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31화 (31/175)

[Episode 07] 서면역 (5)

거대 뱀에게는 산 채로 먹이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뱃속에 들어온 살아있는 생명체가 마지막 발악을 한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을 사용해 완전히 제압하거나 조여서 질식사 시킨 다음 삼키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덩치가 큰 먹잇감에게 해당하지, 자신의 덩치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쥐새끼 한 마리를 산 채로 삼키는 것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별 생각없이 삼켜버린 생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좋아 삼켰다.’

하동건 파티가 서면역에 도착할 즈음, 나는 서예진을 시켜 생쥐 한 마리를 거대 뱀의 입 속으로 달려들게 만들었다.

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낼름 집어삼켰고, 나는 놈의 위장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창고 오픈.’

절대자의 눈으로 가신들을 지켜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총 두 가지다.

창고와 상점.

품위 유지 스킬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가신들의 ‘종’ 칭호로 만들어지는 영역은 집구석 선포가 된 영역과는 그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영역에서는 오로지 ‘집구석 절대자의 눈’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뿐이었다.

그러니 이 영역에서 전기나 가스와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스 소환.’

집구석 영역에서 만든 가스를 창고에 담은 다음 창고 스킬을 사용하여 그곳에 소환하는 것은 가능했다.

약간의 꼼수인 것이다.

푸쉬이이이―

하동건 파티가 2호선을 빠져나와 거대 뱀이 있는 1호선까지 다가왔을 때쯤에는 이미 놈의 위장은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불붙은 휴지 소환.’

가스가 충만히 들어찬 거대 뱀의 위속에 미리 준비해둔 불붙은 휴지를 소환했다.

한 번 불을 붙인 상태로 창고에 들어가게 되면, 그 상태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가스가 가득 찬 곳에서 불씨가 생겨났으니 그 다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콰아아아앙―!

거대 뱀의 위장에서부터 시작된 화려한 폭발이 놈의 몸을 완벽하게 박살내 놓았다.

“으윽!”

내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서예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깨어났다.

폭발의 여파에 생쥐를 잃으면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감각 그 자체를 공유하는 만큼 폭발의 고통을 그대로 느꼈을 것이다.

“괜찮아요?”

“앗. 네! 전 괜찮아요! 조금 놀란 것뿐이에요.”

씩씩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지친 얼굴이었다.

“소파에 누워서 조금 쉬고 있을래요?”

“앗, 괜찮은데···.”

“시키는 대로 해요.”

“그럼 조금만 실례하겠습니다아···.”

지친 얼굴로 소파에 누워 눈을 붙이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수고했어요.”

“네에···.”

서예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절대자의 눈을 소환해 하동건 파티를 확인했다.

갑작스러운 대폭발에 하동건 파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잡은 걸로 돼서는 안 돼.’

놈은 반드시 기사 칭호를 받은 가신들의 손에 죽어야 했다.

그래야 6배의 경험치와 정산금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자칫 내 손에 죽어버리면 6배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었다.

‘하동건과 오언주에게 파티 퀘스트 부여, 거대 뱀 마무리하기.’

두 사람 중 하동건이 먼저 일어났고, 그가 던진 창에 거대 뱀의 머리가 박살나며 그대로 즉사했다.

[킹스네이크(Lv. 40)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812,043,879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시민 하동건이 ‘서면역’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서면역’에 전초기지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무려 18억이 넘는 현금과 함께.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집구석 선포가 15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3개 획득합니다.]

단숨에 3개 레벨이 올랐고, 그에 따른 격통이 찾아왔다.

‘으윽.’

어떻게 된 것이 공간이 늘어날수록 고통의 강도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구잡이로 늘어나던 영역은 총 10개 동을 완벽히 집어삼키고 나서야 확장을 멈추었다.

그나마 그 속도가 빨라진 게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이제 절반 정도 남은 건가.’

1단지 25개 동의 아파트 중 13개 동을 집구석 영역으로 만들었다.

거진 절반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

한꺼번에 10개 동이 늘어난 만큼 시민으로 받아들일 사람도 많았다.

‘200명이나 된다고?’

정확하게는 214명.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꽁꽁 숨어서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부여해.’

그들에게 일괄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순간.

[시민의 숫자가 1,000명에 도달했습니다.]

[시민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모든 시민이 ‘기본급’ 스킬을 개방합니다.]

{기본급} (패시브)

시민들이 획득하는 경험치와 정산금이 100% 만큼 별도로 증가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시민 정보창을 확인해보는 순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이름 : 김민호 (Lv. 17)

신뢰도 : 57   충성도 : 13

각성 능력 : 없음

경험치 분배율 : 70% (+100%)

정산금 분배율 : 30% (+100%)

★퀘스트 부여    퇴출』

말 그대로 기본급.

내가 분배율을 0%로 조정하더라도 별도로 100%의 경험치와 정산금을 얻어간다는 소리였다.

‘좋네.’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의 정산금을 늘려줄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매점을 통해 시민들의 돈을 회수할 수도 있었고, ‘세금 징수’의 효율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일정량 이상의 돈을 시민들에게 투자하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꼼수가 통하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지.’

세금 징수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퀘스트 부여를 통해 돈을 지급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김다빈에게 주급을 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수수료를 10%나 떼여야 한다는 거지.’

김다빈에게 7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7만 원의 퀘스트 비용을 내야만 했다.

세금 징수의 효과가 10%의 돈을 복사해오는 것이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돼버리는 것이다.

‘돌려받을 때 다시 10%의 수수료가 차감되니 사실상 손해인 셈이지.’

세금 징수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달 이상 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 잠깐만. 그러니까···.’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돈을 안 빼고 묵혀두면 계속해서 10%의 이윤이 생기는 거잖아?’

다달이 약속된 10%의 이자, 1년이면 120%의 이자를 가져다주는 셈이었다.

이런 금융 상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있었다면 100% 사기였을 것이다.

‘10억 정도만 투자해 놓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소파에 누워있던 서예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어··· 재현님.”

“음? 네?”

“이런 말 부탁드리기 죄송하지만, 제 일행을 여기에 데려와주실 순 없을까요?”

서예진의 가족이 포함된 서른다섯 명의 생존자들.

물자를 지원해줬다고는 하지만, 그곳은 오래 지낼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들었던 서예진이었다.

그녀의 가족에게도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선사하고 싶겠지.

“당연히 해드려야죠.”

서예진이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혹시 지금 다시 생쥐 조종 가능하시겠어요?”

“물론이죠! 완전히 괜찮아졌습니다!”

“생쥐를 따라가라고 말해놓을 테니 안내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생쥐의 뒤를 따라가 생존자들을 구해오라는 파티 퀘스트를 부여한 다음, 절대자의 눈을 켜 놓고 느긋하게 하동건 파티를 관찰했다.

서면역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대 뱀의 구역이었던 만큼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면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주한 도시의 풍경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였다.

‘완전 폐허군.’

너무나도 처참했다.

제멋대로 뒤집힌 차량들과 도로에 가득한 핏자국, 1층 건물의 깨진 유리창과 곳곳에 방치된 채 썩어가는 시체의 모습은 끔찍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었다.

침묵이 내려앉아 고요한 모습이 오히려 공포를 자아내고 있었다.

찍―

서예진의 생쥐가 최적의 루트를 따라 안내를 했기 때문에, 교전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가끔 고블린들과 마주치는 게 전부였고, 하동건 파티에게 고블린 무리란 식은 죽 먹기와 다를 바 없었다.

‘신경 쓸 필요 없겠군.’

절대자의 눈을 유지한 채로 스킬창에 집중했다.

[보유 스킬 포인트 : 3]

‘이걸 어디에다 투자해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초반에는 무조건 상점 스킬을 올리는 게 답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더 많은 물품을 등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

상점의 스킬 레벨이 5레벨이 되면서 대폭 늘어난 슬롯과 ‘품목화’ 기능 덕분이었다.

‘이제는 500개의 슬롯을 다 채우는 것도 일이야.’

영양제, 비타민 따위의 물건까지 모조리 물품 등록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500개의 슬롯의 반도 못 채운 상태였다.

‘굳이 무리해서 상점을 레벨 업 시킬 필요는 없어.’

그것 말고도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곳은 넘쳐났다.

현재 레벨 옆에 [+]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는 스킬은 품위 유지, 창고, 절대자의 눈, 절대자의 건강, 보이지 않는 손 이렇게 총 5가지였다.

‘역시 첫 번째는 절대자의 눈 스킬이겠지.’

지금에 와서 가장 활용도 높은 스킬이 바로 절대자의 눈 스킬이었다.

‘서예진과의 궁합도 좋고.’

앞으로 가족들을 구하러 갈 때에도 가장 핵심적인 스킬이 되어 줄 터였다.

나는 고민없이 레벨업을 진행시켰다.

‘집구석 절대자의 눈, 레벨업.’

우우웅

그렇게 절대자의 눈 스킬이 3레벨로 올라가는 순간.

화끈―

‘으윽.’

눈 표면이 타오르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절대자의 눈이 비추는 시야에 변화가 생겨났다.

「고블린(Lv. 8)」 「고블린(Lv. 7)」 「고블린(Lv. 7)」 「고블린(Lv. 7)」

하동건 파티와 교전중인 고블린들의 머리 위로 놈들의 레벨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블린들의 특징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고블린(Lv. 8)」

신장 103cm. 무리 생활을 하며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의외로 시력이 좋아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문제없이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눈을 가지고 있다.

‘괜찮군.’

지금까지 레벨은 해당 몬스터를 죽여야만 드러나는 정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절대자의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몬스터의 레벨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능력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퀘스트 난이도를 올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레벨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일정 레벨 이상의 몬스터들은 그 숫자가 귀하다는 점이다.

한 자리 수 레벨인 고블린들이야 여기저기 널렸지만, 당장 20레벨 대의 몬스터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어 진다.

‘솔직히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도 고레벨 몬스터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일이지.’

추후 오언주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이 능력은 반드시 필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

먼저 적당한 레벨의 몬스터를 찾아 놓고 그녀에게 퀘스트를 부여해야 부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을 테니까.

‘레벨을 하나 더 못 올린다는 건 조금 아쉽긴 하네.’

3레벨이 된 절대자의 눈 스킬의 옆에는 [+] 버튼이 사라져 있었다.

숙련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그럼 다음은···.’

다른 것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품위 유지’스킬.

‘서예진의 신뢰도와 충성도가 고속으로 상승한 것이 정말로 품위 유지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

새로운 가신을 받아들일 때도 도움이 될뿐더러, ‘신뢰의 힘’이나 [기사] 칭호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했다.

‘품위 유지, 레벨업.’

집구석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이 4레벨로 올라가며 새롭게 나타난 기능을 확인하려던 순간.

타앙―

‘응?’

난데없이 들려온 총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대자의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총 소리의 주인은 놀랍게도 고블린이었다.

‘저건···?’

고블린이 다시 하동건 파티를 향해 총구를 겨누려던 그 순간.

슈슉! 서걱!

문병호가 놈의 뒤쪽으로 순간이동 해 고블린의 목을 쳐냈다.

“끼기긱!”

나머지 고블린들도 문병호의 창에 무자비하게 갈려나갔다.

‘물품 등록!’

문병호가 고블린들을 처치하는 동안 나는 바닥에 떨어진 총을 물품등록 시킨 다음, 다이렉트로 수복까지 시켰다.

S&W M60 (476,320 원)

.38 구경 실탄 100발 (158,400 원)

상점에 등록된 권총을 보며 나는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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