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32화 (32/175)

[Episode 08] 환수 소환 (1)

S&W M60은 38구경의 리볼버로 대한민국 경찰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총기 중 하나였다.

물론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겨우 권총 하나였지만, 이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될 터였다.

‘매점에 전시할 수는 없어.’

총을 전시하면 장점이야 많았다.

당장 사람들의 몬스터 사냥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10레벨 이하의 평범한 사람들이 오크를 잡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겠지.

그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들도 총을 든 시민이 여럿 있다면 충분히 해 볼만 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벌어오는 경험치와 정산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지.’

하지만 장점만큼 커다란 단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들을 신뢰하기는 힘들다.’

지금 내가 시민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마구잡이식이었다.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어떠한 검증도 없이 전부 받아들였던 것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들을 통제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생겨나는 장점들도 많았고.

하지만 총기를 들고 있게 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없다는 보장이 없어.’

검증되지도 않은 이들에게 총기 소유를 허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불 보듯 뻔했다.

시기, 원한, 질투.

어떤 이유에서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사람이 죽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게 총을 쥐어주면 파국으로 치닫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증된 사람들에게만 나눠주는 방식이어야 해.’

기준이야 심플했다.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줘야해. 그중에서도 걸러낼 사람은 걸러내고.’

노골적인 차별에 불만이 생겨날 수도 있겠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충성도가 높은 인원들에게만 총기를 주면, 어느 정도 신뢰도나 충성도의 상승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줘야 할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네.’

정신에 문제가 없으며, 충성도도 높고, 총기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문병호에게 상점에서 새로 구입한 권총 한 자루와 실탄 100발을 지급했다.

지이잉―

얼떨결에 허공에서 생겨난 총기와 실탄을 받은 문병호는 이내 허공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거기 아닌데.’

내가 보고 있는 쪽이 아닌 엉뚱한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그 의미만 전달되면 된 거 아닐까.

하동건 파티는 생쥐의 안내를 따라 금세 생존자들이 숨어 있는 쉘터에 도착했고, 큰 문제없이 그들을 데리고 복귀했다.

“곧 도착할 거 같은데, 같이 내려갈까요?”

“재현님도요?”

“오랜만에 산책이나 좀 할까 싶어서요.”

서예진과 함께 내려간 나는 산책로를 걸으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스읍- 하아.”

공기 좋네.

집구석 영역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산책로까지 포함된 상태였다.

거의 한 달 만에 나와 보는 것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로웠다.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하동건 파티가 구해온 생존자 서른다섯 명이 정문에 도착한 모양이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집구석 근처에 접근하였습니다.]

[시민권을 제의하시겠습니까?]

‘제안해.’

그렇게 서른다섯 명의 시민들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번에도 없나.’

일일이 시민 정보창을 확인해봤지만, 각성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레벨업으로 10개 동을 집어삼키며 새로 합류한 200여 명의 시민들 중에서도 각성자는 없었다.

그만큼 각성자는 귀한 인재였고, 그 중에서도 서예진과 같은 A 등급 능력을 가진 인재는 더 귀하다고 할 수 있었다.

‘각성 능력을 부여하는 건 퀘스트 보상으로도 할 수 없었지.’

이미 실험해 봤다.

시민들 중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남지호에게 각성 능력을 부여하려고 해봤지만 ‘불가능한 퀘스트 보상’이라고 떴었다.

돈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아니라 불가능한 퀘스트 보상이라고 못 박아 버린 것이다.

‘그 사람의 타고난 본질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거겠지.’

그러니 평범한 사람을 각성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가신 등록 뿐이었다.

하지만 가신 등록조차도 각성자를 우대하는 시스템이었으니, 타고난 유전자가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천천히 생각하자. 어차피 가신 등록이 가능한 슬롯도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까.’

벌써 열 명을 다 채운 상태였다.

남은 것은 문병호가 충성도 100이 되며 늘어난 한 자리뿐.

‘충성도 100만들기가 좀 어려워야지.’

일부러 하동건 파티와 대면하는 시간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일정 이상 오른 충성도는 더 이상 오를 생각을 하질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문병호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충성도 100을 채우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새롭게 시민권을 받은 서른다섯 명의 시민들이 정문을 지나 이곳으로 걸어왔다.

그들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엄마! 여진아!”

서예진이 달려가 가족들 품에 안겼다.

“예진아! 말도 없이 어디 갔었어?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미안해, 엄마.”

겨우 하루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모녀는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엄마 생각이 났다.

“대박! 언니 좋은 냄새 나! 샤워했어?”

“응. 따뜻한 물도 나오고 목욕도 할 수 있어.”

“진짜?”

“물론이지. 침대도 있고 따뜻한 밥도 먹을 수 있어.”

서예진의 말을 들은 나머지 생존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예진을 향해 말했다.

“예진씨.”

“네?”

“2701호는 서예진씨에게 지급한 겁니다. 서예진씨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만,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조금 비좁을 겁니다.”

“아······.”

서예진은 내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책임져온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봤다.

“그럼 어떻게 해야···.”

“빈 방 세 개를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서예진씨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앗, 감사합니다!”

10명 이상이 집을 공유할 경우 전기, 수도, 가스를 공급한다는 것은 다른 시민들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건이었다.

실제로 이 조건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사는 시민들도 제법 많았다.

“같은 건물 2402호, 2301호, 1902호를 쓰시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민 서예진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서예진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그렇게 서예진을 시작으로,

[시민 홍달래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시민 서여진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시민 이승준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한정수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

······

시민들의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알림들이 폭발하고 있었다.

‘확실히 달라지긴 했어.’

시민들의 신뢰도가 무더기로 올랐던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고블린 무리 사냥을 위해 최형준의 집에 사람들을 모았을 때였다.

물이나 식량들을 소환하는 등의 능력을 보여주는 순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신뢰도가 무더기로 올랐었다.

‘하지만 「크게」 올라가는 경우는 없었지.’

지금은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신뢰도가 마구마구 오르고 있었다.

품위 유지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서 생긴 효과인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레벨만 올려놓고 확인을 못했었지.’

4레벨이 된 품위 유지 스킬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ᛇ환수 관리(0/10)

‘음···?’

확인해보니 환수를 소환할 수 있는 버튼이 존재했다.

[환수 소환] (1,000,000,000 원)

‘······10억?’

아무래도 새롭게 추가된 기능은 돈 먹는 하마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재현님.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유혜린이었다.

“무슨 일이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말씀하세요.”

“그게···.”

유혜린이 다른 일행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올라가서 쉬고 계세요.”

서예진 그룹은 세 개의 방을 쓸 인원을 나눈다고 바빴고, 하동건 파티는 눈치껏 빠져줬다.

그들을 보내고, 유혜린에게 말했다.

“우린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요?”

“산책··· 네, 좋아요.”

유혜린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고, 몇 분쯤 지났을 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한참을 머뭇거리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네, 그럼···.”

유혜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했다.

“정말 죄송한데, 저는 파티에서 빠지고 싶어요.”

예상대로였다.

올 것이 왔다는 느낌.

그녀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제 능력은··· 파티 내에서 존재감도 없고, 제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죄를 지은 것처럼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향해 최대한 자상하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그러자 유혜린은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무서워요!”

한 번 내뱉은 그녀의 감정은 속사포처럼 흘러나왔다.

“너무 무서워요. 고블린도 무섭고, 오크들이랑 싸울 때도 그렇고, 그 거대한 뱀도 그렇고 너무 무서웠어요.”

터져 나온 감정은 이내 눈물이 되어 흘렀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는 쓸모없는 인간이에요. 기껏 저를 선택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흐윽.”

그런 낌새는 이전부터 있었다.

문병호의 할머니를 구하러 갈 때에도 솔직히 유혜린의 활약은 거의 전무했다.

마지막에 적호와의 추격전에서는 넘어지며 죽을 뻔하기도 했었고, 오크들을 토벌할 때에도 딱히 하는 건 없었다.

독 안개라는 능력 자체가 자칫 잘못하면 팀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능력이다 보니 활용하기가 힘든 것이다.

신체 능력이 향상되며 활 쏘는 능력은 많이 향상되었지만, 그게 도움이 됐냐고 하면 글쎄.

김 건 조차도 까망이를 이용한 정찰로 팀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는데, 그녀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객관적으로 파티에 쓸모가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혜린도 분명 목숨을 걸고 파티에 동행하고 있는 것인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속이 쓰릴 수밖에.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오늘 거대 뱀과의 조우에서 터진 것 같았다.

“끅. 흐으윽.”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인지 유혜린은 끅끅대며 서럽게 울었다.

그녀에게서는 공포보다도 분노와 쪽팔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했다.

“잘 됐네요. 마침 일손이 필요하던 참이었거든요.”

“끄윽. 네에···?”

“21층 공용시설에 김다빈씨 알죠? 업무를 처리하느라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다보니.”

“훌쩍.”

“거기뿐만 아니라 동마다 공용시설을 만들고 운영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던 참이었죠.”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유혜린이 훌쩍대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유혜린씨라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와주시겠어요?”

유혜린을 어르고 달래면서 솔직히 그녀를 가신으로 등록한 게 조금 아깝다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시민 유혜린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유혜린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유혜린은 이미 가신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이게?’

별것도 아닌 일로 충성도 100을 찍을 줄이야.

“흐아아앙.”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아이처럼 목 놓아 울던 그녀를 달래기 위해 다가간 순간, 갑자기 그녀가 와락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열심히 할게요! 맡겨만 주세요! 흑.”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가볍게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흐윽, 충성을 다 하께요!”

“네, 네.”

겨우 진정된 그녀를 2901호에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가지 버튼을 노려봤다.

[환수 소환] (1,000,000,000 원)

‘해 보는 게 좋겠지?’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기능은 전부 쓸모가 있었고, 돈이 들어가는 것들은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 까짓 거 해 보자. 환수 소환!’

[환수 소환 비용으로 1,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우우웅―

────────────────────────────────────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