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54화 (54/175)

[Episode 12] 구원자 (2)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기 자신부터 바르게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여야 비로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을, 아니 나라를 구하기 위한 첫걸음은 내 목숨을 건사하고, 내 가족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다음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신들의 가족을 찾아줘야 해.'

1등 공신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것.

우습게 들릴 지는 몰라도 이것이 가장 최대 효율을 뽑아내는 방법이었다.

최우선 목표는 레벨업을 통해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줬던 이들이 바로 가신들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나를 위해 움직여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그들을 위해 움직일 차례였다.

'절대자의 눈'

하동건 파티는 자갈치역 근처까지 진출해 있었다.

별채의 영역은 자갈치역 바로 직전까지 확장되어 있는 상황.

순간이동을 하기에는 먼 거리였기에, 절대자의 문을 사용하여 영역의 끄트머리로 이동한 다음 그들을 불렀다.

[여러분. 잠시 뒤로 돌아와 주시겠습니까?]

그들이 여기까지 진출해 있는 것은 대신동에 있는 김가영의 부모님, 아니 어머님을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우선은 이곳 자갈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김가영의 가족을 구한 다음, 다른 이들의 가족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별채가 완성되는 닷새 동안 꾸준히 대신동으로 향하는 길을 뚫고 있었지만,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몬스터들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겨우 1km 뚫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영역 안으로 되돌아온 문병호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재현님? 여긴 어떻게.....'

"역시 아까 몬스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재현님의 힘이었군요."

눈치 빠른 하동건이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도 이제 재현님의 영역으로 편입된 겁니까?"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 구역이 여기까지 넓어졌다면, 훨씬 안전하게 작전 진행을 할 수 있겠네요.”

“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내가 굳이 이곳에 하동건 파티를 머물게 한 것은 단순히 별채의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몬스터 웨이브 탓에 높아진 몬스터 밀도 때문에 대신동까지 이동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인데, 당장 본가에서 지하철역까지의 길도 뚫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별채가 완성되고 나면 그 모든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자갈치역 바로 앞까지 영역이 확장되면서 지하철역을 곧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영씨네 가족이 계신 대신동에는 오늘 안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김가영이 반신반의 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게 가능할까요? 아무리 안전 지대가 생겨났다고는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지하철 선로를 뚫을 방법이 생겼거든요.”

서예진을 이곳으로 데려오게 되면 다시 생쥐를 활용한 지하철 선로 독가스 전략이 사용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제안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생쥐들을 부려서 자갈치역-토성역-동대신역-서대신역으로 이어지는 선로를 정찰하던 서예진이 말했다.

"그냥 보내셨으면 진짜 큰일 났겠는데요?"

"그러네요."

지하철 선로 내부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난이도가 헬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로 지상에 몬스터가 가득한 대신 지하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그곳은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해양 몬스터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메기, 꽃게, 문어, 장어와 닮은 괴물들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쏴아아아아—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있는 그것들은 죄다 유혜린의 독가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철갑 장어(Lv. 32)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625,738,094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다크니스 옥토퍼스(Lv. 27)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68,876,356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아주 노다지였다.

유혜린의 독가스에 죽은 놈들의 정산금이 아주 짭짤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름 : 유혜린 (Lv. 34) [+]

칭호 : [다섯 번째 종] [기사] [독술사]

신뢰도 : 94 충성도 : 100

각성 능력 : 포이즌 미스트, 포이즌 더스트

★퀘스트 부여」

종속의 계약을 맺는 순간 유혜린이 기사 칭호를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기사 칭호를 얻으며 정산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만들어내는 독은 한층 더 강력해졌고, 농축된 독가루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생겨났다.

'달라진 것은 유혜린 뿐만이 아니다.'

옆에서 명상하고 있는 서예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름 : 서예진 (Lv. 37) [+]

칭호 : [열 번째 종] [남작] [조련사]

신뢰도 : 72 충성도 : 76

각성 능력 : 생쥐의 여왕, 진화, 강화

경험치 분배율 : 200%

★퀘스트 부여」

그녀의 경우, 기존에 있던 기사 칭호가 귀족의 칭호인 남작으로 진화했다.

{남작}

(충성도*2)%만큼 모든 능력이 증가하며, 남작 칭호를 가진 가신이 사냥한 몬스터의 경험치와 정산금은 3배로 증가하여 지급됩니다.

※남작은 경험치를 분배하여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경험치와 정산금 배율은 그대로였지만, 충성도에 따른 능력치 증가 효과가 엄청나게 증가되었다.

신체 능력에서 모든 능력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증가폭이 2배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능력인 강화가 생겨났다.

강화 (B 등급)

자신에게 종속되어 있는 대상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강화를 받는 생쥐는 훨씬 더 빠르게 뛰어다닐 수 있고,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않았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남작의 지위를 얻은 것은 서예진 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기사로 있었던 하동건, 김다정, 오언주, 세 사람 모두 기사 칭호가 업그레이드 됐다.

하동건과 김다정의 경우 서예진과 같은 '남작'의 지위를 얻었고, 오언주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지위인 '자작'의 칭호를 얻게 됐다.

「이름 : 오언주 (Lv. 45) [+]

칭호: [아홉 번째 종] [자작] [전사]

신뢰도 : 100 충성도 :100

각성 능력 : 웨어베어, 태고의 생명력, 광폭화

경험치 분배율:200%

★퀘스트 부여」

[자작]

(충성도*3)%만큼 모든 능력이 증가하며, 자작 칭호를 가진 가신이 사냥한 몬스터의 경험치와 정산금은 3배로 증가하여 지급됩니다. 자작 칭호를 가진 가신은 가신 등록의 한계치를 3칸 늘려줍니다.

※자작은 경험치를 분배하여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은 남작과 별 다를 것 없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한 가지 있었다.

-자작 칭호를 가진 가신은 가신 등록의 한계치를 3칸 늘려줍니다.

'덕분에 가신 등록의 최대치가 21명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문병호, 강덕수, 김가영, 김건 등 모두가 종속의 계약과 함께 한차례 스펙업을 한 상태였다.

지하철 선로에 남아 있던 독가스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다음 하동건 파티를 향해 말했다.

[이제 출발해주세요.]

제일 먼저 강덕수.

"일어나라!"

철컥철컥!

「이름 :강덕수 (Lv. 32) [+]

칭호 :[세 번째 종] [기사] [지휘관]

신뢰도 :93 충성도:100

각성 능력 :강철의 기사단

★퀘스트 부여」

기사가 되며 기존에 있었던 '강철의 기사' 스킬이 '강철의 기사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와 함께 자신의 몸을 둘러싸는 갑옷 뿐만 아니라 갑옷 골렘들을 소환해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돌격해!"

강철의 기사 열 기가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서걱!

하나하나가 제법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갑옷을 입고 있는 강덕수 보다도 나을 지경이었다.

콰직!

자이언트 크랩의 집게발에 한 기가 당했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일어나라!"

다시 소환하면 그만인 갑옷 골렘일 뿐이었으니까.

갑옷 골렘에게 어그로가 끌린 몬스터들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진 상태.

"크하하! 가자!"

제일 신이 난 것은 강덕수 본인이었다.

강덕수가 열어준 길을 따라 하동건 파티는 무난하게 자갈치역 2번 출구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길은 뚫어놨습니다. 서대신역까지 스트레이트로 가시면 됩니다.]

약 3km 남짓 되는 선로,

일반인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신체 능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니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하루만에 도착했어...!"

[시민 김가영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김가영이 서대신역의 개찰구를 나서며 말했다.

"...서대신역 2번 출구 역으로 나가면 바로 우리 아파트 단지 앞이야."

"가자."

2번 출구 바깥으로 나왔을 때.

"끼긱!"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출구 오른쪽, 도로와 도로 사이에 자그맣게 형성된 잔디밭에 고블린 무리가 있었다. 그것들은 콧날이 나무에 박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하늘 청새치를 사냥 중이었다.

굉장히 고무적인 광경이었다.

고블린이 생존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양 몬스터들의 습격이 덜한 곳이었다는 소리니까.

'지형적으로 좋은 위치라서 그런가'

대신동은 주변이 자그마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세였다.

바다에서 쏟아진 몬스터들이 대신동 쪽으로 향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해양 몬스터들이 별로 없는 것은 아마도 그런 지형 덕분일 가능성이 컸다.

고블린들이 건재한 것만 봐도 영향을 덜 받았다는 건 확실했다.

'어쩌면'

타다다다—

하동건 파티는 고블린 무리를 무시하고 달렸다.

지하철역에서 김가영의 어머님이 계신 아파트 단지까지는 겨우 100m정도 거리였다.

왼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달려가니 곧바로 아파트 단지 하나가 나왔다.

"바로 진입한다.”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돌아가야 했지만 하동건 파티의 신체 스펙으로는 길이 아닌 곳도 길로 써먹는 게 가능했다.

화단 안으로 과감하게 파고든 하동건이 가볍게 점프하여 2m 높이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뒤를 따라 가볍게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키에에엑!"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열댓 마리의 고블린 무리였다.

우우웅!

그 순간 김가영의 활에 빛이 맺혔다.

그리고.

쐐애애액

고블린에게 닿기 직전 빛이 폭발하며 수십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푸부부북!

그것들 하나하나가 고블린의 몸을 꿰뚫는 살상 무기가 되었다.

"꽤애애액!"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고블린(Lv. 8)을 사냥하셨습니다.]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끼기기긱!"

그 모습에 살아남은 나머지 고블린들이 기겁하며 달아나기 시작했고, 갈 길이 바쁜 하동건 파티는 그것들을 무시하며 달렸다.

"어디로 가면 돼?"

"이쪽이야!"

김가영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다.

'오?'

김가영의 어머님이 계신 아파트 동에 도착해보니 나무판자와 같은 것으로 출입구를 완전히 막아 놨다.

생존자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하동건이 창을 휘둘러 나무판자를 박살낸 뒤 파티원들을 향해 말했다.

"나랑 가영이만 올라갔다 올 테니까 다들 여기 좀 지켜줘.”

"오케이! 일어나라!"

강덕수와 강철의 기사들이 출입구를 지켰다.

철컥, 철컥.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동건과 김가영은 계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발달한 신체 능력으로 성큼성큼 19층에 도착했을 때, 김가영은 자신의 집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쿵쿵쿵!

"엄마! 엄마아—!"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을 담은 그녀의 외침이.

철컥.

“누, 누나?"

아무래도 하늘에 닿은 것 같았다.

“명환아! 엄마는?"

"안에 계셔. 엇, 매형도?"

그리고.

"가영아!"

현관문 안쪽에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민 김가영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김가영의 신뢰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빛의 화살'을 획득합니다.]

김가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곧장 품에 안겨들며 소리쳤다.

"엄마!"

"가영아아! 어이구 내 새끼!"

눈물겨운 가족상봉에 이어, 김가영이 서럽게 눈물을 터뜨렸다.

"허으윽 흐윽, 엄마아아."

"왜 울어 가영아. 무슨 일이야?"

"아빠가아아, 허어어엉."

김가영은 한동안 말을 전하지 못하고 계속 서럽게 울기만 했다.

완전히 다 전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알아들은 것일까.

"아니야. 아니.."

"흐윽."

김가영의 어머님과 동생의 얼굴에 슬픔이 차오르더니 이내 눈물이 되어 밖으로 흘러나왔다.

"허어어엉, 엄마아아."

“아이고, 여보. 아이고....”

"......"

절망적인 상황에 만나게 된 가족치고는 너무나도 서럽고, 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세 사람이었다.

김가영의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이곳에 없는 단 한 명의 부재 때문이었다.

슬픔의 선율이 길게 이어졌다.

가족을 만난다는 희망을 이룬 김가영이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녀는 여전히 절망의 구렁텅이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세상은 불공평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대를 받고 자라는 이들이 있는 반면, 금수저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라는 이들도 있고.

아무 능력 없이 몬스터와 마주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가 있는 반면, 처음부터 사기적인 능력을 각성하여 안락하게 살아온 내가 있다.

세상에 따져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침묵뿐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그저 받아들여야하는 사실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아남았음에 감사하고, 재회에 감사하며,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슬퍼하는 수밖에.

'서두르자'

이제 남은 것은 하동건, 강덕수, 김 건의 가족들이다.

다음 목표는 잠전동.

세 사람의 가족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다.

[Episode 12] 구원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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