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59화 (59/175)

[Episode 13] 내실 다지기 (1)

♩♪♫♬♯

철컥

현관문을 열자 복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준혁 파티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데려오라고 하셔서 다 함께 왔습니다."

이준혁을 포함해서 스물네 명이나 되는 성인남녀가 모여 있으니 복도가 무척이나 비좁아 보였다.

"우선은 장소를 옮기죠."

집안에 들일 수 있는 것은 가신들뿐이다.

일반적인 시민들이 진입 가능한 곳은 현관문 안쪽, 그러니까 신발이 놓여있는 곳까지로 한정되어 있었기에 장소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나는 밖으로 나가 우리 집 현관문을 잡은 채로 절대자의 문을 사용했다.

'이준혁이 쓰고 있는 1802호로'

그를 비롯해서 파티의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는 7인이 함께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

"들어가시죠."

내가 그 안으로 발을 들이니 이준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방금 장소를 옮기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래서 옮겼습니다만?"

현관 안쪽으로 들어온 내가 웃어보이자 하나 둘 차이점을 알아차렸다.

"어?"

"이건 우리 집이잖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시민 이현찬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이현찬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신아영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신아영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역시 능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율 좋게 신뢰도와 충성도를 올리는 방법이었다.

이준혁 파티의 인원들은 그동안 지속적인 접촉으로 충성도를 모두 개방시킨 상태였다.

아무래도 신뢰의 힘이라는 스킬이 있는 이상 사냥 파티의 전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웅성거리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꽤 넓은 거실이었음에도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오니 가득 들어찬 느낌이었다.

이들은 현재 영역 내에서 손꼽히는 사냥팀이었다.

물론 리더인 이준혁의 존재가 컸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23명의 파티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편이었다.

‘평균 레벨이 벌써 20대 초반이다'

핵심 멤버인 7명은 전부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많은 전공을 쌓은 이준혁의 레벨은 여전히 각성 때와 같은 40레벨이었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성장이 힘든 걸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평소 사냥하는 몬스터들은 대다수가 18~25정도의 레벨이었으니까.

어쨌든 상대적으로 저레벨이었던 파티원들은 폭발적인 레벨업을 이뤄냈다.

아무리 주변 몬스터 수준이 오르고, 권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기간에 이만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것은 그들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섰다는 증거였다.

그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들에게 제안 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저와 계약을 맺어주셨으면 합니다.”

"계약이요?"

"네."

종속의 계약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저에게 충성을 맹세하시면, 각성 능력을 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격렬한 반응이 나왔다.

"각성?"

“준혁이처럼 될 수 있다는 거야?"

"진짜? 정말로?"

그 직후 격한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긍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강력한 능력자인 이준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었으니까.

“진정하세요. 각성한다고 모두 강력한 능력을 손에 넣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때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재현님."

이준혁이었다.

“저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재현님께 충성을 맹세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뿐입니다. 왜냐하면 그게 더 이득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약삭빠른 사람들 이거든요."

"맞습니다!"

"옳소!"

장난스럽게 바뀐 분위기 속에서 이준혁이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여왔다.

"그러니 저부터 계약을 맺어주십시오, 재현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장난조로 말했다.

---

"저건 좀 오바 아니야?"

“무릎을 꿇는다고? 저렇게 까지 해야 돼?"

"왜 못해? 난 할 수 있어!"

이내 이준혁을 따라 한쪽 무릎을 꿇는 이들이 나타났다.

"어어? 나, 나도!"

"뭐야. 다 같이 하는 거야? 그럼 좀 덜 쪽팔리겠네."

"이거 몰래카메라야?"

이것으로 모두가 종속의 계약을 받아들이는 게 기정사실이 되었다.

확실히 이들의 분위기는 하동건 파티와는 달랐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분명 가족을 잃은 이도 있고,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들은 항상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지향했다.

“재현님 부끄러워하시는 거 같은데?"

내가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알아챈 이들이 더욱 더 과장된 톤으로 장난치기 시작했다.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주군!"

"오, 주군 좋다.”

"푸핫. 아니, 무슨 사극 찍냐고!"

낄낄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이준혁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대의 맹세를 받아들입니다.”

파아앗!

그 순간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밝은 빛이 이준혁을 덮쳤다.

그와 동시에 이준혁의 [기사]칭호가 [자작]으로 변화했다. 오언주의 경우처럼 남작을 뛰어넘어 곧바로 자작이 된 것이다.

덕분에 또 가신 등록 제한이 3명이나 증가하게 됐다.

이준혁의 스킬셋은 변화가 없었지만, 하동건 파티가 그랬듯이 스킬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확 올라갔을 것이다.

그만큼 강해졌다는 소리다.

"오오!"

"대박!"

"방금 빛 봤어?"

워낙 신기한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제는 이런 것으로는 잘 놀라지도 않는 이준혁 파티였다.

"재현님! 다음은 저요! 저부터 해주세요!"

이준혁 파티의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아영이 무릎을 꿇은 채로 손을 들어 자신을 어필해왔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머리에 손을 올리고 모두 종속의 계약을 맺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이 D등급이나 C등급의 능력을 얻게 되었다.

“설병훈씨의 능력은 강타입니다. 일시적으로 파괴력을 3배 증가시켜주는 스킬이네요.”

한 명 한 명 직접 각성 능력을 말해주며 자신의 힘에 대해 인지하도록 했다.

"서요한씨는...."

D등급 능력은 단순히 근력을 강화시키거나 시각, 청각, 후각과 같은 감각의 기능을 올려주는 종류의 능력이었다.

이능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류의 능력들.

하지만 없을 때와 비교하면 전력을 확실하게 증가시켜준다.

C등급부터는 누가 봐도 이능력이라고 인정해줄 능력이 많았다. 불이나 얼음 화살 같은 것을 날리거나 장성준이 얻었던 염력을 얻은 이도 나왔다.

물론 등급이 낮은 만큼 장성준이 가지고 있는 A등급 염력에 비하면 퀄리티가 많이 떨어질 테지만, 무궁무진한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B등급이 셋이나 각성했다.'

이현찬, 신아영, 김지태.

모두 이준혁 파티의 간부급인 사람들이었다.

'약간 알 것 같아!'

표본이 쌓이기 시작하니 어떤 경우에 더 높은 등급의 능력이 뜨는지 알 것 같았다.

B등급 능력이 모두 간부급에서 나온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닐 것이다.

D등급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 대부분 10대 후반 레벨을 가진, 파티에서도 가장 낮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단순히 레벨이 전부는 아니야'

그렇다면 처음 만날 때 겨우 10레벨 초반에 불과했던 장성준이 A등급 능력을 각성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선천적인 무언가가 있다.'

잠재력, 또는 재능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지.

'종속의 계약의 한계는 100명뿐'

그러니 앞으로는 최대한 재능 있는 이들과 종속의 계약을 맺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가신 등록. 이현찬, 신아영, 김지태'

우우우웅!

"뭐여?"

“애들 몸에서 빛이 났는데?”

"어? 나 몸이 갑자기 가벼워진 것 같아."

B등급 능력을 각성한 세 사람은 곧바로 가신으로 등록시켰고, [기사] 칭호를 얻으며 스펙업 했다.

나는 이준혁을 향해 말했다.

"준혁씨"

"네, 재현님."

"실은 여러분에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본론이 나오자 장난스럽던 파티의 분위기가 금세 진지하게 변했다.

유쾌할 땐 유쾌하고, 진지할 땐 진지해질 수 있는 이들.

이준혁 파티는 그런 이들이었다.

"이번에 영역이 넓어지면서 황령산 전체가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황령산이라면 저기 뒤에 있는 산 말씀이십니까?"

"네. 그리고 그곳에 던전이라는 게 있다는 것 같군요."

이준혁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던전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 던전이 맞을까요?"

나와 이준혁 세대의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던전이라는 개념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던전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게임의 존재 때문이었다.

"아마도 맞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던전은 위험한 곳이었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던전 탐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준혁은 흔쾌히 던전 공략을 받아들였다.

“저도 최대한 보조하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부터 탐색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할 일도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서 쉬려하는 순간, 김다빈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현님. 재현님이 지시하신대로 일 머리가 좋은 사람들 열 명을 모아 놨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쉴 틈도 없이 21층의 공용 시설로 향했다.

철컥

절대자의 문을 사용해 공용 시설 안방 쪽에서 나타나니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반갑습니다. 김재현이라고합니다."

김다빈이 모아 놓은 열 명의 남녀는 모두가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이분들이 다빈씨가 추천하는 분들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얼굴들이 익숙하네요."

"아무래도 검증된 사람들만 엄선하다보니 함께 일한 사람들 중에서만 고르게 되더군요. 새로 유입된 사람들 중에서 찾아볼까요?"

"아닙니다. 딱 마음에 듭니다."

확인해보니 현재 모두가 경제활동인구로 지정되어 하루 일당을 받아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다빈씨와 같은 부장 직위를 부여할 생각입니다."

인구가 꽤 늘어난 지금도 부장 직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몇 없었다.

김다빈을 포함해 의료팀의 리더인 이성민과 구호팀의 리더인 백승민 정도가 전부였다.

현재 남아 있는 부장 직위가 총 12개이니 대부분을 이들에게 주겠다는 소리였다.

"정말이십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론 그냥 줄 생각은 없었다.

기뻐하는 그들을 향해 찬물을 끼얹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들떴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을 뽑으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합류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해결할 방안을 제게 제안해주시는 분들만, 부장의 직위를 드릴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안정적인 사회를 위해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이런 자리에 있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집단을 대표하는 자리에는 대통령은커녕 반장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딱 한 번 있기는 있네. 군대에서 분대장을 했으니!'

하지만 그거야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경험하는 직무일 뿐이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지금처럼 거대한 집단을 이끌어나가는 법을 배우진 못했다.

'잘 모르면 배워야겠지!'

그러니 사람들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들은 김다빈이 직접 엄선한 엘리트들이었으니까.

"치안 유지를 할 집단이 필요합니다. 아직 큰 일이 나지는 않았지만 경찰처럼 중심을 잡아줄 존재가 없다면 언젠가 사고가 날 것입니다."

확실히 곧바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처리할 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넓어진 영역에 몬스터나 사람의 시체 청소가 필요합니다. 도로 정비도 필요하고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지시할 부서가 필요해요.”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좋군'

그 중에서 가장 구미를 당긴 것은 조금 엉뚱한 내용이었다.

"저어... 혹시 경찰서 무기고에 소총을 비롯한 총기류들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그것들을 확보할 인원을 배치해주셨으면 합니다.”

[Episode 13] 내실 다지기 (1)> 끝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