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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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절면(切麵)을 만드는 방법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 반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련아 밀가루와 수타면에 쓰려고 만들어 둔 반죽 하나만 가져와 보겠느냐?”
“네, 스승님.”
우리가 쓰는 수타면의 반죽은 마치 슬라임처럼 물컹한 것이 특징.
하지만 절면의 기본은 단단한 반죽이다.
쳐서 늘려 만드는 수타면(手打麵)이야 반죽이 최대한 부드러울수록 길게 늘여 만들기 쉬우니 부드러운 반죽을 사용하는 것.
최대한 부드럽고 탄성이 높아야 늘리는 동안 끊어지지 않으니 수타면을 만들기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쫄깃한 절면은 그 반대.
최대한 단단해야 균일하고 맛있는 절면이 나오는 것이다.
반죽의 탄성이 높고 부드러울 경우 밀대로 밀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면을 칼로 잘라냈을 때 오그라들어 균일한 면발이 나오지 않는 것.
너무 물컹하면 잘린다기보다는 눌려 끊겨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절면의 기본은 무엇보다 단단한 반죽.
수타면에 쓰려고 만들어 두었던 물렁물렁한 반죽을 가련이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우리가 수타를 할 때는 면을 늘여야 하니, 이리 부드러운 반죽을 쓰지만. 절면을 만들 때는 길고 둥근 막대로 밀가루 반죽을 길게 밀어야 하니 단단한 반죽을 써야 하느니라. 이런 물렁물렁한 반죽은 밀대로 밀리지도 않고 자를 때도 모양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지.”
“단단한 반죽. 알겠습니다. 스승님”
처음으로 큰 동이에 밀가루를 풀고 소금물의 염도를 계량했다.
물과 소금의 비율은 여름에 삼대일, 겨울에 육대일, 봄과 가을에 오대일 정도이니 지금은 오대일.
소금물을 뿌리며 밀가루를 뒤섞어 소금물을 먹여주었다.
“지금까지의 반죽과는 좀 다르니 모든 과정을 잘 보거라 가련아.”
“예.”
이렇게 뒤섞으면 밀가루들이 작은 덩어리로 뭉치기에, 내 손끝에서 몽글몽글한 반죽 덩어리들이 동이 안쪽에 수없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대 밀가루가 큰 덩어리로 뭉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절면 반죽의 핵심.
열심히 손을 갈퀴처럼 만든 채 밀가루에 소금물을 먹여주었다.
소금물 먹은 밀가루가 수십에서 수백의 작은 알갱이들로 뭉치면 일단 일 단계 완료.
이제 이대로 몇 시간 두어 일차를 발효시키기로 했다.
“이대로 몇 시진 반죽을 쉬게 하자꾸나.”
“네, 스승님. 그러면 한쪽에 치워 둘까요?”
“젖은 천으로 동이의 입구를 덮어두거라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스승님.”
젖은 천으로 동이의 입구를 덮고, 그대로 상온 발효.
반죽을 부엌 한편에 잘 두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와 같이 분주했던 오후 장사가 끝난 저녁때, 형님과 가련이를 배석시키고 절면의 이차 반죽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차 반죽 후에도 한나절인 열두 시간 정도 반죽을 발효시켜야 하니, 아침에 쓰려면 이맘때가 적당했던 것.
“특이하군. 매부. 나도 절면의 반죽은 해보았지만, 이렇게 뭉치지 않게 만든 반죽은 처음 보네.”
“아, 이 반죽도 뭉치게는 합니다. 형님. 다만 처음부터 뭉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뭉쳐야 하는 것이지요.”
“오오, 지금 말인가?”
소금물에 얼기설기 반죽해 한번 발효시킨 반죽 알갱이들을 하나로 그러모아 이제 본격적인 반죽을 시작.
온 힘을 다해 반죽을 꾹꾹 누르며 반죽을 치댔다.
여기서 반죽을 좀 더 단단하게 하려고 발로 밟으면 이제 그것이 족타면(足打麵)이 되는 것이고, 좀 더 반죽의 글루텐을 극도로 활성화해서 면을 만들면, 이제 그것이 일본의 사누끼 우동면에 가까워지는 것.
반죽을 한 번씩 치댈 때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솟아오르고, 이런 반복되는 과정들을 거처 수십에서 수백의 밀가루 덩어리들이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지고 나서야 이차 반죽이 끝이 났다.
***
다음 날 새벽.
아침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서 부엌으로 들어서자, 형님과 가련이가 면을 끓일 물을 올리고 우육면의 육수를 살피고 있었다.
평소에도 둘은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좀 더 이른 시간.
새 면을 만들어 보여준다니 호기심에 일찍 일어난 모양이었다.
“형님도 가련이도 무척 일찍 일어나셨군요?”
“아, 매부. 새로운 절면이 기대되어서 일찍 일어났지. 하하.”
“스승님, 면 반죽을 가져와 볼까요?”
대체 어떤 면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지 아직 장사 시작도 안 했는데 면을 가져와 보겠다는 가련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련이가 얼른 달려가 부엌 한편에 흰 천으로 덮어두었던 반죽을 낑낑거리며 가져왔다.
“휴···. 스승님 무겁네요.”
수타면의 반죽이야 잘라서 발효시키니 그다지 크지 않지만, 절면을 만들 반죽은 커다란 통 반죽.
여인인 가련이가 혼자서 옮기기 힘든 모양이었다.
-쿵.
하지만 가련이 혼자서 낑낑거리며 어떻게든 면판 위까지 반죽을 올렸고.
면을 치는 면판 위에 커다란 통 반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련이가 내려둔 반죽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손가락을 꺼내 드는 일.
검지 손가락으로 반죽을 꾹 눌러 반죽의 단단함과 글루텐이 얼마나 잘 활성화되었는지를 확인했다.
반죽이 발효되면 부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절면은 반죽은 단단하게 눌러 압축시켜 발효를 최소화하고 글루텐만을 극도로 활성화하는 것이 특징.
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단단한 반죽의 질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잘 된 것 같구나. 만두 만들 때 쓰는 밀대를 좀 가져오너라.”
“예, 스승님.”
가련이가 밀대를 가져오는 사이 채도를 꺼내 반죽을 나눴다.
가련이 몸통만 한 반죽을 한꺼번에 밀어낼 수는 없으니, 양을 나눠서 밀기 위한 것.
-스윽. 슥.
단단한 반죽은 칼조차 잘 들지 않으니, 채도의 윗면을 잡고 체중을 실어 반죽을 끊어냈다.
크게 반으로 한번.
그리고 잘라낸 반쪽을 다시 여러 조각으로.
그렇게 스무 조각이 넘는 반죽 중 하나를 면판 위에 올려 가련이가 넘겨준 밀대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촥!
밀가루를 반죽 위에 흩뿌리고 체중을 최대한 실어 밀대를 움직이는 과정.
보통의 칼국수 면에 사용하는 반죽이라면 부드러우니, 이렇게 면을 밀 때 힘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이 절면 반죽은 돌처럼 단단하므로 체중을 싣지 않으면 절대 밀리지 않으니 힘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단한 반죽이 밀대 아래서 천천히 부피를 키워가고, 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오르자 형님이 물으셨다.
“매부, 힘들면 내가 해봐도 되는가?”
“아, 해보시겠습니까? 일정한 두께로 미시면 됩니다.”
“그래, 이리 줘보게 내 한번 해보지.”
내 손에서 밀대를 넘겨받은 형님이 면피를 밀기 시작했다.
밀어본 경험이 있다더니 나쁘지 않은 손동작.
한참을 보던 가련이도 우리에게 부탁했다.
“저, 저도···.”
그렇게 가련이가 면피를 밀기 위해 형님에게 밀대를 받아들고, 피를 밀기 위해 면판 앞에 자리를 잡은 순간.
“엣···.”
“크흠···.”
“어허···.”
당황하는 가련이의 모습에 형님도 나도 저쪽 먼 산을 바라봤다.
우리가 먼산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가련이 때문.
아니, 가련이의 신체 일부분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자연스레 먼산으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련이가 반죽을 밀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밀대보다 더 먼저 가련이의 양 가슴이 이미 밀어둔 반죽 위에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화들짝 놀란 가련이가 기울였던 몸을 펴자, 가련이의 가슴 위에 나타난 흰 두 개의 밀가루 무늬.
가련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나에게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못난 몸이라서 가르침을 온전히 따를 수가···.”
원망스럽다는 듯 자기 가슴을 움켜쥔 가련이.
가련이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비명을 꽤에엑 질러댔다.
“어허! 모, 못난 몸이라니! 그런 훌륭한···. 아니, 그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태어난 몸이 다르니 그럴 수 있느니라. 아니 그렇습니까? 형님?”
유교 탈레반의 점령지에서 감히 여자의 가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었다.
저번에 가련이 가슴에 대해 떠든 황가 놈 때문에 가련이가 며칠씩이나 울고불고했는데, 아무리 내가 스승이라고 해도 신체 그것도 가슴에 관한 언급은 해서는 안 되는 행위.
같은 여자라도 직접적인 가슴 이야기는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데, 아무리 스승이라도 남자인 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엉겁결에 형님에게 바톤을 넘기자, 옆에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형님이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그, 그렇지! 그, 검을 배울 때도 팔이 짧은 자가 있고 팔이 긴 자가 있어 배움이 다를 수 있는 법. 그럼. 가, 가련 소저는 귀한 혀를 가졌으니 자책하지 않으셔도 되오. 아무렴!”
“그렇지! 역시 형님이십니다! 가련아 어찌 사람이 수많은 재주를 다 가지겠느냐.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으면 모자란 것도 있는 것. 물론 네가 모자라는 말은 아니란다. 모자라기보다는 그 넘친다고 할까?”
나와 형님이 필사적으로 가련이를 위로했지만,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느낌.
뭘 좀 배우려면 가슴이 계속 문제가 되니 아무래도 기운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하, 하지만···. 저도 해보고 싶은데···.”
“가련아 보는 것도 배우는 것이니 일단 잘 보고 우리 가련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알겠지?”
가련이를 달래 옆에 의자에 앉히고, 얼른 밀대를 밀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손이라도 빨리 움직여 보는 것.
형님도 괜히 내 면피에 밀가루를 뿌려대셨다.
“내 밀가루를 뿌려주지. 이, 이정도 어떻겠나?”
“여, 역시 형님이십니다.”
필요 없는 짓이긴 했지만, 이미 내가 물고 늘어졌으니 형님도 피할 길을 마련해 주어야 했기에 괜한 칭찬.
그렇게 밀가루 피를 열심히 밀어 적당한 두께로 만들고,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 사각형의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몇 번을 접어 면을 자를 준비를 끝냈다.
“이 자르는 것은 간격을 일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또각. 또각. 또각.
칼국수 면을 자르는 일정한 소리.
밀가루 반죽을 지나 칼이 도마에 맞닿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대량의 면발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슬슬 손을 움직여 면을 붙지 않게 만들고, 잘린 단면에 밀가룰 뿌려 면이 붙는 것을 방지했다.
“가련아 이걸 좀 삶아 보겠느냐?”
“예, 스승님.”
자기도 뭔가를 하고 싶어 하기에 면을 가련이에게 넘기고 가련이가 면을 삶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가련이가 그릇에 삶은 면을 담아 내 앞으로 가지고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면.
살짝 투명하면서도 통통하고 흰 면이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자 다들 한번 맛을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스승님.”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는구만.”
면을 다들 한 가닥씩 집어 맛을 보기로 했다.
면의 쫄깃함과 익은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
-쪼오옥.
-쪼옥.
우리 셋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통통한 면발.
그렇게 면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끝나고, 가련이와 형님이 같이 면을 먹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쫄깃함은 수타면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구만?”
“쫄깃하다기보다는 좀 단단한 느낌입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국물에 넣어 보면 어떨지 한번 보시죠.”
다음으로는 우육면 국물에 말아 국물과 어우러지는 정도의 확인.
-후르륵.
-후륵.
“면이 국물을 많이 머금지는 않는군?”
“수타면에 비해서 국물을 머금는 정도가 좀 부족합니다. 스승님. 한 절반 정도?”
좀 더 쫄깃한 우동 면발에 가까운 면인지라 면발이 국물을 머금는 정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군. 매부. 대신 면이 빨리 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고기를 먹느라 면이 부는 시진을 늦출 수 있겠어. 그러니 우육면에는 이면이 더 나을 수도 있겠어.”
“확실히 그렇습니다. 스승님.”
전체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음.
우육면에는 더 잘 어울림.
그것이 둘의 평가.
일단 아침 장사에 투입해보기로 했다.
“그러면 아침 장사에 한 번 사용해 보지요.”
“그래, 그러세.”
그렇게 아침 장사의 면 요리에 새 절면을 추가해 판매를 시작했고, 아침 식사하러 온 사람들에게 절면을 넣은 우육면과 황어면을 대접해 보았다.
그러나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우리만의 생각이었던지, 아침 식사를 한 사람 중에서 불만이 흘러나왔다.
[류대인 가게가 돈을 많이 벌었나?]
[어허! 이 사람! 그 무슨 소린가!]
[아니, 면을 만드는···.]
나야 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쑥덕이는 소리는 미미의 귀를 피해 갈 수 없었고, 그 쑥덕이는 소리를 들은 미미가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에게 이유를 묻고 있었다.
“손님들 혹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으신가요?”
“히익! 그것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