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두부(兄弟愛豆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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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리법을 가르치면서 만들고 있던 요리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원래 모든 것은 실전과 병행하는 것이 효율이 좋은 법.
친구에게 게임을 배울 때도 아무것도 모를 때 겁나게 두들겨 맞아봐야 정신이 들어 쉽게 배우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한국인의 교육 마인드를 가련이에게 적용하기로 한 것.
‘아니, 게임인의 마인드인가? 뭐 아무튼.’
“가련아 일단 두부의 속을 파내고 있거라.”
“예, 스승님.”
그렇게 가련이에게 두부 속을 파내라 시키고 나는 다른 재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타탁.타탁.타탁.타탁.
먼저 돼지고기와 생선을 채도 두 개로 리듬 있게 다졌다.
그리고 이어서 다질 재료는 표고버섯인 향고와 새우.
-탁.탁.탁.
“스승님, 그런데 무엇을 만드는 것인가요?”
두부의 속을 열심히 파내면서 묻는 가련이.
요리를 만든다고 하고는 재료를 다지고만 있으니 궁금한 모양이었기에 가련이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만드는 것은 두부 만두란다.”
“두부 만두요?”
두부도 막 익숙해지는 송 시대에 두부로 피를 만든 만두를 만든다고 하니 신기한 모양.
놀라서 눈을 깜빡이다가 손이 놀고 있는 것을 안 가련이가 깜짝 놀라 다시 손을 움직였다.
“아, 아차.”
“그래, 두부 만두. 그리고 두부를 다 만들고 이것도 좀 도와주거라.”
“예, 스승님.”
-탁탁탁탁.
나는 표고와 새우를, 두부 파낸 것을 끝낸 가련이는 양파와 약간의 생강을 열심히 다졌다.
그리고 완성된 것을 합쳐 만두소를 만들기로 했다.
질척하게 변한 돼지고기와 생선 살을 섞자 걸쭉한 죽처럼 변하는 반죽.
그 안에 소금과 달걀의 흰자, 생강, 마늘과, 후추,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자 반죽에서 고소한 향기가 솟아올랐다.
“그냥도 좋은 향이 납니다. 스승님.”
“지금 보는 것을 잘 기억하고 나중에도 할 수 있도록 하려무나.”
“예, 스승님. 생강, 마늘, 후추. 어, 그리고 아! 참기름.”
고소한 향이 솟아나는 반죽에 물을 조금씩 섞으며 마치 젤리같이 변할 때까지 한 방향으로 저어주고, 젤리같이 변한 반죽을 옆에 놓아두었다.
다른 만두라면 속이 씹히도록 준비하지만, 두부 만두는 이렇게 질척하지 않으면 굽다가 속이 두부에서 빠져나와 버릴 수 있기에 이렇게 젤리처럼 속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
이어서 가련이가 손질한 두부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두부를 파낸 공간에 만들어 둔 만두소를 채우기로 했다.
“가련이 이렇게 속에 밀가루를 살짝 뿌리고 수저로 속을 채우거라.”
“네, 스승님. 네모난 만두라니 재미있습니다.”
“만두라 해서 꼭 같은 모양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사람이 먹기 좋게 또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요리니까 말이다.”
“아, 그렇군요.”
보조가 생겼다고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요리.
둘이 손을 움직이는지 얼마 안 돼 벌써 모든 준비가 끝이나 버렸다.
하얀 사각의 두부 틀 안에 꽉 차오른 고기의 소.
“자 되었다. 이제 이것을 구워 보자꾸나. 먼저 속을 채운 부분에 밀가루를 바르고, 겉에 달걀의 흰자를 발라서 내게 주거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지금부터 화후에 관해서 설명할 테니 잘 듣거라.”
“예, 알겠습니다!”
웍에 기름을 살짝 채우고 웍을 달궜다.
그리고 우선 마늘과 생강으로 기름에 향을 입혔다.
-치이···.
흘러나오는 마늘과 생강을 먹인 기름의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
그런 향을 배경 삼아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화우가 무엇인지.
“불화(火)에 물을 후(候) 합쳐서 화후. 물을 후자에는 시중든다는 뜻도 있으니, 불로 시중은 든다고 뭐 그런 뜻인데, 중원의 요리는 불의 요리라 칭할 정도로 불이 중요하니, 그것을 반영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단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스승님.”
“그렇게 요리에는 무엇보다 불이 중요한데, 불에도 종류가 있는 것을 아느냐?”
“예? 부, 불에도 종류···.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모, 모릅니다.”
“아니, 죄송할 건 아니지. 설명해줄 테니 잘 듣고 기억하거라.”
“예, 스승님!”
“불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그것은 왕화(旺火), 온화(溫化), 미화(微火)라고 부르느니라.”
중원의 요리는 불의 요리라 할 만큼 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장작을 때면서도 불의 강도를 구분해 부를 만큼 불에 진심인 곳이 바로 중원 요리계.
세 가지 불에 대해 알려주자 가련이가 암기하려는 듯, 내가 가르쳐 준 것을 되뇄다.
“왕화, 온화, 미화.”
“그래, 불의 세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인데, 왕화는 가장 센 불, 온화는 중간불, 미화는 약한 불을 의미하느니라. 이리 불을 달리하는 이유를 혹시 알겠느냐?”
“그, 그것이···.”
가련이가 또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기에 곧바로 설명을 이었다.
지금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르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탁탁탁.
가련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곧바로 청산(青蒜 마늘 싹)을 크기별로 들쭉날쭉하게 썰어 가련이 앞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그 마늘 싹을 가리키며 물었다.
“보거라 청산의 크기가 다양하지 않더냐?”
“예, 그, 그렇습니다. 스승님.”
“이렇게 재료는 일정하지 않고 다들 그 특색과 모양이 다르기에, 불을 각기 다르게 하여 조리하는 것이란다. 크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으면 적게 걸리니까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잘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가련이.
미소를 띤 채 가련이에게 그다음으로 조리법의 종류를 설명했다.
“이제 설명하는 것은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거라. 나중에 확인도 할 것이니.”
“예, 스승님!”
“조리법은 크게 스물한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곧 화후 불을 어찌 써서 요리했는지를 나타내느니라. 동(凍), 돈(燉), 로(滷), 변(邊), 소(燒), 훈(燻), 오(熬), 화외(火畏), 국(焗), 작(炸), 증(蒸), 자(煮), 초(炒), 천(川), 취(脆), 고(烤), 탕(湯), 팽(烹), 전(煎). 확실히 알아들었느냐?”
“예!?”
우렁차게 대답했다가 갑자기 데굴데굴 눈알만 굴리는 가련이.
가련이의 긴장된 모습에 설마 못 알아들은 것인가 싶어 되물었다.
“우리 가련이 설마 이런 것도 한 번에 못 외우는 거 아니지? 에이 설마···.”
‘영영이도 아니고···.’
마지막 말은 삼켰지만, 내 말에 가련이의 관자놀이로부터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동(凍), 돈(燉), 로(滷).
동(凍)은 고기를 연골과 조려 차게 식혀 썰어 먹는 요리법을 말하느니라.
돈(燉)은 미화로 오래 끓여 재료를 익히는 요리법을.
로(滷)는 국물을 우려내는 것을 말한단다.”
“도, 동. 동, 로?”
“가련아? 동, 돈 로.”
“도, 동, 로?”
긴장했는지 에러가 나버린 가련이.
피식 웃으며 요리를 계속했다.
“가련아 기억하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러면 이 요리부터 설명해주마.”
“네, 스승님···. 죄, 죄송···.”
“죄송하다는 말은 하지 말고 들어보거라.”
“예...”
“전(煎) 이라는 요리법이 있는데, 전이란 재료가 기름에 잠기지 않게 해서 온화로 재료를 황금색이 될 때까지 지져서 익히는 요리법을 말한단다. 지금 우리가 할 요리지.”
가련이와 이야기하느라 조금 과하게 달구어진 웍을 불 위로 올려 온도를 낮추고, 그 위로 만들어 둔 두부 만두를 올렸다.
-치이이이익.
곧바로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두부 굽는 소리.
두부의 한 면이 자글거리며 익어가기 시작했다.
흘러나오는 두부 굽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고, 그러자 우리를 돕던 하인들도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두부 굽는 냄새가 좋긴 하지.’
-꼴깍.
들려오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군침을 삼키는 가련이.
‘식탐이 많아졌나?’
어째서 가련이가 부쩍 성장했는지 살짝 알 수 있었다.
“가련아 먹어보고 싶으냐?”
“아, 아닙니다.”
“아니긴. 먹고 싶어 보이는데.”
“아, 아닙니다. 스승님. 괘, 괜찮습니다.”
아니라고 하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보이는 가련이.
가련이에게 요리사 최대 장점을 이야기해 주기로 했다.
“요리사가 되면 뭐가 좋은지 아느냐?”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한 가련이가 고개를 살짝 내 쪽으로 가까이하며 물어왔다.
아주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뭐, 뭔가요?”
“그야 당연히 요리의 맛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이지.”
“그, 그렇군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애써 짓지만, 입가에 걸리는 가련이의 미소.
한쪽 면이 다 익은 두부를 뒤집어 다른 면을 익히기로 했다.
-척. 척.
내 손길에 의해 한 번에 서너 개씩 동시에 뒤집히는 두부.
-치이이익.
노릇하게 황금색이 된 한쪽 면.
그 면을 보자 오랜만에 두부구이에 간장 찍어서 흰 쌀밥에 먹는 생각이 나, 나도 군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리고 총 여섯의 면을 그렇게 다 익혀주자, 전(煎) 요리의 과정이 끝이 났다.
하지만 요리가 결코 완성은 아니었다.
“요리의 마지막은 접시에 담아 손님께 내는 것이 마지막. 그전까지는 절대 긴장의 끈을 놓아서 아니 되느니라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제자 명심하겠어요.”
사각의 두부 만두를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그 위에 청산(青蒜 마늘 싹)을 다져 조금씩 뿌렸다.
한국에서는 요리에 이 마늘 싹을 잘 사용하지 않고, 마을 자체를 많이 먹지만, 중국은 마늘보다 마늘 싹을 좋아하니, 향긋한 마늘의 향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하려고 고명처럼 뿌리는 것이다.
그렇게 요리가 완성되고 공부도 하고 요리도 하려고 수고한 가련이에게 상을 내리기로 했다.
상이란 우리가 만든 두부 만두를 제일 먼저 맛볼 수 있게 해준 것.
“자, 하나 먹어보거라.”
“하, 하지만 어찌 제자가 먼저.”
작은 그릇에 두부 만두를 하나 올려 가련이에게 내밀자 주저하는 가련이.
가련이에게 엄하게 말했다.
“가련아 이것은 즐기기 위해 먹는 요리가 아니고, 요리가 잘 되었는지 손님들이 먹고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는 과정. 어서 먹어보거라.”
“그, 그렇다면 제자 먹겠습니다.”
그릇 안의 뜨거운 두부를 손에 쥐었다가 깜짝 놀라 다시 두부를 그릇 안에 떨군 가련이의 입으로 두부 만두가 사라지고.
“허으···. 뜨, 뜨거워요.”
곧이어 마치 기차의 화통처럼 뜨거운 김이 가련이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가련이가 감격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소한 구운 두부 안에 고기와 새우의 맛이 살이 있고, 향고와 후추의 향이 잡내를 잡아주어 아주 맛있습니다.”
혀가 예민한 가련이가 맛있다면 모두가 맛있는 요리.
곧바로 가련이에게 지시했다.
“가련아 접시를 들고 따르거라. 형님께로 가자!”
“예! 스승님.”
형님과 나를 위해 만들었지만, 생각해보니 가련이와 나의 스승과 제자의 첫 요리이기도 한 두부 만두.
우리가 그렇게 스승과 제자의 첫 요리를 가지고 형님의 집무실로 들어서자 곧바로 감탄이 터져나왔다.
“오오. 이것이 무엇인가? 두부인데 그냥 두부는 아니구나?”
“노공, 어떤 요리입니까?”
“가련아 얼른 내려놔 봐. 어서 먹어보게.”
가련이의 손에서 내려진 커다란 접시가 식탁 중앙에 안착하고, 고소한 두부의 향이 흐르는 김이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그러자 형님이 어른으로서 제일 먼저 젓가락을 들어 세 개를 한 번에 입안으로 가져가셨다.
-츄르릅.
형님의 입속으로 녹아버리듯 사라지는 두부.
“허우. 좋구나. 고소하게 구워진 두부 안에 맛있는 고기가 차 있으니 고소하고 맛있구나. 동생 그런데 이 요리의 이름은 무엇인가?”
내가 만든 두부 만두의 정식 명칭은 주홍무두부(朱洪武豆腐), 또는 동강양두부(東江釀豆腐)라고 부르는 요리.
명의 개국 황제 주원장이 걸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어린 시절.
동강지역에서 얻어먹고 잊을 수 없어 유명해졌다는 요리.
해서 주원장의 이름을 따서 주홍무두부(朱洪武豆腐).
또 다른 썰로는 두 의형제가 음식점에서 요리를 시키려 하는데, 형은 돼지고기 요리를 아우는 두부 요리를 시키겠다며 싸워, 주인장이 보다못해 둘이 싸우지 말라고 만들어줬다는 데서 유래해 동강양두부(東江釀豆腐).
‘하지만 지금 주원장은 유전자 단위로도 존재하지 않을 시기이고, 싸우는 형제를 중재하기 위해서 만든 요리도 아니니. 이름은 내 마음대로 형제애두부(兄弟愛豆腐) 정도로 할까?’
형과 동생이 둘 다 행복해져, 만들어 먹는 요리.
형님과 동생의 우애를 칭송하는 요리.
“형님, 딱히 이름은 없지만, 형제애두부(兄弟愛豆腐)로 부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자 내 말에 형님이 부끄러운지 조심스레 볼을 붉혔고, 형님의 반응에 다섯 여자가 움찔했다.
‘아니, 형님, 사랑 아니고 우애인데···. 아무래도 그 반응은 아닌데···.’
형님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나조차 약간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