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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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관청이 문을 열 시간에 맞춰, 오 인분의 황어면을 빠르게 만들었다.
튀긴 황어는 나무 찬합에, 그리고 삶은 면은 기름을 살짝 발라 늘어 붙지 않게 만들어서 그릇에 넣어 뚜껑을 덮고, 펄펄 끓는 육수는 사기병에 넣어 입구를 막아 탕차합자(湯茶盒子)안에 넣었다.
탕차합자란 송 시대 보온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무상자 안에 볏짚과 천을 채워 뜨거운 음식이 빠르게 식는 것을 막는 도구.
그렇게 금방 만든 오 인분의 황어면을 가지고 청이 소소, 미미, 영영이와 얼른 관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황어면을 급하게 만든 이유는, 형님이 또 아무것도 안 드시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만들어드리려고 가지고 갔던 황어면의 재료도 형님이 드시지 않겠다고 사양하여 그대로 가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교송지가 발고를 시작하기 전 형님이 기운을 차릴만한 기쁜 소식을 전달하고 세부 일정을 논의해야 했는데, 며칠 굶어 기운 없는 상태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음식을 준비해서 가는 것.
그렇게 이른 아침 하품하다 나를 보고 놀란 관병들의 안내에 다시 찾은 형님.
형님은 역시나 퀭하고 기운 없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형님!”
“그래, 청운이 왔는가···.”
아직도 잔혹한 현실에 마음이 힘드신지, 업무를 보는 의자에 앉아 기운 없는 목소리로 날 맞는 형님.
얼른 형님께 가까이 다가가 기운을 차릴 기쁜 소식을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형님!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형님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약을 가지고 왔습니다.”
“약? 내 병을 치료할 약이라고? 이것이 약으로 나을 것이 아닌데···.”
약을 가지고 왔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형님.
청이와 소소에게 탕차합자를 탁자 위에 올려달라 부탁하고는 재빨리 황어면을 준비하기로 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형님. 청, 소소 얼른 그것을 부탁하오.”
“알겠습니다. 노공.”
“알겠어요. 은공,”
“아니, 청운이···.”
-쿵.
-덜커덕.
형님이 나를 제지하려 했지만, 탁자 위에 놓인 탕차합자의 문이 곧바로 열리고, 안에서 면을 담은 커다란 그릇이 탁자 위로 옮겨졌다.
-달그락.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진 면 그릇에 튀긴 황어를 젓가락으로 집어 수북하게 올렸다.
-꼴꼴꼴골···.
이어서 부어지는 따듯하고 진한 황어면의 국물.
면 그릇에서 뿜어지는 황어면의 진한 향기에 형님께서 움찔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형님은 이내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말씀하셨다.
“청운이 성의는 고맙지만, 이런 것은 내 약이 되지 못하네. 산해진미(山海珍味)가 눈앞에 있으면 뭐 하겠나···. 입맛이 이리 쓰니···. 먹어도 쓰게만 느껴질 텐데.”
그리고 짜게 식은 시선.
좋게 말씀하셨지만, 아무리 동생이라도 자신을 어찌 보기에 이런 요리로 기운을 차릴 것으로 생각했느냐는 그런 물음이 담긴 시선이었다.
‘이거 증세가 깊구만. 빠른 치료가 필요하겠어.’
형님의 말씀에 젓가락을 형님의 손에 쥐여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입맛이 돌게 할 약은 이 요리가 아닙니다. 자, 이제부터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지요.”
“이게 약이 아니라고?”
“예, 설마 마음이 아프다는 형님을 제가 약도 아니고 요리 따위로 치료하겠습니까? 약은 그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입니다. 허니 동생이 만들어온 요리를 드시며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그, 그래?”
그제야 약간 흥미가 동하는지 황어 튀김 한 조각을 집어 먹는 형님.
-아작!
형님이 집어먹는 바삭한 황어 튀김의 소리처럼 저 화월루를 아작낼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형님, 제가 국법을 어긴 놈을 찾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응? 국법? 동생이 만날 국법을 어길 놈이라면, 저자에서 누가 도둑질이라도 했는가?”
“그것이 아니라 몰래 밀주를 만들고, 홍국(紅麴)을 밀매한 놈이 있는 듯합니다.”
“응? 그, 그래?”
내가 만날 국법을 어길 놈이라 봐야 조무래기가 아니겠냐는 형님의 반응.
그래도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했다는 말에 흥미가 동해 조금 입맛이 다시 돌아오시는지 형님이 면발을 슬쩍 빨아들이셨다.
-후륵.
그러나 밀주나 홍국의 밀매라고 해봐야 별로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했다고? 가끔 민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하는데···. 그래봐야 그저 개 작두감이 아닌가···. 생활이 힘들어 술이라도 만들어 팔아보려는 일은 제법 있는데 굳이 벌해봐야 나오는 것도 없고. 아니, 딱한 처지인 자들이 많아 굳이 벌하지 않는 경우가 많네.”
-후르륵.
국법을 어겼어도 굳이 벌해봐야 그 정도면 송 시대 처형인 개 작두질 한 번이라고 말씀하시는 형님.
한번 크게 면발을 빨아들이고 빵빵한 볼을 움직이는 형님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님, 제가 설마 딱한 처지인 자들이 국법을 어긴 일로 형님을 찾았겠습니까? 제가 찾은 자는 그러니까···. 형님, 혹시 아십니까? 저기 저자와 부두 사이에 ‘화월루’라고 제법 큰 기루인데···.”
-푸우우웁!
내 화월루라는 말에 형님이 씹던 면발이 사방으로 비산(飛散)했다.
그리고 형님께서 믿을 수 없는 목소리로 자기 앞에 면발을 뿌려대며 물으셨다.
“처, 청운이 화, 화월루라면 그 복주에서 가장 크다는? 설마 거기서 그랬다고?”
“뭐, 정확히는 가장은 아니고 두 번째로 크긴 합니다만. 혹시 어딘지 아십니까?”
“내 돈 나올만한 곳은 다 확인···.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튼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 거기서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했다고?”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내가 어찌 그놈들이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했는지 알아냈는지를 설명하려 할 때였다.
“자, 잠깐! 청운이. 잠깐 기다리게!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면발이 붇기 전에 일단 다 먹고 이야기하세.”
나를 제지하신 형님이 재빨리 몸을 푸시더니 식도를 크게 열어 면발을 들이켜기 시작하셨다.
-후루루루룩.
-후룩.
-쪼오옥.
‘약발이 잘 듣는구만.’
그리고 오 인분짜리 한 그릇을 뚝딱 비우시더니, 나에게 얼른 설명하라 채근하셨다.
“커허! 좋다. 그, 그래 어, 얼른 시작해보게. 나 준비가 다 되었네.”
내가 준비한 약이 잘 들어 다 죽어가던 형님이 다시 살아난 상황.
채근하시는 형님께 사건의 전모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처음에는 제 처 중 하나인 남궁 소소의 오라버니인 남궁현 형님께서 뺨을 맞은 일로 시작하는데······. ”
“뭐라? 그놈이 감히 내 동생과 제식(弟媳)들에게 흑도 파락호들을 보내!? 잠깐···. 그런데 그놈 제 어미 배에서 나올 때 떨어져 머리라도 다친 것인가? 어찌 내 동생에게···. 그것도 제식들이 있는데···. 고작 흑도 파락호들을···. 허허···.”
“저도 그게 의문이긴 합니다.”
내 황어면과 약 처방에 기운을 차리신 형님은, 약발이 아주 잘 듣는지 이전 같은 살아있는 활어 같은 반응으로 내 이야기를 경청하셨다.
“해서 제가 기루에 가서 그 게 요리를 먹어봤는데, 그것은 절대 어디서 가져온 조(糟)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요리였습니다.”
“오오. 요리를 먹어보고 재료만으로 녀석들이 국법을 어긴 것을 알아낸 것인가? 역시 자네 대단하구만. 자네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것을 알아내겠는가!?”
“부끄럽습니다. 형님.”
“이 사람 부끄럽기는! 대단하네. 대단해! 자네가 날 살렸어!”
그렇게 모든 설명이 끝나자 자리에서 달려 나온 형님.
형님이 내 손을 꼭 붙들고는 말씀하셨다.
“청운이! 자네가 나를 살렸네! 내 당장 이놈들을 탈탈 털어! 아니, 그것이 아니고 국법의 지엄함을 알게 해주어야지! 여봐! 커흡!”
그리고 곧바로 관병들을 불러 놈들을 압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셨다.
하지만 그것은 무리수.
형님의 입을 얼른 막고 눈썹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형님, 너무 성급하십니다. 마음이 급하신 것은 알지만, 급히 몰면 사냥감은 도망가는 법. 모든 것은 이 아우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 형님은 선조이신 포대인처럼 명판결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자 형님께서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내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주 반짝이는 눈동자로 말이다.
***
교송지가 찾아올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우리는 급하게 형님이 업무를 보시는 관청 뒤편 병풍 뒤에 몸을 숨겼다.
원래 사건의 흑막들은 이리 뒤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겠나?
[가가, 재미있어요.]
[낭군님, 다 같이 뭘 훔치는 것 같아 신이 납니다.]
영영이와 미미도 신이 난다는 듯 전음을 보내며 밝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병풍 뒤에 마련한 의자에 앉아 내부를 살피고 있자, 사전에 계획된 대로 비연네 화화루의 바지사장 교송지가 관청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형님 앞에 꿇어엎드려 간곡한 목소리로 발고를 시작했다.
“아이고! 복주지주 어른! 국법을 어긴 이가 있어 그들의 죄를 발고 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요!”
“뭐라!? 국법을 어겨? 대체 어떤 놈들이 국법을 어긴 것이란 말인가!? 일단 진정하고 자네가 누군지 그리고 자초지종을 상세히 말해보게.”
명판관 포청천의 혈육이라더니, 제법 그럴듯한 명 판관처럼 말씀하시는 형님.
형님의 말씀에 교송지가 발고를 이어갔다.
“예, 저는 화화루라는 작은 기루를 가지고 있는 교송지라는 자입니다. 헌데 저희와 같이 근처에서 화월루라는 기루를 하는 황가가 국법을 어기고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요.”
“뭐라!?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해!? 네 말이 한치도 틀림이 없으렷다!?”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거짓말을 고하겠습니까? 확실 합니다요. 저 소식 어른의 부에서 나온 해미생이대조(蟹微生而帶糟). 그러니까 게는 술지게미에 담가 날것으로 먹는다는 말처럼, 그들이 조로 만든 요리를 팔고 있는데, 조는 술을 담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것. 어렵사리 구한 그들의 장부도 증좌로 내 놓겠습니다요.”
미미가 훔쳐 와 교송지에서 건넨 장부가 형님에게 넘겨지고, 형님이 장부를 뒤적거리며 조금 살피는 모습을 보이더니 벼락같은 소리를 내 지르셨다.
“여봐라! 지휘사는 어디 있나! 지휘사를 들라 해라!”
형님은 풍채가 테너 급이니 쩌렁쩌렁 관청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곧이어 두 명의 지휘사가 안으로 뛰어 들어오고, 형님이 지휘사들을 향해 낭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자네들은 곧장 화월루라는 기루로 가서, 화월루의 루주라는 자와 술과 요리 재료들의 매입을 담당하는 그의 아들을 잡아 오너라! 발고가 들어왔으니 내 직접 이 일을 살필 것이다!”
“알겠습니다. 복주지주 어른!”
‘지금이군.’
형님의 말씀에 기회를 살피던 나는 얼른 영영이를 밖으로 내보냈다.
숨겨진 밀주 만드는 장소와 밀주를 찾아야 하니 영영이가 나서야 했던 것.
덕구를 본가에 두고 왔으니 영영이가 이 임무에 제격이었다.
[영영아, 지금이구나 얼른 나가서 준비하거라.]
[알겠어요. 가가. 제가 몽땅 찾아낼게요.]
그렇게 영영이가 밖으로 나서고, 부복해 형님의 명을 받들던 지휘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형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아, 갈 때 이 소저를 데려가게.”
“이, 소저라면?”
형님의 말씀에 되묻는 지휘사.
그 말에 형님이 자기 오른쪽 뒤를 멋지게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지휘사들이 고개를 들어 형님의 우편을 살피자,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병풍 뒤에서 걸어 나가 팔짱을 낀 모습으로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있는 영영이.
영영이가 미소를 짓자 형님께서 지휘사들에게 설명했다.
“밀주를 만들고 홍국을 밀매했다니, 혹시 숨긴 것이 있으면 이 소저가 찾아줄 것이니라.”
“예? 저 소저가요? 무슨 소저이기에?”
그러자 형님이 영영이를 바라봤고, 영영이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두 지휘사를 향해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반가워요. 두 지휘사 어른. 사천당가의 당영영이라 합니다. 제가 두 분을 도와 이 당가의 코로 숨긴 것들을 찾아낼 터이니 저만 믿으셔요.”
그러자 두 지휘사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 당가! 사천당가!”
당가라는 말에 놀라는 지휘사들.
무예를 익힌 자들이니 당가라는 말에 놀라 눈을 부릅떴다.
포형님이 복주지주 정도의 높은 관리라도 무림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의외인 모양.
하지만 놀랄 필요는 없었다.
오늘 영영이의 포지션은 경찰견이니까.
‘왜 놀라구 그래. 그냥 경찰견이야.’
어젯밤은 천사 소녀가 오늘은 경찰견 영영이가 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