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36화 (36/175)

[Episode 08] 환수 소환 (5)

콰과과과과―

싸이클롭스가 두꺼운 불길을 토해냈다.

정면으로 뿜어지던 불길은 이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았다.

화르르륵―!

놈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공기가 따뜻해지는 듯 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기를 차단하고 있군.’

집구석 영역이 정도 이상으로 뜨거워진 공기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한동안 화려하게 불을 내뿜던 거인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쿠웅!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거인의 그림자가 점점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어? 어어?!”

“여, 여기로 떨어진다!”

“도망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제자리를 지키세요.”

거의 완벽하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방어벽 위로 쓰러진 놈의 머리를 향해 시민들을 화력을 집중시킬 것이다.

일종의 확인 사살이었다.

‘이왕이면 마무리는 가신들이 했으면 좋겠는데.’

하동건이나 오언주가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침 바로 옆에 서예진도 기사 칭호를 들고 있으니 그녀에게 총을 쥐어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 때,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이제 곧 거인의 몸체가 방어막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재, 재현님! 뒤, 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의 최형준이 내 뒤쪽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

지금쯤이면 거인의 머리가 방어벽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와야 할텐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크으으으

‘···말도 안 돼.’

놈은 입에서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격! 사격 개시! 재현님을 지켜!”

최형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 이후.

탕― 타앙―

시민들의 손에 들린 권총들이 거인의 눈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크아아악!

나름대로 의미 있는 타격이 있기는 했다.

겨우 권총이라고 해도 총은 총이었고, 백 자루가 넘는 권총의 집중 사격은 제법 위협적이었으니까.

빗발치는 총알이 거인의 눈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싸이클롭스의 눈은 완벽하게 제 기능을 잃어버린 듯 했다.

그러나 놈은 위장 안쪽에서의 가스 폭발도 견뎌낸 괴물. 겨우 38구경 권총으로 끊어낼 수 있는 목숨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악―!

거인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고, 용감하게 울리던 총소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그 직후 거인은 주먹을 들어올렸다.

마치, 이제는 자기 차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온다···!’

긴장한 탓일까?

녀석의 묵직한 주먹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진한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다.

‘막을 수 있을까?’

저 압도적인 주먹을 내 스킬이 버텨낼 수 있을까?

약간의 믿음은 있었지만,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방어벽을 공격했던 괴물 중 가장 쎈 놈이라고 해 봐야 28레벨이었던 켈리칸이 다였으니까.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더 진하게 내 머리 위를 덮쳐왔다.

‘보이지 않는 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최후의 저항의 수단을 준비했다.

‘거대화.’

작전을 시작하기 전, 아껴뒀던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고 얻은 기능이었다.

내 몸에서 튀어나온 보이지 않는 손이 순식간에 거대하게 변하며 거인의 주먹을 막아설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방어벽이 싸이클롭스의 혼신의 힘을 다 한 주먹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막았다!’

녀석의 주먹을 막아낸 방어벽은 작은 흔들림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실금조차 가지 않은 상태로 그저 그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풀이하듯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러댔다.

콰아아앙― 쿠우웅!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허가 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그럴 때마다 육중한 충격음이 퍼져나갔지만, 영역 안으로는 아무런 충격도 전해져오지 않았다.

““와아아아아―!””

어째선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쏴라! 쏴!”

굳건한 방어벽 안에서 자신감을 얻은 시민들이 다시 역습을 개시했다.

투두두두―

거인의 주먹에, 팔에, 발과 다리 그리고 몸에 끊임없이 총알이 박히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어!

그때 서예진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재현님, 어떻게 할까요? 한 번 더 시도하시는 게···.”

“가능하시겠어요?”

“앞으로 한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이를 악물고 깍지 낀 두 손으로 방어벽을 내려치는 거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수로 저 입에 생쥐를 집어넣어야 할까요?”

생쥐 폭탄을 의식하고 있는 탓일까, 녀석은 공격을 감행하는 중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타격이 없는 건 아니다.’

생쥐를 희생한 가스 폭발 공격은 확실히 먹혀 든 듯 했다.

거기다 시민들의 권총 공격도 계속해서 놈의 몸에 상처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하면 잡을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거인의 괴물 같은 생명력이 언제 다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무언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단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푸억!

어디선가 날아온 창 하나가 거인의 옆구리를 헤집었다.

‘왔군.’

하동건을 비롯한 1조의 나머지 인원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김다정의 치료로 멀쩡해진 모습의 오언주도 함께였다.

‘보급형 창 소환.’

하동건이 자유롭게 날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보급형 창을 소환해주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허공의 창을 잡고, 거인을 향해 집어던졌다.

푸욱!

-크아아아악!

거인도 자신의 몸에 박히는 창에 대해 인지한 것인지 짜증내며 몸부림쳐댔다.

푸욱!

그러나 거인이 그러든 말든 놈의 몸에 박히는 창의 개수는 차곡차곡 늘어만 갔다.

그리고.

쐐애애액! 푹!

아파트 옥상에서 쏘아진 화살이 거인의 몸을 여기저기 헤집어댔다.

피어싱 스킬이 담긴 김가영의 화살도 거인의 몸을 벌집으로 만드는 데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거인의 몸을 작살내고 있던 그때.

띠링!

[삼족오(三足烏)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100% 증가합니다.]

[태양광 발전기가 최대 효율에 도달했습니다.]

까미가 레벨 10이 됐다는 알림이었다.

[삼족오(三足烏)가 태양의 힘을 일부 개방합니다.]

[환수의 힘을 일부 계승합니다.]

[초급 속성 마법(火)이 중급 속성 마법(火)으로 진화합니다.]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중급 속성 마법(火)의 지식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며 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삼족오(三足烏)가 영역 내 적의 침입을 감지합니다.]

[삼족오(三足烏)가 힘의 개방을 요청합니다.]

[허가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응?’

이상한 알림이 하나 떴다.

‘힘의 개방이라고?’

적의 침입이라고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싸이클롭스를 두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자그마한 녀석이 뭘 어쩌겠다는 것일까?

‘해 봐.’

그 순간.

[3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어? 3억?’

그와 동시에 13개 동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에서 일제히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향하는 목적지는 우리 집.

30층의 거실 창가 쪽이었다.

파아아앗!

강렬한 태양빛이 그곳으로 집중된 직후.

콰직!

무언가 거대한 것이 우리 집 거실 창문을 뚫고 튀어나왔다.

‘저건···?’

날개를 펼친 그것은 켈리칸보다도 서너 배는 더 커다란 덩치를 가진 까마귀였다.

윤기 나는 검은 깃털과 세 개의 다리를 가진 그것은 삼족오(三足烏)가 분명했다.

‘···까미?’

거대화한 까미가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거인을 향해 입을 벌렸다.

지이이잉―

까미의 입에서 튀어나온 강렬한 레이저가 거인의 가슴부근을 훑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쿠우우웅!

싸이클롭스의 상반신이 미끄러지듯 추락했다.

까미의 일격이 거인의 몸을 두 동강 내버린 것이다.

“허어···.”

믿기지 않는 광경에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크어, 아아아악!

방어벽 위로 떨어진 상반신만 남은 싸이클롭스가 두 팔을 버둥거렸다.

그 때.

“크허엉!”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수인화를 한 오언주가 거인의 등 쪽을 타고 달려왔다.

단숨에 싸이클롭스의 어깨까지 올라온 오언주가 거인의 목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퍼석!

거인의 살갗이 도려내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오언주의 두 눈이 붉게 변하며 그녀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크아아아앙!”

포효를 내지르며 내지른 그녀의 손톱이 거인의 목에 난 상처를 점점 더 크게 만들었다.

-크아아악!

거인이 손을 들어 오언주를 내치려할 때.

‘보이지 않는 손, 거대화.’

거대화한 보이지 않는 손을 뻗어 그것을 막아내었다.

콰아앙!

그 결과 오언주는 오롯이 거인의 목을 공격하는 데에만 집중 할 수 있었고.

콰직! 퍼걱―!

끝끝내 그녀의 손톱이 싸이클롭스의 경동맥을 헤집었다.

푸확―!

싸이클롭스의 목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방어벽 위에 쏟아진 거인의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싸이클롭스(Lv. 51)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31,925,374,089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300억이 넘는 거금이 꽂히는 것과 동시에.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네 단계나 한꺼번에 상승했다.

‘크읍!’

그 이후 당연하다는 듯이 찾아온 아찔한 격통과 함께 집구석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아 있던 12개의 동 전부가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1단지 전체를 집어삼키게 된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

고통이 너무 심하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고 하던가.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1단지 전체를 집어삼키며 확장을 끝낸 듯 하던 영역이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건물이나 땅 표면을 따라서 확장되던 집구석 영역이 허공을 집어삼키더니 최종적으로는 돔 형태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축하합니다!]

[아파트 1단지 전체에 집구석 선포하셨습니다.]

[건설 지원금 10,000,000,0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보상과 시스템 알람, 그리고 몸이 터져나가는 듯한 격통이 끝났을 때, 긴장이 풀린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재현님!”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최형준이 쓰러지던 내 몸을 붙잡아줬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최형준이 내 등과 무릎 뒤쪽을 잡고 들어올렸다.

“······.”

졸지에 공주님처럼 안기는 자세가 되어버린 나는 생각했다.

‘이건 좀···.’

쪽팔리는데.

“···잠시만요.”

“예? 왜 그러십니까? 어디 불편한 데라도···.”

그냥 평범하게 업어달라고 부탁하려던 그때였다.

-삐입···.

내 배 위로 조막만 한 털 뭉치 하나가 내려앉았다.

“너 임마···.”

제멋대로 3억이나 써먹다니.

게다가 3억이나 사용하면서 한 것이라고는 고작 공격 한 번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공격이 결정적이었지.’

당연한 말이지만, 까미가 사용한 3억 따위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 이후에 벌어들인 돈이 300억이 넘어가는 데 그런 푼돈을 아쉬워할 리가.

‘환수 소환. 집구석 영역 내로 활동이 제한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엄청난 가성비다.’

더불어 녀석을 소환할 때 들어간 10억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환수 소환 10마리를 채워버릴까?’

이 정도 성능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환수 소환 버튼을 바라봤을 때.

“······?”

나는 눈을 의심했다.

[환수 소환] (10,000,000,000 원) {비활성화}

어째서 0이 하나 더 늘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100억? 100억이라고?’

게다가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날것의 욕설이 튀어나오려던 찰나.

[시민 오언주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324,576,089 원이 소모됩니다.]

오언주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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