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26화 (26/175)

[Episode 06] 건설 (4)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한 가지 퍼지고 있었다.

바로 고블린을 잡으면 ‘돈’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시민 김민호의 지갑에 1,024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진짜네?’

엉망진창이 되었던 집을 대청소하고 휴식을 취하느라 며칠간 사냥을 쉬는 동안 이런 변화가 생겼을 줄이야.

김민호가 잠시 딴 생각을 하던 그때, 그의 뒤쪽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쐐애애액― 푸욱!

놈의 기습은 관자놀이에 화살이 관통되며 무산되고 말았다.

화살을 쏘아낸 장본인, 문해리가 김민호를 향해 소리쳤다.

“김씨! 집중!”

“죄송합니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김민호는 다시 창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일단은 전투에 집중하자.’

이곳은 안전지대가 있는 아파트에서의 꼼수 사냥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었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았다가는 고블린에게 당하기 십상이었다.

특히 가끔씩 식칼이나 송곳처럼 위험한 흉기를 들고 있는 놈들이 있어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실제로 김민호는 벌써 몇 번이나 그런 놈들에게 당해서 김다정에게 신세를 진 전적이 있었다.

“흐읍!”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시민 김민호의 지갑에 1,033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김민호 파티는 겨우 세 명이었지만,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

특히 국대 출신인 문해리와 특전사 출신이라는 남지호의 활솜씨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사냥할 때부터 고블린 몇 마리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시작부터 김재현에게 활이나 창을 지원받고 시작한 것도 있지만, 일단 문해리와 남지호의 활솜씨가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화살을 쏘아내 최소 대여섯 마리를 줄여놓고 싸움을 시작하니 사냥 난이도가 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남지호는 창을 사용하는 솜씨도 대단해서 가까이 다가온 고블린들과의 백병전도 문제없었다.

초반에는 혼자서 거의 모든 고블린들을 쓸어버릴 정도.

‘나 같은 관상용 근육덩어리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야.’

물론 허투루 운동만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김민호 또한 전투에 빠르게 익숙해져갔다.

김민호가 창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세 명이서 고블린 열댓 마리도 문제없이 처리가 가능했다.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민호씨도요~. 호호.”

김민호가 파티원들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보셨어요? 정말로 고블린을 잡으니 돈을 주네요.”

“그르게. 고블린이랑 경험치 획득한다는 알림 창은 전에도 나왔었는데, 돈이 나오는 건 또 처음 보네. 일단 오천 원 정도 벌긴 했는데···. 여보, 여보는 얼마 벌었어?

“육천 원.”

“그럼 우리 둘이 합치면 만원이 넘네!”

문해리는 고블린을 잡을 때마다 나오는 돈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김민호가 말했다.

“그런데 이 돈은 어디에 쓰는 걸까요?”

“글쎄.”

남지호가 지나가듯 말했다.

“1층에 무언가 생기고 있더군.”

“어머나! 나도 봤어. 혹시 뭔가 살 수 있게 되나?”

문해리는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었지만, 김민호는 그리 큰 기대가 들진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부족함 없이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호 가족이나 남지호 가족은 제일 먼저 고블린 100마리를 사냥한 공적을 인정받아 김재현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상태였다.

전기, 수도, 가스가 공급되면서 집에서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계란이나 우유 같은 것들을 지원받아서 풍족하게 지내는 중이었다.

사실상 돈의 필요성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호. 우리 오늘 돈이나 왕창 벌어볼까?”

“그럴까요?”

“돈이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고블린들로부터 나오는 푼돈은 그들의 사냥 욕구를 자극했다.

이것은 비단 김민호 파티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퀘스트인 고블린 10마리 사냥 퀘스트만 완료하고 관심을 껐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고블린 사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아파트 1층에 매점이라는 신비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였다.

***

나는 두 눈에 힘을 주며 있는 힘껏 허공을 노려봤다.

그 순간.

파지직― 파직!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성공이다. 다음은···.’

이번에는 장소를 옮겨 화장실 욕조를 노려다보며 감각을 집중했다.

그러자.

울컹―

허공에서 생겨난 물방울이 크게 뭉치더니 그대로 욕조 안으로 떨어졌다.

철퍽! 촤아아아-

이번에도 성공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네.’

새로 각성한 스킬이 아니었다.

이것은 순수하게 품위 유지의 능력이었다.

‘마법사라도 된 기분이네.’

마나 대신 돈을 사용하는 마법사긴 했다.

‘일단 전기, 물, 가스 이 세 가지는 확실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애초에 전기, 수도, 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국가 단위의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몬스터가 등장하고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그것들을 공급할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품위 유지 스킬을 사용해 우리 집, 나아가 집구석 선포가 된 영역 안에서라면 어디든 전기와 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것들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역 안에서라면 전기, 가스,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몇 번의 연습 끝에 의식적으로 이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해졌다.

‘후.’

그때였다.

[매점의 일일 매출이 정산 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320,981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20%의 차익만 32만원.

즉 오늘 하루 매점이 올린 매출만 150만원이 넘어간다는 소리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돈을 모아서 매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곧장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매점을 바라봤다.

마침 그곳에서 쇼핑 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야. 앞으로 얼마나 모아야 되냐?”

“이 활 가격이 15만원이고 오늘 우리가 모은 돈이 대충 만 원 정도니까 한 보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야! 이 멍청아. 보름동안 물이랑 라면 사는 거는 생각 안 해?”

“아 예. 그렇게 똑똑하시면 형님이 직접 계산하세요~.”

시민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물이나 라면, 그리고 콜라와 같은 식료품이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활이나 창을 보면서 사냥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겨우 정산금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분위기가 바뀔 줄이야.’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탓일까.

사유재산이 생기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고블린 사냥을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아파트 근처에서는 더 이상 고블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돼버렸다.

이제 시민들은 고블린을 사냥하기 위해서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야 할 정도였다.

‘레벨업도 순조롭고.’

집구석 선포의 레벨이 11로 올라가면서 지하주차장의 모든 부분이 완전히 영역화 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죽은 고블린이 열 마리가 채 안 될 정도로 이 주변 고블린들의 씨가 말라버린 상황이었다.

이제 아파트 1단지 내부에는 고블린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시민들의 합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인구수 ( 789 / 11,000 명)

추가 경험치 +100%

추가 정산금 +100%

시민들의 활동으로 인해 고블린들이 사라지면서 집 안에만 숨어 있던 시민들이 대거 합류하게 됐다.

처음 정책으로 내걸었던 10명의 생존자를 받아들이면 집에 전기, 수도, 가스를 공급해주겠다는 공약에 제대로 먹혀들어 시민들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레벨을 찍으면서 한계 인구수가 1만으로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한동안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했다.

‘적어도 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생존자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새로 합류한 생존자들 중 단 한 명도 각성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신입 시민들 중에서 각성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만큼 각성자가 귀하다는 뜻이겠지.

‘앞으로 가신 등록은 역시 각성자들을 위주로 하는 게 좋겠지.’

하동건 파티의 경우는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수많은 생존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밖으로 나와 고블린을 사냥했다는 점.

아직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시점에 합류한 초기 멤버라는 점.

처음에는 될 수 있으면 빠르게 가신을 늘리는 게 이득이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면서 파티원 모두를 가신으로 받아들인 케이스였다.

‘이제는 딱히 급하지 않다.’

가신 등록이 가능한 슬롯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는 김민호 팀이나 백승엽 팀에서도 가신을 뽑을 생각은 없었다.

각성 능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명백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오크(Lv. 18)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243,81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다시 시작 됐군.’

시민들의 동태를 살피던 것을 멈추고 하동건 파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지하철역 내부를 달리고 있는 곰 한 마리였다.

어두운 지하철역 내부였음에도 사방이 훤히 보이는 것은 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밝은 빛 덕분이었다.

곰은 그대로 오크 무리에 달려들더니 그대로 그중 한 놈의 목줄을 물어뜯었다.

“꾸애애액!”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오크 한 마리가 그대로 무너졌다.

다른 오크들의 운명도 비슷했다.

녀석들은 글레이브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헌납해야만 했다.

콰직!

순식간에 오크 일곱 마리의 숨통을 끊은 곰의 눈은 강렬한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크흑, 크흥.”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던 곰은 심호흡과 함께 점점 덩치가 줄어들더니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언주 언니!”

뒤쪽에서 달려온 김다정이 오언주를 향해 친근하게 말 걸어왔다.

“괜찮으세요? 다친 곳은 없고요?”

“멀쩡해. 좀 다친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그 뒤를 이어 쫓아온 김가영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언니. 항상 저희가 나설 차례가 없네요.”

“나 혼자 독식하는 건 미안.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에? 그게 왜 미안해요, 언니? 저희야 언니 덕분에 편하고 안전하고 완전 좋은데.”

그러자 오언주는 대답 없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오언주가 저렇게 무리하면서까지 몬스터 사냥에 집착하는 것은 나 때문이었다.

부활을 위해서는 일정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것을 모으기 위해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덕분에 전포역 안에서 바글바글 거리던 오크들은 오언주의 손에 의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현재 내 보유 금액은 무려 31억.

사실상 상황만 갖춰진다면 지금 당장 오언주에게 보상을 줘도 되는 수준이었다.

‘역시 오언주와 김다정을 합류시키는 게 정답이었어.’

오언주와 김다정의 케미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동안 함께 살면서 많이 친해진 모습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합이 잘 맞았다.

김다정의 축복을 받은 채로 날뛰는 오언주의 존재감은 정말이지 강렬했다.

‘대단해.’

근육질의 오크들도 오언주의 앞에서는 힘없는 어린양이 되었다.

‘하긴 스펙을 보면 당연한가.’

『이름 : 오언주 (Lv. 40) [+]

칭호 : [아홉 번째 종] [기사] [전사]

신뢰도 : 66   충성도 : 66

각성 능력 : 웨어베어, 태고의 생명력, 광폭화

경험치 분배율 : 200%

★퀘스트 부여 』

{전사}

근접 공격이 50% 강력해집니다.

태고의 생명력 (A 등급)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재생력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광폭화 (S 등급)

피를 보면 눈이 붉게 변하며 신체 능력이 300% 증가합니다.

시작부터 무려 40레벨.

거기다 가신이 되며 새롭게 생긴 칭호와 각성 능력들이 모두 사기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수인화를 한 상태에서 광폭화까지 하면 몇 배는 강력한 신체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거기에 김다정의 축복까지 더해지니 순간 괴물이 탄생해 버리는 것이다.

고작 18레벨 정도의 오크 무리 정도는 벌레 짓밟듯 죽여 버릴 수 있는 이유였다.

그때였다.

“크워어어어어―!”

지하철 입구 쪽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건···?’

보통의 오크들보다 한 층 더 공격적인 몸과, 평범한 글레이브 보다 날 부분이 더 넓은, 흡사 언월도와 같은 창을 들고 있는 괴물이었다.

한 눈에 놈이 오크들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놈과 함께 복귀한 오크 전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분노와 흉흉한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크르르르―”

오크들의 우두머리가 살벌한 기세로 침입자들을 응징하려 하던 그 순간.

“취익?”

전신이 빛나는 오언주가 오크를 향해 돌진해갔다.

아무런 무기도 없는 가녀린 여자의 등장에 오크 우두머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우드득―

“!!”

순식간에 불어난 몸집과 흉악한 기세에 놀란 놈이 한발 짝 물러섰다.

다음 순간.

콰득!

기습적으로 파고든 오언주의 팔이 오크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오크 족장(Lv. 28)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73,263,099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그 직후.

[시민 오언주가 ‘전포역’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건설 가능 항목에 ‘전초기지’가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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