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3] 몰이사냥 (2)
1층으로 내려온 최형준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유혜린이 그를 향해 말했다.
“아저씨, 정말 괜찮겠어요?”
“저, 저, 전. 괘, 괜찮습니다!”
정말이지 하나도 괜찮지 않아 보였다.
“아저씨! 걱정하지 마십쇼! 남자면 군대도 다녀왔을 거 아닙니까! 오케이?”
최형준은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강덕수를 향해 대답했다.
“···면제입니다.”
“???”
강덕수는 최형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본 다음 진심을 담아 물었다.
“그 몸으로?”
180을 넘는 키에 건장한 체격은 운동선수라고 해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 했다.
이런 사람이 면제라니.
강덕수의 혼란스러운 눈빛에 최형준이 변명했다.
“이, 이거 다 살입니다. 예전에는 더 심했었고요. 근육 아니에요.”
“아니···.”
아무리 봐도 근육인데.
“집중.”
그때 팀의 리더인 하동건이 팀원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았다.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한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1층 복도.
고블린들의 본거지인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작전 점검이었다.
“몰이사냥의 최종 목적은 최대한 많은 숫자의 고블린들을 30층까지 끌고 가는 것이다.”
30층에 있는 투명한 벽의 존재는 그들도 이미 한 번 겪어봤다.
시민권을 받기 직전, 강덕수가 배트를 휘두르며 투명한 벽의 강도를 직접 확인해보기도 했었다.
그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고블린들의 힘으로는 투명한 벽을 뚫을 수 없다. 반대로 우리는 벽 안에서 놈들을 공격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러니까 이 작전의 목적은 명확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블린들을 끌고 30층까지 유인해 오는 것. 그것이 우리 역할이야.”
하동건은 지하로 내려가는 비상구 계단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B1층과 B2층을 동시에 공략한다.”
그들에게 작전을 지시한 김재현은 몰이사냥 작전을 여러 번 시행할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워낙에 영악하기 때문에 첫 시도에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숫자의 고블린들을 끌어들일 작정이었다.
작전은 간단했다.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지하 1층에 있는 놈들을 먼저 자극 한 후, 지하 2층에 있는 놈들을 유인한다.”
이 작전의 핵심은 지하 2층 팀이 올라올 때까지 지하 1층 팀이 고블린 웨이브를 버텨내야 하는 것에 있었다.
모두가 최형준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 1층에서 비상구 철문을 방패삼아 고블린들을 막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김재현이 직접 그에게 맡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확실히 최형준의 몸집을 생각해 보면 최적의 역할이기는 했다.
그때 김 건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말 해.”
“···만약에 우리가 생각했던 거보다 더 많은 고블린들이 들이닥치면요? ···그럼 우리는 그대로 30층에 고립되는 거 아닌가요?”
김가영이 자신의 손에 들린 활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주면 우리야 땡큐지. 안전만 확보된다면, 나 혼자서도 그놈들 다 쓸어버릴 수 있거든.”
“가영이 말이 맞아. 우리에게는 활이 있고, 투명한 벽에 막힌 고블린 무리는 좋은 과녁이 되어 줄 뿐이지.”
김 건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냐는 얼굴로 일행들을 훑어봤다.
그리고는 조용히 핵심을 찔렀다.
“···시체는요? ···고블린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일 텐데 그건 다 어떻게 처리할 건데요?”
“······.”
“···시체 더미에 막혀서 오히려 옴짝달싹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요.”
모두가 조용해지던 때 문병호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분이 어떻게든 해 주실 거야.”
그리고 그 말에 최형준이 동조하며 나섰다.
“그렇네요. 그 분이라면 분명 어떻게든 해 주실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건 그 분께서 직접 지시하신 작전이니까요.”
김 건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키긱?”
익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복도 한쪽 끝에 고블린 세 마리가 멀뚱멀뚱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김가영이었다.
푸슉!
열흘간 지겹도록 고블린들과 마주했었고, 이제는 놈들을 발견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끼이― 꽤액!”
푹!
순식간에 김가영의 화살 두 개가 고블린 두 마리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리고.
퍼억!
남은 한 마리는 어느새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가 배트를 휘두른 강덕수의 차지였다.
김 건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선배. 이럴 거면 활은 왜 챙겨 온 거에요?”
“아? 그러네?”
강덕수는 배트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어?”
그때, 김가영이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라지고 있어.”
“응? 뭐가?”
곧이어 김가영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라이트를 켰다.
“!!!”
빛이 비춰진 그곳에서는 고블린들의 사체가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건.”
놀라워하는 김 건을 향해 문병호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봤지? 그 분께서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주신다네. 네 물음에 직접 대답해주신 거야.”
김 건은 뻐끔거리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시민 하동건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김가영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유혜린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
······
하동건 파티의 상황은 절대자의 눈으로 전부 확인하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눈을 떠 보니 역시나, 파티 전체의 신뢰도가 크게 상승해있었다.
이제는 절대자의 눈을 사용한 상태에서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처음에는 시야가 겹치는 듯하여 오히려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시야를 분리시키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놀라워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운이 좋았어.’
의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김 건의 발언과 동시에 우연히 나타난 고블린들 덕분에 딱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 연출됐다.
마치 내가 그들을 보고 있다가, 김 건이 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고블린의 시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보고 있었던 건 맞긴 하지만.’
그 덕에.
[시민 문병호의 신뢰도가 50을 달성했습니다.]
[충성도가 개방됩니다.]
[시민 문병호의 충성도가 30을 돌파했습니다.]
[시민 문병호가 가신 등록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뢰도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았던 문병호의 신뢰도가 50을 뛰어넘었다.
‘겨우 몇 시간 만에···.’
가신의 조건을 충족해버리다니.
하동건 파티가 전체적으로 빠르게 신뢰도 상승을 보여주고는 있었지만, 아직 50을 달성하려면 한참 남았다.
벌써 가신의 조건을 충족한 최형준의 가족과 문병호의 공통점은 양쪽 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그들의 결핍을 해소해주었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어쨌든 잘 됐어. 될 수 있으면 빠르게 가신을 늘려야 성장이··· 어라?’
문병호의 시민 정보 창을 확인해 본 나는 헉 소리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름 : 문병호 (Lv. 10)
신뢰도 : 55 충성도 : 88
각성 능력 : 없음
경험치 분배율 : 70%
정산금 분배율 : 0%
★퀘스트 부여 퇴출』
충성도 수치가 말도 안 되게 높았다.
‘무슨···?’
물론 문병호의 태도를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40~50정도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88이라니.
‘······뭐 나쁜 건 아니니까.’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나에게 충성을 다 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뜻이었으니까.
‘가신 등록 할 타이밍은 정해졌네.’
최형준을 가신 등록할 때에 밝은 빛이 그를 휘감았던 것을 생각할 때, 마침 이번 작전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
하동건 파티가 열흘 동안 고생을 하며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고블린들이 빛에 민감하다는 것.
평소에는 괜찮았다.
항상 빛에 민감하다면 낮에 돌아다닐 수조차 없었을 테니까.
녀석들이 빛에 민감한 것은 바로 밤.
그것도 자신들의 안식처에 숨어들어 있을 때 가장 민감했다.
번쩍
“끼긱!”
“끼이익!”
“꽤액?!”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하던 지하주차장, 고블린들의 안락한 안식처는 불쾌한 빛의 침범을 받았다.
“끼에에엑!”
“캬아아―!”
휴식을 방해받은 고블린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빛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었다.
그러나 빛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쐐애애액―!
푸욱!
푹!
어둠을 가르고 날아온 화살들이 고블린들을 꿰뚫었다.
몇 개는 형편없이 빗나가고 말았지만, 몇 개는 고블린들의 몸통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또 그 중의 일부는 동료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리고.
번쩍―!
“뭐, 뭐야?”
스마트 폰에서 나오는 빛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커다란 광원이 한 남자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곧 지하 1층에 있는 대부분의 고블린들을 자극했다.
“끼에에엑―! 끼에에엑―! 끼에엑―!”
고블린들의 울음은 순식간에 동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끼에에엑―!”
“끼에에에―!”
“끼에엑―!”
적의 가득한 동료들의 울음이 동굴에 울리고, 잠에 빠져 있던 이들을 모조리 깨웠다.
고블린은 개개인의 개체만 놓고 봤을 때는 무척이나 약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무리의 힘으로 극복할 줄 아는 놈들이었다.
그런 고블린들이 가장 민감하게 구는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침범 당했을 때고, 나머지 하나는 안정을 취해야 할 밤에 아프게 눈을 찌르는 빛을 마주했을 때였다.
그 두 가지 경우가 지금,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끼에에엑―!”
“끼에에에―!”
분노한 고블린들이 불청객들을 향해 광기어린 분노를 토해내며 돌진했다.
“됐다! 튀어!”
“1조가 엄호하고 2조는 비상계단으로 빠져!”
하동건의 지시에 한동안 활을 쏘며 깔짝거리던 최형준, 강덕수, 문병호가 지하 1층 비상계단을 향해 달렸다.
푸욱!
그들이 빠지는 동안 1조에 속해 있던 하동건, 김가영, 유혜린, 김 건이 고블린들을 향해 열심히 화살을 쏘아댔다.
푹―!
“꽤애액!”
그 중에서도 빛나는 것은 단연 김가영의 활솜씨였다.
그동안 꾸준히 단련된 그녀의 활솜씨는 매번 고블린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푹!
나머지도 그리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매번 강제적으로 양궁장에 끌려 다닌 경험 덕분인지 하동건의 활 솜씨 또한 심상치 않았다.
푸욱―!
게다가 좁은 통로를 향해 몰려드는 고블린은 생각보다 맞추기 쉬운 상대였다.
빛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기도 하고.
“1조 빠져!”
충분히 시간을 끈 1조가 비상계단을 향하는 동안, 이번에는 2조가 엄호사격을 실시했다.
푹!
“꽤애액!”
활솜씨는 1조에 비해 형편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배나 어깨, 다리에 화살을 관통당한 고블린들은 꼴사납게 쓰러졌고.
터억!
“꽤애액!”
그들에게 발이 걸린 고블린들이 줄줄이 넘어지며 앞길을 막아섰다.
한 방에 미간이 꿰뚫리며 사라지는 시체들과 달리 어설픈 활에 맞은 고블린들은 훌륭한 장애물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닫아!”
그 덕에 시간을 번 하동건 일행은 성공적으로 비상구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쿠웅!
문이 닫힌 직후 수많은 고블린들이 철문을 두드려댔다.
쿠구구구궁―! 쾅! 쾅!
“흐읍!”
최형준은 비상구 계단을 꽉 붙잡은 채로 홀로 버텨냈다.
그의 몸 안에 내제된 고릴라의 괴력이 철문을 굳건하게 막아섰다.
철컥- 철컥―
고블린들이 비상구 계단을 열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놀랍게도 최형준 혼자서 수많은 고블린들의 힘을 막아서는 데 성공했다.
김재현의 지시이긴 했어도 긴가민가했던 강덕수는 여차하면 자신도 문을 막는 데 가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보였다.
최형준 혼자서도 충분하다면 굳이 인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여섯 명 전부가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아저씨 조금만 참아요!”
“빨리- 가!”
최형준이 비상구 계단에서 혼자서 버티는 동안 지하 1층에서 벌어졌던 일이 비슷하게 지하 2층에서도 되풀이되었다.
“끼에에엑―!”
분노한 고블린 떼가 비상구 계단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흐읍, 하아. 흐읍, 하아.”
그것을 듣는 최형준은 오한에 걸린 사람처럼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또 다시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 것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던 광경이, 비명이 난무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해야 돼. 내가 해야 되는 일이야!’
여기서 자신이 무릎 꿇게 되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그럴 수는 없었다.
쿠웅! 쿵!쿵! 쿠궁!
잠깐 잠깐씩 비상구의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열리려 했다.
그때마다 최형준은 괴력을 발휘하여 그것을 막아냈다.
“흐어어업!”
그의 두 발을 멀쩡하게 버티게 해 주는 것은 그의 양쪽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그때 지하 2층에 갔었던 하동건 일행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저씨! 됐어요! 이제 그만!”
“다들 달려어!”
틈틈이 고블린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며 하동건 일행이 위쪽으로 달려 나갔다.
최형준은 기뻐했다.
‘돼, 됐다. 성공이야!’
이제는 이 문을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발을 떼려는 순간.
‘―어?’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포와 맞서며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 책임감은, 그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동시에 도망갈 힘은 앗아가 버린 것이다.
“아저씨!!!”
“머, 먼저 가!!”
“하지만···!”
“가! 얼른!”
이미 하동건 일행의 제일 후미에 있는 강덕수 조차 최형준과 꽤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고블린들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게다가.
콰앙!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 1층의 철문까지 뚫렸다.
“끼에에엑―!”
“끼에에에―!”
“끼에엑―!”
광기에 휩싸인 고블린의 모습을 본 강덕수는 차마 밑으로 내려갈 용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젠장!”
급박한 순간, 그가 선택한 것은 생존이 아닌 동료였다.
퍼억!
“저리 꺼져 이것들아! 아저씨 빨리 이쪽으로―!”
그런데 그 순간.
슈슉-
“···어?”
최형준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남은 것은 주변에 깔린 수많은 고블린들.
“···좃 됐네?”
“캬아아―!”
강덕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고블린 한 마리의 머리를 향해 풀스윙을 날렸다.
퍼억!
“케에엑!”
푸욱!
다행인 것은 강덕수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그의 동료들도 그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수야! 빨리!”
“어, 어!”
김가영과 하동건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강덕수는 계단을 세 칸씩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더, 더 빨리!’
모든 힘을 쥐어짜내며 30층을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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