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6] 건설 (2)
“건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지이이잉―
집구석 영역이 확장될 때 특유의 느낌이 들면서 아파트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큭. 또?’
본능적으로 다가올 고통에 대비했지만,
‘······?’
찾아온 것은 고통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 창이었다.
[현재 건설 가능한 시설]
-태양광 발전기 (133,000,000 원)
-매점 (219,900,000 원)
-헬스장 (300,000,000 원)
[지원금 : 1,000,000,000 원]
하나 같이 억 소리가 나오는 시설들의 가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제일 가격이 싼 것이 1억 3천만 원짜리 태양광 발전기였다.
‘태양광 발전기.’
그것을 선택해보니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반투명하게 나타났다.
가끔씩 주택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모양새였다.
그와 함께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었는데, 하루 생산하는 전력량과 잉여 전기가 남으면 그것이 돈으로 환산되어 절대자의 지갑으로 들어온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을 돈으로 환산한 가치까지.
‘1년에 겨우 3천만 원이라고?’
1억 3천이라는 거금을 들여야 설치할 수 있는 주제에 1년에 생산하는 양은 겨우 3천만 원 수준이라니.
그러니까 본전을 뽑으려면 최소 5년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설치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아니오.’
돈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 돈 들어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시민들의 인구가 수백 명이 되면서 소비하는 전력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태양광 발전기가 필요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차라리 이 돈으로 하동건의 레벨을 하나 더 올려주겠다.’
건설 기능에 흥미가 팍 식어버리려던 그때, 건설 항목의 제일 밑 부분에 있는 지원금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10억.
아파트 한 동 전체를 정복하며 받아낸 거금이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설마 이거?’
※지원금 : 시설을 건설할 때만 사용가능한 금액입니다.
‘아···!’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억이라는 거금이지만, 내 지갑에 들어와 있는 돈과는 전혀 별개의 돈이었다.
건설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인 셈.
‘이러면 다 써야지.’
그림의 떡인 10억을 써서 내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인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로 설치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
[태양광 발전기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
-23시간 59분 59초
순식간에 지원금의 자릿수가 달라졌다.
[지원금 : 867,000,000 원]
‘쓰읍. 그래도 아깝네.’
어차피 건설에서밖에 사용하지 못하니 게임 포인트와 다를 바 없는 돈이긴 했지만, 1억이 넘는 거금이 사라지는 걸 보니 뼈아프긴 했다.
이렇게 큰돈을 사용해 본 적이 없기도 했고.
‘혹시 하나 더 설치할 수 있나?’
시민들의 생활에 사용되고 남은 잉여 전기는 절대자의 지갑으로 환전되어 들어온다고 적혀 있었다.
생산 되는 전기가 많아지면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도 많아질 거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태양광 발전기 시설은 아파트 한 동 당 최대 하나까지 설치가 가능합니다.]
‘쯧.’
아쉽게도 태양광 발전기 시설을 늘리기 위해서는 집구석 선포 레벨을 올려 주변 아파트부터 정복해야 할 것 같았다.
‘매점은 또 뭐야?’
2억이 넘어가는 가격이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10억에 달하는 지원금을 모두 써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매점은 생각보다 신박한 방식이었다.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스킬과도 연동되는 시설이었는데, 내가 직접 등록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따로 캐셔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반투명한 물품 앞에서 돈을 내면 실시간으로 물건을 생산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괜찮은데?’
그동안 구호물자를 만들어서 내려 보내는 것도 일이었다.
그런데 매점을 설치하면 시민들이 알아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가격도 내가 설정할 수 있고.’
현재 상점 물품들은 20% 할인가로 구매가 가능했는데, 이것을 원래 가격으로 매점에 전시하면 20%만큼의 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설치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시민들에게 정산금을 분배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세금 징수 스킬도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러면 시민들에게 분배되는 정산금 비율을 좀 더 높여줘도 되겠어.’
회수할 방법이 생긴 이상 시민들에게 분배되는 정산금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조금 악랄한 방식이기는 해도 당장 물이나 쌀과 같은 필수품의 가격을 올리면 돈을 회수하기는 쉬울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경우는 거의 없을 테지만.’
매점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설치해.’
띠링!
[매점을 설치할 장소를 정해주세요.]
옥상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기와는 달리 매점은 한 세대를 통째로 갈아엎는 식이었는데, 마침 적당한 곳이 있었다.
‘101호.’
고블린들에 의해 엉망진창이 된 1층과 2층 세대.
따로 청소를 하지도 못했는데, 매점을 설치하면 그대로 갈아엎어지는 것이다.
박살난 유리창이나 고블린들이 싸질러 놓은 똥 같은 것들이 순식간에 정리되는 것이다.
[매점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
-47시간 59분 59초
‘마지막은··· 헬스장?’
처음에 봤을 때는 뭐 이런 쓸모도 없는 시설까지 있는 걸까 생각했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중에서도 헬스장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운동에 딱히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헬스장은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헬스장》
시민들을 위한 기초 훈련장.
근력과 체력을 늘릴 수 있으며, 이곳에서 훈련 시 운동 효율이 200% 증가한다. 15레벨 이하의 시민일 경우 300%의 추가 효율 보정을 받는다.
‘헐.’
꼭 퀘스트 보상이 아니더라도 운동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한 시민일수록 레벨이 높았다.
전직 보디빌더인 김민호가 15레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헬스장의 설명대로라면 김민호의 수준까지는 거의 5배 빠르게 성장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운동 효율 증가 버프가 있으니 퀘스트 보상과 함께 사용하면 효율이 굉장히 좋을 듯 했다.
띠링!
[헬스장을 설치할 장소를 정해주세요.]
매점과는 달리 헬스장은 좀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2층을 통째로 헬스장으로 만들어버렸다.
[헬스장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
-71시간 59분 59초
그렇게 헬스장까지 설치하고 나니 남은 지원금은 3억 5천만 원 정도였다.
‘알차게 썼네.’
지원금 덕분에 내 돈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자, 그럼.’
갑자기 생겨난 건설 기능.
이것은 에피타이져에 불과했다.
‘10억이나 되는 지원금 덕분에 에피타이져 치고는 상당히 맛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메인은 따로 있었다.
건설 모드를 해제시키고 감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린 나는 스킬 창을 열어 확인했다.
[보유 스킬 포인트 : 3]
10레벨을 달성하면서 3개의 스킬 포인트들이 생겨났다.
게다가 8레벨에 얻은 보이지 않는 손과 9레벨에 얻은 집구석 수리 스킬을 제외하고는 모두 레벨 옆에 [+]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어떤 스킬의 레벨을 올릴지는 정해둔 상태였으니까.
‘절대자의 상점, 절대자의 품위 유지, 절대자의 눈.’
우선 절대자의 상점부터 레벨업을 시켰다.
[집구석 절대자의 상점 스킬이 Lv. 5가 되었습니다.]
[등록 가능한 물품의 개수가 500개로 늘어났습니다.]
[품목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뭐야?”
4레벨 때만 해도 등록 가능한 물품의 개수는 겨우 80개였다.
그러던 것이 5레벨이 되면서 500개로 늘어나버린 것이다.
게다가 새롭게 추가된 기능.
〔품목화〕
등록한 상품을 용량별로 구매 가능해지며, 또한 비슷한 컨셉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상점이 굉장히 좋은 능력이긴 했지만, 불편한 점이 더러 있기는 했다.
예를 들어 용량이 정해진 물건만 구입가능 한 것이었다.
물의 경우 무조건 2L짜리 12개 묶음으로 구입해야 했고, 귤도 기본이 3kg 박스 채로 사야만 했다.
이제는 그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낱개로 살 수 있게 된 듯했다.
‘앞에 설명은 알겠는데, 비슷한 컨셉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지?’
시험 삼아 상점을 켜 보았다.
“응?”
그런데 5레벨이 된 상점은 이전과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물
제주삼다수가 아닌 그냥 물이라고 되어 있는 슬롯을 선택하자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나타났다.
“와.”
원래부터 등록되어 있었던 2L짜리 삼다수부터 시작해서 500ml 처럼 더 작은 용량도 있었고, 아이시스, 스파클처럼 다른 브랜드의 물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전부 있는 건 아니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보다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이다.
‘다른 것들은 어떻게 됐지?’
곧바로 라면부터 살폈다.
생존자들이 합류하는 과정에서 진라면 순한맛 말고도 짜파게티나 신라면 등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을 등록해놨었는데,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슬롯으로 합쳐져 있었다.
-라면
그리고 그곳에는 불닭볶음면, 너구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라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보다 훨씬 종류가 많다.’
품목화 기능 하나만으로도 상점의 내용물이 굉장히 풍부해진 것이다.
‘타이밍이 좋군.’
매점 건설에 맞춰서 이렇게 상품이 다양해지니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었다.
‘그럼 다른 것들도 레벨을 올려볼까.’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과 절대자의 눈.
스킬 레벨을 올린 나는 새롭게 생겨난 기능들을 보고 입꼬리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꽤 쓸모가 많겠는데?’
***
“흐아압!”
전신을 은빛 갑옷으로 둘러싸고 있는 강덕수가 오크를 향해 할버드를 휘둘렀다.
오크도 강덕수를 향해 글레이브를 찔러왔지만, 놈의 공격은 은빛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카각!
반면에 강덕수의 공격은 달랐다.
서걱!
“꾸에에엑!”
오크의 어깨가 일격에 절단이 났다.
매일매일 하는 퀘스트 덕분인지 상당히 근력이 증가한 강덕수의 공격은 꽤나 매서웠다.
“후우.”
그때 하동건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덕수야.”
“엉?”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거 던지면 어떻게 되는 거냐?”
강덕수는 하동건이 가리킨 할버드를 보면서 물었다.
“이거? 갑자기 그건 왜?”
“잠깐만 줘봐. 해 볼 게 있어.”
“뭐? 아니, 잠깐···!”
아무리 강덕수가 열심히 운동을 했다곤 하지만, 하동건은 무려 33레벨이었다.
애초에 신체 스펙 차이가 꽤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력하게 자신의 무기를 빼앗긴 강덕수는 하동건이 다른 오크를 향해 할버드를 휘두르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서걱! 푸욱!
“꽤애애액!”
“······허. 미친놈.”
자신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오크들의 목을 쳐내는 하동건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쐐애애액!
자신의 할버드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
“야! 그걸 진짜로 던지면 어떡해!”
하동건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날아간 할버드가 오크의 몸을 박살낸 직후 강덕수를 향해 말했다.
“후우. 이제 소환 해제했다가 다시 불러봐.”
“엉?”
그제야 하동건의 의도를 눈치 챈 강덕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잠만!”
지이잉―
멀리 날아갔던 할버드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강덕수의 손아귀에서 나타났다.
“되, 된다! 동건아 너 천재냐?!”
“호들갑 떨지 말고.”
그때.
“이제 빠져야해! 나 화살이 얼마 안 남았어!”
김가영은 하동건과 함께 파티의 핵심 딜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의 화살이 다 떨어지게 되면 시간이 많이 남았더라도 아파트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지이잉―
“어?”
김가영의 눈앞에 실시간으로 화살이 생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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