 않는 것이 후임자에 대한 암묵적 예의라는 것.
하지만 전대 복주지주가 깡그리 해 처먹는 바람에 관에 예산이 바닥을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해서 형님이 잘못하면 다음 달부터 관병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사재(私財)를 털어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
본격적 세금을 걷는 가을 추수 때까지는 아직 멀었으니 그때까지는 큰일이라는 이야기였다.
들어오는 푼돈들이야 나갈 데가 다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이거 도움을 받으려 찾아왔는데 형님 집에 불이 난 상황.
나중에 받을 도움 이야기의 운도 띄워 보지도 못하고, 도리어 어찌 도울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겠다며 형님을 위로한 후 관청을 나서야 했다.
‘형님은 내가 도리어 도움을 드려야 할 상황이구나. 그나저나 형님을 어찌 돕는다?’
하지만 당장 나에게 어떤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그렇게 형님을 만나고 껄끄러운 마음만 가득한 채 화화루에 도착하자, 그나마 비연이 밝은 얼굴로 우릴 맞으며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오셨군요. 마침 정보가 모두 모였습니다. 확인들 해보시지요.”
내가 부탁한 정보가 다 준비된 모양.
“잘됐군요. 가봅시다.”
비연을 따라 화화루 오 층에 오르자, 그녀가 우리에게 상당한 양의 정보가 적힌 종이 뭉치와 서책들을 내밀며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와 경쟁할 때 모은 정보가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예전에 서시설과 관련된 복주 기루 일위 쟁탈전 때 이미 조사한 자료가 많이 있어서 빨리 끝났다는 조사.
우리는 모두 달라붙어 비연이 내민 자료를 확인했다.
하오문이 원래 차(車), 선(船), 점(店), 각(腳), 아(牙). 기(妓).
마부, 뱃사공, 점소이, 짐꾼, 인신 매매업자, 기녀들이 속해있는 곳이니 정보는 상당히 디테일했다.
거래처, 드나드는 물건, 사람, 누굴 만나는지 같은 내용들.
심지어 어찌 구했는지 화월루 장부의 복사본까지 있었다.
거기에 화화 루주가 최근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와 점소이들이 주워들은 내용.
기녀들이 훔쳐 들은 장윤의 잠꼬대 소리까지.
그렇게 밤이 시작될 무렵까지 비연이 건네준 자료를 확인했는데, 자료를 살펴본 아내들과 비연의 결론은 하나로 모였다.
“은공, 이건 생각보다 깨끗하군요?”
“최근 들어와서 화월루로 들어가는 술의 양이 좀 줄어든 것 빼고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노공.”
“화월루의 아들이 파락호라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긴 하지만, 딱히 다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요. 청운님.”
그래, 소소, 청이, 그리고 비연의 말대로 화월루는 너무 깨끗했다.
생각보다 너무 깨끗한 자료.
‘깨끗하다?’
나는 셋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이상하지 않소?”
“네? 이상하다고요. 은공?”
“노공, 이상하다는 말씀입니까?”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이와 소소, 비연.
머리 쓰는데 소질 없는 영영이와 미미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에, 깨어 있는 셋 중 비연을 향해 물었다.
“비연, 기루 장사하면서 이렇게 장부라든지 손님이 깨끗할 수가 있소?”
“아!”
내 질문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비연.
“확실히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군요? 이상한 점이라고는 최근 몇 달 들어간 술의 양이 줄었다는 정도. 하지만 그건 저희에게 복주 제일 기루의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라면,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군요. 확실히 이상해요···.”
더 이상한 점은 화월루 내부에서 빼낸 자료뿐만 아니라 하오문도를 통해 기록한 자료들도 깨끗한 상태.
이건 화월루 내부의 하오문 놈들이 매수가 되었거나, 아니면 화월루 내부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화월루 안의 하오문도가 놈들이 숨기는 비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하오문은 핵심 수뇌부를 제외하고는 먹고살기 위해 느슨하게 가입된 단체이니, 이런 결정적인 부분에서 그럴 수 있었다.
애초에 점소이, 짐꾼, 인신 매매업자, 기녀들에게 충성심이란 곧 돈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쩌죠? 류청운님? 저희 쪽 능력으로는 이, 이상의 정보를 구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이 이상의 자료를 구하려면 자신도 힘들 것 같다는 비연의 대답.
식탁 위에서 깍지를 끼며 셋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며 불입호혈 부득호자(不入虎穴 不得虎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소. 대체 뭘 숨기고 있는지 들어가서 찾아봐야겠지···. 해서···.”
“노공, 해서?”
“은공, 해서요?”
내가 뜸을 들이자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셋.
셋의 모습 뒤로 저녁을 먹고 서로 기잰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영영이와 미미 중 미미를 불렀다.
“미미? 미미?”
“츄릅···. 예!? 예. 나, 낭군님. 미, 미미 여기 있습니다. 아, 안 졸았어요.”
입가에 흐른 침을 얼른 닦으며 대답하는 미미.
화들짝 놀란 표정의 미미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미미, 혹시 오늘 밤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어도 괜찮겠소?”
“네?! 저, 정의로운 도둑?”
천사 소녀 미미 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