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29화 (29/175)

[Episode 07] 서면역 (3)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민들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시민권을 부여 받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총 27 명.

그래도 그동안 부지런히 시민들을 받아들인 덕분에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부여해.’

혹시나 싶어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27명 중에서 새로운 각성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만큼 각성자의 비율이 낮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A 등급 각성자가 제 발로 찾아와주다니.’

그런 의미에서 서예진은 굴러들어온 호박이었다.

어찌된 게 각성자들은 이런 식으로 자진해서 굴러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무조건 가신으로 받아들여야 해.’

가신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과의 직접 대면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하동건이 옆에서 걱정스런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내려가서 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그렇게 그를 내려 보내고 나는 서예진을 찾기 위해 곳곳을 뒤져봤다.

혹시나 새롭게 늘어난 아파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롭게 늘어난 두 개 동을 샅샅이 뒤져봐도 서예진은 찾을 수 없었다.

‘어디에 있는 거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길들인 생쥐가 밟혀죽은 것 때문에 악감정이 생겼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불러와야겠어. 퀘스트 부여.’

《퀘스트 부여》

퀘스트 내용 : 아파트 방문.

제한 시간 : 48시간 00분 00초

보상 : 콜라와 초코바.

실패 페널티 : 없음.

[이대로 퀘스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요즘 매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두 가지였다.

서예진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보상일 것이다.

그대로 퀘스트를 부여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잠깐만.’

문득 방금 전에 들었던 오언주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재현님의 능력으로 가족 분들을 데려오면 되지 않습니까?)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고 그 이유가 내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민권을 부여받은 대상은 내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일까, 아닐까?

정답은 ‘영향력 아래 있다.’였다.

아무리 집구석에서 거리가 멀어도 그들이 사냥하는 몬스터의 시체는 그대로 정산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퀘스트 수정.’

퀘스트 시간과 페널티를 살짝 건드렸다.

《퀘스트 부여》

퀘스트 내용 : 아파트 방문.

제한 시간 : 10초

보상 : 콜라와 초코바.

실패 페널티 : 소환.

[이대로 퀘스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성공이었다.

‘실패 패널티까지 활용할 수 있을 줄이야.’

실패 페널티라는 거에 꽂혀서 꼭 부정적인 효과만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성공 보상뿐만이 아니라 실패 페널티 또한 내 마음대로 적용 가능했던 것이다.

‘소환이 가능하다니.’

일회용이긴 하지만 가신 소환과 같은 능력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시민권을 획득한 대상을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는 것.

이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이걸 활용하면 가족들을 무사히 데려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가족들 모두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만 있다면 퀘스트 부여 시스템을 활용해 집구석 영역 안으로 데려오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전초기지가 활성화 될 경우 일시적으로 집구석 영역과 같은 힘을 지니게 된다고 했었지.’

그 말은 결국 전초기지를 활용해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리라.

그렇다면 하동건 파티를 보낸 뒤, 전초기지를 건설한 다음, 가족들 모두에게 시민권을 주고, 퀘스트 부여 시스템을 활용해 이곳으로 소환한다면?

‘완벽하다.’

지금까지의 계획 중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이었다.

‘문제는 돈이 얼마가 드냐는 건데.’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돈이 너무 많았다.

때문에 서예진을 순간이동 시키는 데에 드는 비용이 얼마쯤인지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 절대자의 지갑에 있는 전 재산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해 보자.’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확인해 봐야 할 문제였다.

이럴 때는 그냥 단순무식하게 부딪히는 게 답이었다.

‘퀘스트 부여해.’

띠링!

[ 00분 09초 ]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바라봤다.

퀘스트 비용이 청구되는 것은 퀘스트 완료 시점.

이제 3초 남았다.

‘제발 10억만 넘지 마라.’

1회성의 순간이동 능력.

그 가격은.

[시민 서예진이 퀘스트를 실패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31,674,894 원이 소모됩니다.]

‘3천만 원!’

선방했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싼 가격이었다.

“휴우.”

다행이다.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이 정도 가격이라면 필요한 상황에는 충분히 쓸 만한 가격이었다.

‘거리에 따른 비용 증가라던가, 아직 알아야 할 게 많지만 어쨌든 제대로 작동한다.’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뭐, 뭐야? 여긴 어디야?”

현관에서 서예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현관으로 다가가 서예진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서예진씨.”

“누, 누구세요? 저 아세요?”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당신에게 시민권을 준 사람입니다.”

“네?”

서예진의 표정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자, 잠깐만요. 그렇다는 건 지금 제가 있는 여기는···.”

“네. 생쥐를 통해 보셨던 그 아파트의 제일 꼭대기 층입니다.”

어찌나 당황한 것인지 내 손을 잡고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서예진에게 차가운 콜라를 한 캔 건네면서 말을 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초대해서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반갑습니다, 김재현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이제야 지금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내 능력에 대한 신뢰도 생긴 모양이었고.

그리고.

“그러니까··· 재현님이 저를 이곳으로 불러왔다는 거죠? 아까 그 이상한 퀘스트도 그렇고.”

“네. 제가 부여해드린 겁니다.”

서예진은 약간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염치없지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네?”

“그렇지 않아도 모두를 데리고 여기까지 오기가 힘들었던 참이었어요. 그래서 도박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그것도 들어보니 숫자가 꽤 됐다.

총원 35명.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그녀의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재잘거리는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네···?”

순간 서예진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그, 그게 무슨···.”

“제 힘으로 그들을 여기로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민이 아닌 대상을 순간이동 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였다. 서예진 한 명을 데리고 오는 데 3천만 원이 들었으니 서른다섯 명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1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10억에 가까운 돈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단호한 대답에 당황했는지, 서예진은 무릎으로 내게 기어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부탁해왔다.

“안 돼요! 저희 어머니랑 동생이 거기 있단 말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무척이나 절박해 보이는 그녀의 태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나 고민해봤다.

우선 제일 먼저 떠오르는 평범한 방법은 하동건 파티를 파견 보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서른 명을 한꺼번에 데려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보다 좀 더 나은 해결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분명 서예진이 직접 접촉한 것도 아니었는데, 시민권 부여가 가능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집구석 영역이 생쥐를 그녀의 일부로 인식했다는 것 아닐까.

‘잘 하면 이런 것도 될 것 같은데.’

지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를 가신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래야 종 칭호가 활성화 될 테니까.

나는 서예진의 시민 정보창을 확인해봤다.

『이름 : 서예진 (Lv. 31)

신뢰도 : 37

각성 능력 : 생쥐의 여왕

경험치 분배율 : 0%

정산금 분배율 : 0%

★퀘스트 부여    퇴출』

한 자리 숫자였던 신뢰도가 그새 30이나 올라 있었다.

‘빠르군.’

역시나 직접 대면하자마자 신뢰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만 더 올리면 되겠는데?’

신뢰도를 올리고 더불어 추후에 개방되는 충성도까지 일정 이상으로 올릴 방법이 없을까.

물기 어린 눈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서예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로 뭐든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 멈칫하던 서예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든지. 뭐든지 하겠습니다.”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나는 자세를 낮춰 주저앉아 있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다음, 절실해 보이는 서예진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이어 말했다.

“전적으로 저를 믿으시고, 제게 충성을 맹세해 주십시오.”

“네···?”

“그러면 구해드리겠습니다.”

정면 돌파.

내가 선택한 것은 단순무식하게 나를 믿고, 충성해달라고 직접 부탁하는 방법이었다.

말하면서도 이 방법이 통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도해 본 것뿐이다.

이 방법이 안 먹히면 하동건 파티를 파견 보내면 되니까.

그런데.

“재현님을 믿겠습니다.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제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 마음을 증명하면 될까요?”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의외로 그 방법이 먹혀들었다.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50을 달성했습니다.]

[충성도가 개방됩니다.]

[시민 서예진의 충성도가 30을 돌파했습니다.]

[시민 서예진이 가신 등록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이게 되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최단 시간 만에 가신 등록 조건을 갖춘 것이다.

가족들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인 거겠지.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말을 믿으려고 발버둥친 게 아니었을까. 온 힘을 다해서 말이다.

나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곧바로 서예진을 가신등록하자.

파아앗!

가신 등록할 때의 특유의 밝은 빛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느낌이 좋았다.

이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 : 서예진 (Lv. 35) [+]

칭호 : [열 번째 종] [기사] [조련사]

신뢰도 : 52   충성도 : 33

각성 능력 : 생쥐의 여왕, 진화

경험치 분배율 : 0%

★퀘스트 부여 』

{조련사}

길들인 것들의 능력치가 (충성도)%만큼 증가하며, 모든 길들여진 것들의 성장 속도를 (신뢰도)%만큼 가속시킨다.

진화 (A+ 등급)

길들인 대상이 지속적으로 성장합니다.

일정 레벨에 도달한 개체들은 진화하게 됩니다.

네 번째 기사의 탄생이었다.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고 있는 서예진을 향해 물었다.

“가족들이 있는 곳에 길들인 생쥐들이 있습니까?”

서예진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당장 그 생쥐를 가족들 앞에 데려가 보세요.”

“알겠습니다.”

현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려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거긴 춥습니다.”

서예진은 내 뒤를 쪼르르 따라왔다.

거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서예진은 두 눈을 감고 집중에 들어갔다.

‘절대자의 눈.’

시야의 포커스를 서예진에게 맞춘 순간.

‘보인다.’

짧은 다리로 좁은 통로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생쥐 한 마리가 보였다.

『길들여진 생쥐(Lv. 2)』

성공이었다.

서예진이 감각 공유를 하고 있는 중인 생쥐를 중심으로 절대자의 눈을 소환 가능한 영역이 생성된 것이다.

어느새 생쥐는 부산스러운 분위기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생쥐다!”

“예진이 생쥐 아니야?”

“예진아! 어디로 간 거야?!”

정신없어 보이는 그들의 앞에 상점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생성시켰다.

지이잉―

“헉!”

물과 초코바를 시작으로 빵이나 우유 등 간단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물건들 위주였다.

그와 동시에.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시민 서예진의 충성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예상대로다.’

보아하니 실제로 서예진이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생쥐에게만 절대자의 눈을 비출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의 능력과 절대자의 눈의 궁합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수구를 기어 다니는 수만 마리의 생쥐들이 모두 내 눈이 되어줄 것이다.

‘미쳤군.’

최고의 척후병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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