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11] 자갈치 시장 (1)
[어떻게 할까요?]
[고급 인력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 드려야겠죠. 저분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그곳을 병원으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찾아보면 간호 인력도 제법 있을 겁니다. 의료팀 구성부터 운영까지 다빈씨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렇게 의료팀 신설에 관한 모든 업무를 김다빈에게 전담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서예진은 여전히 거실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소파에서는 까미가 팔자 좋게 늘어져 잠을 자고 있었다.
'하동건 파티는 문제없이 이동 중이고'
하동건 파티는 중앙역에서 자갈치역으로 이어지는 선로를 다이렉트로 통과하는 중이었다.
유혜린, 서예진과 함께 열심히 좀비들을 청소해 놓은 보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스킬 포인트는 역시 거기에 투자해야겠지?'
미리 생각해 둔 스킬이 하나 있었다.
'절대자의 창고, 레벨업'
[집구석 절대자의 창고 스킬이 LV. 2가 되었습니다.]
[창고의 용량이 200kg으로 늘어났습니다.]
[현상 유지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현상 유지] (패시브)
창고에 보관할 당시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보존합니다.
창고의 레벨을 올린 것은 이제 창고 용량을 늘릴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서예진의 쥐를 이용한 가스 폭발이나, 유혜린의 독안개 능력을 활용할 때 용량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와중이었다.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났다. 이걸로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겠어'
그리고 늘 그렇듯이 예상치 못한 선물이 한 가지 더 나왔다.
'현상 유지라'
그것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이미지 하나가 있었다.
'그게 가능할까?'
창고에서 물건을 소환하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 나타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그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어서 딱히 신경쓰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현상 유지라는 기능의 설명을 보니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운동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창고에서 소환할 때에도 그 운동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소환된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내가 힘껏 던진 창을 창고에 보관한 다음 소환하게 되면 처음 보관하던 속도 그대로 창고에서 튀어나온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마침 내게는 그런 상황을 극대화시켜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 하나 존재했다.
'상점 오픈, S&W M60, 38 구경 실탄 100발 구입'
+
허공에 나타난 권총을 잡고 실린더에 실탄 세 발을 채워 넣었다. 남는 것들은 창고에 보관해버린 후, 거실 창문을 열고 어두운 밤하늘을 조준했다.
창고 보관---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탄두!'
쏘아지는 총알을 창고에 보관하는 이미지를 그렸다.
탕!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지이이잉—!
총열 앞부분에 튀어나온 총알이 창고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된다.
일단, 여기까지는 완벽하다.
‐삑!
소파에 자리 잡고 있던 까미가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고, 서예진도 양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깨어났다.
그녀가 창가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나를 향해 물었다.
"재현님? 갑자기 왜?"
그러나 그것은 내 귀에 닿지 않았다.
너무 집중한 탓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열린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허공을 노려봤다.
그리고.
'소환, 탄두'
밤하늘을 향해 탄두를 소환했을 때,
쐐애애액!
허공에 생성된 탄두가 곧장 밤공기를 찢으며 발사되었다.
총에서 발사되었던 속도 그대로
'미친'
머리끝에서부터 전율이 일었다.
'이거다!'
하동건 파티를 보조할 확실한 방법.
조커 카드가 생겼다.
자갈치역에 도착한 하동건 파티가 개찰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해당 역사는 고블린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제 고블린 무리 따위는 하동건 파티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케에엑!"
"끼엑!"
하동건 파티의 압도적인 무력에 오히려 고블린 무리가 도망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손쉽게 고블린들을 물리친 그들을 향해 소통의 반지를 사용했다.
[2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2번 출구로 나오자 넘어진 버스와 자동차들이 뒤엉켜 있는 삼거리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여기서부터는 미지의 영역이다.'
서예진이 정찰을 통해 루트를 뚫어놨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영역이었다.
“재현님,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왼쪽 큰길을 따라서 1km 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목적지 근처입니다.]
그러나 그 1km의 거리를 주파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첫 번째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간 순간.
"조심해!"
괴물이 튀어나왔다.
「육지 상어(Lv. 24)」
일전에 남포역에서 서예진의 생쥐를 잡아먹었던 육지 상어였다.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육지 상어가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우며 하동건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푸욱!
하동건의 창이 육지 상어의 옆구리를 찔렀고,
파각!
어느새 수인화를 마친 오언주가 육지 상어의 머리를 박살 내며 마무리했다.
[육지 상어(Lv. 24)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3,813,758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하동건이 외쳤다.
"건아 정찰!"
"죄송합니다."
김건이 눈을 감고 집중하자 멀리 날아갔었던 까망이가 날아와 주인의 어깨에 앉았다.
까막—
약간은 멋쩍은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자신이 하늘에서 본 것들을 알려왔다.
“--선배, 아무래도 이 근처에 저런 것들이 꽉―"
김 건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주변에 있던 괴물들이 하나, 둘 존재감을 드러냈다.
"깔린 것 같아요."
찻길에는 대형차만한 덩치의 대게가, 하늘에는 창처럼 날카로운 코를 가진 청새치 떼가 하동건 일행을 향해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먹잇감을 사냥하러 나타난 포식자의 눈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쐐애애액!
제일 먼저 하늘을 유영하던 청새치 떼가 돌진해왔다. 창날처럼 날카로운 콧날을 앞세운 상태였다.
타앙!
전투의 신호탄이 불을 뿜었다.
불시에 시작된 전투였음에도 하동건 파티는 능숙하게 맞받아쳤다.
"덕수야! 막아!"
"오케이!"
은빛 갑옷을 두른 강덕수가 김가영과 김 건의 앞을 막아섰다.
채챙!
청새치의 콧날이 강덕수의 갑옷에 막혀 튕겨 나갔고,
"웃차!"
할버드를 휘둘러 한 놈을 걷어냈다.
동시에
푸욱!
김가영의 스킬이 담긴 화살 하나가 청새치의 머리를 깔끔하게 관통했다.
[하늘 청새치(Lv. 16)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785,23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타앙—!
총을 들고 있는 것은 문병호뿐만이 아니었다.
마땅한 공격 수단이 없던 김 건에게도 총을 주었고, 그의 사격술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하늘 청새치(Lv. 17)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899,202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그러나 적은 인원이서 수십 마리에 달하는 모든 청새치들을 마크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들의 시야를 벗어난 한 두 마리가 뒤쪽에서부터 김다정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오지 마!"
김다정의 손에도 권총이 들려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불을 뿜은 적 없던 그녀의 총신이 처음으로 불을 뿜었다.
타앙—
그러나 눈을 감고 쏘는 총알이 목표를 맞출 리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총알은 빗나갔고, 청새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의 심장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꺄아아악!"
'창고 소환, 탄두'
결정적인 순간, 청새치의 앞에 나타난 총알 하나가 그대로 놈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하늘 청새치(Lv. 17)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31,733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내가 직접 쏜 총알로 사냥했기 때문인지 정산비가 형편없었다.
"서예진씨!"
"네, 넵!"
"총 좀 대신 쏴 주세요."
"네? 총이요? 제가요?"
당황스러워하는 서예진에게 권총을 쥐여주며 말했다.
"네, 빨리요."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지금 하동건 파티가 전투를 치르고 있는 지역은 그녀의 감각 공유가 닿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어, 어디로 쏘면 되나요?!"
"아무 곳이나 상관없습니다!"
"예에?!"
"서두르세요!"
서예진은 눈을 질끈 감고는 아파트 벽면을 향해 총을 쏘았다.
'창고 보관, 탄두!'
타앙—! 탕—!
그녀가 쏘아낸 탄두는 곧바로 실전에 배치되었다.
'소환!'
[하늘 청새치(Lv. 17)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393,121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사냥하더라도 서예진이 쏘아낸 것으로 판정된 총알로 사냥하는 것은 그 효율이 6배였다.
"다 쐈어요!"
"장전하고 다시! 얼른!"
"네!"
될 수 있는 한 많은 탄두를 보관하기 위해 서예진을 혹사시켰다.
타앙! 탕! 탕!
총소리가 집안을 뒤흔들었고, 화약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워갔다.
철컥.
"무, 무슨 일이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곤히 잠들어 있던 유혜린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으로 안방에서 나왔다.
타앙!
유혜린은 거실 벽면을 향해 총을 쏘아대고 있는 서예진의 모습을 보더니 자신의 두 뺨을 때려댔다.
"꿈이 왜 안 깨지?"
미안하지만 그녀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탄두를 저장하는 한편, 계속해서 하동건 파티의 보조를 위해 사용했다.
"다정아! 축복!"
"네, 언니!"
후미에서 달려드는 청새치들을 처리하느라 바쁠 때, 전방에서는 하동건과 오언주가 덩치 큰 대게와 대치하고 있었다.
「자이언트 크랩(Lv. 35)
쿠웅!
커다란 집게발을 피하며 대게의 품속으로 파고든 오언주가 대게의 관절을 꺾었다.
콰직!
대게의 다리 하나가 박살나며 그대로 균형을 잃었고,
푸욱!
놈의 입속에 하동건의 찌르기가 작렬했다.
-!!!
턱이 박살 난 대게가 버둥거리며 그를 공격했지만, 하동건은 능숙하게 거리를 벌렸다.
하동건은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창을 던졌다.
캉!
그러나 창은 단단한 키틴질 껍데기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나갔다.
풋
지이잉―
곧바로 창고 속에서 새로운 창을 소환해 하동건에게 지급해주었다.
다음 순간, 어느새 게의 등딱지 위에 올라간 오언주가 발을 크게 굴렀다.
쿠웅!
내장이 뒤흔들리는 충격에 빠진 자이언트 크랩이 몸을 떨어댔지만, 단단한 등딱지는 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크허엉!"
카가각!
오언주의 손톱 공격에도 등딱지에는 긁힌 자국을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었다.
슈슉!
"다들 비켜요!"
텔레포트로 나타난 문병호가 자이언트 크랩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그러나 녀석의 단단한 키틴질 껍데기는 무려 총알조차도 튕겨내고 있었다.
'엄청난 내구도다.'
솔직히 오언주의 힘으로 부숴지지 않던 시점에서부터 등딱지를 부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방법이 없나?'
저것은 평범한 껍질이 아닌 게 분명했다.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충격을 줘야 한다.'
손톱 공격 같은 것보다는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 필요했다.
"크허어엉!"
어쩔 수 없이 등딱지를 파괴하는 것을 포기한 오언주는 나머지 아홉 개의 다리를 박살 내는 쪽을 택했다.
콰직!
자이언트 크랩의 다리는 오언주의 손에 의해 하나씩 확실하게 분질러졌다.
'절대자의 눈'
하동건 파티를 바라보는 시야를 유지한 채로 새로운 시야를 활성화시켰다.
'분명 있는 걸 봤는데'
새롭게 밝혀진 시야가 비추고 있는 것은 처음 만날 때부터 근육질로 뒤덮인 몸을 가지고 있었던 김민호의 집이었다.
없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있다!'
방 하나를 통째로 트레이닝 룸으로 만든 공간에 벤치프레스를 위한 쇳덩어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대충 봐도 100kg이 넘어 보이는 바벨은 그 자체로도 흉기였다.
'잠시 빌리겠습니다. 창고 보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기는 했지만, 아직 저 단단한 등껍질을 부수기에는 2% 부족했다.
'소환'
먼저 그것을 집구석 영역 내의 가장 높은 하늘에 소환했다.
육중한 바벨은 중력에 이끌려 자유낙하 했고, 그것이 땅에 충돌하기 직전.
'창고 보관'
극한까지 끌어 올려진 운동 에너지를 품은 바벨을 창고에 저장했다.
그리고.
[오언주씨]
"크름?"
[대게 등딱지가 보이게 점프해주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오언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점프했다.
콰아앙!
아스팔트가 박살나며 오언주의 몸이 높이 떠올랐다.
그러자 자이언트 크랩의 등딱지가 한눈에 보였다.
그곳을 향해
'바벨 소환!'
백킬로가 넘는 바벨이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등장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콰직─!
단단하던 등껍질을 산산조각 내놓았다.
"크아앙!"
오언주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놈의 등딱지 위로 착지했고, 박살 난 등껍질 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었다.
그리고.
우드득
그것을 그대로 잡아 뜯었다.
단단한 등껍질이 사라진 자리에는.
두근- 두근-
요동치는 심장이 있었고,
푸욱!
오언주의 발톱이 그것을 헤집었다.
[자이언트 크랩(Lv. 35)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931,732,266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 [Episode 11] 자갈치 시장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