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2화 (308/344)

접문(接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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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노공께서 걱정하지 않게······. 그러니 몰래 처리하는 것이 좋겠······.” 

“역시 그렇겠죠? 미미 언니가 혈도를······. 하고···.” 

“잡아 오면 고문은······. 그런 독으로···. 가, 가가 돌아오셨어요!?” 

여느 날과 같이 목욕을 끝마치고 반점 안으로 들어서자, 일 층 식탁에 둘러앉은 네 명의 아내들이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대화를 멈췄다. 

“어, 그래 영영아. 다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소?” 

“자,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노공.” 

“그, 그럼요. 요, 요즘 바빠서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었던지라. 모처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은공.” 

셋의 변명에 황급히 고개만 끄덕이는 미미. 

‘뭐지? 뭔가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혈도와 고문 독이라는 이야기가 어렴풋이 들려온 상태. 

내 질문에 말까지 더듬는 것이 아무래도 뭔가 수상쩍었다. 

“내 그런데 밖에서 들어오다 보니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던 것 같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물으려 했지만, 청이가 호다닥 달려와 팔짱을 끼며 말문을 막았다. 

“노공, 바, 밤이 깊었으니. 이야기는 침소에 드셔서 하시겠습니까?” 

청이가 팔을 꼬옥 안아오니 팔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순간 머리에 생각이 나가버리고 나도 모르게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얼굴에 솟아올랐다. 

원래 이 부드러움은 사내의 정신을 나가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으니까. 

“헤헤, 그, 그럴까?” 

아무래도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모르는 척해주는 것도 사내가 가져야 할 덕목 아니겠나? 

원래 무림인들이니 좀 과격한 대화가 나올 수도 있는 법. 

일반인인 내가 생각하기에 큰일이라도 네 명이 나누기에는 평범한 대화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침소에 들어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은 곧 베갯머리 송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

‘베갯머리 송사를 받아주는 것은, 응당 남편의 도리이지. 아무렴.’ 

원래 베갯머리 송사에 귀 기울이는 사내는 가장 못난 사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그냥 못난 놈 하기로 했다. 

‘이런 적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참냐고···.’ 

이런 적극적인 상황에서는 호응해주는 것은 가장의 덕목이자 군자의 도리이니까. 

그렇게 뭐 별일 있겠느냐 생각하며, 청이에게 못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서 오 층으로 향했다. 

뭐 실제로도 이길 수 없지만. 

그렇게 도착한 내 침소. 

냉큼 침상에 올라 내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탁탁. 

“부인, 얼른 오시오.” 

“알겠어요. 노공.” 

조금 일을 서둘러볼까 싶어 윗옷을 벗어 침상 옆에 던져두고 청이에게 싱긋 미소를 짓자, 볼을 발그레 붉히며 조심스레 다가오는 청이. 

청이가 침상에 걸터앉더니 내 팔에 스르륵 고개를 누이고는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코끝에 솟아오르는 달콤한 체향. 

정수리를 킁킁거리며 달콤한 향에 취하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니, 그런데 겉옷은 왜 안 벗은 것이지?’ 

겉옷을 입은 채 내 품 안으로 파고든 청이. 

잠시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그녀가 겉옷까지 입고 내 품 안에 파고든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아아, 이런 바보 같은 놈. 원래 선물은 포장을 하나하나 푸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날마다 새로운 청이이니 날마다 새로운 선물. 

제갈청이의 깊은 뜻에 감탄하며 허리춤의 끈을 잡아끌자 귓가에 청이의 끈적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노공, 좋은 밤 되세요.] 

‘좋은 밤? 아, 그렇지! 좋은 밤······’ 

당연히 좋은 밤으로 만들 것이기에 기뻐서 미소를 짓는 찰나. 

목덜미에 느껴지는 시원한 기분과 함께 마치 전등이 꺼지듯 눈앞이 암전(暗轉)했다. 

*** 

-쪽. 

수혈(睡穴)을 짚인 류청운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지자 청이는 미안한 마음에 청운의 입술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청운의 몸을 침상에 편하게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섰다. 

“죄송해요. 노공.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아내의 도리를 하다 보면 약속에 늦을 테니 어쩔 수 없었다. 

노공께는 죄송해도 이렇게 재울 수밖에. 

그래도 아쉬움에 뒤를 한번 돌아본 후 청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약속이란 미미 언니가 발견했다는 류가반점을 감시하고 있다는 놈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것이었는데. 

낮에 노공의 심부름하러 갔던 미미 언니가 심부름에 되돌아와서는, 갑자기 조용히 전음으로 청이를 불렀고, 청이가 바쁜 와중에 틈을 내 미미를 만나러 가자 미미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전해왔던 것. 

무공을 익힌 것으로 보이는 둘 또는 셋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밤낮으로 류가반점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약속이란 다 같이 그놈들을 잡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놈들을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감시를 한다는 것은 보통 행동을 하기 전 살피는 행위. 

차후에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으니 먼저 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문고리를 잡아당겨 방문을 열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셋. 

영영, 미미, 소소가 방 밖에서 청이를 기다리고 있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떻게 되었나요? 청.] 

[청아, 가가는? 왜 이렇게 빨리 나와?] 

[부, 부인의 도리를 하려다 보면 늦을 것 같아. 수혈을 짚어 두었습니다.] 

[수혈 말인가요? 괜찮겠죠?] 

수혈을 짚어 두었다는 청이의 말에 확인이라도 하듯 다 같이 방안으로 몰려 들어간 셋. 

청이가 실수를 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수혈을 짚었다는 말에 걱정된 모습으로 방안으로 들어선 셋은, 흐뭇한 미소를 떠올린 채 잠든 류청운의 모습을 보자 다 같이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쩜 자는 모습도 이리 멋질까요. 은공께서는?] 

[낭군님은 자는 모습도 귀여워요.] 

[확실히! 저도 가끔 귀엽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언니들.] 

그렇게 청운이의 잠든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넷이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같이 움직이지 않고 제일 뒤에 남겨진 당영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생각해보니 우리 오늘 반점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한 일은 하는 것이잖아?] 

솔직히 넷에게는 위험한 일에 속하지도 않는 사소한 일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위험한 일은 맞는다고 할 수 있는 것. 

연유를 알 수 없는 감시하는 놈들을 잡아들이는 일이니까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왜 그러죠. 영영?] 

남궁 소소가 영영의 말에 질문했다. 

그건 알겠는데 왜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그러자 당영영이 뭔가 위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위험한 일은 하는데, 상을 받지 않을 수 없잖아?] 

[상이요 언니?] 

갑자기 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다른 셋이 의문을 떠올리자, 당영영이 침상으로 다가가더니 류청운의 입술에 입을 쪽 하고 맞추고는 셋을 돌아보며 말했다. 

-쪽. 

[그래, 청아. 상.] 

[흐응. 그러고 보니 상이 필요하긴 하네요. 맞아 상.] 

-쪽. 

영영이의 말에 미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다가가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청이를 향해 물었다. 

[청이는 안 해?] 

그러자 조금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하는 청이. 

[저는 조, 좀 전에 이미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소소뿐, 

다 같이 소소를 바라보자, 시뻘게진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소가 놀라 소리쳤다. 

“이! 무! 커흡···.” 

재빨리 움직인 미미의 움직임에 소소의 입이 틀어막혀지고, 대체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셋이 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소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듯 가슴에 손을 올리고는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저, 접문(接吻)을 하면 아, 아기가 생기지 않습니까!] 

[응?] 

[네?] 

[그게 대체 무슨?]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춘 셋. 

그제야 소소가 그러는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원래 깊은 밤에 이루어지는 아내의 의무에 대한 것은, 혼례 전 어머니나 가문의 나이 많은 여자 어른에게 가르침 받는 것이 보통. 

소소는 아마 검을 수련하느라 그런 것에 대해서 한 번도 배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가가랑 잘 때 아직 한 번도 입을 안 맞췄어?] 

[제가 그건 혼례를 올리고 하자고···. 아기가 생기니까···.] 

[세상에···.] 

영영이는 시비들에게 이런저런 내용을 주워들을 수 있었고, 미미야 늙은이 덕에 춘화(春畫) 같은 것을 훔치다 배운 것이 있으니 사전 지식이 있었지만, 소소는 전혀 누군가에게 언질도 받지 못한 느낌. 

시진이 많다면 앉혀두고 자세한(?) 가르침을 주었겠지만, 지금은 반점을 감시하는 자들을 잡으러 가야 하는 상태. 

소소를 가운데 두고 셋의 속성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소소야 잘 들어 아기는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옷을 벗고······.] 

[그렇지요. 그리고 막 이렇게 움직여서······.] 

[해서 하얀 아기씨가······.] 

들려오는 이야기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소가 입을 가리고 눈을 부릅떴고, 셋의 이야기가 끝나자 소소가 멍해진 얼굴로 잠이든 류청운을 바라봤다. 

특히 허리 아랫부분을. 

그런 소소의 귓가에 들려오는 영영이의 물음. 

[그러면 소소는 입 안 맞추고 그냥 갈 거지?] 

그 물음에 소소는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입을 맞추는 것으로는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데, 지금까지 자기만 하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기 때문. 

[하, 할 거예요! 하, 하지만 부끄러우니 다들 뒤돌아 계세요.] 

자신도 무가의 여인. 

이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에 물러설 수는 없는 일. 

-꿀꺽. 

조금 많이 부끄러웠기에 셋을 뒤로 돌게 한 소소가 잠이든 류청운의 입술에 떨리는 자기 입술을 가져갔다. 

-쪽. 

그렇게 잠이든 류청운의 입술에 소소에 입술이 맞닿는 순간. 

무엇보다 부드럽고 따듯한 감촉과 함께 소소의 머릿속에서 내공이 폭발하듯 뭔가가 터져나갔다. 

-팡! 

머릿속에서 뭔가 펑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코에서 흐르는 따듯한 무엇. 

[소소 언니, 다 끝났습니까?] 

[소소야, 아직 멀었어? 너무 길게 하는 것 아니야?] 

[소소, 지금은 짧게 하고 나중에 좀 더···.] 

너무 늦어지는 통에 셋이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 온 것은, 코에서 피를 흘리며 류청운 위에 엎드려 정신을 잃은 소소. 

그 모습에 영영이, 미미, 청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무래도 우리 셋이 다녀와야겠는데?]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요. 언니.] 

[소소에게는 좀 무리였던 것 같네요. 그냥 저희끼리 가죠. 청, 영영.] 

셋은 그렇게 바보 같은 표정으로 정신을 잃은 소소를 류청운 옆에 눕혀두고 재빨리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오늘 밤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재빨리 아래층에 도착한 셋은 자신들을 기다리던 하인들과 먼저 할 일을 나누기로 했다. 

셋 중 가장 똑똑한 청이의 지시. 

“영영 언니는 절반의 아이들과 지하를 준비해 주세요. 놈들을 잡아 오는 것은 저와 미미 언니가 하겠습니다.” 

“알았어. 내가 다 준비해둘게. 얘들아 가자!” 

“““알겠습니다. 당 부인.””” 

제일 먼저 영영이가 절반의 하오문 기녀 출신의 하인들을 끌고 지하로 사라지고, 영영이와 하인들이 사라지자 미미가 청이에게 자신이 할 일을 이야기했다. 

“내가 그럼 먼저 주변에 감시하는 자들부터 처리하고, 피리를 불게.” 

“예, 미미 언니. 배후를 알아내야 하고, 혹시나 다른 문파나 세가의 사람일 수도 있으니, 몸을 상하게 하면 안 됩니다.” 

“알겠어. 마혈(痲穴)과 아혈(啞穴)을 짚어 둘게.” 

몸이 마비되는 마혈과 말을 못 하게 하는 아혈을 동시에 짚어 두겠다는 미미. 

미미의 말에 청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잠행복을 입은 미미의 몸이 류가반점 뒷문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미미가 잠시 후, 몸을 드러낸 곳은 다리 근처의 풀숲. 

동시에 우거진 풀숲 사이에서 풀 위로 뭔가가 눕는 소리가 들려왔다. 

-풀썩. 

풀숲에 숨어 류가 반점을 노려보던 놈이 쓰러지는 소리. 

놈의 마혈과 아혈이 동시에 짚이자, 놈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미미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곧이어 근처 골목 그늘에 숨어있던 놈도 땅바닥에 흙먼지를 피워올리며 쓰러졌다. 

-털썩. 

이어서 미미가 품에서 작은 피리 같은 것을 꺼내서 불자, 류가 반점 뒷문에서 나온 여인들이 풀숲과 골목 그늘에 쓰러져 있던 두 놈을 끌고, 류가 반점이 화월루라 불리던 때 밀주를 만들던 곳으로 두 놈을 끌고 사라졌다. 

마치 술 취한 취객을 부축해 들어가는 기녀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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