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9화 (19/175)

[Episode 05] 세력 확장 (1)

문병호를 비춰주던 절대자의 눈은 강제로 취소되며 감각이 집구석 전체로 확장되어 갔다.

그와 동시에 몸이 부풀어 오를 듯한 고통과 함께 천천히 넓어지는 집구석.

‘크윽!’

이번에는 30층 바닥에서부터 시작되어 천천히 밑으로 확장되어 갔다.

실시간으로 근육이 뒤틀리고, 혈관이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

그것이 끝난 것은 30층 바닥에서부터 늘어난 집구석 영역이 21층까지 집어삼킨 시점이었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일곱 명의 사진을 확인했다.

‘아직 사람이 남아 있었나.’

고블린 몰이사냥 때 전부 시민으로 받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부여해.’

[조우진, 강현수, 김다정, 남지호, 문해리, 남아영, 남진주에게 시민권을 부여합니다.]

그렇게 7명을 추가로 받아들이면서 시민들의 인구는 총 101명이 되었다.

100명을 돌파한 것이다.

[시민의 숫자가 100명에 도달했습니다.]

[시민들이 벌어들이는 경험치와 정산금이 100% 증가합니다.]

예상했던 익숙한 알림도 있었지만, 완전히 처음 보는 알림또한 있었다.

[시민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모든 시민이 ‘신뢰의 힘’ 스킬을 개방합니다.]

‘신뢰의 힘?’

또 새로운 게 튀어나왔다.

당장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바로 하동건 파티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절대자의 눈.’

그들은 골목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다친 사람은?’

아까 얼핏 봤을 때 피칠갑을 하고 있었던 문병호의 모습부터 살폈다.

다행히도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할머니를 업고 달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아까 봤던 피는 그의 피는 아닌 모양이었다.

‘허.’

문제는 오언주.

강덕수에게 업혀 있는 오언주는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채였다.

‘적호에게 당했나 보군.’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가 자가 치유 능력 보유자라는 점이었다.

전투 장면을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정산금을 보면 문병호가 막타를 친 것 만큼은 분명했다.

방금 나타난 적호의 레벨은 27. 일전에 내가 불에 태워 죽인 켈리칸과 동급의 레벨이었다.

놈이 900만원 정도의 정산금을 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3천9백만 원이라는 거금은 가신의 정산금 2배 특전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었다.

‘레벨 차이가 있는데도 당한 건가.’

적호는 분명 27레벨이었다.

겨우 27레벨 짜리가 33레벨인 오언주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레벨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레벨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거였다면, 내가 켈리칸을 잡을 수도 없었겠지.’

그렇다면.

‘굳이 1억이나 들여서 레벨을 올릴 필요성은 없지 않나?’

절대로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큰일이군.’

하필이면 부상을 입은 게 오언주였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파티에서 오언주가 공헌하는 바가 굉장히 컸다.

당장 지금까지 그녀 혼자 잡은 고블린만 해도 나머지 파티원 전체가 잡은 고블린의 숫자보다 많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걱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려나.’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끼에에엑!”

하동건 파티는 골목길을 빠져나오자마자 마주친 고블린들을 손쉽게 쓸어버렸다.

그것도 문병호와 강덕수가 참전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맞혔어요!”

“···저도.”

그것은 지금까지 빗나가기만 하던 유혜린과 김 건의 화살이 고블린의 미간에 적중한 덕분이었다.

더불어 김가영과 하동건이 쏘아내는 화살도 훨씬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뭐지? 갑자기 몸이 엄청나게 가벼워졌어···.”

“나도 그래. 숨도 전혀 차질 않고.”

그들의 묘한 반응을 보고 아까 봤었던 알림이 떠올랐다.

모든 시민이 개방했다고 하는 ‘신뢰의 힘’ 스킬.

{신뢰의 힘} (패시브)

모든 능력치가 (신뢰도 수치)% 만큼 증가한다.

‘이거 때문이구나.’

하동건 일행은 기본적으로 신뢰도가 모두 50이상이었다.

체력, 동체시력, 근력, 반사신경 등등.

모든 능력치가 모조리 50% 이상 늘어난다면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게 당연했다.

그때 문병호가 어리둥절해 하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그분께 선택받은 겁니다. 저처럼.”

가신 등록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레벨이 30까지 오른 문병호로서는 더욱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전신에서 힘이 넘쳐나죠? 저도 그랬거든요. 고블린 몰이사냥을 할 때. 그분께서 저희를 도와주시려나 봅니다.”

의외로 그의 말은 효과가 있었다.

[시민 김가영의 충성도가 30을 돌파했습니다.]

[시민 김가영이 가신 등록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시민 유혜린의 충성도가 30을 돌파했습니다.]

[시민 유혜린이 가신 등록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무려 두 명이 가신 등록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게 됐으니까.

‘둘 다 가신 등록 해.’

그 순간.

우우웅!

“뭐, 뭐얏?”

“꺄아!”

『이름 : 김가영 (Lv. 20) [+]

칭호 : [네 번째 종]

신뢰도 : 58   충성도 : 32

각성 능력 : 피어싱

★퀘스트 부여 』

『이름 : 유혜린 (Lv. 25) [+]

칭호 : [다섯 번째 종]

신뢰도 : 69   충성도 : 33

각성 능력 : 포이즌 미스트

★퀘스트 부여 』

그녀들의 레벨을 보아하니 각각 C등급과 B등급 스킬을 얻은 듯 했다.

두 사람을 각성시키며 뿜어져 나온 빛에 자극받은 고블린 무리 하나가 하동건 일행을 향해 돌진해왔다.

늘 그렇듯,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김가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척수 반사 수준으로 쏘아낸 화살에는 희미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푸슉!

“!!!”

그녀가 쏘아낸 화살은 여느 때처럼 고블린 한 마리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화살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고블린 머리를 관통하고, 그 뒤쪽에서 달려오던 고블린들의 몸을 차례대로 꿰뚫었다는 점이었다.

“크에에엑!”

“카가각!”

“끼엑!”

졸지에 몸에 바람 구멍이 생겨난 고블린들이 데굴데굴 땅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물론 제일 놀란 것은 김가영이었다.

“뭐, 뭐야?”

이것은 그녀가 각성한 스킬의 효과였다.

피어싱 (C 등급)

정신력을 소모하여 관통하는 화살을 쏘아낸다.

아무래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무의식적으로 스킬을 쓴 모양이었다.

‘퀘스트를 부여해 줘야겠네.’

퀘스트 내용에 적힌 ‘피어싱’이란 스킬의 명칭을 보는 순간 그녀도 어떤 스킬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김가영이 아까 부여했던 고블린 13마리 사냥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알림이 나타났고, 새롭게 퀘스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퀘스트 부여》

퀘스트 내용 : 피어싱을 사용하여 고블린 사냥하기 (0/10)

제한 시간 : 10분 00초

보상 : 피어싱 숙련도 강화

실패 페널티 : 피로감.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김가영은 그야말로 혼자서 날뛰기 시작했다.

적절하게 쏘아낸 피어싱 화살은 일격에 최소 두 마리 이상을 잡아냈다.

김가영이 스킬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날뛰기 시작한 그 순간, 유혜린에게도 비슷한 퀘스트를 부여하려던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이 능력은 좀 애매하네.’

포이즌 미스트 (B 등급)

정신력을 소모하여 치명적인 독 안개를 만들어낸다.

능력 자체는 좋았다.

당장 고블린의 잔당이 남아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능력을 사용하면 고블린들을 박멸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무려 B등급의 독 안개 스킬.

굉장히 치명적일 것이 분명했다.

괜히 잘못 사용했다가는 팀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이건 보류하고 나중에 살펴봐야겠네.’

보아하니 딱히 유혜린이 나설 필요는 없을 듯 했다.

[시민 김가영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67,773 원이 소모됩니다.]

[시민 김가영이 오늘 수행 가능한 퀘스트 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시민 김가영이 수행한 퀘스트들을 평가합니다.]

[······ 평가 중 ······]

“와우.”

어떻게 된 게 같은 C등급의 능력을 각성한 최형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굉장하네.’

꿰뚫는 화살이라는 속성을 십분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고블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있었다.

거진 그녀 혼자서 길을 뚫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평가 완료.]

[경험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살짝 기대했건만, 이번에도 꽝이었다.

‘당연한 건가.’

확률이 높았다면 시스템 메시지가 잭팟이라고 축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번 문병호의 경우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정도면 걱정할 필요 없겠네.’

슬슬 아파트 샛길이 보이고 있었다.

하동건 파티는 김가영의 맹활약으로 곧 무사히 도착할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이나 만나러 가 볼까.’

김다빈과 김민호를 직접 만나러 가 볼 생각이었는데, 확인해보니 아직 샤워가 끝나지 않았다.

‘조금 있다 가야겠네.’

샤워로 아주 뽕을 뽑을 작정인지 30분은 족히 지났을 텐데도 샤워가 끝나지 않았다.

‘새로 확장된 곳이나 둘러볼까.’

21층부터 29층까지.

새롭게 확장된 지역의 절반 정도는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다.

주인 없는 집의 냉장고에는 방치되어 썩은 음식이나 반찬들과 그것에 꼬여든 벌레들로 가득했다.

사람이 있는 집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긴 했지만, 배설물이 쌓인 화장실이나 청소하지 못해 더러워진 집 안은 다른 의미로 지옥이었다.

‘끔찍하군.’

집 전체의 상황이 또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나에게는 그것들이 한층 더 역겹게 다가왔다.

그런데 한 곳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어 눈에 띄었다.

‘방금 시민권을 부여한 사람들이군.’

남지호를 비롯해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평범한 집이었는데, 다른 집들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깨끗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특이한 점은 욕조에 물이 반쯤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내 욕실로 들어와 물통에 물을 뜨는 모습을 보고 그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식수.

‘허.’

아무래도 수도가 끊기기 전, 욕탕에 한가득 수돗물을 받아놓은 듯 했다.

저것만으로도 네 가족이 한 달은 버틸 정도의 식수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 변기 뒤쪽에 있는 물탱크에서도 물을 퍼마시는데 그냥 수돗물 정도면 양반이었다.

‘대단하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실에는 캠핑용 가스버너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것으로 라면이나 밥을 해먹는 것 같았다.

지금도 한쪽 냄비에 밥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다른 집들과는 달리 배설물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이들이 사는 집은 내게서 구호물자를 받아 간 다른 집보다도 오히려 상황이 더 나아 보였다.

‘이러니까 하동건 파티의 구조에 응하지 않았던 거구나.’

활로 무장하고 있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흔쾌히 문을 열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몰이사냥 작전에서 군말 없이 하동건 파티를 순순히 따라온 사람들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다.

대부분은 식수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몬스터들이 활개치는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과는 정반대로 이들은 구조대를 자청하는 하동건 파티가 찾아왔을 때, 그들을 믿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활과 야구 배트로 무장한 남녀가 구조대랍시고 찾아왔는데 곧이곧대로 믿는 쪽이 더 이상했다.

‘탐나는데?’

수도가 끊기기 전에 발빠르게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 놓은 것만 봐도 보통 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 저런 기지를 발휘하는 사람이야말로 꼭 필요한 인재였다.

‘음?’

물론 새롭게 합류한 생존자들이 모두 그렇게 합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구조를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집 바로 밑층, 2902호, 거실.

처음에는 시체인 줄로만 알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거실 바닥에 누워만 있었으니까.

‘이 여자는···?’

거의 죽기 직전처럼 보였다.

『이름 : 김다정 (Lv. 26)

신뢰도 : 18

각성 능력 : 힐

경험치 분배율 : 0%

정산금 분배율 : 0%

★퀘스트 부여    퇴출』

힐 (B 등급)

정신력을 소모하여 상처를 치유한다.

나는 곧장 2902호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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