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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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겁먹은 듯 쩔쩔매다가, 갑자기 실성한 것도 아닌데 벼락같이 호통을 치자 움찔하는 녀석들.
“예!? 그, 그게 무슨?”
“““?”””
형님이 일단 지르셨고 가련이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틈이 없으니, 가련이를 데리고 직접 공당으로 나서기로 했다.
아무래도 가련이 성격상 사람들 앞에 나서봐야 말도 잘못할 테고, 조미료처럼 연기와 함께 상대방의 염장까지 질러야 재미가 있는데 그것은 가련이가 하기에는 퀘스트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몸이 직접 나서 상대방의 화도 돋우고 약도 올리기로 한 것.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자라면 상대방을 염장을 지르는 일 일쯤이야 유전자에 새겨진 패시브 스킬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이 공대는 누커가 필요해. 돚거 류청운 출동이다! 피를 토하게 해주마! 이 녀석들!’
“가련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옆에 있을 것이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느니라. 알겠느냐?”
“예? 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내, 가련이와 직접 나가 저놈들을 절망의 늪에 빠트리겠소!”
그런 이유로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아내들 앞에서 외치자 찬사가 쏟아졌다.
“절망의 늪! 은공 멋진 표현이십니다.”
“가가, 저놈들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울음이 엉엉하고 터져 나오게 해주세요.”
“노공, 직접 저들을 혼내시겠다는 것이군요. 저희가 뒤에서 마음으로 기원(祈願)하겠습니다.”
“낭군님! 힘내세요!”
그렇게 소소, 영영이, 청, 미미의 응원을 받으며 얼른 가련이를 데리고 병풍 밖으로 나서, 바로 형님 옆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형님에게 곧바로 도착 사실을 알렸다.
“복주 지주 어른, 저희가 여기 도착했습니다!”
“오! 동, 아니, 자네 왔는가. 그래 부탁하네.”
내 외침에 내 쪽을 바라보며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형님.
형님의 명을 받고 형님 앞으로 슬쩍 나섰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고 움찔하는 황윤.
녀석이 귓속말로 제 아비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잠시 후, 황윤의 아비가 내 쪽을 향해 분노한 채 이죽거리며 외쳤다.
“인제 보니 무고한 저희를 누가 발고 했는가 했더니, 제갈세가의 접각부께서 벌이신 일이었군요? 제 아들과의 일은 들었으나 저에게 말씀해 주셨으면 대화로 해결할 일인 것을.
제 아들의 잘못이 크나 어찌 그 일로 무고하게 저희를 발고 하신단 말입니까!? 복주 지주 어른의 의형제이며 지체 높은 가문인 제갈세가의 접각부라고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내 이 억울함을 반드시 동경에 알릴 것입니다!”
“맞소. 권세가 대단한 가문이라고 이리 저희를 잡아다 핍박하다니. 분명 제가 술에 취해 남궁가에서 쫓겨난 이의 뺨을 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어찌 그렇다고 권세를 이용해 저희를 핍박하는 것이오! 더군다나 가문에서 쫓겨난 이인 것을!”
형님과 내가 의형제라는 사실까지 알려졌는지 녀석들은 나를 향해 발악했다.
왜 자신들이 끌려와 두들겨 맞았는지 눈치챈 느낌.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말에 전혀 대응하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형님을 바라보고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물었다.
‘녀석들 아주 기세등등하군. 일단 분위기부터 띄워야겠군.’
“복주 지주 어른, 아니, 뭐 어차피 다 알려졌으니. 이럴 필요도 없겠군요. 형님, 혹시 공당에 벌레가 있는 것입니까?”
“버, 벌레? 그게 무슨 말인가 아우?”
내 벌레라는 말에 두리번거리는 형님.
형님이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형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날파리들이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러자 내 말은 알아들은 형님이 눈치도 빠르게 내 말을 거드셨다.
“벌레가 맞긴 하지. 나라를 좀먹었으니 벌레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 양반이 체중과는 다르게 눈치는 아주 날렵하다니깐.’
형님의 눈치에 감탄할 때, 우리 둘의 비웃음에 이어서 터져 나오는 황 씨 부자의 외침.
“우, 우리를 이리 모욕하다니! 커흑!”
“아, 아버진 진정하십시오. 소, 소자 때문에···. 아버지의 체면이 이리! 크흑···. 원통하구나!”
목덜미를 잡은 황가의 아비와 분하고 원통해 부들부들 떠는 황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정도에서 뇌출혈은 곤란했다.
녀석들을 향해 슬쩍 웃어준 후 형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아, 형님. 제가 착각했군요?”
“착각?”
“예,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는 놈들이라. 벌레들도 그것을 알고 시체가 놈들에게 벌레가 꼬인 것뿐인 것을···. 하하하.”
화통하게 웃자 아주 그냥 뒤로 넘어가는 황가.
“저, 저···. 끄릅.”
“이, 이놈! 우리를 그만 욕보여라! 죄도 없는 우리를 잡아다 공당에서 이리 욕을 보이다니! 억울하다 억울해!”
중원은 체면문화 때문에 약을 올리기가 비교적 쉬운 편인데, 거기에 한국인의 영혼 패시브까지 있으니 아주 한마디 한마디에 녀석들이 발광했다.
‘딜 아주 잘 박히는군. 분위기는 이정도 띄웠으면 됐고 슬슬 시작해볼까?’
이미 핫하게 뜨거워진 분위기.
형님에게 술잔과 국자를 부탁드렸다.
“형님, 여러 개의 술잔과 두 개의 국자, 사당과 소금, 그리고 물병을 하나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알겠네. 들었느냐 지휘사는 속히 관병을 보내 국자와 술잔, 물병을 가져오라!”
“알겠습니다. 복주지주 어른!”
관병 둘이 밖으로 달려 나가고 분노에 몸을 떠는 황 씨 부자의 시선을 받으며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공당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그 소리에 형님이 지휘사 하나에게 밖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확인하라 하셨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확인해보거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형님의 명을 받고 달려 나간 지휘사.
잠시 후 그가 당황한 얼굴로 뛰어 들어오더니 형님에게 보고했다.
“보, 복주지주 어른. 바, 밖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찌 황 씨 부자를 잡아들여 문초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요.”
“뭐라!?”
조금 당황한 듯 보이는 형님과 황 씨 부자의 안도하는 얼굴.
형님이 손을 들어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얼른 다가가 형님께 가까이 가자, 약간은 떨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으시는 형님.
[청운이, 네 자네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괘, 괜찮겠는가? 혹 이 일에 한 치의 의심이라도 있으면 여러모로 복잡해져서 말이지. 백성(百姓)들이 관심을 가져 저리 백성들이 몰려들었다면, 잘못하면 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음이야.]
아무래도 정치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여론을 신경 쓰시는 모양.
형님께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형님, 아무래도 백성들이 이 일을 궁금해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공당의 문을 활짝 여시고 희인(希仁) 포증 어르신의 후예인 형님께서 어찌 공명정대하게 판결하시는지 백성들에게 보여주면 될 일 아닙니까?”
“응? 여, 열어? 보, 보여주라고?”
내 제안에 형님이 더욱 당황하는 얼굴이 되신 형님.
국민참여재판을 제안했으니 그런 모양이었다.
“예,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나라를 좀먹는 벌레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해 줄. 공당의 문을 활짝 열어 백성들이 공당 밖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도록 하시지요.”
[저, 정말 괜찮겠는가?]
아무래도 겁이 나시는지 형님께서 다시 한번 속삭이듯 물으셨고, 나도 형님의 어깨에 어깨동무하며 속삭였다.
[원래 위험하면 할수록 보상은 큰 법.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제자가 모든 것을 끝낼 것이니까요.]
[자, 자네 제자? 저, 저 아이 말인가?]
가련이가 이 모든 사건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말에 힐끔 가련이를 보더니 당황하는 형님.
형님이 나에게 좀 더 밀착하시며 물으셨다.
[내 자네 제자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겨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저리 둔해 보이는데 저 아이가 대체 어찌···?]
[예, 저 아이가 형님과 저를 도울 것입니다.]
‘우리 가련이에 대한 대우가 무척이나 박하구나. 단지 가슴이 좀 남들보다 발육 상태가 좋으며 건강한 피부를 가진 것뿐이거늘. 허허 이거 참.’
형님은 무척이나 고민하는 모습이더니, 목패를 책상 위에 후려치며 말씀하셨다.
-따악!
“그, 그래 까짓거. 내 동생을 못 믿으면 누굴 믿겠나! 여봐라! 공당의 문을 활짝 열어 백성들을 들이고, 공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하라! 내 국법의 지엄함과 천리와 응보가 무엇인지 알게 할 것이다!”
“예! 복주지주 어르신!”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이셨다.
[처, 청운이, 저, 절대 자네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호, 혹시 일이 잘못되면 내 처, 처자식을 부탁하네.]
그 와중에도 처자식 걱정이라니.
형님은 정말 참 기러기의 표상.
‘그러고 보니 기러기가 평생 하나의 짝과 같이 산다고 했던가?’
불안하신 듯하여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형님의 명령에 공당의 양개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고, 밖에서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몰려들어 공당 안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몰려든 사람들을 확인하자 다시금 시작되는 황 씨 부자의 외침.
“세인(世人)들은 들어보시오! 우리는 저기 화월루라는 기루를 하는 황 씨 부자요! 우리는 저 권세 높은 가문인 제갈가의 심기를 어지럽혔다고 억울하게 이곳에 잡혀와 문초를 당하고 있소이다! 억울하오!”
“맞소! 나와 아버지는 이 공당에서 저자의 의형인 복주지주 어른에게 매질을 당하고, 체면을 크게 모욕당하였소. 억울하오! 억울해!”
황윤 녀석이 땅까지 치며 통곡하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며 들려왔다.
“제갈가!? 제갈가라면 그 제갈가!?”
“응? 저자가 제갈가의 사람이라고? 저자는 항구에서 천하제일 류가 우육면을 파는 류가 아닌가!? 저자가 제갈가?”
“류가가 제갈가 사람이라고? 아니 어찌 류씨가 제갈가의 사람이 된단 말인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권세를 이용하여 저리 사람을 상하게 하다니 참으로 혹독한 일이 아닌가?”
“허허, 류 씨 저 사람 그리 안 봤거늘···.”
“이 사람 말조심하게 류 씨라니!”
여론이 황가 쪽으로 기울며 나에 대해 궁금함이 증폭된 상황.
나는 앞으로 나서 이 재판이 어찌 시작되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일단 큰 절을 박았다.
겸손함은 최대의 미덕이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복주의 백성 여러분. 저는 복청 류 가장의 주인이자, 제갈가의 접각부인 류청운이라고 합니다.”
“류 가장? 류 가장이라면 복청의 벼랑에 서 있는 그 운치 있는 가문이 아닌가?”
“제갈가의 접각부였구만 저 사람이.”
그리고는 이 일에 대해서 최대한 꼼꼼하게 설명했다.
내 형님이 뺨을 맞은 것부터 황윤이 사람을 보내 파락호들을 보낸 일, 배 아프다는 자를 보내 우리를 음해하려 했던 일, 거기에 제자가 모욕당한 일까지.
“······해서 황윤을 벌하려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데 그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놈들이 감히 국법을 어기고 밀주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해서 제가 직접 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렸고, 사람들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당황한 황윤의 아비가 나서 악을 쓰듯 외쳤다.
“거, 거짓입니다! 제 아들이 미친놈도 아니고서야 어찌 제갈가의 접각부에게 사람을 보내고, 장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사람을 보낸단 말입니까!?”
하지만 몰려든 사람 중에 항구 노동자들이 있었던 모양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내 파락호들이 몰려온 것도 봤고, 장사하는데 찾아와서 요리를 먹고 배가 아프다고 한 놈도 보았지. 그것을 황윤이 보낸 줄은 모르겠지만, 류공자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오.”
“그럼, 항구의 짐꾼들은 모두 보았지.”
“그리고, 그리 높은 신분인데 저리 우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우리들을 대하는데 무례함도 없었지.”
“그럼, 류 씨 아니, 류 공자는 의인이니 말이야.”
그리고 그 틈에서 황윤을 향해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황 씨의 말대로 제정신인 놈이면, 감히 제갈세가의 접각부에게 파락호를 보내거나 그의 요릿집에 사람을 보내 장사를 망치려 하지 않겠지만, 황윤이라면 또···.”
“하긴. 장의문의 장진과 함께 복주의 두 난봉꾼이 아닙니까?”
‘진아, 너란 놈···. 언제나 부끄러움은 이 형의 몫이구나···.’
의제인 장진이 언급되는 통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그런 말에 변명하듯 억울하다는 외침이 다시 터져 나왔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이런! 어, 억울하오!”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지.”
“맞소! 그건 지주 어른의 판결을 보면 될 일이지.”
그간 장사하면서 이미지가 좋았던지 여론전에서는 내 압승이었고.
곧이어 사람들을 비집고 관병이 국자와 술잔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복주지주 어른 국자와 술잔, 물병, 그리고 사당과 소금을 가져왔습니다.”
쟁반에 받혀진 여러 개의 술잔과 국자, 송 시대 설탕인 사당과 소금 그리고 물병.
다른 것은 두고 곧바로 두 개의 잔과 두 개의 국자만을 가지고 항아리로 다가가 갔다.
그리고 각자의 국자로 술을 퍼 두 개의 잔에 각기 따랐다.
-쪼르륵. 쪼륵.
홍국을 써서 붉은 막걸리.
붉고 뿌연 생막걸리가 두 개의 잔에 조금씩 담겼다.
각기 두 개의 국자로 술을 뜬 이유는 술이 절대로 섞이지 않게 하려고.
그리고 그 술잔을 가지고 가련이에게 다가가 이야기했다.
“가련아.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이 두 술의 맛을 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려주면 되느니라.”
“예? 수, 술을?”
“그래, 하나는 저놈들이 몰래 밀주로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술이고, 하나는 국영주창에서 가지고 온 것이니, 네가 맛을 보고, 서로의 차이점을 알려주면 되느니라.”
가련이가 잠시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저, 해, 해볼게요.”
그리고 천천히 잔으로 입을 가져가더니 술을 한 모금 들이켜기 시작했다.
-꼴깍.
눈을 감은 채 맛을 음미하는 가련이.
잠시 후 눈을 뜬 가련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부드럽게 잘 만들어진 술입니다. 단맛과 약간의 신맛이 조화를 이루고···.”
‘응? 이, 이게 아닌데? 설마 소믈리에도 훈련이 필요한데, 훈련이 하나도 안 되어 그런가?’
왠지 뭔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가련이.
당황한 모습으로 가련이에게 말했다.
“가, 가련아. 그것이 아니고 아, 아주 자세하게 말이다. 네가 느끼는 것을 모, 모두 이야기해 보거라.”
그러자 가련이의 눈이 크게 부릅떠지고, 가련이가 부들부들 떠는 모습으로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스, 스승님. 이, 이렇게 사람은 많은 데서···. 호, 혹시 제가 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까요?]
‘뭐야? 일부러 그런 거니 가련아? 스승님 간 떨어지겠다.’
가련이를 달래며 얼른 대답했다.
[저,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말하거라.]
그러자 눈을 질끈 감은 가련이가 한 두어 번 심호흡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수, 술 항아리를 깨끗하게 씻지 않았는지. 토, 토기의 흙 맛이 납니다. 오래된 술의 맛도 서, 섞여 있고. 그, 그리고 거쳐 돌 사이를 흐른 물의 맛. 아마도 물을 산에서 떠왔거나 한 듯합니다. 아···. 또 쌀의 보관이 좋지 않았는지. 약간은 퀴퀴한 맛이 느, 느껴집니다!”
가련이의 말에 형님도 스승인 나도 몰려든 사람들도 놀란 모습으로 가련이를 바라봤다.
‘이, 이 정도였어?’
가련이는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혀를 가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