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6화 (33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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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처음에는 잘못 봤을 수도 있다.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날의 기억은 너무 충격적이었고,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진 남자의 얼굴이 정말 맞는지 확신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가련이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어젯밤 꿈을 꿔서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아, 아닐 거야. 그, 그래 내 착각일 거야.’

그렇기에 향수행에서 몸을 씻고, 사 층 제일 안쪽의 처소로 향하면서 가련이는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을 털어내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사 층 제인 안쪽에 있는 자신의 처소로 향할 때였다.

자신의 옆방 문 앞에서 하인들이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은? 잘 안내해 드렸어?”

“응, 저녁에 마실 물병과 아침에 세검에 쓸 물과 천까지 모두 넣어드리고 왔지.”

“슬쩍 물어봤어? 어떤 사람인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반점에 묵는 사람은 월희님이 대충이라도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라 하셨잖아?”

“응, 뭐 사천 쪽에 살던 사람이라던데, 심우현? 뭐 그런 데서 왔다나 봐. 장사꾼 같더라고.”

-삐이이이···.

그렇게 아니길 바랐건만, 심우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귀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하악. 하악.

확신을 주는듯한 이야기에 숨이 틀어막히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풀리는 다리로 인해 가련이는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응?”

“어? 가련님?”

“어머! 괘, 괜찮으세요? 이 땀 좀 봐.”

주저앉는 자신을 발견한 하인들이 달려와 자신을 부축하고 방으로 옮기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무런 말도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어떡하지 류 대인께 말씀드려야 하나?”

류 대인이라는 이름이 들리기 전까지.

스승님에게 알린다는 말에 가련이는 정신을 붙들고 하인들에게 대답했다.

“아, 안 돼요! 자, 잠시 어지러웠던 것뿐이요. 괘, 괜찮아요.”

“정말요? 아니 그래도 이 땀이···.”

“저, 정말이에요. 괜찮으니까 돌아가서 쉬셔도 돼요.”

“알겠어요. 가련님.”

“혹시 많이 불편하면 저희 옆방에 있으니까 부르세요. 알겠죠?”

“예, 아, 알겠어요.”

난처한 듯 서로를 바라본 하인들이 마지못해 가련이를 두고 옆방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하인들이 사라지자마자, 가련이는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 침상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쪼그리고 앉아 몸을 떨며 생각했다.

덜덜 떨리는 몸과 딱딱거리며 맞부딪치는 이.

‘왜, 왜지? 왜 또 나타났지? 어, 어째서지? 이미 모두 빼앗아 갔었잖아! 어찌해야 하지?’

착각일 것이라 간절하게 바랐던 가련이의 희망과는 다르게, 그날의 그 사람이 확실해졌다.

행복한 가련이의 가족을 갈가리 찢어버렸던 놈 중 하나가 가련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그, 그래, 관청에 바, 발고를···. 지주님께 말씀을···.’

처음에는 관아에 발고 할까 생각했다.

그분은 많이 바뀐 가련이의 모습에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지금 복주 지주 어른은 예전에 심우현에서 이 일을 한번 살피셨던 분.

더군다나 지금은 스승님의 의형제시니 더욱 잘 살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러나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가련이의 머릿속에, 그분이 한해 가까이 이 일을 살피고는 마지막으로 자기를 불러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아이야 네 처지는 안타깝지만, 이제는 그만 잊거라. 동생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

용모파기도 확실하지 않고, 놈들이 대체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혀, 현령님 어, 어찌 잊으라 하십니까!? 흐흑···.”

“네 원한이 깊겠지만 놈들을 잡아도 문제니라. 원소절로 워낙 사람이 많아 놈들을 눈여겨 본 사람이 없고, 놈들의 얼굴을 본 것이 너 혼자뿐이라 놈들을 잡는다 해도 놈들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벌할 길이 없을 수도 있단다···. 증좌가 너무 없으니···.

그리고 남겨진 흔적으로 보아 무림인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니. 만약 무림인들의 은원 관계에 휘말린 것이거나 하면 더 복잡한 일이 되는지라···.”

잡아도 벌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

부모님의 참혹한 죽음을 생각하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잡아도 벌하지 못한다니.

관청에는 발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관청에 발고는 불가능.

‘어, 어쩌지? 스, 승님께 말씀드려볼까? 아, 아니야···.’

관청이 아니면 다음으로 스승님께라도 이야기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스승님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스승님은 굶어 죽을 뻔한 동생과 자신을 살려주기까지 하시고, 동생들을 제갈가에서 거둬주게까지 하신 분.

더군다나 자신을 제자로 삼아주신 분인데, 그런 고결한 분에게 손에 피를 묻혀 달라고, 자기 대신 더러운 그놈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고?

스승님에게 그런 더러운 부탁을 할 수는 없었던 것.

그 고결한 분의 손에 피를 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사모님들은···?’

결국 마지막으로 무림의 세가 출신들인 사모님들에게 스승님 모르게 몰래 이야기해 볼까 생각했지만, 얼마 전 가련이가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이 복주에 도착하자마자 어떤 술 취한 놈에게 모욕당했던 일.

그때 스승님과 사모님들께서 다 같이 한결같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던 것. 

“그래, 우리가 무가는 아니지만, 너의 사모들도 다 무림인이고 복수는 아무래도 자기 손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혹시 네 손으로 저 밖의 저놈을 혼내주고 싶지 않더냐?”

복수는 자기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라는 말.

그 말이 벼락같이 머릿속을 내리치자 거짓말같이 가련이 몸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가련이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생각만 했던 것.

사무친 원한은 자신이 직접 풀어야 하는데 말이다.

예전에 지주님의 말씀대로라면 무림인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아까 그놈이 무림인이었다면, 자신이 그릇을 엎을 때 몸을 피했을 터.

놈은 분명 무림인이 아닌 것 같았으니, 여인인 자신이라도 복수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스승님과 사모님들의 가르침이 기억났으니 가련이는 서두르기로 했다.

먼저 월희를 찾아가 혹시라도 복수하다가 실패해서 자신이 죽을 수도 있으니, 스승님께 전 하고 싶었던 말을 서찰에 잔뜩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전장에 나가는 장수들도 이런 서찰을 써놓고 나간다지 않던가.

자진이라도 하는 줄 알고 월희가 난리를 쳤지만 어떻게든 서찰을 준비할 수 있었고, 부엌으로 내려가 날이 잘 벼려진 잘 안 쓰는 채도 하나를 챙겼다.

그리고 스승님의 방문 앞에 찾아서 서찰을 내려두고 계수배를 올렸다.

‘스승님, 제자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직접 나서겠어요. 평생 옆에서 모시며 은혜를 갚고 싶었지만, 혹 제가 오늘 원수를 갚다가 잘못된다면, 귀신 돼서라도 못 갚은 은혜를 갚겠어요.’ 

사모들이 일찍 깨어 무공수련을 하러 가긴 하지만, 그놈은 그보다 일찍 떠난다고 한 상태.

만약에 복수에 성공한다면 다시 와서 서찰을 재빨리 회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언으로 서찰이 남겨질 터.

어설픈 처리였지만, 서찰이 먼저 발견되거나 사람을 죽이고 나서의 일 같은 것은 가련이 머릿속에 없었다.

부모님의 참혹한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라 머릿속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으며, 스승님과의 소중한 반점에 놈이 발을 들인 것이 무섭고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부엌에서 챙겨온 채도를 가슴에 품고 새벽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렇게 새벽녘 닭이 울기 시작할 무렵.

자리를 옮겨 부엌에 몸을 숨기고 반점의 문을 주시하던 가련이의 시야에 하인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서는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 층에 묵는 손님은 놈이 유일했으니, 가련이는 그 뒤를 얼른 뒤따르기로 했다. 

-끼이익.

놈을 배웅한 하인이 위층으로 사라지고, 가련이는 남자를 찾기 위해 얼른 문을 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저기 다리 쪽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저벅저벅.

옅은 해무가 느껴지는 새벽녘 그렇게 가련이는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가슴에 한 자루의 채도를 품은 채.

***

밖으로 나서니 아직 어둠 속 흐릿한 해무가 느껴졌다.

반점의 문을 나서 다리를 건너 남자의 발걸음을 바짝 뒤쫓았다.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조용히 걸으며 그렇게 남자를 뒤따랐다.

다리를 건너 화화루 옆을 지나 저자를 가로질러.

계속해서 가련이가 남자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벽녘이지만 의외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어둠 속에서 마주칠 때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입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하지만 품속에 품은 채도를 매만지면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한참 놈의 뒤를 따르고 있을 때였다.

저자를 가로질러 저자 뒷골목으로 향하는 놈.

몇 번 이쪽 길을 지나다녔지만, 저쪽은 어둡고 으슥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

놈이 들어선 길에 따라 들어서자, 새벽녘 일을 나가는 사람들 때문인지 띄엄띄엄 집 앞에 걸린 등롱에서 흘러나오는 흐릿한 빛.

골목은 한산했다.

이제 그놈과 가련이 단둘뿐이었다.

‘잘할 수 있어. 나도 똑같이. 똑같이 해줄 거야!’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발걸음을 서둘러 놈의 뒤로 바짝 붙어서며 품 안에 채도를 꺼내 들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방망이질하고, 숨이 가빠왔지만, 채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놈의 목을 노렸다.

-저벅저벅저벅.

‘똑같이···.’

놈도 부모님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그렇게 발걸음을 빠르게 이으며 놈과 가까워져, 막 휘두르면 놈의 목덜미에 칼끝이 닿을 것 같을 때.

놈의 바로 뒤에서 한 걸음을 더 떼며 가련이는 가차 없이 채도를 휘둘렀다.

-휘이익.

그러나.

가련이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던지 멈춰서 고개를 돌리려는 남자.

그 바람에 생각했던 것보다 가련이와 남자가 더 가까워져 가련이의 가슴에 남자의 등이 튕겨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퉁

“어, 어이쿠!”

-서걱.

남자가 가련이의 가슴에 밀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통에 남자의 등만을 얇게 스친 채도.

남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남자가 땅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으나 가련이는 멈추지 않았다.

놈의 붉은 피를 보니 상원절의 그 참혹한 붉은 광경이 떠올라 미친 듯이 남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들고 있는 채도를 남자의 머리를 향내 내리쳤다.

아니, 치려 했다.

남자가 가련이의 두 팔을 붙들지 않았으면.

“크으윽. 나, 나에게 무, 무슨 원한이 있어 이리 나를 참혹하게 대하느냐!”

가련이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외치는 남자.

가련이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따라 외쳤다.

“워, 원한!? 심우현의 추가 부부의 일을 네놈이 알지 못하느냐!? 내 원한이 피에 사무쳤으니! 내 그분들의 딸로 오늘 너를 그분들과 똑같이 만들어 줄 것이다!”

“허, 허억···. 추, 추가···.”

심의현 추가 부부라는 말에 놈의 놀라는 모습.

분명 놈이 맞았다.

평상시라면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을 테지만, 흥분해 칼을 손에 쥔 가련이는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을 떨구며 이를 악물었다.

“주, 죽어라 이놈!”

그리고 어떻게든 놈에게 칼을 휘두르려 했다.

“사, 사람 살려! 살려주시오! 미친년이 사람을 죽이려 하오!”

그러나 가련이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뻐억!

“이 무슨 일인가!? 괘, 괜찮소?”

“괜찮으시오!?”

남자의 비명을 듣고 주변의 민가에서 달려 나온 사람들이 몽둥이로 가련이의 뒤통수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가련이의 복수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도 가련이는 원통한 눈으로 남자의 옷깃을 잡아 쥐었으나 마지막으로 잡아챈 그 옷깃마저도 가련이의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허무한 결말이었다.

***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미미와, 영영이까지 도착한 형님의 집무실.

“그, 그 아이가 추가 부부의 딸이었단 말인가!?”

청이가 가련이에게 듣고 온 이야기를 전해 들은 형님이 놀란 얼굴로 책상에서 벌떡 일어서셨다.

“혹시 아시는 일입니까?”

“아, 알다마다! 내 심우현에 부임하고 얼마 안 돼 일어난 참혹한 일인지라 당연히 기억하지! 그 때문에 내가 그 한직인 심우현에서 몇 년이나 있어야 했는데···. 그 아이가 그리 커, 컸구나···. 그럼 이럴 때가 아니지! 여봐라! 여봐라! 지금 당장 모든 지휘사를 불러들여라!”

형님은 곧바로 밖을 향해 모든 지휘사를 불러들이라 소리치셨다.

그리고 지휘사들이 허겁지겁 형님의 집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오자 호랑이 같은 표정으로 명령하셨다.

“지금 당장 온 복주를 뒤져 등에 상처가 나 치료받았거나 피를 흘리는 놈을 잡아들이도록 하라! 한 놈도 빠지지 말고 잡아들여 모두 확인하도록 하라!”

“““예, 지주 어른!”””

‘알고 보면 형님도 상당히 정의로운 분일지도?’

재빨리 놈을 잡아들이기 위해 명령하시는 역시 든든한 형님.

형님의 정의에 감탄할 때 분노에 찬 형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나를 그 심우현 같은 한직에 몇 년이나 처박혀 있게 한 놈들! 가만둘 수 없지! 내 기필코 잡아들여 허리를 반토막 낼 것이야!”

뭔가 정의의 방향성이 조금 이상하긴 했는데, 어쨌든 이러면 이제 가련이는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그러면 가련이는 이제 풀려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형님.

“그럼! 이놈들을 잡아들여 죄를 토설하게 하면 반드시 풀려날 수 있지!”

***

그렇게 일이 잘 풀리나 했는데, 열흘이나 지속된 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은 놈.

사흘째에는 미미까지 동원했는데, 놈의 흔적이 있던 곳이 사람의 발자국으로 흔적이 지워져 미미도 놈을 잡을 수가 없었다.

소소, 미미, 영영이, 청이까지 모든 아내를 대동하고 다시 찾은 형님의 집무실.

지휘사나 아장들은 결국 놈이 이미 복주를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다.

-탕!

“어찌 아직도 그놈 하나 잡아들이지 못한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지주 어른. 아마도 그날 복주를 빠져나간 것은 아닐지···.”

도망간 가련이의 원수를 잡아들이지 못한 상황.

이제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형님이 무척 미안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형님, 놈을 잡아들이지 못하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크, 크흠···. 마침 내가 그 아이의 일을 잘 알고 있으니, 놈이 없더라도 교살형은 면할 것이지만 그래도 확실한 죄인이 없으니. 장 열대는 맞아야 하지 않을지 싶은데···. 

국법인지라 나도 이 정도밖에···. 내 최대한 사람이 상하지 않게 잘 치는 자들을 골라 장을 치라 할 테니. 거, 걱정하지 말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사사로이 복수하려고 칼을 휘둘렀는데, 엉덩이 열대면 괜찮은 벌.

거기에 때리는데 도가 튼 기술자들도 붙여준다는 말에 다소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가련이에게도 교훈이 될 테고.

형님이 조금 말은 더듬는 것이 이상했지만, 좀 미안해서 그러시는 느낌이라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아내들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자, 장을 말입니까!? 너, 너무 참혹한 벌이 아닙니까?”

“포 형인, 그럴 거면 차라리 교살이 나을 것입니다!”

“자, 장이라니···.”

“가가의 의형이시면서 장을 치실 거라고요? 세상에. 실망이에요. 포형인!”

엉덩이 몇 대 맞는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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