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후(火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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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잘린 황 씨 부자의 혀를 빼문 목은 곧장 관청 밖 저자에 내걸렸다.
그들의 머리 아래에는 국법을 어기고 밀주를 만들고, 사람을 시켜 나를 습격한 일, 그리고 부녀자인 가련이를 희롱한 일, 거기에 더해 인신매매에 도적질까지 여러 가지 각종 죄목이 적혔다.
밀주와 홍국의 밀매 외에는 딱히 죄를 토설하지 않았지만, 형님이 죽은 놈에게는 다 써서 붙이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죄를 추가하셨다.
“형님, 그건 놈들에게 못 들은 죄인데요?”
“원래 작두에 죽은 놈은 죽일 놈이 되어야 하는 것이네.”
‘뭐지 이 사이다 같은 명언은?’
“그, 그런가요?”
“걱정하지 말게.”
그러자 둘은 아주 천하에 몹쓸 쓰레기가 되었고, 매일같이 관청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잘린 목을 향해 침을 뱉고 돌을 던지며 황 씨 부자를 비난했다.
그렇게 황 씨 부자를 참하고 사흘 후.
“퉤! 더러운 놈 잘 뒈졌다. 이제 그러면 복주의 파락호는 장진 혼자 남은 것인가?”
“그치는 요즘 그 류 대인이 사람 만들겠다고 해서 그런지 조용한 편이지?”
“류 대인?”
“복주 지주 어른을 도와 국법을 어긴 죄인의 죄를 밝히는 데 공을 세운 분인데 이야기 못 들었나? 그 제자와 함께 지금 복주에 큰 이야깃거리 아닌가!”
“무슨 이야기인가 그게?”
“어허 이 사람. 소식이 느리구먼. 류 대인의 혀는 진실을 밝혀내는 혀이고, 그 제자의 혀는 세상 모든 숨겨진 맛을 드러내는 혀라 저자에 알려졌는데, 해서 사람들이 류 씨 가운을 혀의 신비가 숨겨져 있는 가문이라 해서 비설(秘舌) 류가라 부른다지 뭔가.”
“비설 류가?”
“저, 저기 비설 류가의 류 대인이네!”
관청 앞 목이 걸린 장소에 도착하자 세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니, 비설 류가는 뭐야? 좀 제대로 된 걸 붙여주지.’
나와 가련이의 활약으로 명성 작업은 아주 잘 되었는데, 요리 명가로 나가려고 했는데 무슨 혀가 최고라는 이야기가 붙은 상황.
고개를 저으며 관청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제 와서 내가 어쩐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우리가 관청을 찾은 이유는 이번 레이드의 공대장인 형님이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모여서 밥이라도 먹으며 이야기라도 나누자고 연통이 왔기 때문.
해서 이번 레이드에 딜러로 참가했던 가련이와 미미, 영영이 그리고 청이와 소소를 데리고 관청에 도착한 것이었다.
원래는 형님을 기루인 화화루로 모시고 싶었지만, 송 시대 공무원들은 기루 출입이 금지이니 어쩔 수 없었고, 관청에도 공무원들을 위한 구내식당과 요리를 만드는 부엌이 있어 요리와 술을 준비할 수 있으니, 관청으로 오라는 형님의 말에 관청 향하게 된 것.
뭐 밥을 먹자는 말씀이셨지만 그것은 말이 그런 것이고 실제 이번 모임의 목적은 따로 있을 것이 뻔했다.
‘분명 전리품 나누자고 하시는 것이겠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리품 분배.
공대장이 레이드가 끝나고 정산까지 좀 오래 걸린 것은, 놈의 집과 화화루에 숨긴 은닉재산을 찾아 알뜰하게 몰수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는데, 뭐 괜찮았다.
그사이 또 형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미미가 은닉재산을 찾아 몰수하는데,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형님을 도운 것.
그 때문에 기대감 가득한 발걸음으로 관청 안쪽으로 향했다.
이 정도 공을 세웠으니 형님께 슬쩍 말만 꺼내면 내 소원대로 화월루를 뚝 떼어 주실 것이 뻔했다.
형님은 모든 면이 남들과 다르게 크신(?) 분이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이 그 통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제는 얼굴만 들이밀어도 프리패스가 된 관청 입구를 지나 형님이 계신 집무실에 다다르자, 형님이 서류 더미에 파묻혀 계시다가 나를 보고 반색하며 달려 나오셨다.
“아이고! 내 아우 왔는가!”
“형님, 잘 계셨습니까?”
“그럼 잘 있다마다. 이 사람! 자네가 잘 있게 해주었는데 내가 당연히 잘 있어야지. 으하하하.”
역시 치료 중 최고의 치료는 금융 치료라 했던가?
형님은 이제 완전히 기운을 회복하시고 조증이라도 오신 것처럼 기분이 업된 상태셨다.
“여봐라! 준비한 술과 음식을 대령하라!”
“알겠습니다. 지주 어른.”
형님의 안내에 집무실에 있는 원형 탁자에 둘러 자리를 앉자 곧바로 요리들이 차려지고, 음식을 먹으며 대화가 시작되었다.
“자네 덕분에 아주 큰 시름 덜었네. 내 복주지주를 그만둘 때까지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제식들도 많이 드시오. 아, 그리고 가련이도 많이 먹거라.”
“““감사해요. 포형인.”””
“감사합니다. 포대인”
“형님, 술 한잔 받으시지요.”
“오! 그래. 내 동생이 따라주는 것은 먹어야지.”
그렇게 술이 한 두잔 돌아가고 형님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조심스럽게 형님에게 화월루 건물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형님, 화월루에서 몰수한 가산이 제법 많다 들었는데, 그 화월루 건물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아, 화월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예,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요릿집으로 쓸 건물을 찾고 있던지라···. 혹시 몰수한 화월루를 판매할 예정이라면 제가 좀 살 수 있을까 해서요. 물론 돈은 섭섭지 않게···.”
-타악!
“그게 무슨 말인가 청운이! 그걸 자네에게 팔라고! 이 사람 날 뭐로 보고!”
내 말에 술잔을 식탁 위에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시며 화를 내시는 형님.
형님의 정색에 당황했다.
‘뭐냐? 서, 설마 혼자 템먹고 째는 닌자는 아니겠지? 아니면 국가에서 압수된 거라 안 되나? 아니, 형님은 아무래도 청렴결백하고는 조금 거리가···. 꽌시끼리 이러면 너무 서운한데···.’
사람 사는데 여유가 있어야지,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못 사는 법.
또 그게 아니고 설마 혼자 다 먹으려고 그런 것이면 너무 서운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당황한 나와 아내들 그리고 가련이에게 형님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가끔 자네는 이 의형을 너무 서운하게 만들어···.”
“예?”
조증 다음에 울증인지 이제는 서운하다는 형님.
형님의 말씀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는데, 거기에 더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형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내 동경에 소(疏)를 올려 이 일을 소상히 고했네. 물론 자네의 일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해서 말이야.”
“예, 소를 올리셨다고요? 그것은 저번에···. 예? 제 일도?”
소를 올렸다는 형님.
큰 사건이 있으면 동경에 소를 올린다고 하셨으니 그것은 살짝 예상하였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내 일까지 소상히 기록해 소를 올렸다니 조금 의외였던 것이었다.
그냥 형님이 잘 처리하시고 승진 점수나 쌓으면 되실 일인데, 굳이 나에게까지 공을 나눠줄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야 뭐 화월루만 꿀꺽하면 만족하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여기서 있었던 일에 나를 포함해 전부 조정에 알렸다는 말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소의 사건 이후로 아무래도 조정이라면 조금 꺼림직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혼례 영장을 받은 상태인지라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해서 아무래도 조정의 이야기가 나오니 아무래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 형님이 설명하듯 말씀하셨다.
“그래, 내 좀 내용을 다듬긴 했지만, 자네가 나를 도와 국법을 어기고 밀주를 만들고 복주를 어지럽힌 죄인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틀림이 없지 않은가?”
“그, 그야 그렇지요?”
“그래, 해서. 내 자네가 요릿집을 구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정에 몰수한 화월루를 자네에게 상으로 내리는 것은 어떻겠냐고 소를 올렸네. 자네가 나를 그리 도왔는데, 내가 자네에게 어찌 돈을 받고 팔겠나. 우리 사이에 돈거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리고 내 동생의 요릿집이면 이 형이 구해줘야지. 아무렴.”
형님의 말씀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아아, 이 무슨 스케일이란 말인가? 포 형님 당신은 정말 꽌시의 정수이며 꽌시의 도덕책! 꽌시의 바이블! 그래, 꽌시끼리 돈거래라니. 내가 어리석었었구나! 이것이 바로 중원 꽌시!’
나는 중원에 전생한 후 포 형님을 통해 진정한 꽌시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아니, 이 사람 오늘은 그냥 즐기기만 하래도.”
“형님, 동생이 오랜만에 형님과 저를 위한, 저희 의형제를 위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 그렇습니다.”
“동생과 나를? 우리 의형제 말인가?”
“예. 형님.”
황가 덕분에 형님도 좋고 나도 좋은 상황이 되었고, 이런 축하하는 날에 의미를 담은 요리가 빠질 수가 없었으니 내가 직접 요리를 한가지 만들기로 했다.
이런 날에 이 중원 특급 요리사 류청운이 요리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요리를 할 것인가?
“그럼 자네가 또 만들어준다니 내 거절하기는 힘들겠구만, 그럼 어디 기대해 보겠네. 여봐라 내 아우를 공당에 있는 부엌으로 데려다 주거라. 그리고 구할 수 있는 것은 다 구해주어라.”
“알겠습니다. 지주 어른.”
“가련아 너도 가자. 좋은 배움이 될 테니.”
“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내가 굳이 이런 좋은 날 가련이와 동행하는 것은, 그동안 청이를 치료한다고 제자를 너무 방치했으니 이제라도 열심히 가르쳐야 했기 때문.
더군다나 이번 사건으로 가련이의 뛰어난 자질도 다시 한번 확인했으니, 빠른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때문에 이런 날 뿐만 아니라 장사하는 틈에도 틈틈이 가련이를 가르치기로 했기에 가련이와 동행하는 것이었다.
교육 재개랄까?
그렇게 아내들과 형님은 담소를 나누게 두고 가련이를 데리고 공당에서 일하는 하인을 따라 부엌에 도착했다.
“류 대인 무엇을 준비해드릴까요? 지주께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다 구해드리라 하셨으니 말씀만 하시지요.”
무슨 요리를 만들지는 이미 생각해둔 상태.
하인에게 곧바로 재료를 부탁했다.
“두부, 돼지고기, 물고기 한 마리, 향고(香菇), 하(虾 새우), 계단(鷄蛋 계란), 청산(青蒜 마늘싹). 그리고 대산(大蒜 마늘), 생강, 밀가루. 양총(洋蔥 양파)을 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류 대인.”
이미 준비된 여유 재료가 많았던지 재료는 금방 준비되었고, 간단한 요리니 바로 조리를 시작했다.
“가련아 채도 사용은 익숙해졌더냐?”
“예? 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제자를 너무 잡을 수는 없는 일.
가련이에게 일단 칼 쓰는 법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가련아 아홉 가지 칼 쓰는 법은 기억하고 있더냐?”
내 질문에 가련이가 바짝 긴장한 채 대답했다.
“예, 스, 스승님.”
“그래 한번 잘 기억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거라.”
“예, 스, 스승님. 편(片 피옌) 얇게 편으로써는 것, 사(絲 쓰) 편으로 썬 것을 다시 썰어 채로 만드는 것, 말(末 무어) 잘게 다지는 것, 말등(末等 무어덩) 가지런히 다지는 것, 괴(塊 콰이) 큼지막하게 덩어리로 떨어내는 것, 단(段 두안) 막대처럼 길쭉하게 썰어내는 것, 정(丁 딩) 주사위 모양으로 써는 것, 조(條 티아오) 두께 있게 넓게 써는 것, 이(泥 니) 칼등을 이용해 다지는 것. 이, 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가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가르침은 잊지 않았구나. 그럼 정화 선공에게는 무엇을 배웠더냐?”
“그, 그것이 동경에 도착해 얼굴을 뵙고 증(蒸)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저, 전부입니다. 바로 스승님의 편지가 도착해서.”
‘하긴 그럴 거로 생각했는데, 뭐 어쨌든 내가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겠군.’
아무래도 타이밍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겠구나. 칼은 손에 익었더냐?”
“예, 조, 조금.”
“칼을 한번 잡아, 내가 하는 대로 한번 해보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은 두부의 속을 파내는 일.
두부가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아무래도 무른 재료.
칼이 얼마나 손에 익었는지를 살피는 데는 제격이었다.
그렇게 먹음직한 크기로 썰어낸 직사각형 두부의 가운데를 네모나게 파내 가련이에게 보여주자, 내 옆에서 곧바로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 가련이.
“사, 살살. 조심해서.”
가련이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직사각형으로 잘린 두부의 속이 파여 하나둘 직사각형의 틀 모양이 되었다.
“그 정도면 훌륭하구나. 아직 열심히 연습해야겠지만 그 정도로 칼이 손에 익었다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도 되겠구나. 채도 연습은 게을리하지 말거라.”
“가, 감사합니다. 스승님.”
내 말에 기뻐하는 가련이.
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었고, 무른 두부를 파내는 손길에도 거침이 없고 부드러웠으니, 이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가련이에게 곧바로 다음 과정에 관해서 설명했다.
“이제 다음으로 가르칠 것은 화후(火候)이니라.”
“화후···.”
내가 가련이에게 가르칠 다음 과정은 화후(火候).
바로 요리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