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6화 (286/344)

딸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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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독고가의 가주는 그간 남궁가의 가주가 칠대세가회의 수장을 너무 오래 하며, 전횡을 일삼았다고 생각하외다. 당가나 제갈가가 회 내에서 소외되는 것을 방치한 것도 그중 하나. 해서 이제 남궁가의 가주가 물러나고, 칠대세가회의 수장을 다시 뽑기를 제안하외다.” 

회가 시작을 알리고, 여러 가지 일들이 논의된 그 마지막. 

제일 마지막 도착해, 불성실한 태도로 회 내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독고가의 가주가 미리 계획된 대로 남궁 가주가 물러날 것을 제안했다. 

눈치도 없이. 

[모용 가주 한바탕 소란이 끝나면, 내 그대를 다음 수장으로 지지하겠소.] 

기대하라는 듯 승겸에게 전음을 날려오는 독고가의 가주. 

모용승겸은 터질 듯이 답답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봤다. 

‘일을 도모하려면 마지막까지 안심해서는 안 되거늘. 일이 다 틀어진 것도 모르고 인제 와서 뭘 하겠다고···.’ 

일을 도모하려면 일찍 와서 사람들의 의향도 다시 묻고, 회의 분위기도 살피고 해야 하는 것인데, 느지막하게 나타나 눈치도 없는 소리를 하니 안타까움과 동시에 짜증이 났다. 

괜히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까 봐 말이다. 

남궁가가 칠대세가회의 수장을 항상 차지하고 있다면, 모용가는 항상 이인자. 

그 이인자의 자리에서 오랜 경험이, 지금 독고가를 따라 한배를 탄다면, 파멸뿐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를 봐서 확실히 빠져야겠어. 남궁 가주한테 밉보이지 않게 태도도 확실히 해야겠구만.’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있는데 들려오는 남궁 가주의 떨떠름한 목소리. 

“아하, 본좌가 전횡을 일삼았다?” 

“그렇소! 당가나 제갈가가 회 내에서 소외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소이까? 이득의 분배도 미묘하게 차이를 두고 말이오. 칠대세가는 다들 동등한 위치. 그런데도 방치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며 전횡이외다. 아니 그렇소? 제갈가 그리고 당가의 가주?” 

독고가의 가주가 동의를 구하듯 물었지만, 제갈가의 가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아니, 형님,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나도 금시초문(今始初聞)일세. 누가 우리 두 가문을 소외시켰단 말인가?” 

“아, 아니 정녕 그리 생각한단 말이오!?” 

영문을 모르겠다는 두 가문의 말에 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독고가의 가주. 

그가 당가와 제갈가의 가주에게 이죽거렸다. 

“흥. 인제 보니 그리 당하고도 남궁과 한배를 타겠다 이것인가? 흥! 배알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 

“뭐요!? 지금 감히 본인과 본인의 의제의 체면을···.” 

-탕! 

-콰드드득! 

독고 가주의 이죽거림에 화를 내려 했던 당가의 가주. 

그러나 그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제갈가 가주가 데려온 그의 부인.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며 그녀가 탁자를 후려치자, 찻잔에서 시작된 얼음이 물결처럼 파도치며 탁자를 가로질러 얼음송곳이 되었고, 그것이 독고 가주의 턱밑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귀신같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말하는 북해빙궁주. 

“제 형인과 노공을 제 면전에서 모욕하다니.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으면 될까요? 북해의 냉기는 중원이라 해서 따듯하지 않습니다만?” 

“이, 이 무슨!” 

-쾅! 

“다들 그만!” 

독고가의 가주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자, 검왕이 책상을 후려치며 내력을 담은 호통으로 모두를 진정시켰다. 

‘대, 대단하구나.’ 

새외사천왕을 팔왕과 같은 배분에 두는 것에 세인들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용승겸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면 확실히 죽는다는 것을. 

물을 순간 얼음으로 만드는 북해빙궁 특유의 한기를 머금은 내공도 그렇지만, 그것을 탁자 반대로 보내 턱 끝에 위치하게 하는 그런 섬세한 내공 수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이제 제갈세가에 대한 대접은 달리해야겠군.’ 

그렇게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제갈가에 대한 대접을 달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남궁가의 가주이자 검왕이 깍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빙 부인, 칠대세가 회에서 무력은 금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부디 조심해 주시오.” 

“아,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밖에서 따로는 괜찮겠지요?”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서로 합의만 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소이까?” 

“알겠습니다. 회를 소란케 해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남궁 가주는 북해빙궁주에게 했던 말투와는 정반대의 느릿하고 거만한 말투로 독고 가주를 향해서 물었다. 

“그리고···. 독고 가주. 그럼 내가 물러나는 게 좋을지 어떨지 회의 법대로 거수에 붙여봅시다.” 

“좋소. 나도 그 말을 하려 했소이다!” 

“그러면 내가 전횡을 일삼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거수(擧手)하시오.” 

독고세가 가주의 눈빛이 계속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미리 이야기가 되었던 사람들에게 전음을 보내는 느낌. 

남궁가주가 저리 자신 있는 모습이면 의심이라도 해야 하는데, 독고세가의 가주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모용승겸에게도 전음이 날아왔다. 

[어서 거수하시오! 이때요!] 

하지만 모용승겸을 그 눈빛을 피하며 먼 산을 바라봤다. 

“허허, 이런 문제에 거수라니.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구려,,,” 

[뭐 하는 거요!? 모용 가주! 모용 가주!] 

그 결과 거수한 자는 독고 가주 단 한 사람. 

망연한 결과에 독고 가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그가 분노한 얼굴로 미리 약조한 사람들을 쏘아봤다. 

그러자 팽가의 가주는 ‘나야 아무래도 가족의 의견을 따라야 하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 마시오.’라며 당가쪽을 바라보았고, 황보가의 가주는 그 와중에도 무공을 수련하는지 두 팔에 힘을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검왕의 말. 

“나도 거수할 의견을 하나 내겠소.” 

“무, 무엇입니까? 남궁 가주?” 

모용슴겸이 자신을 쏘아보는 독고 가주의 시선을 피하려고 대꾸하자, 남궁가의 가주가 독고가의 가주를 슬쩍 바라보며 대답했다. 

“독고세가를 칠대세가회에서 영구히 추방(追放)하는 의견에 대해 거수하기를 원하오.” 

“뭐! 뭐라! 그, 무슨 망발이오!” 

갑자기 꺼낸 영구추방이라는 말. 

독고 가주가 버럭 화를 냈지만, 검왕의 중후한 내공이 실린 말이 회가 열리는 건물을 쩌르르 울렸다. 

“닥쳐라! 

-쩌르르르. 

‘가, 갑자기? 너, 너무 무리수 아닌가?’ 

아무리 자신을 회의 수장에서 끌어내리려 했어도 그렇지, 영구추방은 다른 문제. 

회의 규칙대로라면 모든 가문이 찬성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있는 문제이니, 아무래도 남궁 가주가 화가나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모용슴겸의 생각이었다. 

독고가가 영구추방 당한다면 남궁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는 것이니, 다른 가주들도 이런 일로는 영구추방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했던 것. 

그러자 왜 자신이 영구추방에 대한 의견을 냈는지 분노한 얼굴로 남궁 가주가 설명했다.

“몇 년 전 본인의 아들이 큰 죄를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난 일을 다들 아실 것이오.” 

“아, 예 다, 당연히 알지요.” 

당연히 남궁 가주의 아들인 전 검룡 남궁현의 이야기라면 여기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남궁가의 아들이 독고가의 아들을 해한 일로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처벌에 보증인이 되어주었으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처벌을 보증하기로 했으니 당연히 알고 있지요.” 

“그렇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당사자니 당연히 기억하지.” 

“그렇소.” 

그렇기에 당연히 알고 있다 모용슴겸과 다른 가주들이 대답했지만, 남궁 가주를 통해 들려온 이야기는 상상 못할 이야기였다. 

“독고가의 가주가 가문에서 쫓겨난 내 아들을 죽이려 했소.” 

“뭐! 뭐요!?” 

“그, 그것이 정말이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남궁 가주의 말에 팽가와 황보세가의 가주까지 놀랐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사자 두 가문을 제외하고 다섯 가문이 보증했는데, 뒤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다섯 가문의 체면을 완벽히 무시하는 일. 

이게 사실이라면 독고세가는 오늘 칠대세가회에서 반드시 영구히 추방당할 것이 분명했던 것. 

“모, 모함이오! 즈, 증좌가 있소!?” 

독고세가의 가주가 항변했지만, 곧이어 남궁 가주 동생의 손에 끌려들어 온 너덜너덜한 전 선공이었다는 요리사와 독고가의 방계라는 시안의 패두(牌頭)가 그들의 죄를 자백했다. 

“자, 더 할 말이 있소?” 

아무 말도 못 하고 시뻘게진 얼굴로 부들부들 떠는 독고가의 가주. 

남궁가의 가주가 예의 느릿한 목소리로 좌중을 향해 물었다. 

“칠대세가회에서 독고세가를 영구히 추방하는 데 찬성하는 분을 손을 드시오.” 

‘이런 건 눈치 볼 필요 없이 확실히 해야지!’ 

모용슴겸은 누구보다 먼저 손을 들었다. 

이인자 자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확실한 때에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자리를 보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또 아까 독고가주가 뒤에서 꾸민 일을 전부 남궁 가주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 확실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자 독고 가주의 눈빛이 쏘아졌으나, 이어서 모든 가주의 손이 들리자 그의 눈빛은 자신을 더 이상 쫓지 못했다. 

분노해 소리를 질러야 했으니까 말이다. 

“왜! 내 아들만 죽어야 하오! 피는 피! 그것의 무림의 불문율 아니었소! 남궁의 가주가 검왕이기에 우리 가문이 양보했던 것을 찾으려 했던 것뿐! 그것이 그리 잘못이오!”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 본인의 선택. 

만약 처음부터 죽음을 원했으면 남궁 가주가 검왕이라도 결코 자기 아들을 살리지 못 할 일 이었고, 꽤 많은 이권을 그 일로 양보받은 것을 다 알고 있는 다른 가주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거래는 그런 거래였으니까. 

그리고 이어진 검왕의 매서운 질타. 

“네, 죽은 네놈 아들의 체면과 칠대세가중 하나인 네놈의 가문을 위해서 끝까지 불문에 부쳤으나, 끝까지 그리 말한다면 나도 참지 않겠다! 네 아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느냐!? 

혼례를 위해 인사를 온 놈이 한밤중 후원에서 사람들이 보는 줄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없이 제 하인과 개처럼 몸을 섞었기에 분노한 내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임을!?” 

충격적인 이야기. 

만약 사실이라면 남궁현의 손속이 지나치긴 했지만, 검왕의 딸을 업신여기고 곧 그 아비인 검왕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 

도리어 그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그 비밀을 숨겨준 남궁가의 가주는 의인이 아닌가? 

남궁 가주의 마지막 말에 남은 다섯 가주가 독고 가주를 향해 이죽거리며 말했다. 

자기들의 체면을 무시당해 화가 난 느낌으로 말이다. 

“멀리 나가진 않겠소. 살펴 가시오.” 

“수치를 모르고 우리 모두의 얼굴에 먹칠했으나, 아들이 죽은 슬픔을 생각해 불문에 부칠 테니 이쯤에서 그만두시오. 그럼 잘 가시오.” 

“만약 이 일로 앙심을 품고 남궁가나 그 아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남은 다섯 세가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오.” 

“무사들은 뭐 하는가? 손님 떠나신다는데?” 

“독고가주 실망이오. 남자는 힘으로 말하는 것이거늘. 흥” 

“그런데 그때 우리가 뭘 보증했지? 아,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럼 뭐 자네 말이 맞겠지.” 

그렇게 수치와 치욕으로 물든 독고 가주가 회 밖으로 추방당하고, 모용승겸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간 놈은 나간 놈. 

독고세가가 쫓겨나 칠대세가회의 세가 줄었으니 다른 가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그 와중에 자신과 끈이 있는 가문을 추천하려 했던 것. 

이인자는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니까. 

“그나저나 남궁 가주 이제 독고세가가 회 밖으로 쫓겨났으니, 그러면 다른 무가를 하나 더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대문파를 향해 목소리를 내려면 한 가문 정도는 더 있어야 하는 것이···.” 

그러자 남궁가주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몇 년은 그대로 갑시다. 그리고 몇 년 후면 꽤 괜찮은 후보가 생길 것도 같으니.” 

“예? 생각해둔 가문이 있으셨단 말이오? 어떤 무가요 그것이?” 

“한번 슬쩍 생각해보았소이다. 무가라고 하기에는 애매한데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무가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칠대세가에 머리가 똑똑한 가문도 있고, 독을 잘 쓰는 가문도 있는데, 남은 한자리에 요리 잘하는 가문은 어떻소이까?” 

“요, 요리 말입니까?” 

남궁 가주의 말에 모용승겸은 벌써 두 번째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소리안지 아까부터···.’ 

*** 

며칠 후 남궁가의 가주 전 앞. 

모용승겸이 남궁가의 가주전 앞에서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후우. 그래, 반드시 회에 들고 말겠다!’ 

칠대세가 아니, 이제 육대세가회는 모두 끝났으나 모용승겸은 아직 되돌아가지 않았다. 

이미 육대세가회의 일원인 그가 갑자기 웬 회에 들겠다고 다짐하는 이유. 

며칠 머물며 살펴본 결과 당가, 남궁가, 제갈세가가 자기들끼리 어떤 비밀회의 일원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칠대세가 회와는 비슷하지만 좀 더 끈끈한 무엇으로 이루어진 그런 회가 말이다. 

그리고 역시나 항상 이인자로 보내며 쌓았던 경험이, 모용승겸에게 그 회에 들지 못하면 앞으로 이인자의 자리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었기에 되돌아갈 수 없었던 것. 

“크흠. 가주 접니다.” 

“아, 드시지요.” 

모용슴겸은 반드시 무슨 수를 내서라도 그 회에 들겠다 다짐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반갑게 자신을 맞는 남궁 가주. 

자리에 앉자 차가 준비되고 남궁가의 가주가 모용승겸에게 물었다. 

“그래, 독대를 청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모용슴겸은 승부를 내기로 했다. 

그간 여기저기 쥐새끼처럼 귀를 기울이며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알아낸 회의 이름을 말하며 회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기로 한 것. 

모용승겸은 어렵게 알아낸 회의 이름을 외쳤다! 

“가주! 사, 삼합회에 들고 싶소이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는 남궁 가주. 

어지간해서 놀라는 일 없는 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그, 그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들었소!” 

‘역시나 비밀 회인가!’ 

놀라는 모습으로 보아 확실히 대단한 회인 모양. 

모용승겸은 간청했다. 

“제발 저도 삼합회에 넣어주십시오. 남궁 가주! 같은 칠대 아니 육대세가 아닙니까? 제가 항상 세가회의 두 번째 자리에서 고생한 것을 알지 않습니까? 이번 독고 가주의 일에도 제가 가장 먼저 거수하였습니다!” 

“크흠. 이게 제가 원한다고 넣어주고 어쩌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지라···.” 

‘뭣? 남궁 가주도 어쩔 수 없어? 검왕의 위에 누군가 있다고?’ 

화들짝 놀라는 마음으로 모용승겸은 다시 간청했다. 

검왕을 아래 두다니 분명 대단한 회가 분명 했던 것. 

“남궁가주 서운합니다! 회의 비밀을 지키고 회를 위해 일할 것이니, 제발 입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난처한 표정이었다가 자신의 간청에 조심스럽게 되묻는 남궁 가주. 

“그 뭐···. 하나 정도는 더 되려나? 모용가주가 도와주면 더 도움이 될 것도 같긴 한데···. 그나저나 물어라도 보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하오.” 

“조, 조건? 그게 무엇입니까? 남궁 가주!” 

“그, 혹시 그러면 모용 가주, 따님이 있으셨던가요? 딸이 있어야 이야기라도 한번 해볼 것 같아서···.” 

“예? 딸?” 

‘설마 자식을 볼모로 바쳐야 하는가? 어, 얼마나 대단한 비밀 회이기에 자식을 바쳐야 한단 말인가!?’ 

자식을 볼모로 바쳐야 하는 것 같기에 모용승겸을 주먹을 꾹 쥐며 대답했다. 

검왕이 누군가의 아래이고, 자식을 볼모로 바쳐야 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회일 것 같았기 때문. 

자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에 잠시 움찔했지만, 다섯 아들 중 하나를 바치면 되는 일. 

아들도 회의 중요한 일원이 될 테니 마냥 나쁜 제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아들만 다섯이라 딸은 없지만, 혹시 아들은 안 되겠습니까!?” 

그러나 들려온 것은 왠지 괴상한 표정으로 정색하는 남궁 가주의 대답이었다. 

“무, 무슨 소리요! 크, 큰일 날 소리를! 저, 절대 안 되오!” 

남궁 가주가 이상하게 질색하는 모습에 모용승겸은 너무도 서운했다. 

‘대체 아들은 왜 안되는 것이야!?’ 

남궁가에 온 후로 벌써 세 번째나 모용승겸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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