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0화 (320/344)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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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에 올릴 게 요리를 결정하기 위한 경연이 이틀 후 구양문충공의 사당 앞에서 엄숙하지만 성대하게 열렸다. 

잔치가 아니고 제에 올릴 요리를 만들 경연인지라, 중원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천 대신에 흰 천을 여기저기 걸어둔 엄숙하고 단아한 느낌으로 꾸며진 구양 씨 가문. 

구양문충공의 사당은 구양 씨 가문 뒤편 작은 동산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동산 바로 아래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넓은 광장 한쪽 편이 요리할 장소로 꾸며져 있었다. 

아마 참배객이 대기하는 장소로 따로 마련된 공간을 요리할 장소로 꾸민 느낌. 

그 광장의 나머지 부분은 경연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워낙 볼거리 없는 시대이니만큼 이런 경연이 열렸다니, 주변 마을부터 도시까지 이걸 구경하겠다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든 것이 분명했다. 

자리가 모자라 담장에 걸터앉은 사람부터, 사당 아래 동산까지 밀려들어 있는 사람들. 

정말 말 그대로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든 느낌이었다. 

심지어 동경 개봉부에서 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 

사당 주변은 사람들의 물결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 장난이 아니구나.”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 일찍 도착해 대기하다가 이제 슬슬 가서 자리를 잡으라는 말에 접객당을 나서 도착한 사당 앞. 

사당 앞, 동산 바로 아래 차려진 요리할 공간들. 

그중 한곳이 내가 요리할 곳이었다. 

“저긴가?” 

그곳으로 향하려 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가가, 꼭 이기셔야 해요!” 

“노공, 믿습니다.” 

“낭군님, 미미는 기원하는 마음으로 낭군님을 지켜보겠습니다.” 

“스승님, 힘내세요! 제자는 스승님의 장원을 하시리라 믿어요.” 

아내들과 제자의 든든한 응원. 

“알겠다. 알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미소를 지으며 넷을 향해 대답해준 후 당당한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났다. 

내 등에는 이틀 동안 소기름을 배부르게 처먹은 게 중, 살이 단단하고 장이 꽉 찬 선별한 암게들이 바구니 속에 담겨 있었으며, 빠꾸 맞아 되돌려 받는 바람에 내 체면을 구긴 오렌지도 담겨 있었다. 

‘이런 대회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렇게 대회장 안으로 들어서 구양문충공 댁 총관의 안내를 받아 요리할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쪽입니다. 류청운님.” 

“고맙네.” 

“기본적인 재료는 있는 것을 사용하시면 되고, 특별히 필요한 것은 저희에게 말씀하시면 가져다드립니다. 그러니 경연이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시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겠네.” 

요리할 자는 나까지 총 일곱 명인지 요리할 장소는 총 일곱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내가 자리를 잡자마자 하나둘 대회장에 도착한 요리사들이 내 주변 자리를 메꾸기 시작했다. 

누가 나와 같이 요리를 만들지 궁금하긴 했지만, 도착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틈 없이 나는 제일 먼저 요리도구와 재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 시대에 유명한 요리사가 대체 어떤 부류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내가 만들 요리가 더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어디 보자 화구는 숯으로 끓이는 화로구나. 물은 떠다 달라고 해야 하나?’ 

내가 쓸 재료들은 대부분 준비해왔지만, 혹시 내가 준비한 것보다 더 좋은 재료가 있는지 같은 것과 화구나 찜기 등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를 먼저 살핀 것. 

내가 요리 대회에 참가해본 일은 없지만, 처음 간 주방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도구와 재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경연을 자주 구경했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일곱이지? 항상 여섯 아니었나?” 

“그러게? 원래 모든 것이 잘 풀린다는 류(流)를 의미하기 위해 여섯 명의 요리사가 요리했지 않은가?” 

“어째서 화를 내는 뜻과 비슷한 일곱 명의 요리사란 말인가? 이상한 일이구만?” 

“그럴 이유가 있었나? 올해 한 명이 더 늘어난 이유를 모르겠구만?” 

‘아, 그래서 구양발 그 양반이 여러모로 불편해했구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서 왜 이 집의 주인이 그리 불편한 기색이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는 모두 숫자에 부여하는 중원인들의 의미 때문인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중원인들은 뭔가에 의미를 붙이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것은 숫자에도 다르지 않은데, 그런 이유로 중원인들이 길하다고 생각하는 숫자는 육, 팔, 구. 

육은 모든일이 잘 풀린다는 류라는 뜻과 비슷한 발음이라 좋아하고, 팔은 돈을 많이 번다는 파차이(발재 发财)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구는 장수한다는 의미를 가진 주(구 久)와 발음이 같으니 좋아하는 것. 

그런데 나를 끼워 넣으니 칠이라는 숫자가 되어 ‘화내다’라는 발음과 비슷한 모양이 되니, 아무래도 나를 문전박대 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 

뭐 다른 이유도 당연히 더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중원 놈들 별별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니까?’ 

정말 별스럽다고 생각하며 화구와 화로 그리고 요리도구와 재료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요.” 

구양문충공 댁 하인들이 뛰어와 곧 경연이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조금 기다리자 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둥둥둥! 

그리고 우리와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로, 제를 올리는데 입는 것처럼 보이는 멋들어진 의관을 갖춘 구양발이 걸어 나와 소리쳤다. 

“제 아버지인 구양문충공의 제에 올릴 게 요리 경연을 구경하기 위해 와주신 여러 중원의 명사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경연은······.” 

한참 대회의 연혁과 목적 같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은 지루한 이야기가 끝나고. 

구양발이 뒤를 돌아보더니 우리쪽을 향해 외쳤다. 

“자, 그럼 한 분씩 자신이 누군지를 세인들에게 알려주시오!” 

‘아···.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인가?’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

그렇게 시작된 자기소개 시간. 

제일 우측에 있는 자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가 사람들에게 포권을 하며 외쳤다. 

“동경 태화각에서 온 금적삼이라 하오. 구양문충공의 제에 올릴 요리에 도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오!” 

그렇게 그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경 태화각의 금적삼이라면 태화각의 주인 아닌가!?” 

“태화각? 태화각이 어딘가?” 

“어허, 이 사람 태화각도 모르는가? 동경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요릿집이 아닌가? 그 뭐더라···. 아 그렇지! 태화각의 잉어요리가 일품이라 했는데.” 

“오오! 태화각!”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동경에서 잘 나가는 요릿집 수석 쉐프인 느낌. 

송나라 수도인 개봉에서 잘 나가는 요릿집 수석 쉐프라는 말에 제법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구색이 갖춰진 대회구만?’ 

그리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번째 사람이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가 인사했다. 

“저는 사천에서 천류반점의 곽은청이라 합니다.” 

이번에는 여인. 

이 시대 요리사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으니 크게 신기한 일은 아니었는데, 그녀가 자기의 이름을 말하자 사람들이 또 놀란 목소리로 여기저기서 외쳐댔다. 

“사천의 천류반점의 곽은청이라면 관가의 선공이었다가 사천에서 천류반점을 차리셨다는 곽성 대인의 딸이 아닌가?” 

“천류반점의 고기 요리는 일품이라 알려져 있지.” 

“천류반점이라면 나도 들어본 적 있네.” 

대령숙수의 딸 정도 되는 포지션의 여인. 

참가자의 면모가 생각보다 화려했다. 

그녀 외에는 정주(鄭州)에서 온 큰 객잔의 주인이라는 남자 하나와 서경(西京)에서 온 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여자 요리사. 동경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여자 출장요리사 촌연주사(村宴廚師). 

그리고 남경(南京) 근처 태호의 가장 큰 기루의 요리사라는 여자 하나가 참가자의 전부였다. 

이제 내 차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사람들에게 포권을 하며 나를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복주 류가반점의 류청운이라 합니다. 나라의 큰 어른이신 구양문충공의 제에 올릴 게 요리를 만들게 되어 영광입니다.” 

간단한 인사. 

그러자 앞에서와 같이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복주 류가반점? 처음 들어보는데?” 

“신기한 일이군. 이름도 별로 없는 자가 이 경연에 나오다니.” 

“자네 못 들었나?” 

“응? 무슨?” 

“왜 이번에 급하게 경연에 사람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알고 보니 며칠 전 구양문충공 댁 앞에 회뢰(贿赂)를 들고······. 그치가 저치인 듯하네.” 

“아니, 그게 정말이란 말인가? 에잉 아무튼 있는 놈들이···.” 

뭔가 나의 참가 비화들과 며칠 전 뇌물로 감귤을 들고 갔던 일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진 느낌. 

숙덕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구양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었다. 

‘아니, 저런 언제 또 저렇게 소문이···. 아니, 이 집 보안 왜 이따위냐?’ 

일단 얼른 돌아서 자리로 돌아올 때였다. 

사람들 틈에서 많이 들어본 여인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 식룡이다!” 

‘여, 영영이 인가?’ 

아마도 영영이가 분명해 보이는 목소리. 

그러자 이어서 누군가의 물음이 이어졌다. 

“식룡!?” 

식룡이 무엇이냐는 물음. 

그 물음에 나에게 익숙한 여인들의 목소리가 연달아 이어졌다. 

“독왕님의 생일잔치에 하돈을 요리해 수많은 무림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그분 말입니까?!” 

“제갈가의 혼례식에서 갱이 흘러나오는 만두를 만들어 수많은 고수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그분이군요?” 

“맞습니다. 서시의 유라고 불리는 하돈의 정을 맛본 무림의 호걸들이, 대단한 요리를 만든 요리사에게 별호를 내리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 내리겠냐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저 멀리 노을로 생전 처음 보는 용 한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본 누군가가 식룡이라는 별호를 내리자고 제안해 식룡을 별호를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같은 청이와 미미의 자세하고 섬세한 설명. 

그제야 여기저기서 놀란 사람들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식룡 들어본 적 있네! 무림인들이 그 요리실력을 존경해 무림인도 아닌데 용의 별호를 허락한 요리사. 식룡!” 

“아, 저분이 식룡이셨구료!” 

“어찌 일곱인가 했더니 식룡이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면, 그럴 수 있겠구먼.” 

“오오, 식룡의 요리는 맛도 있지만, 보기에 화려하기도 하다는데 기대가 되는구만!” 

‘후 저놈의 식룡···.’ 

저놈의 식룡이라는 소리만 나오면 모든 부끄러움이 나의 것이 되는 느낌. 

그러나 나는 좀 부끄러웠지만, 하지만 아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분노한 표정이었던 구양발이라는 양반의 시선이 ‘정말 그런 대단한 요리사였다고?’ 이런 의문이 담긴 표정이 되어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소동파의 얼굴로 향하고 있었던 것. 

구양발의 시선에 나를 보며 찡긋 웃어 보이는 소동파. 

그리고 오랜만에 들려오는 식룡 풀스토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 옆자리에서 참가한 요리사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식룡 대협이셨군요? 저 천류반점의 곽은청이라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경연이 끝나고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만나 봬서 영광이에요. 식룡 대협. 동경에서 온 촌연주사인 주미려라 해요. 요리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요.” 

“식룡 대협. 저는 서경에서 온 화미호 랍니다.” 

“아, 예. 바, 반갑습니다.” 

갑자기 쏠리는 여자들의 관심. 

경연이 끝나고 차나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그리고 그때 청이의 전음이 귓가로 날아들었다.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어 몸서리가 쳐지는 목소리의···. 

[노공, 요리에 집중하셔야죠? 여난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영영이와 미미의 전음도 이어졌다. 

[가가, 앞에만 봐요. 대답해주지 말고!] 

[낭군님?] 

차례차례 들려오는 전음에 이거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 싶을 때, 곧이어 들려오는 북이 울리는 소리. 

-둥둥둥! 

그래, 요리 대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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