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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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오늘 하루 장사할 요리 준비가 한창인 반점의 부엌.
냄비 여기저기에서 맛있는 냄새가 솟아오르고, 부엌 식구들은 분주히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매부, 우육면 국물은 이제 다 끓었네. 고기는 너무 풀어지면 안 되니 건져두겠네.”
“예, 형님. 무도 너무 무르면 안 되니 나중에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알겠네.”
“가련이는 준비 다 끝났느냐?”
“예, 스승님, 반죽은 다 잘라 준비했습니다. 남궁 부인께서 사용하실 반죽도 미리 판에 올려두었습니다.”
“반죽을 나누기 전에 손은 잘 씻었겠지?”
“예, 깨끗하게 씻은 후에 면을 준비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니 더욱 신경 쓰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래. 잘했다 가련아.”
“은공, 저는 가련이에게 반죽을 받아 주문이 들어오면 면을 만들겠습니다.”
“알겠소. 소소.”
형님과 가련이 소소가 각자가 맡은 준비를 끝냈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새 식구의 목소리.
식모였다.
“어르신, 조기 손질이 다 끝났는데 소금에 절여둘까요?”
“그래주겠소? 이제 더워지니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그때그때 씻어서 사용하도록 합시다. 식모.”
그렇게 분주한 준비 시간이 끝나고 이제 슬슬 첫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할 때.
배식구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 청이를 향해 외쳤다.
“청, 이제 문을 열어주시겠소?”
“알겠습니다. 노공.”
내 부탁에 청이가 반점의 문을 열어젖히고, 문밖으로 나가 문밖 양쪽에 매달려 있는 치자 모양의 등롱에 불을 붙였다.
송 시대에 장사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저 치자등에 불을 붙이는 것, 대낮에도 치자 등롱에 불이 켜진 것으로 영업 유무를 확인하니, 아마 이제 밖에서 켜진 등롱의 빛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 분명했다.
‘일단 준비는 끝났고.’
아직 첫 주문이 들어오기 전이니 짬을 내 식모에게 물었다.
“식모, 그래서 일은 할 만하오?”
내 객잔은 이미 폐업 아니, 철거되었으니 객잔에서 일하던 식모를 이쪽으로 초대했었다.
우리 반점에는 요리사가 아직 더 많이 필요했는데, 그녀는 가련이와 합을 맞춰 본 경험도 있고, 내 오향장육 만드는 법도 알고 있어 누군가를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보다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천에서 주변을 정리한 식모는, 우리가 구양문충가로 출발하기 전에 반점에 도착했었는데, 이제 그녀가 일한 지 한 달 남짓.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자 그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류 대인 어른. 이리 좋은 곳으로 불러주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그럼 다행입니다. 나도 먼 곳에서 일하자는 부탁을 들어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아닙니다. 가족들까지 복주로 옮겨 올 수 있게 해주셔 제가 무척 감사하지요.”
그녀를 데리고 오는 조건은 그녀의 가족들이 복주에 자리를 잡는 것을 도와주는 것.
전생처럼 비행기나 교통수단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공을 익혀서 여행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를 따라오면 이제 평생 가족을 못 만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그녀의 가족들을 복주 류가장이 있는 마을에 정착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준 것이다.
직원들이 반할 수밖에 없는 복지라 할 수 있는, 송시대로 치면 파격적인 풀 서비스.
식모가 만족한다니 앞으로 팍팍 부려 먹어 줄 예정이었다.
“아, 그리고 며칠 후부터 날이 더 더워지면 오향장육도 준비합시다.”
“알겠습니다. 류 대인.”
‘뭐 식모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고···. 그러면 가련이나 형님은 어떻게 지내는지 살짝 물어볼까?’
식모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보이고, 남은 형님이나 가련이는 어떤 문제가 없는지 알아보려 할 때였다.
“어서 오세요.”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하인들의 인사 소리.
둘에 대한 것은 나중에 쉴 때 확인하기로 하고 손님이 도착한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자, 손님이오. 준비들 합시다.”
“““예!”””
그렇게 부엌 식구들에게 신호를 주자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준비하는 주방 식구들.
형님과 식모는 우육면과 황어면 그리고 칠성어환을 맡았고, 가련이를 면 삶고 헹구는 과정을 맡았기에 신호를 주자, 다들 각자의 자리에 위치하고는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듯 대답했다.
“나는 준비되었네.”
“스승님. 저도 준비되었습니다.”
“어르신, 시작하셔도 됩니다.”
반점 안으로 들어서 첫 손님은 세 명으로 이루어진 한 팀이었는데, 가장 능숙한 하인인 월희가 달려가 주문을 받기 위해 요리에 관해 설명했다.
“어서 오셔요. 어떤 요리를 준비해드릴까요? 저희 류가반점은 천하제일 우육면과 복주의 명물 황어로 만든 황어면, 떠난 가족들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요리 칠성어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면 요리는 검후님의 검삭면과 청운님의 수타면이 있고요.”
똑 부러지는 설명.
기녀 출신이라고 해서 걱정했더니 비연의 말대로 믿을 만한 아이였다.
“어디 보자 오늘은 뭘 먹을까?”
“나는 어제 황어면을 먹었으니 오늘은 우육면을 먹어야겠구먼.”
“아는 그럼 칠성환이나 먹을까?”
그렇게 손님들이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응? 저건?”
“응? 저게 뭔가?”
“저게 뭔가? 어제도 못 봤던 것 같은데?”
한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면 천장 쪽 종보를 바라봤고, 다들 그쪽을 바라보기에 나도 같이 그들이 무엇을 보고 그러는지를 확인했다.
그러자 눈에 들어 온 것은 현판.
건물 내부 십자 형님의 부적 옆에 멋들어지게 걸린 현판이었는데.
현판을 건 지는 며칠 정도 되었지만, 손님들은 그것을 이제야 발견한 모양이었던지 현판을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어댔다.
“글쎄? 어디 보자···. 구양문충가(歐陽文忠家) 해미식경연장원(蟹美食競演壯元)!?”
“구양문충가에서 열린 게 요리 경연이라면···!”
“허억! 구양문충가의 요리 경연의 장원!”
그러자 어디선가 영영이가 스르륵 미끄러지듯 나타나 도도한 표정으로 현판에 관해 설명했다.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
‘내 남자가 이정도 남자다 나는 뭐 그런 남자의 여인이다.’ 뭐 그런 표정으로 말이다.
“어머, 저희 가가께서 이번에 구양문충가에서 열린 게 요리 경연에 ‘장원’을 하셔서 받으신 현판을 발견하셨나 보군요?”
오렌지처럼 톡톡 튀는 영영이의 설명.
장원에 약간 임팩트를 준 것은 의도한 것이리라.
“게 요리 경연에서 장원이라!”
“오오! 역시 류대인이 아니신가?”
“저것이 그 장원을 하면 주는 것입니까?”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영영이는 사람들이 요 며칠 그것을 발견하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소원 푸는 느낌.
하루 장사가 즐겁게 시작되고 있었다.
***
“우육면 하나. 칠성어환 하나 완성되었네. 나가면 될 것 같네.”
형님이 막 말아낸 우육면 하나와 칠성 어환이 담긴 그릇을 나에게 건넸다.
하루 장사가 끝나가고 이제 마지막 테이블의 마지막 요리.
“밖에 누구···.”
배식구로 밖을 살피며 하인 하나를 불러 요리를 내가라 하려 했지만, 만석을 채운 손님들 덕에 하인들이 모두 테이블마다 달라붙어 정신이 없었다.
‘이거 내가 내가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마지막 요리는 내가 내어가야 하는 느낌.
원래 주인이 가끔 홀에 얼굴도 내밀면 좋은 것이니 우육면 한 그릇과 칠성어환을 그대로 가지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옆에 있던 가련이가 내가 쟁반에 받친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내 앞을 막아서며 얼른 물어왔다.
“스승님, 직접 가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지금 하인들이 모두 바쁜 것 같아 내가 직접 가려고 하는데···.”
“그럼 제가 나가겠습니다. 이리 주십시오.”
자기가 가겠다며 내 손에 든 쟁반을 맞잡아 드는 가련이.
그냥 내가 해도 괜찮은데, 자신이 굳이 하겠다니 쟁반을 건네며 가련이를 향해 부탁했다.
“그래, 그러면 그래 주겠느냐?”
“예, 스승님. 제자가 그리하겠습니다. 스승님은 좀 쉬셔요.”
알뜰살뜰 나를 챙기는 가련이.
천검자의 점과 아내들의 반응에 묘하게 천검자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여운으로 돌고 있었지만, 저리 깍듯한 아이와 부부 사이가 된다니.
그건 그냥 여자와 술 좋아하는 늙은이의 헛소리가 분명했다.
‘역시 제자인가? 그래, 저리 깍듯한데 부인이라니. 아무리 내가 큰마음을 좋아하긴 해도 벌써 아내가 다섯이나 있는데···. 여자 좋아하는 도사가 착각한 거겠지?’
전생이라면 여자에 관심이 많을 나이이지만, 공급이 초과하니 이거 나는 거의 여자에 부처인 상태.
벽안의 엘프 청이와 뱀파이어 입술의 소소, 천사 소녀 미미와 극도의 백치미 영영이까지.
이런 다양한 부인이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여인을 생각한다?
그건 정신이 나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천검자가 했던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고ㅡ 못이기는 척 가련이에게 쟁반을 건네자 내가 내민 쟁반을 받아든 가련이.
쟁반을 다른 사람들보다 앞으로 내밀어야 했기에 보기에 좀 위태위태했지만, 뭐 객잔에서도 해왔던 일이기에 가련이에게 쟁반을 맡겨내 홀로 내보냈다.
그러나.
-와장창! 쨍그렁!
가련이가 주방 문을 통해 밖으로 나서고 얼마 안 돼, 들려 오는 그릇 깨지는 소리.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던지 가련이가 들고 나간 사기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인가?’
그냥 내가 가지고 나갈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달려 나가자 눈에 들어 온 것은 가련이가 우육면을 뒤집어쓴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
바닥에 칠성어환이 구슬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가련이의 팔에도 치마에도 가슴에도 붉은 우육면 국물이 쏟아져 있었다.
팔목을 움켜준 가련이의 모습.
얼른 달려가 가련이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렇게 팔목을 잡아채 데인 곳은 없는지 확인하자 파들파들 떨려오는 가련이의 손목.
놀랬는지 가련이는 새파랗게 질려 멍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괜찮느냐? 가련아? 가련아?”
멍한 가련이를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가련이.
가련이가 몸을 떨며 나에게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죄송합니다.”
“아니다. 미미, 미미 어디 있소?”
얼른 오분대기조 미미를 찾자 미미가 이층 계단 쪽에서 이쪽으로 뛰어왔다.
“낭군님, 저 여기 있습니다.”
“가련이를 부엌으로 데려가 데인 곳은 없는지 좀 확인해주겠소? 그리고 혹시라도 데었다면 장의문의 진이 녀석에게 약을 좀 달라하시오. 그, 아무래도 여러 군데 데였을 수 있으니 꼼꼼히 살피시오.”
“아···. 알겠어요. 낭군님.”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슴에까지 쏟았을 리 없겠지만, 아무래도 떨어트리면서 걸린 모양.
해서 같은 여자끼리 잘 살피라고 하자 미미가 알아듣고는 어색하게 웃어왔다.
그렇게 아직도 새파랗게 질려 당황한 가련이를 그렇게 미미가 끌고 부엌으로 들어가고, 일단 요리를 받지 못한 손님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아무래도 요리가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아니오. 뭐 실수할 수야 있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사과했음에도 손님의 뭔가 난처하다는 말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붉게 물든 그의 바지 끝자락.
아무래도 가련이가 우육면을 엎으며 그의 바지 끝자락을 물들인 듯했다.
일단 바로 사과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혹시 멀리서 오셨으면 사 층에 방이 있는데 하루 묵고 가시겠습니까? 바지는 빨아 내일 아침에 다시 입을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손님은 무림인의 모습은 아니었는데, 그냥 나이 많은 서생 같은 모습.
이 시대에 세탁비 개념도 없고 보통은 사과하면 끝날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대로 보내는 것은 이미지상 아닌 것 같아 사 층 객실을 권하자 손님이 기뻐하며 대답했다.
“그렇게까지나?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지요.”
“그러면 식사가 끝나시면 방으로 모시라 이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홀의 소란을 마무리하고 얼른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나도 가련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찬 물통에 손을 넣고 있는 녀석.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자 물속에 손등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미미는 이미 사라진 상태.
아마도 장의문에 화상에 쓸 약을 받으러 간 모양이었다.
“괜찮느냐? 가련아?”
일단 가련이에게 상태를 묻자 사과부터 하는 가련이.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무척이나 놀랐는지 식은땀에 흠뻑 젖은 가련이에게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녀석을 위로했다.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 요릿집에서 일하다 보면 왕왕 일어나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그리고 손은 찬물에 푹 담그고 있거라. 미미는 약을 받으러 간 모양인데 조금만 기다리거라. 아프지는 않으냐?”
“예···.”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예···.”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를 위하느라 일어난 일 그 마음씨를 생각해 혼신의 위로를 했지만, 왠지 영혼 없는 목소리.
이게 그렇게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놀랄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가련이는 의기소침해졌다.
장사가 끝나고 늦은 저녁을 먹을 때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