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5화 (5/175)

[Episode 01] 집구석 절대자 (5)

알림창에는 네 명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30대 부부와 아이 둘.

모두 옆집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시스템 창을 향해 질문을 던져봤다.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개체는 집구석에서 퇴출됩니다.]

[정말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역시나.’

그냥 물어본 게 아니었다.

시스템은 내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면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던가.

‘그게 아니라면 그릇 안에 있는 라면만 창고에 보관한다던지, 카놀라유 통 안에 들어있는 기름만 창고 안에 넣는 짓 따위는 불가능했겠지.’

집구석 절대자 스킬.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시스템의 설명이 친절한 방식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가르쳐주진 않으니까.

‘집구석에서 퇴출된다는 건···.’

어떤 방식으로 퇴출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쩐지 그리 안전한 방식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명 모두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최형준, 박혜원, 최나연, 최서연에게 시민권을 부여합니다.]

옆집 가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뒤 곧바로 스킬창을 열어봤다.

시민권과 관련된 스킬이 새롭게 각성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 다른 거네?”

새롭게 각성한 스킬은 시민을 관리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집구석 절대자의 눈 Lv.1

-집구석 안에서는 그 무엇도 절대자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방금 겪었던 묘한 현상이 바로 절대자의 눈을 사용한 상태였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시민 관련된 건 어디 있지? 아, 찾았다.’

시민과 관련된 것은 의외로 집구석 선포 스킬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집구석 선포 (패시브) Lv. 6

-그 누구도 절대자의 허락 없이는 집구석을 침범할 수 없다.

ᛗ시민 관리

집구석 선포 스킬에 시민 관리라는 버튼이 새롭게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눌러보니 아까 봤었던 네 명의 사진과 함께 간략한 수치가 적혀 있었다.

□최형준 (신뢰도 : 24) (Lv. 9)

□박혜원 (신뢰도 : 18) (Lv. 5)

□최나연 (신뢰도 : 33) (Lv. 3)

□최서연 (신뢰도 : 42) (Lv. 2)

현재 인구수 ( 4 / 600 명)

“600명이라고?”

마지막에 적혀 있는 숫자는 아마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들의 숫자일 것이다. 앞에 4라는 숫자가 적혀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컸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596명이나 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소리인데. 숫자가 좀 지나치게 크지 않나?’

본능적으로 이 기능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최형준.”

네 명의 시민 중 한 명의 이름을 부르자 자세한 시민 정보가 떠올랐다.

『이름 : 최형준 (Lv. 9)

신뢰도 : 24

각성 능력 : 없음

경험치 분배율 : 0%

정산금 분배율 : 0%

★퀘스트 부여    퇴출』

경험치 분배율과 정산금 분배율.

이 항목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시민이 사냥하는 경험치와 정산금이 나에게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내 마음대로 분배율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거 설마?’

레벨이 오르면서 새롭게 생겨난 기능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기능이 아닐까?

단지 우리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시민권 부여를 하지 못했던 게 아니었을까?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처음에는 내가 가진 스킬이 굉장히 기형적이라 생각했었다.

집에 한정해서 완벽한 안전구역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정작 나는 집구석에 갇혀 있어야만 했었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시민권 부여가 가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처음부터 같이 사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면 그만이었다.

시민이 사냥하는 경험치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올테니까.

‘그런 식으로 성장하는 거였나.’

방금 켈리칸과의 전투로 확실해진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내 능력이 생각보다 상당히 사기적이라는 것이었다.

27레벨이라는 게 정확히 어느 정도로 강력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웬만한 몬스터들의 공격은 충분히 막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여기가 아니라 본가에 있었더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문제인데.’

부모님은 2층짜리 주택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계셨는데, 거기서 각성했다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우선 가족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도 문제없었을 것이다.

‘사냥도 걱정 없지.’

내가 켈리칸을 사냥한 방식을 생각해보면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대문만 열어놓고 집 안에서 몬스터들을 공격하면 되니까.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립된 것도 전부 30층이라는 고층 아파트에서 능력을 각성한 탓이었다.

1층이었다면 거실 창밖으로 고블린들을 찔러 죽이며 성장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었겠지.’

원래라면 처음부터 시민들을 부리며 성장했어야 하는 능력인데, 나는 이제야 겨우 시민들을 부릴 수 있게 된 셈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잘 풀리긴 했으니까.

‘그런데 이건 뭐지?’

최형준의 시민 정보창에는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항목이 한 가지 있었다.

“퀘스트 부여.”

띠링!

퀘스트 부여 창에는 퀘스트 내용, 제한시간, 성공 보상, 실패 페널티 항목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시험 삼아 각 항목들을 채워봤다.

“고블린 한 마리 사냥, 기간은 넉넉하게 일주일, 보상은 없음. 실패 페널티는 없음.”

띠링!

《퀘스트 부여》

퀘스트 내용 : 고블린 사냥 (0/1)

제한 시간 : 168시간 00분 00초

보상 : 소량의 경험치.

실패 페널티 : 없음.

[이대로 퀘스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내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이상한 것은 보상 쪽이었다. 분명 없음을 선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량의 경험치가 보상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보상은 존재한다는 건가. 그러면··· 실패 페널티는 어디까지 가능 한 거지?’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실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곧바로 퀘스트가 부여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퀘스트 실패 페널티 수정, 죽음.”

띠링!

《퀘스트 부여》

퀘스트 내용 : 고블린 사냥 (0/1)

제한 시간 : 168시간 00분 00초

보상 : 소량의 경험치.

실패 페널티 : 죽음.

[이대로 퀘스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아니오.”

[퀘스트 부여를 취소합니다.]

···이게 될 줄이야.

퀘스트 내용도, 제한 시간도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 페널티에 제한이 없다니.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시민을 죽일 수 있다.’

시민들의 생사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것.

어려울 것도 없었다.

겨우 고블린 한 마리 잡는 퀘스트라고 할지라도 제한시간을 1초로 잡아버리면 그 즉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미친.”

스킬의 진짜 성능을 마주하게 되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한 사람, 아니 시민으로 받아들인 네 사람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내 능력이 두려워졌다.

‘이게 집구석 절대자 스킬···.’

스킬명 그대로 집구석 내에서만큼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바로 내 스킬인 것이다.

‘···어떻게 한다?’

시민들을 써 먹을 방법이야 많았다.

극단적인 경우 퀘스트 부여를 활용해서 장기말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방금처럼 페널티를 죽음으로 만들어버리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사냥을 하러 나가야 할 테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민들을 착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퀘스트로 엄마 아빠를 구해오라고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려고 할까? 아니, 그 전에 퀘스트를 수행할 능력은 있을까?’

옆집 아저씨, 최형준의 레벨은 겨우 9였다.

고블린 정도야 문제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블린들의 레벨은 고작해야 6이나 7이었으니까.

하지만 바깥세상은 지금 레벨 27의 켈리칸 같은 괴물이 돌아다니는 위험한 곳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고블린 수십 마리가 달려든다면 금방 죽고 말겠지.’

그래서야 의미가 없었다.

‘고블린 무리 정도는 압도할 수준으로 키워야 해. 아니면 그럴만한 수준의 팀을 구성하던가. 그래야 엄마 아빠를 구출해 올 가능성이라도 생긴다.’

방법이야 간단했다.

경험치 분배율이 있는 것을 보면 시민들도 몬스터 사냥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몬스터 사냥 퀘스트를 부여하면 된다.

퀘스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인간적으로도 도리가 아닐뿐더러 분명히 내게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부모님을 구하는 데 있어서 좋지 않은 변수로 작용하게 되겠지.

‘최악의 경우 엄마 아빠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장기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했다.

‘퀘스트로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어.’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하는 법이다.

‘윈윈 전략으로 간다.’

결론을 내린 나는 곧장 이웃집을 향해 움직이려 했다.

그러다 현관에 있는 전신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돈되지 않은 수염과 편한 추리닝 복장은 전형적인 백수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방금 직전까지 있었던 켈리칸과의 전투로 온몸이 땀에 절여져 있는 상태였다.

‘우선은 좀 씻자.’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안다.

쏴아아아

따뜻한 물을 맞으며 스킬 창을 점검해보던 중 아까는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Lv. 1 [+]

-상점에 등록시킨 물품을 정가에 구매할 수 있다.

[보유 스킬 포인트 : 3]

집구석 절대자의 품위 유지 (패시브) Lv. 1 [+]

-품위 유지를 위한 집구석 전반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복한다.

[보유 스킬 포인트 : 3]

집구석 절대자의 창고 Lv. 1 [+]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이다.

[보유 스킬 포인트 : 3]

스킬 레벨 옆에 플러스가 붙어 있었다.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드디어 상점에 새로운 물건을 등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집구석 선포 스킬은··· 역시 스킬 포인트로는 올릴 수 없는 건가.’

플러스 표시가 나타난 스킬은 상점과 품위 유지 그리고 창고 스킬뿐이었다.

지갑 스킬이야 맥스 레벨이니 더 이상 올릴 수 없는 게 당연했고, 방금 얻은 절대자의 눈 스킬은 레벨이 1로 표시되어 있지만 플러스 버튼은 나타나지 않았다.

‘숙련도라도 있는 건가?’

어찌됐든 상관없었다.

처음부터 레벨을 올릴 스킬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정말로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스킬을 올리시겠습니까?]

“그래.”

그 순간 스킬 창이 황금빛을 뿜어내며 점멸했다.

우웅!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스킬이 Lv. 2가 되었습니다.]

[등록 가능한 물품의 개수가 20개로 늘어났습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10% 할인됩니다.]

“오?”

물품 등록의 한계치가 늘어나는 것 까지는 예상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가격까지 할인해주다니.

“괜찮은데?”

남은 포인트는 이제 2개.

혹시나 싶어 상점 스킬을 확인했지만, 이번에는 +버튼이 없었다.

‘레벨업 마다 뭔가 조건이 있는 것 같은데.’

짐작 가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물품 등록 한계치인 스무 개를 모두 채우면 다음 레벨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등록시킬 물건들은 미리 생각해둔 상태였다.

최우선순위로 등록시키는 것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상품인 것들.

샤워물품이나 휴지 같은 것들이었다.

‘한 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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