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갑해(大闸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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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전 중원에서 가장 맛있는 게가 무엇이냐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중원에 사는 그 누구라도 한결같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따자셰.
양청호 대갑해(大闸蟹 따자셰).
중국 벙어리 게, 상하이 털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며, 보통은 대갑해(따자셰)로 부르고.
중원에 민물 게가 많다지만 그 따자셰라는 이름은 양청호 대갑해를 부르는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킬로에 이십 만원에서 사십 만원을 넘는 초고가의 게.
한국의 참게와 비슷한 종류라고 보면 되는데, 이곳에서 나는 참게를 가장 맛있는 게로 치는 것.
양청호의 게가 가장 맛있는 이유는 양청호는 태호(太湖) 바로 옆에 있는 작은 호수인데, 우기에는 장강(長江)이 범람해 큰 하나의 강을 이루다가 물이 줄어들면 삼각주와 호수가 형성된다.
그러니 범람한 삼각주에 퇴적된 토사들은 풍부한 미네랄을 품고 있기 마련이고, 덕분에 그곳에서 자라는 다양한 먹이를 잡아 먹고 사는 게들이 뛰어난 맛을 자랑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미미가 친정 나들이를 가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었다.
이 경연에 이기려면 그곳의 게가 꼭 필요했기 때문.
뭐 게가 다 비슷하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곳의 게를 꼭 구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자면 단 한 가지.
전생에 중원에서 살던 한국 사람들도 중원은 싫지만, 따자셰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
얼마나 맛있는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던가?
중원을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맛이라니···.
‘중원을 참을 정도의 맛이라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니까.’
그러니 반드시 대갑해를 구해와야 했다.
“친정이라면?”
“건강부에 있는 모용가에 좀 다녀와 달라 부탁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소?”
“친정의 도움이 필요하신 것입니까!?”
왠지 기뻐하는 미미의 목소리.
미미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소. 모용가의 도움이 필요하오.”
“무엇인가요? 말씀만 하세요. 낭군님! 제가 아버지께 이야기해 무엇이든 받아오겠습니다!”
자연스러운 아버지 호칭.
드디어 기둥뿌리를 뽑을 때가 되었다며 기뻐하는 듯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너무 소소한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뭐 큰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모용가가 있는 곳 근처의 호수에서 게를 좀 잡아 와야 하는데···.”
“네? 게? 돈이나 가문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요?”
“일단은 게면 충분하오.”
“고작 게···.”
게를 잡아 와야 한다는 말에 미미의 흥이 약간 식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니 미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러면 경연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 서둘러야겠군요?”
“괜찮겠소?”
“그럼요. 낭군님. 제가 누구던가요? 투왕. 중원에서 가장 빠른 자가 바로 저예요.”
믿음직한 미미의 목소리.
그녀에게 어떤 게를 잡아 와야 할지 설명했다.
“태호(太湖) 근처에 양청호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사는 게들을 좀 잡아서 가지고 와 주시오. 발이 떨어지지 않게 몸을 묶어서, 몸이 마르지 않게 가끔 물을 뿌리면서 가져와야 하는데 괜찮겠소?”
“태호 옆에 양청호. 알겠어요. 낭군님!”
대답과 함께 미미가 얼른 뛰어들어 입을 맞추더니 그대로 바람같이 객잔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법.
친정에 보내는데 그냥 보낼 수 있나?
미미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제지하며 조용히 귓속말로 당부할 말을 전했다.
[미미,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친정에 가면 혹시라도 달가워하지 않거나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절 때 움츠러들지 마시오.]
[예?]
미미가 투왕이라는 신분이 있으니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인간 세상은 복잡해 힘으로만 모든 것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는 법.
더군다나 빈민가 출신인 미미가 아무래도 큰 세가에 가서 기로 눌릴 수도 있으니, 그렇기에 처세술을 이야기해 주었다.
[항상 이것을 명심하시오.]
[뭐, 뭔가요?]
[나는 ‘갑’이다.]
[갑?]
‘이런 상황에서 처세술의 갑은 아무래도 갑질이지. 아무렴.’
[십간(十干) 중 으뜸이 갑 아니겠소? 상대보다 내가 으뜸이다. 뭐 그런 뜻이오. 그러니 당당하게 행동하시오. 내제(内弟)들이 감히 말을 안 들으면 혼쭐을 내주고 말이오.]
[아! 그래서 갑! 알겠습니다. 낭군님!]
미미가 내가 일러준 말을 중얼거리며 얼른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갑이다. 갑. 당당하게. 갑.]
***
건강부 모용가의 후원.
봄을 맞아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후원 정자에, 아직 점심때도 되지 않았는데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모용가의 가주 모용승겸.
모용승겸은 요즘 모든 삶이 이상하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하늘은 이상하게 맑고, 밥은 이상하게 맛있었으며, 기분은 이상하게 좋았던 것.
원인은 분명히 그도 알고 있었다.
새 따님을 얻은 아니, 사위를 얻은 것일 테니까.
“가문의 비원이 이리 손쉽게 풀릴 줄이야. 크하하하!”
후원의 정자에 앉아 무공수련도 잊고 대낮부터 월주를 한잔하는 모용승겸에게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이렇게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이유.
새 사위가 연성공의 형제라니.
가문의 비원이 바로 코앞에 확정적으로 다가와 있었기 때문.
헤어질 때 사위는 한가지 약속해주었다.
딸아이와 사위는 이미 혼례를 치른 사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성대한 혼례식을 치러주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전 중원에서 모용가가 아는 모든 사람을 모두 초대하고, 한 달 정도 성대한 잔치를 열어 혼례를 축하하자는 것.
물론 돈과 장소는 모용가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양녀의 혼례식치고는 너무 대단하고 큰 잔치라 돈도 만만치 않게 들것이고,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사위님이 그 깊은 수를 설명해주고 나니 그 혼례식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장인어른, 제가 한가지 약조를 드리겠습니다.”
“약조 말입니까?”
“예, 아주 성대하고 크게 미미와 저의 혼례식을 치르자는 것이지요. 전 중원에서 모용가가 아는 사람을 모두 초대하고 한 한 달쯤 성대하게 말입니다.”
“하, 한 달 말씀입니까?”
처음에는 한 달이나 잔치하자는 말에 조금 꺼려지기도 했었다.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들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어서 들려온 사위의 계획.
“그렇게 전 중원에서 많은 사람을 모으고, 저도 관이나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을 모두 초대하면 소문이 아주 빨리 나지 않겠습니까?”
“소문 말입니까?”
“예, 우리의 혼례식에 제 형님이신 연성공께서 당연히 참석하실 수밖에 없을 테고, 그 자리에서 형님께서 저희에게 덕담하신 후. 장인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모용가는 참으로 중원의 군자 가문이오.”
“커헉!”
그때의 그 벼락같은 전율이라니.
그래, 사위의 계획대로 한마디. 한마디면 충분했던 것.
그때 생각만 하면 몸이 전율해 모용승겸은 다시금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부르르.
그렇게 모용승겸이 그때 생각에 정자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였다.
총관이 무사 몇 명과 허겁지겁 뛰어와 모용승겸에게 뭔가를 주저하는 모습으로 물었다.
“저, 가주님?”
“응? 무슨 일인가? 총관.”
“저, 그게···. 혹시? 그.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혹시, 저희가 모르는 따, 따님이 계십니까?”
“응?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갑자기 자신들이 모르는 딸이 있냐는 물음.
모용승겸이 눈을 깜빡거리자 총관이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그렇지. 웬 눈썹이 시커먼 미친년이 세가의 문 앞에서 가주님의 딸이라고 한다지 않겠습니까? 혹시 몰라 내쫓지는 않았는데, 제가 당장 가서···.”
그때였다.
총관의 말에 뭔가 위화감이 떠올라 생각해보니, 딸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식솔들에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며칠 후 있을 가문의 회의에서 모든 식솔을 모아두고 이 기쁜 소식을 전하려 했는데, 설마 따님이 그전에 이곳으로 찾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것.
눈썹이 시커멓다면 분명 따님이 확실했다.
“아이고 따님!”
모용승겸은 말(襪)만을 신은 채 허겁지겁 가문의 대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뒤를 총관과 무사들이 허겁지겁 뛰따랐다.
“가, 가주님?”
***
모용가에 도착한 미미는 신발도 없이 말만을 신은 채 달려 나온 아버지에게 환영을 받았다.
헐레벌떡 달려 나와 호들갑을 떨어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용 가주.
“아이고 우리 따님! 어쩐 일이십니까? 이 아버지가 벌써 보고 싶으셨습니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미미는 일단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버지, 미미가 갑자기 찾아뵙게 되어 죄송해요.”
“아니, 따님이 자기 집에 찾아오는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서, 어서 들어오시지요.”
“예.”
그리고 곧 안으로 안내되어 반점에서 잡일을 하는 모용후의 동생들과 이제 가족들이 된 다른 사람들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이쪽은 따님의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입니다.”
“처음 뵙겠어요.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도 처음 보지만 반가워요.”
처음 보는 얼굴이기에 아무래도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낭군님을 도와야 하니 미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것은 미미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가주? 가, 갑자기 딸이라뇨? 대, 대체 어떤 년입니까!?”
“아버지, 누님이라니요? 그게 대체 무슨?”
“예!? 누, 누님이요?”
자기의 인사에 분노하고 당황해하는 어머니와 동생들.
뭔가 자신이 모용가의 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족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곳까지 달려오는데 거의 쉬지 않고 이틀.
이제 되돌아가려면 게를 잡아들이라고 부탁하고 조금 쉬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친정의 상황.
사람들의 반응과 피로에 미미가 움찔하며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곧 낭군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고, 미미는 낭군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되뇌었다.
‘아! 그렇지! 낭군님이 해주셨던 말씀. 나는 갑이다. 갑. 당당하게! 나는 갑이다.’
그렇게 몇 번 염불처럼 낭군님이 해주셨던 말씀을 되뇌자, 차오르는 자신감.
자신감을 회복한 미미가 사람들의 반응에 인상을 쓰자 미미의 검은 눈썹이 꿈틀하며 움직였다.
그러자 움찔하며 반응하는 아버지.
‘아! 된다!’
미미는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반응에 기뻐하며 영영이의 말투를 따라 했다.
미미의 마음속에 귀하게 자란 세가의 자신감 있는 아가씨의 모습이 영영이였기 때문.
“아버지, 아직 가족들이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군요? 미미가 모용미미가 되었다는 사실을?”
그러자 화들짝 놀란 가주가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며칠 후 가문의 크, 큰 회의가 있어 거기에서 모두를 모아두고 알리려 하다 보니. 조, 좀 늦었습니다. 따님.”
“아버지 낭군님께서 부탁한 것이 있어, 쉬지 않고 이틀을 달려와 미미는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쉬었으면 좋겠는데···.”
“예, 제, 제가 다 처리할 테니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람에게 명령하고 지시를 내리고 그런 것은 익숙하지 않기에 슬쩍 영영이의 말투를 따라 했더니 생각보다 잘 먹히는 대화.
모용 가주가 허겁지겁 식솔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설명은 생각보다 식솔들에게 잘 먹혀들어 가는 듯했다.
모용 가주의 설명을 들은 가족들이 다들 어느 정도 상황을 인식하게 된 것.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아니, 양녀를 들였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찌 양녀 따위에게?”
“그렇습니다. 아버지 양녀를 들이셨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찌 누님의 예를···.”
아무래도 양녀의 위치가 그리 높지는 않은 느낌.
모용 가주가 난처한 듯 미미를 바라보며 전음을 날렸다.
[따님, 호, 혹시 사위의 신분과 따님의 별호를 가족들에게 알려도 될까요?]
‘가족들이니 괜찮겠지?’
미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용 가주가 문단속을 하고 사람을 모두 물린 후.
접객당 안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위님은 연성공의 의형제시고 따님의 중원 ‘팔왕’이니 다들 대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나 예에서 어긋나서는 안 될 것이야!”
“예? 그게 무슨? 연성공? 팔왕?”
“예? 파, 팔왕이라고요?”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가족들.
마침 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혼쭐을 내주라는 말이 생각났고, 미미가 몸을 움직여 입을 벌리고 놀란 동생들의 뺨을 후려쳤다.
-짜자자자작!
-쿠당탕탕탕
네 대를 치려고 했으나 손이 한 번 더 나가버린 상황.
동생들과 어머니까지 의자에서 날아가 접객당 한쪽으로 처박혔다.
사람을 한 번도 때려보지 않은 미미가 자기의 속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화들짝 놀라고, 어머니의 뺨까지 후려친 사실에 움찔했지만, 이미 쳐버린 뺨.
미미는 갑의 행동을 유지하기로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기의 별호를 이야기했다.
“투왕.”
그러자 온 가족들이 화들짝 놀라 미미 앞에 부복하며 말했다.
“아, 아이고 따님.”
“““누님! 처음 뵙겠습니다.”””
왠지 아버지와 닮은 동생들과 어머니였다.
***
잠시 후 상황이 정리되고 미미는 그제야 미미는 아버지에게 친정을 찾은 연유를 이야기했다.
“낭군님께서 이번에 구양문충공댁에서 열리는 요리 경연에 참여하시는데, 이곳의 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셨습니다.”
“게 말입니까? 따님.”
“예, 태호 옆에 양청호라는 곳에서 나는 게가 필요하다 하셨는데, 그것을 급하게 구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미소를 짓는 아버지.
“이를 말입니까? 따님.”
그의 대답과 함께 곧바로 가주전의 문이 활짝 열리고 가주의 엄한 명이 떨어졌다.
“지금 모용가의 모든 무력 대는 곧바로 태호옆 양청호로 경공을 펼쳐 그곳의 게를 잡아들이도록 하라! 말미는 삼일!”
난데없는 가주의 명에 모용가의 모든 무력대가 해가 넘어가는 저녁 태호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게를 잡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