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7화 (17/175)

[Episode 04] 퀘스트 보상 (3)

부산(釜山).

이름에 산을 뜻하는 뫼 산(山)자가 들어갈 만큼 산이 많은 지역이었다.

이와 더불어 6.25 전쟁 때 수많은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면서 한 가지 특색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산지에 수많은 세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처음 피란민들이 형성한 판자촌이 자리를 잡고 발전하다 정착하여 그대로 산동네가 된 형태였다.

산 전체에 걸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의 형태 때문에 수많은 골목길이 존재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달려!”

하동건 파티가 좁은 골목길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고, 그들의 뒤쪽으로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발광하며 따라붙고 있었다.

덩치는 작은 주제에 어찌나 날쌘지 하동건 파티와 고블린 무리의 거리는 점차 줄어만 갔다.

그때 가장 후미에서 달리던 강덕수가 등을 돌리며 외쳤다.

“이 개새끼들아!”

우우웅!

새하얀 빛 속에서 튀어나온 강덕수는 찬란한 전신 갑옷과 할버드를 착용한 채로 나타났다.

“흐읍!”

그는 자신에게 달려들던 중인 고블린 한 마리를 향해 할버드를 찔러넣었다.

푸욱!

“꽤애액!”

할버드의 창끝에 찔린 고블린이 그대로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겨우 한 마리를 제압한 것만으로는 소용없었다.

고블린들이 진짜 무서운 것은 무리의 이점을 활용할 줄 안다는 점에 있었으니까.

“키에엑―!”

“캬아악!”

고블린 두 마리가 강덕수를 양쪽에서 동시에 덮쳐 들어왔다.

그중 한 마리는 날이 선 식칼을 들고 있어 꽤나 위험했다.

그러나.

깡!

“키익?”

“켁!”

강덕수의 전신 갑옷 앞에서는 고블린의 손톱이나 식칼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뒤져!”

촤악!

그에 비해 강덕수가 들고 있는 할버드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확실하게 고블린의 목숨을 거두어가고 있었다.

고블린의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서걱!

고블린들은 몇 명의 동료를 잃고 나서야 강덕수를 공격해 봤자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악한 고블린들은 곧바로 작전을 바꾸었다.

그들은 강덕수를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쳐 가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이!”

강덕수가 좁은 골목을 틀어막고 최대한 막아봤지만, 그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푸욱!

그가 한 마리를 해치우는 동안 서너 마리가 그를 지나쳐 다른 일행들의 뒤를 따라붙었다.

“키킥!”

강덕수에게서 벗어난 고블린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그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푸욱!

김가영이 쏘아 낸 화살이 놈의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한 탓이었다.

“뒤로 빠지는 놈들은 신경 쓰지 마!”

“오케이!”

간신히 강덕수를 지나쳐 가는 데 성공해도, 나머지가 쏘아대는 화살 세례에 고블린들이 실시간으로 죽어나갔다.

덕분에 강덕수는 마음 놓고 날뛸수가 있었다.

“다 덤벼라!”

서걱!

단단한 갑옷의 보호 아래, 일방적으로 무기를 휘둘러대는 그 모습에 고블린들도 점차 생각이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숫자가 열댓 마리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벌써 절반 이상이 하동건 파티에게 당한 셈이었다.

“끼익! 끼긱!”

“끼이이익―!”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느낀 고블린들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블린들의 작전은 시작부터 전면 봉쇄되었다.

반대편 골목길에서 검은 짐승이 나타나 통로를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크허어엉!”

다른 고블린 무리를 정리한다고 잠시 이탈했었던 오언주가 뒤늦게 합류한 것이었다.

고블린 무리는 졸지에 앞뒤로 포위된 형국이 되었고, 그때부터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캬아아악!”

“끼기―읶!”

앞에서는 은빛 갑주를 입은 인간이 창을 휘둘렀고, 뒤쪽에서는 웬 검은 짐승 하나가 자신들의 동료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이곳은 좁은 골목길.

고블린들이 마땅히 도망치거나 숨을 곳은 없었다.

막상 도망치려고 해도 귀신같이 날아오는 화살이 고블린들의 목숨을 거두어갔다.

“끼에에엑!”

남아 있던 고블린 열댓 마리가 소탕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수십 초였다.

***

[시민 오언주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좋았어. 이번엔 성공이다.’

몇 번의 실험을 거듭한 결과 고블린 사냥으로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고블린 100마리를 사냥해야 겨우 0원이 되다니. 생각보다 좀 빡센데?’

퀘스트 보상을 설정 안 했을 때, 기본급 3만원이 언제 사라지는가를 실험하는 중이었다.

제일 처음 부여했던 10마리 사냥에서는 2만 3천원 가량의 비용이 나왔고, 30마리 사냥에서는 만 오천원 가량의 비용이 나왔다.

그러니 정확하게 따지자면 30마리에서 100마리 사이 어딘가가 퀘스트 비용이 나가지 않는 지점일 것이다.

[시민 오언주가 오늘 수행 가능한 퀘스트 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시민 오언주가 수행한 퀘스트들을 평가합니다.]

[······ 평가 중 ······]

알림을 확인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절대자의 눈 스킬은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상태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절대자의 눈 스킬을 유지하며 밥을 먹는 것도 가능했다.

후루룩-

라면을 먹으면서 하동건 파티의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봤다.

골목길을 통과하며 가끔 고블린 무리와 마주쳤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오언주의 활약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강덕수와 문병호도 다른 이들에 비하면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언주에 비할 수가 없었다.

그녀 혼자서만 140마리가 넘어가는 고블린을 처치했으니 말 다 했지.

‘엄청나네.’

수인화한 오언주가 고블린을 찢는 모습은 그저 한 마리 짐승에 가까웠다.

저러니 하동건 일행이 그녀를 봤을 때 몬스터라고 오해했지.

보아하니 큰 무리 없이 문병호의 할머니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시민 김가영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2,142 원이 소모됩니다.]

“2천원?”

당연한 이야기지만, 퀘스트를 부여한 것은 오언주뿐만이 아니었다.

하동건 파티 모두 공통으로 고블린 10마리 사냥 퀘스트를 줬었다.

내용, 시간, 보상, 페널티가 모두 완벽하게 똑같은 퀘스트.

그런데 오언주가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와 김가영이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의 비용이 너무나도 달랐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거야.’

33레벨인 오언주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의 잡아야 간신히 기본비용 3만원을 깎는데, 김가영은 열댓 마리만 잡아도 기본비용을 모두 깎을 수 있는 셈이다.

‘김가영에게 퀘스트 부여, 고블린 13마리 사냥.’

적당히 고블린 숫자를 늘려서 다시 퀘스트를 부여했을 때였다.

[평가 완료.]

오언주의 일일퀘스트 평가가 끝났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32,966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엥?’

예상과는 다른 보상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세 개의 퀘스트 모두 근력과 관련 있었던 강덕수의 경우 ‘소량의 근력’을 보상으로 줬었다.

오언주에게 부여한 퀘스트는 모두 고블린 사냥과 관련되어 있었으니 ‘소량의 경험치’를 보상으로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경험치가 아닌 정산금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묘하게 많은 것 같은데. 추가 보상 내용이 랜덤인 건가?’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시켰던 강덕수의 퀘스트와는 달리 오언주는 총 140마리에 달하는 고블린을 사냥하는 퀘스트였으니까.

‘그만큼 보상이 커진 거겠지.’

별생각 없이 넘기려던 그때였다.

드디어 하동건 파티가 문병호의 할머니가 계신 집 근처에 도착했고, 문병호는 텔레포트까지 써 가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시민 문병호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40,930 원이 소모됩니다.]

퀘스트 완료 알람이 나타났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문병호에게는 텔레포트를 10번 사용할 것이라는 조건의 퀘스트를 부여했었다.

보상은 당연히 텔레포트의 숙련도 상승이었고.

모두 문병호의 텔레포트 능력을 가능한 한 빠르게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시민 문병호가 오늘 수행 가능한 퀘스트 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시민 문병호가 수행한 퀘스트들을 평가합니다.]

[······ 평가 중 ······]

‘이번엔 무슨 보상이 나오려나?’

솔직히 조금 기대가 됐다.

문병호에게는 모두 일괄적으로 스킬에 관련된 퀘스트를 내 주었다. 보상도 텔레포트의 숙련도를 올려주는 것이었고.

퀘스트 내용과 관련된 추가 보상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킬 숙련도를 올려줄 것이 분명했다.

‘상점이나 창고는 딱히 숙련도라고 할 것도 없고, 품위 유지나 절대자의 눈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려나?’

품위 유지의 경우 의외로 숙련도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스킬이었다.

이것의 중요성을 느낀 것은 고블린들을 몰이사냥 할 때였다.

전기를 방류시켜 고블린들을 사냥하는 순간, 나는 품위 유지 스킬의 또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서 깨달았다.

‘분명 어느 정도 내 힘으로 컨트롤 가능한 느낌이었어.’

고블린들을 향해 전류가 방출되었을 때, 전기를 강하게 내뿜어내려는 의지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실제로 품위 유지 스킬로 전기 공급을 조절하고 있으니 마냥 착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숙련도가 오른다면 더 한 것도 가능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절대자의 눈의 숙련도가 오르는 것도 유용하겠지.’

처음에는 절대자의 눈을 사용하면 다른 행동을 취하기가 어려웠었다.

지금은 절대자의 눈을 사용하며 밥까지 먹는다.

앞으로 숙련도가 더 올라가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절대자의 눈을 유지하게 되겠지.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 새로 얻은 그 스킬?’

집구석 선포가 7레벨이 되면서 새로운 스킬이 하나 더 생긴 상태였다.

집구석 절대자의 건강 (패시브) Lv. 1

-면역력이 크게 증가한다.

아직은 그렇게까지 좋은 스킬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면역력 증가의 효과라고 해봤자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상처가 났을 때 세균들로 인한 2차 감염의 우려가 적다는 정도가 다였으니까.

‘다만 잠재력이 커 보인단 말이지.’

지금까지 나온 스킬 중에서 어쩌면 가장 기대가 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거, 레벨을 올리다 보면 불로불사 같은 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1레벨인 지금은 겨우 면역력 증가에 불과했지만, 스킬 레벨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다 좋긴한데, 결국 그놈의 스킬 포인트가 문제로군.’

스킬 포인트.

당연한 말이지만 스킬들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분명 몰이사냥을 통해 집구석 선포의 레벨이 7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얻은 스킬 포인트는 없었다.

‘아무래도 5레벨 단위마다 3개의 스킬 포인트를 주는 것 같은데···.’

그렇다는 건 스킬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집구석 선포 레벨을 10까지 올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때도 3개 밖에 안 주겠지?’

솔직히 너무 짰다.

상점의 물품 등록 슬롯이 거의 다 찬 지금, 일단 하나는 반드시 상점에 투자해야만 했다.

앞으로 등록해야 할 물건들이 넘쳐났으니까.

‘그렇게 되면 남는 건 2포인트다.’

남는 포인트는 적은데, 투자해 보고 싶은 스킬은 너무 많았다.

가장 호기심이 생기는 스킬은 바로 품위 유지 스킬이었다.

당장 전기, 물, 가스와 같은 기반 시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만 해도 대단했다.

그런데 2레벨이 되면서 튀어나온 것이 바로 가신 스킬이었다.

‘무려 초능력자를 양산해내는 스킬이다.’

신뢰도니 충성도니하는 조건들이 붙긴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초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한다.

당장 고블린을 상대로 활약하는 강덕수의 모습만 봐도 초능력이 있고 없고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가신 등록의 한계만 늘어나도 이득인데.’

현재 가신 등록이 가능한 숫자는 10명이다.

다른 기능의 추가 없이 가신 등록이 가능한 숫자만 늘어난다고 해도 충분히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하아. 이렇게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10레벨을 달성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현타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때, 드디어 문병호의 일일퀘스트 평가가 끝이 났다.

[평가 완료.]

‘자, 어떤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줄 거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보상을 기다리던 그때.

[잭팟 당첨!]

[축하드립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 잭팟?’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알림의 출현이었다.

‘여기에서 스킬 포인트가 나온다고?’

어찌나 놀랐는지, 어느새 절대자의 눈 스킬을 유지하는 것도 까먹은 상태였다.

멍하니 눈앞의 메시지를 보던 나는 스킬창을 켜서 확인해봤다.

[보유 스킬 포인트 : 1]

그것을 보는 내 입꼬리가 10시 10분을 가리켰다.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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