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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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삭면(刀削麵) 아니, 검삭면(劍削麵) . 아침 식사를 하려고 몰려들었던 손님들이 쭉 빠질 시간이었던지라, 배식구를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였다. 손님이 남은 테이블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는데···. 그때 배식구 너머 한 테이블 쪽에서 미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서, 설마 자, 잘못 들으셨겠지요.” “그, 그럼요!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제가 듣기로는···.”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미미가 식사하는 손님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냐고 묻자, 손님들이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으며 변명하고 있었던 것. 손님 대부분은 식사하고 이미 자리를 떴고, 현재 남아있는 테이블에서 소란이 일어나자 곧바로 반점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 자리로 쏠렸다. “미미 언니,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인지를 묻는 카운터를 보는 청이의 목소리도 곧이어 들려왔다. “아니, 이 분이 요리가 맛이 없는 것 같다고 하셔서···.” 미미의 목소리와 함께 그대로 굳어진 청이. 청이가 그대로 얼음조각이 된 듯한 모습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 “네? 요. 리. 가. 맛. 이. 없. 다. 는. 말. 씀. 이. 십. 니. 까?” 청이가 분노할 때 자주 쓰는 스타카토 대화법. 미미의 대화를 들은 청이가 살짝 화가 나는지, 스타카토로 끊어지는 말투로 맨트를 날리고는 카운터에서 미미 쪽으로 얼른 다가갔다. ‘팔은 왜 걷어붙여···.’ 팔까지 걷어붙이면서 말이다. “손님들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것이. 요, 요리가 맛이 없다니요. 이렇게 맛있는데.” -후루륵 “그, 그럼요. 저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눈치가 빠른지 맹렬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둘. 하지만 푸른 안광의 청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저번에도 음식이 맛이 없다거나, 아프다거나 하시던 분들이 있었는데···. 좋은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흑도인 이거나 나쁜 자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었는데···. 설마 그런 분들은 아니시겠지요?” 북해빙궁 출신이라고 냉기가 팍팍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싸늘한 목소리. 아마 청이는 요리가 맛없다고 한 손님들이 이 류가반점의 이전 주인이었던 황부자가 보낸 건달들과 같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느낌. 얼른 달려가 둘을 진정시켰다. 손님들의 옷차림으로 봐서는 우리 사람인 저자나 항구 쪽 사람은 아닌 듯해 보였지만, 옷차림도 평범한 일반인 차림이었고, 무공을 배운 것도 그렇다고 뭐 주먹을 쓰게 생긴 것도 아니었던 것. 그냥 평범하게 민가 쪽에서 아침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오늘 처음 온 손님들도 아니었다. 우리 반점에서 아침 식사를 종종 하는 두 분이었으니까. “청, 미미 요리는 사람에 따라 맛이 있다고도 또 없다고 느낄 수 있으니 진정들 하시오. 그때 그놈들은 사라졌으니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하셨을 뿐일 테니 말이오. 그냥 보아도 나쁜 분들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두 남자. 맛없다고 한 것은 상관없는데, 청이의 표정에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었다. “아, 아닙니다. 맛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럼요. 이쪽 소저께서 자, 잘못 들으신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아니라고 말하면 확인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기에 손님들이 한 말이 맞느냐는 투로 미미를 바라보자, 미미가 피식 웃었다. “훗. 확실히 요리가 맛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요. 이렇게 말했거든요. ‘류대인 가게가 돈을 많이 벌었나? 아니, 면을 만드는···.’ 이라고요.” ‘응?’ 뭔가 시기 질투가 담긴 것 같은 말. 손님들은 바라보자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리가 맛없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미미가 했던 말은 아마도 한 것이 분명한 그런 느낌. 하지만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하는 것이 중원 밑바닥의 삶 아니겠는가? 내가 그리 속 좁은 사람은 아니니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돈은 그리 많이 못 벌었습니다.” 그러자 사색이 되어서 사과하는 둘. “죄송합니다. 제 친우가 이상한 소리를···. 나, 나쁜 마음으로 한 소리는 아닐 겁니다. ” “예! 마, 맞습니다! 그. 그런 것이 아니고. 그 면을 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재미가 없어서 한 말입니다.” “예?” 면을 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재미가 없었다는 말. 무슨 소린가 싶어 설명해보라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하자, 남자가 얼른 대답했다. “그, 류가 반점의 수타면 치는 소리와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미가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아 재미가 없어서···.” 뭔가 의외의 대답이었다. 우리 반점에서는 손님들의 재미를 위해서 음악과 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화화루와 화월루 출신 기녀들이 뜯는 잔잔한 비파(琵琶)와 열세 줄의 고쟁(古箏) 소리를 서비스 하기도하고 노래도 부르기도 하며, 저녁에는 일 층 홀 중앙에서 기녀 서넛이 비파나 고쟁 연주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는 것. 비연이 가려 뽑아 안무까지 직접 짜준, 내가 보아도 우아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음악과 노래, 춤인데 그것을 보거나 듣지 않고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애초에 우리 반점 주방은 반 오픈 식의 주방으로 만들어진 상태. 처음에 항구에서 수타면으로 어그로를 끌어 손님들을 데리고 왔기에 수타면 치는 모습이 잘 보이게 면치는 곳을 오픈 식으로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보고 있다니 고맙긴 했는데, 왜 예쁜 여자들 안 보고 날 보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랄까? “아니,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긴 한데, 어째서 여인들의 노래와 춤 같은 것을 안 보시고?” ‘너희들 혹시? 그런 취미는 아니지?’ 요즘 부쩍 남자들에게 대시를 받는 느낌이라 생각하며 남자들의 눈길에 움찔하자,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니, 기녀들의 춤과 노래는 큰 요릿집에 가면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그 수타면? 그것을 치는 모습은 이곳에서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하···. 그런 것이었구만?’ 나야 기녀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재미있지만, 이 시대 사람들의 감성으로는 라디오 틀어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 생활의 달인 느낌의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그런 말이었다. 그래서 면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걸 못 봐서 아쉬움에 한 소리라는 이야기였던 것. “제 보잘것없는 재주를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소이다.” 재미있게 봐주었다는 말에 고마움을 전하자 두 남자가 얼른 나를 칭찬했다. “아, 아닙니다. 대인. 이렇게 슥슥 손을 움직이면 면이 쑥쑥 늘어나니 정말 대단한 재주가 아닙니까?” “마, 맞지요. 저희는 한 번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어가지고···.” 그러자 청이와 미미의 오해가 자연스레 풀리고, 청이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사죄드리는 마음에서 오늘 요리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낭군님의 재주를 이리 훌륭하다 봐주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요리값을 받지 말아야지요. 잘했어요. 청아.” ‘아니, 아가씨들? 반점 주인은 나인데···.’ 기분이 좋아 주인인 나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팍팍 하는 둘. 둘의 서비스에 손님들이 신이 나 외쳤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인!” 뭐 손님들도 아침을 공짜로 준다니 기뻐하고, 공연 같은 것을 앞으로 어찌할지에 대한 실마리도 마련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헤프닝. 그런데 사소한 헤프닝으로 끝나리라 생각했던 일이, 점심때가 되자 무수한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으로 변했다. “류대인께서 혹시 몸이 편찮으십니까?” “예? 아니요. 안쪽에서 요리를 만들고 계십니다. 어째서?” “아, 아니 오늘은 면을 만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요.” “아···.” 점심때가 되어 본격적으로 항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손님으로 밀려들자, 면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다들 한 번씩 물어보기 시작했던 것. 항구의 노동자와 저자에서 일하는 상인들이야 내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으니,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크다면 클 수 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물어오기 시작했던 것. 그들은 보통 아침은 대충 집에서 때우고 점심에 비어버린 속을 채우러 우리 가게에 많이 들르는지라, 그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아침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항구와 저자는 내와바리나 마찬가지이니 왜 뭐 아침처럼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내가 아픈 것은 아니냐? 아니면 왜 면치는 것을 안 보여주느냐? 그런 질문이었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던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미미가 부엌에서 밖을 내다보며 나에게 현재 상황을 알렸다. “저기 저쪽 식탁에서 식사하는 분들도 면치는 소리가 안 나니 재미가 없다고 하고 계세요. 저쪽이 두 분도 낭군님께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고요.” “이거 큰일 아닌가? 정작 면의 맛과 쫄깃함에 대해서 걱정했더니. 면이 바뀐 것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다들 자네의 수타면 만드는 모습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새로운 면을 선보이는 날이라 면이 바뀐 것에 대한 클레임을 걱정했더니 정작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미에게 전음을 보내달라 부탁했다. “미미, 청이에게 전음을 보내 값을 치르고 나가시는 손님들에게 면은 어떠했는지 물어보라고 해주시오.” “네, 알겠어요. 낭군님.” 이게 정말 면치는 모습이 없어서 서운해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불만이 다른 것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확인을 부탁한 것. 원래 뭔가 하나 맘에 안 들면 다른 여러 가지가 맘에 안 들게 되는 것이고, 그런 이유로 면에 대한 불만이 다른 쪽으로 표출될 수 있으니 확인차 물어보라 부탁한 것이었다. “저기. 제갈 부인, 오늘은 수타면 안 만듭니까요?” “아, 안쪽에서 다른 면을 만들고 계신 데. 면은 어찌 맛있게 드셨습니까?” “아이고 물론이죠. 오늘도 어제처럼 면이 쫄깃하고 맛있어서 좋았습니다요.” “오늘 음식은 어땠나요?” “항상 맛있게 잘 먹고 있습죠. 그런데 오늘은 수타면 안 만듭니까?” 미미의 전음을 받은 청이가 설문을 시행했으나 한결같은 대답.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작 이 사람들에게 면의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느낌. 내가 특별한 행위로 면을 만들었는지 아닌지가 사람들에게 중요한 모양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면이라는 게 생긴 지는 오래되었지만, 대중화되고 보편화된 것은 송 시대라고 했지?’ 곰곰이 면에 대해서 배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면의 역사는 3세기쯤부터 시작하지만, 면 문화가 폭발한 시기는 지금보다 조금 후. 송 시대의 도시와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상업이 발달하면서, 노동자들이 빠르게 한 끼를 먹기 위해 발전했다고 했으니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로 였던 셈. 그러니 이 시대 사람들이 면의 맛이나 식감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냥 대충 한 끼 때우는 것이기에 맛있으면 당연히 좋지만,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면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뭔가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 이거 새 면을 선보이고 며칠 자리를 비우려 했더니, 이상한 부분에서 진행이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스승님, 어쩌죠?” 걱정스러운 가련이의 목소리. “제, 제가 흉내라도 내볼까요?” “흉내?” “제가 수타면을 아직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만드는 시늉이라도···.” “그건 좀···.” 면치는 시늉이라도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가련이의 제안이었지만 그러다 들통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고 양심상 그럴 수도 없는 일. 또 가련이는 면을 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치게 될 것이 뻔했으니 시킬 수도 없었다. 그러자 형님이 옆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셨다. “이건 어떤가 매부?” “어떤 것 말씀입니까?” “자, 한번 보시게.” 어느새 밀대로 밀어둔 면피 앞에 자리를 잡은 형님. 형님은 채도를 양손에 각기 하나씩 들더니, 면피를 양손으로 내리치며 자르기 시작하셨다. -탁탁탁탁! 마치 쌍검 아니, 다듬잇방망이를 휘두르는 느낌의 칼질. 경쾌한 박자와 함께 면이 생각보다 가지런하고 예쁘게 잘리고 있었다. “호오···.” 형님은 단전은 잃었어도 아직 감은 잃지 않으셨는지, 칼로 하는 일에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계셨다. “대단합니다. 남궁현 어르신.” “하하, 뭐 이정도야.” 가련이도 그 재주에 놀랄 정도. 그러나 문제는 가지런히 잘랐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화려하게 내리치다 보니 면발이 좀 뭉개진 느낌. 이 상태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면을 사용하기는 힘들겠군요.” “이런, 아무래도 처음이니. 연습을 더 해야 하나?” 뭉개진 면발에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하는데 들려오는 형님의 목소리. 형님이 갑자기 소소를 부르셨다. “소소, 소소야!” “네. 오라버니? 부르셨나요?” 밖에서 영영이와 뭔가를 이야기하던 소소가 형님의 부름에 부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형님에게서 나온 뜻밖의 이야기. “소소야 네가 한번 이걸 잘라보겠느냐?” “예? 무엇을? 또 뼈 같은 것인가요?” 이 시대에 뼈를 자르는 기계 따위가 있을 리도 없으니, 사골 같은 것을 사 오면 소소에게 도움을 받고 있기에 소소도 처음에는 또 뼈라고 생각했는지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반죽을 보자 좀 당황한 얼굴. “응? 이건?” “아, 이걸 이렇게 가지런하게 잘라야 하느니라.” -탁탁. “아아. 밀가루 반죽을 자르는 것이군요?” 형님이 두어 번 시범을 보이자 곧 소소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고. -타타타탁. 타타타탁. 곧 타자기 같은 소리가 나며 면발이 기계로 잘린 것처럼 잘렸다. 검에 재능이 있다고 했는데, 검뿐만 아니라 날붙이는 어지간하면 다 잘 다루는 느낌. 능숙한 모습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오! 이건 대단하구나! 이거 그냥 소소한테 맡기면···. 아니지? 생각해보니 이런 재능을 고작 절면에 쓸 수는 없지!’ 칼로 하는 걸 정말 잘하는 소소라면 고작 절면 따위를 만들 수는 없는 일. 진정 칼을 잘 다룬다면 면 요리 최강 최고의 퍼포먼스인 그것을 시키는 것이 맞았다. 볼거리 하면 그것이 수타면과 더불어 중원 양대 산맥이지 않던가? 재빨리 작은 도마 위에 단단한 반죽 덩어리를 잘라 올리고, 청이를 불러 한 가지를 부탁했다. “청, 혹시 이 칼의 손잡이를 부러트려 줄 수 있겠소?” “예!? 칼을 부러트리라는 말씀이십니까? 어, 어째서?” 내 부탁에 화들짝 놀란 청이. “손잡이 없는 칼이 필요해서 그러니, 놀라지 말고 손잡이를 좀 부러트려 줄 수 없겠소? 아 중간도 이렇게 살짝 휘게 해주면 좋겠는데?” 청이는 내가 문인이 펜대를 꺾듯, 채도를 꺾고 요리를 그만두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놀라 휘둥그런 눈이 되었지만, 웃으며 설명하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채도 하나를 손에 쥐고는 바로 손잡이를 꺾어냈다. -뽀각. 그리고 내 요구대로 잘린 칼의 중간을 잡아 살짝 휘게 만들었다. “이, 이렇게 말입니까?” “그렇소. 그러면 충분하오.” ‘자, 그러면 한번 시범을 보여볼까?’ -슥. 슥. 손잡이가 잘린 휜 칼날이 내 손에 들리고. 그 손이 움직일 때마다 반죽이 올라간 작은 도마를 어깨에 올린 내 손끝에서 면발이 공중을 날았다. -찰방. 찰방. 공중을 난 면발이 향하는 곳은 물을 올린 솥 위. 그 화려한 모습에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 그것이 무슨 면입니까?””” “이것은 도삭면(刀削麵) 아니, 검삭면(劍削麵)이라고 해야 하나? 소소 한번 해보겠소?” 소소에게 시킬 것이니 도(刀)보다는 역시 검(劍). 멋들어진 모습에 소소가 홀리듯 고개를 끄덕이고, 곧이어 소소의 손에서 면발이 날아 냄비로 향했다. 검후가 만든 검삭면(劍削麵). 식룡의 수타면과 함께 우리 류가반점 메인 면이 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