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1화 (271/344)

일석삼조(一石三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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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했지만, 상대방을 조질 약점을 알아냈으니 아쉬워하는 장진을 끌고 얼른 화월루 밖으로 나섰다, 

이것이 확실하다면 이것 하나로 끝일 테니 얼른 화화루로 되돌아가기로 한 것. 

미미가 어떤 것을 가지고 올지 모르지만, 이보다 결정적일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밖을 나서는 내 뒤에서 들려오는 장진의 아쉬운 목소리. 

급한 일이 생각났다며 장진을 끌고 나왔더니, 녀석이 무척이나 아쉬운지 볼멘소리를 내며 나를 따르고 있었다. 

“형님, 왜 이리 서두르시는 것입니까? 오늘 돈도 안 받는다고 했는데···. 쩝···.” 

“중요한 걸 이미 알아냈으니, 더 있을 필요가 없구나.” 

“오, 뭔가 알아내셨습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두고 나오시지···. 오늘 같은 기회가 많지 않은데. 루주가 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런 것 저런 것, 다 해주라 했을 터인데···.” 

장진이 이런 것 저런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인 듯 흉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정말 이럴 땐 모르는 척하고 싶다니까···.’ 

녀석의 흉한 허리 동작을 멈추게 하려고 내가 왜 녀석까지 끌고 나왔는지를 설명했다. 

“이 녀석아 술과 여자가 있어 말실수하기 딱 좋아 데리고 나온 것임을 모르겠느냐?” 

“어휴 형님 제가 무슨 말실수를 한다고···.” 

왜 자신을 못 믿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장진. 

녀석에게 딱 한 마디를 해주었다. 

“제갈무후.” 

“헉!” 

그러자 이미 아내의 별호를 만든 실수를 한 장진이 풀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전과 일범이니 변명할 말이 없었던 것. 

술자리에서 떠벌여 아내의 별호를 만든 전과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풀죽은 장진을 끌고 화화루 오 층으로 되돌아 문을 열자마자, 조금 격한 환영이 시작되었다. 

달려드는 청, 소소, 영영이, 비연. 

“가가!” 

“노공, 별일은 없으셨나요?” 

“은공!” 

“형수님들 제가 형님을 잘···. 커흡!” 

“걸리적거리니까 비켜봐요!” 

장진을 옆으로 밀어버린 넷은 나를 가운데 두고 뭔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영영이는 냄새를 맡고 비연은 복장 검사. 

“킁킁. 여자 넷의 냄새가 나는데 가까운 건 둘 정도.” 

“언니들, 옷매무새가 그대로인 걸 보니 안심하셔도 돼요. 또 정표 따위를 주거나 기녀들이 가끔 마음에 드는 사내에게 은밀히 표를 남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 어찌 이러시오.” 

뭔가 철저한 검문 검색에 당황에 묻자, 청이가 내 손을 잡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노공을 보내고 생각해보니, 여난에 시달리는 노공을 여자만 있는 곳에 보낸 것이 아니겠습니까? 해서 혹시라도 다른 여난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그, 그런가?’ 

생각해보니 맞는 말. 

아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 기녀들에게서 한 자의 거리를 반드시 유지했으며, 입에 넣어주는 음식도 절대 받아먹지 않았으니.” 

그렇게 나의 순수 결백을 주장하자 쏟아지는 찬사. 

“역시 저희의 노공이십니다.” 

“가가, 잘하셨어요. 얼마나 걱정되던지.” 

“은공, 역시 저희의 믿음을 저버리시지 않았군요.” 

아내들의 흐뭇한 찬사에 기뻐하고 있는데 그때 장진이 툴툴거리며 혼잣말했다. 

“중간에 월희가 형님 드시던 술잔에 입술을 대든대···.” 

진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마음. 

나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녀석에게 곧바로 소리쳤다. 

“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그러자 쏟아지는 질문들. 

“뭐라고요!? 장 소숙자 상세하게 말해봐요!” 

“가가?” 

“장 소숙자 어떤 년. 아니, 여자라고요?” 

장진 이놈 새끼 제가 좋아하는 기녀가 내 옆에 앉았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다니···. 

꽌시 서열 개념 좀 머릿속에 박아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진이는 개념을 토끼의 간마냥 대체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걸까?’ 

심히 장진의 개념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 

-달캉. 달캉. 

장진의 말에 아내들에게 한참을 시달리고 식탁에 엎어져 있을 때였다. 

미미가 사라진 난간 쪽으로 난 문이 바람결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까 문을 잘못 닫았나?” 

아까 꽉 닫지 않아 그런가 싶어 다가가 문을 살피려 하자 밖에서 들려오는 미미의 목소리. 

[낭군님···.] 

“미미? 다녀온 것이오?” 

“미미 언니? 노공, 언니가 오셨어요?” 

“가가, 얼른 문 열어보세요.” 

허겁지겁 문을 열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두건을 벗으며 고갯짓으로 머릿결을 터는 미미.

화보가 따로 없는 모습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오우야···.’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놀란 것도 잠깐.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안부부터 확인했다. 

아무리 그녀가 투왕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찌 위험한 일은 없었소? 들키거나 하지는 않았고? 다친 데는?” 

“예, 낭군님. 제일 위층은 아무래도 생각보다 지키는 자가 없더군요. 자리를 잡고 얼마 안 돼 아래가 소란스러워서 아주 손쉬운 일이었어요. 조금 늦은 것은 눈을 피해 나오느라고 늦은 것입니다.” 

일단 우리가 가진 정보로 확인한 화월 루주의 집무실은 화월루의 최상층인 오 층 한편.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지키는 자가 생각보다 없었던 모양이었다. 

계단을 지키면 되지 누가 오 층에 창밖을 통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중원에서 미미정도 만이 가능한 일일 테니까. 

더군다나 나와 장진이 아래서 소란을 피운 통에 일이 잘 풀린 느낌. 

미미를 잡아당겨 얼른 안으로 들였다. 

“다행이오. 자자, 안으로 들어오시오. 아, 그리고 챙긴 것은 있었소?” 

“예 낭군님 말씀대로 화월루주의 방,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장부를 가져왔어요. 그가 자리를 비우기 전까지 살펴보던 것을 확인했거든요. 혹시 몰라 궤짝도 확인했는데, 궤짝 안에는 은자 같은 것만 있었고요. 들키지도 다치지도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나를 안심시킨 미미는 내 앞에서 타이즈 같은 잠행복 안으로 손을 넣더니 서책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요. 낭군님.” 

“오!” 

미미가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온 서책에 감탄하며 그것을 받아든 순간이었다. 

책을 펼치고 안의 내용을 확인해야 했지만, 서책을 손에 쥐자 느껴지는 따듯한 미미의 체온. 

나도 모르게 받아든 서책을 얼굴에 가져다 대 버렸다. 

‘아, 따듯해···.’ 

그러자 들려오는 청이와 영영이의 물음. 

“노공? 그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죠?” 

“가가, 그건 왜 얼굴에?” 

청이와 영영이의 목소리에 번쩍 드는 정신. 

삐걱거리는 고개를 돌리자 나를 빤히 바라보고있는 영영이의 시선. 

아까 저녁을 먹은 후처럼 계속 졸고 있으면 좋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있는 영영이가 내 행동을 이해 못 한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겁지겁 서책을 볼에서 떼어내며 얼른 변명했다. 

“호, 혹시 어떤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어 화, 확인한 것이다.” 

“냄새요?” 

“냄새?” 

냄새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기 잠행복을 당겨 코에 대고 확인하는 미미. 

옆에서 영영이가 다가와 서책의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별 냄새 안 나는데요? 그냥 책과 먹의 냄새. 미미 언니의 체향이 좀 나긴 하네요.” 

“그, 그렇구나. 그럼 되었다. 혹시 어떤 증좌가 있지 않을까 싶어.” 

“아, 그렇군요. 그런 세세한 것까지. 역시 노공이십니다.” 

양심이 사정없이 찔려오고 있었지만, 아무 일 없던 듯 서책을 펼쳐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아까 코스프레에 너무 심취했어.’ 

“내, 냄새로는 특별한 것을 찾을 수는 없었고, 어, 어디 보자 뭐가 있나···.” 

잠깐 정신줄을 놓아버린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단 장부를 살피며 이상한 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장부를 살핀 지 얼마 안 돼 비연이 구해왔던 장부와는 다른 내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뇌물을 주었는지, 뭘 대접했는지 같은 내용들이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던 것.

“확실히 비연이 구해온 장부와는 다르군요?” 

“그렇지.” 

“그러면 이걸로 관아에 발고 하나요. 가가?” 

관원들에게 뇌물, 특히 의형제라는 복주지주의 비서 위치에 있는 놈에게 꽤 많은 뇌물이 들어간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 정도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뇌물 정도야 처벌이 그리 높지도 않고, 뇌물은 받은 비서관 놈만 좀 많이 난처해질 뿐이지 준 놈에 대한 처벌은 벌금 정도니까 말이다. 

“이건 별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구나. 뭔가 결정적인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내용을 살폈지만 마땅한 무엇인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것들 말고 아주 중요한 것이 필요했는데 말이다. 

내가 찾은 내용을 뒷받침해 줄 만한 그런 것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비연에게 물었다. 

“아! 비연, 내 화월루에 보니 게로 만든 요리를 팔던데 혹시 아시오?” 

“아, 소식 어르신의 시에 나오는 요리라고 이야기한다는 그것 말이군요?” 

“소식?” 

갑자기 등장한 소동파의 이름에 눈을 깜빡이자, 비연이 어디선가 책자를 하나 가져와 한 페이지를 펼쳤다. 

“소식 어르신이 지으신 노도부(老饕賦)에 나오는 요리라고 화월루에서 이야기한다죠?”

내 몸의 서생 때의 기억을 살펴보면, 부는 그러니까 한시와는 조금 다른데, 부는 한시보다 좀 더 낭송을 목적으로 한 일종의 중원 랩의 한 종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친구 와이프도 한시로 디스하고 친구도 디스하는 양반이니, 호기심을 가지고 당대의 최고 학자이자 최고 래퍼인 소동파 어른의 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분 어딜 가나 요리가 나오면 빠지질 않는구나. 대체 또 어떤 신곡을 뽑으셨기에?’ 

그렇게 궁금함을 느끼며 비연이 내민 책자에 적혀있는 내용을 살피자, 한편의 부가 눈에 들어왔다. 

「······작상전지양오(嚼霜前之兩螯). 

서리가 내리기 전 맛볼 것은 게의 집게발. 

난앵주지전밀(爛櫻珠之煎蜜), 옹행락지증고(滃杏酪之蒸羔). 

앵두를 달여 꿀을 만들고, 살구와 치즈를 양고기와 함께 찐다. 

합반숙이함주(蛤半熟而含酒), 해미생이대조(蟹微生而帶糟). 

조개는 반숙으로 술안주 삼고, 게는 술지게미에 담가 날것으로 먹는다. 

개취물지요미(蓋聚物之夭美)······.」 

이처럼 진귀하고 맛있는 요리가 있구나. 

‘정말 이분 요리에 진심이구나.’ 

어쩌면 나보다 더 진심인 분. 

나중에 만나면 맛있는 요리 한 번 더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제의 구절을 살폈다. 

해미생이대조(蟹微生而帶糟). 

게는 술지게미에 담가 날것으로 먹는다. 

아마 화월루의 요리는 여기에서 근원하고 있는 느낌. 

아마 중장게해의 원형이고 이전부터 있는 요리일 테지만, 당대의 래퍼가 맛있는 요리라고 부까지 써 칭송한 요리이니 당연히 판매하기 좋은 요리. 

해서 이 요리를 메인으로 선택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만, 요리사인 나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법. 

꿩 잡는 건 매라고, 요리사 잡는 것은 요리사. 

해미생이대조(蟹微生而帶糟)의 마지막 끝 글자가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전국 조(糟). 

술지게미, 거르지 않은 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한자. 

그러니까 화월루의 게 요리는 술지게미에 버무린 일종의 양념게장. 

‘월희의 말도 그렇다고 했고, 이놈들도 그렇다고 광고하고 있다니 증좌로는 확실하군. 그러면 딱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되겠구만? 아 떨려. 제발 맞아라.’ 

전생에도 술지게미는 향조(香糟)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던 요리 재료의 일종이고, 이게 무슨 대단한 것이냐 할 테지만, 비연을 향해 두근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비연, 혹시 화화루는 정점(正店)이요? 아니면 각점(脚店)이요? 그도 아니면 박호(拍戶)요?” 

눈을 한번 깜빡인 비연이 자기 검지를 볼에 대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화화루는 당연히 정점입니다. 본루가 광주에 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술을 받아올 수는 없어서 정점으로 허가받았지요.” 

“그러면 화월루는 어떻소?” 

비밀을 오픈하는 떨리는 순간. 

그러자 비연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곳은 당연히 박호지요. 이곳에서 오래 장사를 했다고 해도, 어지간한 뒷배가 있거나 세력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장사치가 정점을 받기는 힘드니까요. 장사랑수대리사평사첨서복건로복주절도판관청공사를 뒷배로 두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소?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 

내 웃음에 모두 나를 바라보고 당황했다. 

갑자기 미친놈처럼 웃으니 당황할밖에. 

나는 당황한 모두를 향해 아주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와 이거 나 이렇게 너무 유능하면 안 되는데. 나란 놈 큰일이네. 청, 미미, 소소, 영영아?”

“““예?””” 

내 부름에 대답하는 넷. 

넷을 향해 팔을 벌리며 이야기했다. 

“우리, 아무래도 요릿집이 금방 구해질 것 같소. 아마도 오 층 짜리로.” 

“““네?””” 

내 말에 넷이 사정없이 눈을 깜빡였다. 

나는 가게가 생겨서 좋고, 형님은 돈이 들어와 좋고, 비연은 경쟁자가 사라져서 좋은 일석삼조(一石三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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