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8화 (18/175)

[Episode 04] 퀘스트 보상 (4)

텔레포트 능력을 사용해 일행들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도착한 문병호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열쇠를 밀어 넣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 할머니가 계신 안방으로 직행했다.

문병호는 평소처럼 안방 이불 속에 누워 계신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머니. 저 왔어요.”

“으잉?”

잠에서 깨어난 할머님은 잠시 비몽사몽하시다가 이내 두 손으로 문병호의 얼굴을 부비적거리셨다. 이내 아이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셨다.

“흐윽.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그렇게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해후를 나누는 동안 문병호는 다짐했다.

‘재현님, 당신께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나는 문병호와 할머니가 재회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기특한 것.’

내 입장에서는 문병호가 좋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상승한 신뢰도와 충성도.

솔직히 자신을 믿어주고 충성을 바치겠다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입바른 소리만 해도 그 사람이 좋게 보일 텐데, 내 경우에는 아예 수치로 보이니 더했다.

‘얘는 뭐 할 때마다 대박이네.’

하동건 일행 중에서 가장 먼저 가신으로 받아들였고, 그와 동시에 텔레포트라는 A등급 능력을 각성하며 30레벨이 되었다.

하다못해 모바일 게임을 해도 뽑기에서 높은 등급의 캐릭터가 나오면 애정이 가는 법이다.

하물며 문병호는 게임 속 존재가 아닌 현실 인물이었다. 그것도 텔레포트라는 최상급 능력을 가진.

그런데 이번에는 스킬포인트까지 벌어다 준 것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구나.’

그때 할머니와 부둥켜안고 울던 문병호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순간,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시민 문병호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문병호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문병호는 이미 가신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어?”

나는 곧장 스킬창을 열어 가신 관리 탭을 확인했다.

ᛇ가신 관리

1. 최형준 (Lv. 20) [+]

2. 문병호 (Lv. 30) [+]

3. 강덕수 (Lv. 25) [+]

( 3 / 11 명)

정말로 10명이었던 인원이 11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하, 하하.”

너무 기쁜 나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문병호 이거 완전 축캐네, 축캐.’

RPG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이었다.

축캐(축복받은 캐릭터).

강화를 하는 것도, 사냥으로 아이템을 얻는 것도, 랜덤으로 얻은 상자를 까는 것도. 유독 다른 캐릭터보다 훨씬 잘 되는 캐릭터.

지금의 문병호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너는 내가 확실하게 키워준다.’

앞으로 문병호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레벨업이든, 퀘스트 보상이든.

돈이 얼마가 들던 그리 크게 신경 안

쓰일 것 같았다.

이미 그가 벌어다 준 것들의 가치만 해도 족히 수십억은 됐으니까.

다른 걸 다 떠나서, 당장 ‘스킬 포인트’만 해도 그 정도 가치는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아슬아슬했는데.’

40개의 슬롯을 거의 다 채워가던 참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레벨 10을 찍기 전에 상점 슬롯이 부족해질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스킬 포인트가 생긴 지금은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슬롯을 채운 직후 레벨업을 해 버리면 그만이었으니.

‘그러고 보니 돈이 얼마나 남았더라?’

확인해보니 절대자의 지갑에는 1100만원 가량의 돈이 남아 있었다.

이것저것 많이 썼음에도 이 정도로 남아 있는 것은 몰이사냥 덕분이었다.

거의 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을 한꺼번에 죽였으니 고블린 만으로도 수백만 원을 번 것이다.

집구석 영역 확장과 함께 죽여버린 고블린들은 내가 직접 죽인 걸로 판정되어 보너스 정산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그 숫자가 엄청나서 꽤 거액의 돈을 벌어들였다.

‘어디 우리 병호 레벨업에 얼마가 드는지 확인이나 해 볼까.’

문병호의 레벨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봤다.

그리고 그 액수에 기겁하고 말았다.

[레벨업을 위한 현금이 부족합니다.]

[가신 문병호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100,000,000원이 필요합니다.]

[보유 현금을 늘린 후에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

눈앞을 가득 메운 충격적인 메시지에 나는 잠시 그대로 굳어 있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1억.

문병호의 레벨을 하나 올리기 위해서는 무려 1억 원이 필요했다.

‘미안하다, 병호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마 앞으로도 문병호의 레벨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일일 퀘스트는 매일매일 줄게.’

난이도를 낮추는 대신 돈을 더 들여서라도 문병호의 일일퀘스트는 전부 완수시킬 생각이었다.

그것이 하루하루 누적되면 문병호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님을 업고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는 문병호의 모습을 절대자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진짜 딱 한 번만 더 잭팟이 터져주면, 그땐 내가 진지하게 레벨업 생각해볼게. 진짜로.’

많이도 안 바란다.

진짜 딱 한 번만 더.

‘응?’

그때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30층에 도착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구지?’

절대자의 눈을 이곳으로 돌려 복도를 확인해보니 근육맨과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왔다.

‘이 사람들이었군.’

성인 남성의 평균적인 레벨이 7~8정도인데 혼자 15레벨인 남자였다.

그와 함께 있는 여자 쪽도 레벨 11로 여자치고는 만만치 않은 레벨을 갖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들은 우리집 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최형준네 집으로 향했고, 벨을 눌렀다.

♬♪♬♩~

박혜원이 문을 열고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누구세요?”

“저는 김다빈이구요, 여기 이쪽은 제 동생인 김민호라고 해요. 이 아파트 1701호에 살고 있구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김다빈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염치없다는 것은 알지만, 샤워 한 번만 할 수 있을까요?”

무슨 대단한 부탁을 하려나 했는데, 겨우 샤워라니.

“샤워요?”

“네, 샤워.”

박혜원은 이해한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그럼요, 들어오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민호는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박혜원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사모님. 혹시 이건 어디 두면 될까요?”

“어머, 그게 다 뭔가요?”

“통조림이랑 이것저것 좀 가져와 봤습니다.”

“정말요?”

그가 들고 있는 상자에는 참치캔부터 시작해서 골뱅이, 닭가슴살 통조림, 스팸 등 유용한 물품이 가득 들어있었다.

‘저걸 샤워 한 번에 다 태워?’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저런 유통기한 긴 식품들은 보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겨우 샤워 한 번 하는 대가로는 지나쳤다.

“어머나. 안 이러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곤란한 부탁을 하는 처지에 이 정도는 준비해 와야지 않겠습니까?”

너스레를 떨던 김민호가 이후 속내를 드러냈다.

“앞으로도 좀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헤헤.”

그제야 그들이 이해됐다.

‘그럼 그렇지. 앞으로도 종종 샤워시켜달라는 의미구나.’

굉장히 똑똑한 처사라고 할 수 있었다.

저들은 망해버린 세상에서 전기와 수도 가스가 멀쩡하다는 것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차린 것이다.

과감한 투자로 처음부터 그 가치를 선점하려는 생각이겠지.

그런데 이어지는 대화를 들어보니 마냥 그 목적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다빈이 박혜원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그런데 그 활이랑 야구 배트 같은 거 들고 계신 분들은 옆집에 사시는 건가요?”

“네?”

박혜원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곧 누구를 말하는 지 알겠다는 듯이 박수쳤다.

“아, 그분들이요. 그분들은 옆집 분들이 아니세요. 원래는 다른 동에서 살고 계시던 분들인데··· 이게 말하자면 조금 복잡하네. 아무튼 옆집에 살고 계신 분은 한 분이세요.”

박혜원의 말을 들은 김다빈이 물었다.

“혹시 그 피부 하얗고, 막 허공에서 물건 만들어내시고 하시던 그분?”

“오, 맞아요. 알고 계시네요?”

그러자 이번에는 김민호 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게, 사실은 저희가 어제 복도에서 그분들이 괴물들이랑 싸우시는 걸 봤거든요. 그중에서도 그분은 뭔가···.”

김민호는 말을 하다 말고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 타이밍을 파고들어 김다빈이 그의 말을 이었다.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계셨지.”

“그보다는 뭔가··· 무서웠어.”

이어지는 김민호의 대답에 김다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섭다니? 그 덩치로 네가 할 말이야?”

“아니, 나도 아는데. 뭔가 본능적인 두려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다니까?”

그때 그들을 향해 박혜원이 말했다.

“일단 현관에서 그렇게 서 계시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앗, 감사합니다.”

박혜원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던 그들은 이내 최형준과도 만날 수 있었다.

최형준은 거실에서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어머, 사장님! 운동하시는구나. 그런데 스쿼트 그렇게 하면 무릎 다 망가져요!”

김다빈이 기겁하자 곧바로 김민호가 최형준에게 다가가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다리 조금만 더 벌리시고 무릎이 발가락 넘어가지 않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엉덩이는 좀 더 뒤로 빼시구요.”

“가, 감사합니다?”

최형준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아내인 박혜원을 바라봤다.

박혜원은 대답 대신 김다빈네가 가져온 상자에서 참치캔 하나를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최형준의 자세를 교정시켜주던 김민호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회원··· 아니, 사장님. 평소에도 운동 많이 하셨나 봐요. 근육이 굉장하신데요?”

“그런 게 아니라···.”

“아니, 그런데 자세는 왜···.”

혼란스러워하는 김민호를 향해 박혜원이 말했다.

“저쪽에서 샤워하시면 돼요. 안방에 있는 샤워실은 다빈씨가 쓰시고요. 수건은 안에 있는 거 꺼내 쓰시면 돼요.”

그쯤에서 절대자의 눈을 해제했다.

‘나쁘지 않네.’

일단 괜찮은 사람들 같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레벨이 높은 사람들 위주로 팀을 하나 더 꾸릴 생각이었는데, 저 두 사람에 몇 명만 더 추가하면 딱 적당한 조합이 나올 것 같았다.

‘샤워가 끝나면 타이밍 맞춰서 가봐야겠네.’

저들이 가져온 통조림을 등록하고 나면 상점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겸사겸사 만나서 이야기도 좀 하고.’

저들을 필두로 새롭게 만드는 팀에게는 물자 조달 및 다른 동 아파트에 있는 생존자 구출을 맡겨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시민 최형준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78,145 원이 소모됩니다.]

[시민 최형준이 오늘 수행 가능한 퀘스트 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시민 최형준이 수행한 퀘스트들을 평가합니다.]

[······ 평가 중 ······]

그러던 와중 최형준에게 부여한 퀘스트가 끝이 났다.

‘효율이 나쁘네.’

강덕수에게 부여했던 평범한 근력 강화 퀘스트를 내 주었는데, 횟수를 상당히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퀘스트 비용이 크게 줄어들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각성한 능력 때문인 것 같은데.’

고릴라의 괴력을 가지고 있는 최형준에게는 아무래도 그냥 맨몸 운동은 너무 쉬운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가신으로 삼은 이들은 돈이 나가더라도 계속해서 성장의 여지를 심어줄 생각이었다.

일일 퀘스트 추가 보상이 생각보다 쏠쏠하다는 것도 알았으니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문병호의 경우처럼 잭팟이라도 나오면 대박일 테니까.

‘잠깐만. 따지고 보면 최형준은 운동이 스킬 숙련도 단련 아닌가? 그러면 이번에도 잭팟이 터지면 스킬 포인트가 나오는 건가?’

기대했던 것도 잠시.

[평가 완료.]

[근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최형준은 곧바로 내 기대를 배신해 버렸다.

‘···김새네.’

직전에 워낙 커다란 추가 보상이 나왔던 탓일까, 이번 보상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적호(Lv. 27)를 사냥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39,783,2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뭐야?’

나는 다급히 절대자의 눈을 켜 하동건 파티의 상황을 확인했다.

“허억, 허억.”

그곳에는 피칠갑을 한 채로 숨을 몰아쉬는 문병호의 발 아래로 적색 호랑이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으윽!’

격통이 시작됐다.

────────────────────────────────────

────────────────────────────────────

────────────────────────────────────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