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3화 (343/344)

이야기를 담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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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어째서 저희를 밖으로 나오라 하신 거예요?”

“노공, 무슨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내공은 익히셨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어 까먹었는데, 낭군님이 내공을 익힌 것을 확인하지 않았군요?”

“은공, 어찌 되셨습니까? 성공하셨습니까?”

아내들을 밖으로 불러내자 이제야 내공 개통에 관한 생각이 났는지 소식을 물어오는 아내들.

하지만 내공에 대한 것은, 갑자기 난입한 황보 가문 사람들 때문에 축기한 기운이 머리 쪽에만 가면 사라지는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상황.

원인은 나중에 권왕이 한가해지면 알아보기로 하고, 쓸데없는 일로 아내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 배운 것까지만 설명했다.

또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한바탕 소동이 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축기 하는 법은 가르침 받았는데, 운기를 가르침 받는 과정에서 황보 가문 사람들이 들이닥쳐 배울 수가 없었소.”

“아, 저런.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까? 노공.”

“낭군님, 그래도 축기까지 가르침을 받으셨군요? 안쪽의 일이 해결되면 이제 운기를 배워야겠네요.”

“어휴. 우리 가가 내공 익히는 데 방해만 되고. 정말 황보 가문 사람들 너무 무식한 것 같아요. 가가.”

뭐 묻은 영영이가 뭐 묻은 황보가를 비난하는 상황.

잠깐 움찔했지만 영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영영이는 무식한 게 아니라 백치미니까 말이다.

아무렴.

“우리같이 배운 사람이 참아야지. 영영아. 귀여운 영영이 네가 참거라.”

“헤헤. 아차. 그런데 왜 저희 나오라고 하신 거예요?”

“아, 그렇지 그 이야기를 해야지.”

내가 아내들은 나오라고 한 것은 내일 가련이의 판결이 열리니, 오늘은 가련이에게 판결 내용과 내가 흑기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련이에게 오늘은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장형을 당할 것이고 내가 대신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말이지. 형 직전에 이야기했다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시켜두려고 말이다.”

“아···.”

“아, 그렇군요.”

“맞네요. 그러는 것이 좋겠네요.”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청이가 되물었다.

“그러면 제가 가서 말하면 되겠습니까?”

가련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청이가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지만, 이건 내가 가는 게 맞았다.

내가 스승 아니, 선생을 자처했으니 내가 해야 했다.

“아니오. 청, 내가 직접 가겠소.”

“노공께서 직접?”

“가가께서?”

“낭군께서 직접 말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영영이를 향해 부탁했다.

“그렇소. 해서 부탁이 있는데. 영영아, 어전에 가서 초어(草魚)를 몇 마리 사다 주겠느냐? 민물고기니, 민물고기를 파는 곳에 가서 사와야 한다. 너무 크지 않고. 그래, 팔뚝만 하면 되겠구나.”

“초어요?”

***

새벽에 내공 개통식을 한다고 부푼 가슴을 안고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일어났는데, 황보 씨 부자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멈춰진 수련.

뭐 내 몸이 이상한 원인도 있긴 했는데, 원래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

속으로 황보 가문을 한참 씹어주었다.

그런 이유로 어쨌든 내공 개통은 하지도 못했으니 영영이가 가련이 줄 사식의 주재료인 초어를 어전으로 사러 간 사이, 반점 장사를 위해 마련해둔 재료들을 미리 준비했다.

어차피 형님이나 식모가 내려와서 할 테지만, 오늘 오전에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으니 일손을 덜어주기 위한 것.

-타닥타닥.

마른 나무가 타는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우육면의 육수와 고기를 살피고, 소소가 검삭면에 쓸 반죽을 미리 확인해 준비하고, 미리 만들어 둔 어환 반죽으로 어환을 빠르게 빚어 물에 데쳤다.

그렇게 한참 아침 장사를 준비할 때였다.

뒷문이 열리며 어전(魚廛)에 갔던 영영이가 아직 펄떡거리는 큼지막한 물고기 세 마리를 새끼에 꿰어 가지고 들어왔다.

“가가, 여기요. 이거면 되나요? 이 정도 크기밖에 없더라고요.”

영영이가 내민 물고기는 팔뚝보다 조금 작긴 했는데, 큰 고등어만 한 크기는 되니 저 정도면 먹기 좋은 크기.

영영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것이면 되겠구나.”

새끼줄에 매달린 물고기는 내가 사 오라고 부탁했던 초어(草魚).

중원에서 식용하는 민물고기 중에 가장 흔한 물고기 중 하나였다.

초어는 백련어, 대두어, 강청어등과 함께 중원의 사대 가어(家魚)중 하나로.

가어란 양식한 물고기를 뜻한다. 

이 시대에 무슨 양식이냐 하겠지만, 중원의 민물고기 양식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르는데.

아무래도 중원이 쓸데없이 넓다 보니 내륙으로 가면, 내륙의 중원인들은 평생 바다 구경뿐만 아니라 생선 먹기도 흔한 일이 아니기에 민물고기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으니, 오래전부터 양식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손질 좀 시작해볼까?’

일단 영영이가 사 온 녀석들을 물통에 넣고 그 물에 식초를 타 두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영영이의 질문.

“그런데 가가. 왜 잉어가 아니라 초어를 사 오라고 하셨어요?”

아마도 송 시대에는 초어보다는 잉어를 좀 더 고급 생선으로 치니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송 사람들은 잉어를 좋아해 봄에는 잉어를 회로 먹기도 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그건 지금부터 만들 요리는 반드시 초어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초어로요?”

“그래.”

“좀 비리지 않은가?”

영영이가 사 온 초어는 크게 자라면 미터까지도 자라는 초대형 물고기인데, 영영이가 비리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이 초어는 물속의 물풀만을 먹고 자라는 녀석이기에, 비린내가 심하다는 잉어보다 더 흙내나 비린내가 심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초어를 물에 넣고 식초를 뿌린 것도 다 비린내 제거를 위한 것.

뭐 깨끗한 물에서 며칠 굶기면 비린내가 더 많이 제거되긴 하는데, 지금부터 만들 요리는 이정도만 해도 조리과정에서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으니까.

“비린내가 나지 않게 만들 것이니 괜찮단다.”

“기대돼요. 가가. 저는 잉어가 더 좋지만.”

영영이는 잉어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송나라 전인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중원인들은 잉어를 먹지 못했다.

함부로 잉어를 잡아먹다 걸리면 곤장이 육십 대.

육십 대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잉어 한번 잘못 잡아먹고 골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선비족 출신인 당나라의 이씨 왕조가 잉어를 당나라의 신물로 지정하고 잉어의 식용을 금지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건 일종의 정통성 작업의 일환으로, 도교의 시조인 노자(老子) 이이(李耳)를 이씨 왕조의 시조인 태상황제로 봉하고, 신선들이 타고 우화등선(羽化登仙)한다는 잉어를 신물로 지정했기에 잉어를 먹을 수 없었던 것.

그 때문에 중원인들은 가장 즐겨 먹던 잉어의 식용이 금지되어 다른 민물고기를 먹어야 했고, 같은 잉엇과인 초어, 백련어, 대두어, 강청어등이 그 자리를 대신 하게 되었던 것, 이것들이 그래서 사대 가어가 된 것이다.

“그래, 네 것도 준비해 줄 테니 기다리거라.”

“알겠어요. 가가.”

초어가 식초 물에서 비린내를 토하게 둔 그사이 다른 재료들을 준비하기로 했다.

“가련아. 월주와···. 아하하. 가련이가 지금 없지···.”

무심코 익숙하게 가련이를 불러버린 상황.

어색하게 웃으며 찬장에서 재료들을 하나하나 꺼내 도마 옆에 내려두었다.

이번 요리에 들어갈 재료는 초어와 소흥주, 간장, 미초(米醋)인 쌀로 만든 식초. 생강, 사당, 밀가루와 후추. 쪽파.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 두고 초어의 몸에서 비린내가 빠져나올 한두 시진 사이, 뭘 할까 생각하는데 형님과 식모가 부엌으로 들어섰다.

“하아암. 매부 잘 잤나? 아침부터 소란스러워서 잠을 설쳤더니 졸리구만.”

“어르신도 잠을 설치셨나요? 저도. 좀 졸리네요. 하음.”

“형님, 나오셨습니까? 식모도 나왔소?”

황보 씨 부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청이가 후원으로 히어로 랜딩을 해버렸고, 그 때문에 다들 새벽잠을 설친 모양인지, 둘은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피곤한 얼굴이었다.

“응? 그러고 보니 자네 오늘은 내공을 배운다고 하지 않았나? 어찌 여기 있는 것인가?”

오늘 무공을 배우느라 하루 정도는 바쁠 수 있다고 이야기해두긴 했었는데, 그런 내가 부엌에서 오늘 장사 준비까지 끝내놓고 있으니 물으시는 모양이었다.

“아, 황보세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시는 바람에 아무래도 내공은 소란이 잦아든 다음에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때문에 다들 새벽잠을 설친 모양이군요?”

“갑자기 큰 소리가 나 잠이 깨고 말았는데, 다시 자기에는 애매한 시진인지라···.”

나는 스무 살에 바로 요리 유학하러 중원 대륙으로 넘어온지라 군대에 가지 못했는데, 인터넷이나 형님들에게 불침번이나 경계 근무를 설 때 뒤에서 두 번째가 제일 짜증 난다고 듣긴 했었다.

자면 일어나기 힘들고, 그렇다고 자지 않으면 하루가 피곤하고.

아마 형님과 식모도 그런 기분인듯한 느낌.

“저런. 죄송합니다. 저 때문인듯해 송구하군요.”

“이 사람 그게 어찌 자네 때문인가? 황보 가문 사람들이 들이닥쳐 그런 것이라며. 그나저나 아침 장사 준비를 거의 혼자 다 마쳐 두었구만? 허허.”

“저런, 같이 하지 그러셨어요. 류 대인.”

내가 어느 정도 장사 준비를 해둔 것을 보고 미안해하는 둘.

다른 일거리는 없는지 살피던 둘이 나를 향해 물었다.

“잠깐, 그나저나 뭐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나 보구만? 뭘 준비하고 있었는가?”

“아, 그렇군요. 응? 저건 초어?”

둘 다 요리에는 진심인 분들이라 내가 뭔가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아, 오늘 가련이를 만나러 가려고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공당이 열리는 것이 내일이라고 했던가? 당연히 매부의 의형이신 포대인께서 알아서 잘 봐주시겠지?”

“예, 물론입니다. 형님.”

아내와 나 그리고 친구인 월희 외에는 가련이의 판결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은 상태.

장인 장모 처조부까지 와있는 상태라 장을 대신 맞는다고 하면 난리가 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형님은 그저 내일 판결이 있다고만 알고 있으신 것.

“그럼 이건 가련이를 위한 요리겠구만. 우리도 뭐 도울 건 없겠는가? 그런데 어찌 만들지 않고?”

“아닙니다. 그리 어려운 요리는 아닌지라. 아, 물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한 시진 정도 저리 두려고 말입니다.”

“그래? 그러면 나가서 좀 쉬다 오게. 장사 준비도 다 끝나있고 가련이를 보러 가려면 자네 속이 속이 아닐 테니.”

“그러세요. 류대인 한 시진 있다가 오셔요.”

가련이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나를 배려해주시는 형님.

괜찮다고 말했지만 결국 등을 떠밀려 부엌 밖으로 쫓겨나듯 내보내 졌다.

홀로 나오니 장사 준비가 한창.

이쪽은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방으로 되돌아가기도 그래서 후원으로 나서자, 아까 내 부탁에 어전과 육전을 다녀온 한가한 영영이와 미미가 나를 따라나섰다.

“가가, 정자로가요.”

“그래요. 낭군님.”

그렇게 도착한 후원의 정자.

딱히 뭔가를 할 게 없어서 초어의 몸에서 비린내가 빠져나올 사이 잠깐 축기나 해보기로 했다.

“그럼 물고기에서 비린내가 좀 제거될 때까지 축기나 해볼까?”

당장 운기는 안되니 축기라도 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었었던 것.

“가가, 축기 하시려고요?”

“그래, 후원 정자에 누워 축기나 좀 해야겠구나.”

그렇게 잠시 누워 축기를 하는데 들려오는 영영이의 물음.

“가가, 축기 심심하지 않아요? 저는 축기랑 앉아서 운기 하는 게 제일 심심하던데. 차라리 마보가 낫지.”

‘마보?’

영영이의 물음에 생각해보니 무릇 무공의 입문이란 마보부터 시작되는 것이 국룰.

무공입문 기분이라도 내 볼까 싶어 벌떡 일어나 영영이에게 부탁했다.

“영영아, 마보 그건 네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거지?”

“응? 왜요? 마보 배우고 싶으세요?”

“잠깐 시진도 남으니 마보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

“그럼요! 제가 잘 가르쳐 드릴 수 있어요. 헤헤.”

마보는 뭐 큰 가르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영영이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을 테고, 옆에 미미도 있으니 한번 기분이나 내보기로 했다.

또 마보 그거 하체 단련에 무척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무엇보다 남자는 하체 그리고 나는 남들보다 몇 배나 기운이 필요한 상태.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제갈의 기운을 물려받은 사위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투명의자 내가 전생에 잘했거든.’

그리고 또한 나는 전생에 학교 다닐 때 투명의자로 다져진 몸.

마보 정도야 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생에도 남들은 투명의자를 하면 죽겠다고 했지만, 나는 한두 시간 정도는 껌이었던 것.

그렇게 영영이와 미미의 도움을 받아 엉거주춤 말 타는 자세를 잡자 무지성(無知性) 칭찬해주는 둘.

“가가, 아주 잘하고 계셔요! 너무 잘해요!”

“낭군님 마보 하시는 모습도 어찌 저리 멋지실까?”

“하하, 그런가?”

그렇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보 그거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어떤 새키가 감히 훈수질이냐?’

게임을 할 때도 ‘그거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저 소리를 하면 싸우자고 하는 것이기에 고개를 돌려 훈수충이 누군지를 찾았다.

그러자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황보 가문의 소공자.

녀석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삼ㄹ···. 아니, 류 대협. 마보라도 하고 계셨습니까? 그런데 마보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분명 삼류라고 부르려고 했던 것이 분명한 느낌.

게이머들에게 금기시되는 멘트를 감히 입에 담다니, 녀석의 표정과 얄미운 미소에 권왕의 무공 꼭 사회 환원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새끼 진짜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권왕의 무공 전수받을 사람 찾아서 꼭 엿 먹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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