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4화 (274/344)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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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휘사와 영영이가 포함된 인원이 위풍당당하게 관병들을 몰고 우르르 화월루로 향했고, 우리는 그사이 다시 형님의 집무실에서 상황 회를 열었다. 

뭐 말은 회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축배라고 해야 맞지만 말이다. 

우리가 축배를 들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아침도 못 먹고 찾아온 온 우리를 위해서 형님이 관청에 일하는 하인들을 시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 주셨기 때문이었다. 

형님의 집무실 테이블에 오리구이, 만두, 찐 게와 구운 생선 같은 다양한 먹거리들이 준비되었고, 청이, 소소, 미미가 배가 고팠던지 열심히 손과 입을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소 언니, 영영 언니가 없어서 좀 미안하네요.” 

“맞아요. 영영이가 있었다면 누구보다 좋아했을 텐데.” 

“영영이를 위해서 조금 남겨둬야겠어요.” 

“조금? 아뇨. 많이요.” 

끄덕끄덕. 

청, 미미, 소소가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나는 셋이 식사하는 틈을 타, 만두 하나를 뜯으며 형님과 핑크빛 미래를 설계했다. 

“이제, 영영이가 어떻게든 놈들이 밀주하는 곳을 찾아낼 터이니, 거기서 가져온 홍국과 밀주 중이던 술만 있으면, 놈들의 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 그래. 당문의 직계의 코가 있으니 그깟 술이야 당연히 찾아내겠지.” 

“예, 그러면 화월루의 루주인 황가와 물건의 구매를 책임지고 있다는 그의 아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일가친척이 아비와 자식 둘뿐이라는 그의 재산과 화월루의 주인이 없어지면서, 부정하게 벌어들인 것들을 몰수하시면 됩니다.” 

몰수라는 말에 감격해 나를 바라보시는 형님. 

‘몰수 얼마나 정답고 아름다운 울림이던가? 보험 설계사라도 된 기분이라니까.’ 

형님의 따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진짜 동생에게 큰 빚을 지네. ” 

“어허 형님, 어찌 저희 사이에 그런 말씀을···. 이 동생 서운합니다.” 

“하하, 알겠네.” 

역시 모든 치료 중에 으뜸인 치료는 금융 치료이기에 형님의 쓰리 턱은 곧바로 바람을 불어 넣은 듯 살아났으며, 곧 쏟아질 돈벼락에 다시 느긋한 얼굴이 되어있으셨다. 

‘화월루를 형님께서 몰수하시면, 나한테 좀 싸게 팔아달라 하면 되겠지?’ 

그렇게 모두 행복한 결말을 꿈꾸고 있을 때였다. 

그때 들려오는 교송지의 우려 섞인 목소리. 

“두 분 헌데 장사랑수대리사평사첨서복건로복주절도판관청공사는 괜찮을까요? 관병들이 몰려가는 것을 이미 알려주었으면 낭패인데 말입니다.” 

장사랑수대리사평사첨서복건로복주절도판관청공사 줄여서 복주청공사. 

직위로는 형님의 비서실장 같은 놈인데, 화월루 주인의 의형제라는 남자이기에 이미 정보가 샜으면 어쩌냐는 물음이었다. 

확실히 높은 위치의 하오문도라 그런지 조심성이 많은 모습. 

그 부분에 관해서 설명하려 했지만, 그의 질문에 형님이 먼저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시게. 해서 오늘 그치를 안으로 들지 못하게 한 것이니. 그리고 그와 상의하지 않고 바로 관병들을 보냈으니. 사람을 보내 알렸다 해도 그사이 술을 다 버리지는 못했을 걸세.”“예, 빠르게 몰아치고 있으니 아마 돕기는 힘들 것입니다.” 

형님과 나의 일치된 의견. 

거기에 형님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관에서 일하는 자들이 무림이나 상계의 인물들과 맺는 의형제는 뭐 실제 의형제라고 할 수는 없지. 필요에 따라서 맺는 의형제이기에 아마 그 정도 의리를 지키지는 않을걸세. 아마 내막을 알아챈 지금쯤 어찌 발을 뺄지 고민하고 있겠지.” 

그렇게 형님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조용해지는 분위기.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살피자 청, 미미, 소소의 식사하는 손이 멈춘 채 그 시선이 형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형님이 그 시선에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무, 물론 나는 청운이와 모, 목숨을 건 의형제 사이라 할 수 있지. 아무렴! 내가 예전에 무공을 좀 배웠다고 이야기했던가? 나도 절반의, 절반의 절반 정도는 무림인이라 할 수 있지 아무렴.” 

형님의 절반의, 절반의 절반이라면 남들 일 인분 정도. 

그러면 결국 무림인이라는 이야기니, 셋도 납득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조폭 세계 출신인 세 여자는 관이나 상계에서 맺는, 서로 필요에 의한 의형제를 이해 못하는 모양이었다. 

무림의 의형제란 필요에 의한 느낌이 아니라 한번 맺은 순간 상대방을 위해 목숨까지 걸겠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부부 사이에도 뭐 저런 느낌은 아니겠지? 배신하면 목을 친다거나?’ 

곰곰이 전생에 읽은 무협지에서 부부 사이에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배신할 건 아니지만, 혹시 실수하면 벌어질 피의 보복이 겁이 났기 때문. 

그러게 대충 화화루의 교송지가 이야기한 걱정에 대답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다시금 들어오는 질문. 

“그건 그렇고 제가 구했다고 한 장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찌해야 하죠? 어찌 구했느냐 하면 대답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어서···. 화월루 깊숙한 곳에서 꺼내 온 것이니까 말이죠.” 

정말 걱정이 많은 인간이었다. 

‘아니, 만두 먹다 목이 막혀서 죽을 걱정은 안 하나? 사람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지. 하긴, 마부, 뱃사공, 점소이, 짐꾼, 인신 매매업자, 기녀들을 상대하다 보면 의심병이 걸릴 수 있지.’ 

중원인들만 해도 의심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중원 밑바닥 인생들만 평생 상대했을 테니 저런 의심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아마 놈들은 장부가 자기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오. 살려면 무조건 자기들 것이 아니라고 할 테니.” 

놈들이 살려면 장부는 자기들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 상황. 

딱히 장부에 화월루를 가리키는 어떤 표식이 없으니, 자신들 것이 아니라 할 확률이 높았던 것. 

“그러면 어찌 놈들의 죄를 입증한단 말입니까?” 

역시나 계속되는 질문. 

솔직히 장부는 놈들의 죄를 입증하는 데 사용할 것이 아니고 수사를 시작하는 계기 정도로 언급될 물건. 

물증은 영영이가 찾아올 테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수사 시작 계기야 어떻든 실제로 밀주하고 있는 술과 홍국이 발견되면 놈들은 빼도 박도 못할 테니,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저걸 증거로 사용해야 한다면, 화월루의 다른 장부와 대조해 놈들의 것이 맞는다는 입증을 해야 하는데 굳이 물증이 나오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저리 걱정한다면, 개떡 같은 이유라도 하나 만들어줘야 했다. 

이건 연기력이 필요한 일인데, 의심이 많거나 걱정이 많아 상대방의 블러핑에 흔들리면 다 헛수고니까 말이다. 

“그럼 이리합시다.” 

“어찌?” 

“저 장부는 한 장의 서찰과 함께 화화루 앞에 떨어져 있던 것으로 말이오.” 

“예? 서찰?” 

“맞소. 누군가가 서찰과 함께 화화루 앞에 장부를 두고 간 것으로 하자는 말이오. 굳이 관에 발고 하지 않은 이유는 화월루의 주인이 복주청공사의 의형제이기 때문이고, 정점인 화화루 앞에 떨군 것은 화화루가 발고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니 맞아떨어지지 않소이까?” 

익명의 투서로 하자는 이야기. 

굳이 관에 투서하지 않은 이유는 복주청공사가 장부 주인의 의형제라는 이유 때문이고, 화화루에 떨군 이유는 그곳이 정점이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으로. 

“그, 그래도 될까요?” 

그러나 그것도 부족한지 다시 묻는 교송지. 

‘하, 이 사람 의심 참 많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의심에 내가 답답한 눈으로 교송지를 바라보자 전음이 하나 들려왔다. 

미미가 답답한지 직접 나서겠다고 전음을 날려온 것. 

[무슨 사람이 저리 의심이 많담? 낭군님, 그냥 제가 보냈다고 하세요. 의적 그거요. 투왕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해 나라를 좀먹는 도둑을 잡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하지요.] 

괜찮겠냐는 듯 미미를 바라보자, 미미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면 투왕의 이미지도 좀 개선 될 것이고···. 나쁘지 않은데?’ 

확실히 아내인 미미의 이미지 개선도 하고, 교송지의 의심도 풀어줄 것이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무림 팔왕급인 투왕이 언급되었는데, 저쪽에서 아니라고 말했다가는 혹시 투왕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헛소리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교송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리한 생각을 전달했다. 

“그럼 아주 만약에 저것으로 놈들의 죄를 입증하거나 출처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책자와 서찰을 투왕이 던져주고 간 것으로 하세.” 

“투, 투왕!? 청운님,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잘못 투왕을 팔았다가는 나중에 뒷감당이···.” 

“아우 괜찮겠나!? 이름을 파는 것은 좋은데, 하필 투왕이라니. 그 ‘도둑놈’의 이름을 팔았다가 혹시···.” 

투왕이라는 말에 놀란 교송지와 형님이 더욱 우려를 나타내고, 거기에 쏟아지는 뾰족한 외침. 

“아, 아니에요!” 

도둑놈이라는 말에 미미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것. 

미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니 아마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모양이었다. 

“제식(弟媳) 뭐가 아니란 말이오?” 

형님이 미미의 뽀족한 외침에 연유를 물었으나, 그제야 참지 못하고 소리친 자신을 발견한 미미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것이.” 

이럴 때는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 

얼른 끼어들어 형님께 설명했다. 

“형님. 투왕도 무림의 팔왕 중 하나이고 높은 고수인데, 아무리 자리에 없다고 해도 하찮은 도둑놈이라 불러서 되겠습니까? 그를 도둑이라 칭한다면 제 처 중 하나인 영이의 조부이신 독왕이나 소소의 아버지인 장인 검왕의 위명에도···.” 

투왕을 도둑놈이라 불렀으면, 독왕은 독 쟁이었고, 검왕은 칼 쟁이었던 것. 

‘더군다나 미미는 어제 천사 소녀로 다시 태어났는데. 이러면 서운하지.’ 

그러자 얼른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형님. 

형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소에게 사과했다. 

사과는 미미에게 해야 했지만 말이다. 

“아, 그, 그게 그렇게 되나!? 나, 남궁 제식 내 그런 뜻은 아니었으니 서운해하지 마시게. 백 제식이 그것을 알려주려 한 것이구만. 고마우이 백 제식.” 

“아니에요. 포 형인.”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형님과 교송지에게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말라 이야기했다.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투왕에 대한 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뒷일은 제가 다 책임질 테니. 같은 팔왕이신 제 장인과 조부님에 계시는데, 설마 그 정도로 투왕께서 저에게 서운하다 하려고요?” 

뭐 투왕 본인이 내 옆에 있으니 괜찮은 것이지만, 내 말에 둘도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래, 아우가 그리 말한다면 그렇겠지.” 

“아, 류 공자님.” 

‘왜 또! 왜! 왜 뭐가 문제인데!’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묻는 교송지의 말에 짜증이 확 나려 할 때, 교송지가 손을 비비며 물어왔다. 

“그런데 그 같이 도착했다는 서찰은 어찌할까요? 헤헤.” 

자기도 미안한지 헤헤거리는 교송지. 

그의 말에 미미가 얼른 나서며 대답했다. 

“제, 제가 쓰겠습니다.” 

투왕 본인이 직접 쓸 모양이었다. 

*** 

영영이는 가가의 부탁을 받고 지휘사 둘과 관병들과 함께 재빨리 화월루를 급습을 시작했다. 

느릿느릿한 관병들을 몰아쳐 화월루 입구에 빠르게 진을 치고, 주변까지 관병들을 널리 퍼트려 사방을 감시하게 한 것. 

그리고 직접 화월루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관병들에게 소리쳤다. 

-쾅당탕! 

“빠르게 둘을 잡아들이세요!” 

“알겠습니다. 소저! 뭣들 하느냐 루주와 그의 아들을 잡아들여라!” 

“예, 지휘사 어른!” 

그렇게 화월루 안으로 관병들이 쏟아져 들어가자, 안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들. 

“꺄아아악!” 

“꺄아악!” 

헐벗은 기녀들이 들이닥친 관병들의 모습에 비명을 질러대며, 침상의 장식으로나 쓸 속이 훤하게 비치는 옷들을 반쯤 걸치다 만 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옷을 대충 걸친 남자들이 달려 나왔다. 

“이 무, 무슨 일이요!” 

“과, 관병이 기루에는 어찌!” 

단잠에 빠져있던 남자들과 기녀들의 비명에 화월루는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고, 잠시 기다리자 위층에서 끌려 나오는 둘. 

‘응?’ 

그러나 영영이는 둘을 보자 일이 뭔가 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주로 보이는 쥐새끼 같은 남자와 그의 아들이 의복을 갖추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끌려 내려온 것. 

보통 이렇게 빠르게 왔으면 다른 놈들처럼 자다가 옷을 걸치다 만 모습이어야 했는데, 의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쳇!” 

그렇기에 영영이는 안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가 술이 익어가는 냄새가 들려오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지!?’ 

일 층을 샅샅이 뒤지길 잠깐. 

부엌 쪽의 벽 한편에서 풍겨오는 미약한 강물 냄새. 

‘술이 아니라 강물?’ 

더듬거리며 나무 벽 틈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의 향 쪽으로 코를 가져다 대자, 나무 벽 틈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퉁! 

그리고 나무 벽을 두드리자 들려오는 텅 빈 소리. 

-와지끈! 

영영이는 벽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안쪽을 살폈다. 

그러자 안에서는 계단이 나타났고, 안쪽으로 재빨리 달려 내려가자, 우물이 하나 있는 큰 공간에 서너 명의 사람이 가까운 강물에 뭔가를 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촤아아악! 촤아악! 

이곳은 아마도 화월루 뒤편 강가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영영이는 뭔가를 버리던 남자들에게 일갈하고는 품에서 암기를 꺼내 네 명의 남자를 곧바로 제압했다. 

그리고 남자들이 뭔가를 버리던 강물 근처로 달려갔으나 저 멀리 강물에 쓸려 사라지는 쌀알만이 보일 뿐이었다. 

곧 영영이를 뒤따라 들어온 지휘사와 관병들이 사방을 살폈으나, 찾은 것은 이미 완성된 술독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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