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 흡혈귀 (1)
왕관은 그 찬란한 외양만큼이나 효과도 대단했다.
<집구석 절대자의 왕관>
착용 시 시민들에게 부여되는 효과가 2배로 증폭된다.
현재 시민들에게 부여되는 효과는 총 6가지였다.
경험치, 정산금 100% 증폭.
신뢰의 힘.
세금징수.
기본급.
경제활동인구 지원금.
직업 효과.
이것들의 효과가 모두 2배로 증폭된다는 소리였다.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 거겠지?'
조금 거추장스럽긴 해도 착용 했을 때의 효과가 너무 좋아 안 쓸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집에서 나갈 일도 잘 없으니 평소에도 쓰고 있자.'
마침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고 있는 시스템 알림이 있었다.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8,011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강덕수가 고블린 소굴에서 고블린을 양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써 보자'
나는 조심스럽게 왕관을 머리 위에 올렸다.
그러자 무언가 시원한 기운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왕관을 착용하자마자 알림창에 변화가 나타났다.
[고블린(Lv. 7)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8,67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고블린 한 마리가 거의 3만원이라니'
앞자리 수부터 달라졌다.
예전에 고블린 한 마리를 내가 직접 잡았을 때, 겨우 3천 원짜리였던 것과는 비교하면 거의 10배의 효율을 내고 있었다.
단지 고블린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모든 사냥에 있어서 효율이 증가했으니, 될 수 있으면 자고 있을 때에도 왕관을 쓰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세금 징수 쿨타임도 다 됐겠구나'
그간 너무 바빠서 세금 징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까먹고 방치해두고 있었다.
한 달 전에 세금 징수 스킬을 사용했을 때는 그리 의미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그동안의 하동건 파티의 급격한 성장으로 각자 수십억에 달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며 스킬을 사용했다.
'세금 징수'
왕관의 효과로 인해 이것도 2배의 효율로 적용된다면, 10%가 아닌 20%를 가져온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수십억은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금 징수로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5,674,528,243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어?'
내가 기대한 금액과 자릿수부터가 달랐다.
'150억?'
그렇다는 것은 시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750억쯤 된다는 소리였다.
'그렇군. 사냥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지원금으로 벌어들인 돈도 꽤 될 거야'
경제활동인구 지원금에 등용된 시민들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금액만 억 단위였다. 그것들을 다 모으면 족히 수십 억 규모는 될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돈이 많네?'
어쩐지 요즘 따라 매점 매출이 심상치 않더라니.
그만큼 시민들의 구매력이 증가했다는 소리겠지.
'조금 있으면 매점에서 차를 팔아도 되겠어!'
도로 정비가 완료되어 가면서 차량 수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꼭 사냥이 아니더라도 차가 있으면 여러 가지로 편해지기 때문에 차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판매하는 지점을 따로 만들면 되겠지. 곧바로 운전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아니면 새롭게 늘어난 영역 중에서 원래부터 차량을 판매하던 지점들에 매점을 설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계획 단계에서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25레벨을 달성해야 상점 스킬을 레벨업 시키고 슬롯을 늘릴 텐데!'
현재 상점의 모든 슬롯을 채워 넣은 상태였다.
품목화를 통해 슬롯 하나의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그 중에서 의학 용품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제법 컸다.
의약품들은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품목화를 통해 묶는다고 하여도 한계가 있었고, 슬롯을 빠르게 채워나갔다.
현재는 의료팀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약품 위주로만 등록을 해 놓고 쓰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500개의 슬롯이 가득 찬 상황이었고, 차를 등록할 슬롯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즉, 차량을 팔기 위해서는 상점 스킬의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제 곧 25레벨이다.'
그동안 꾸준히 레벨업을 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이제는 25레벨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
여기에서 경험치가 올라가는 속도에 박차를 가해줄 왕관까지 얻게 되었으니 조금만 있으면 25레벨이 될 것이었다.
'앞으로 영역이 넓어지게 되면 차에 대한 수요가 더욱 더 많아지게 되겠지'
어차피 아직은 영역 중심에서 밖까지 가는 데 겨우 몇 킬로 정도였다. 굳이 수천만 원이나 하는 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력이 있는 이들이라고 해봐야 사냥팀들뿐이었다.
그것도 최상위권에 있는 사냥 팀들 정도는 되어야 수중에 수천만 원이 있을 테니까.
'어쨌든 좋은 일이다. 시민들의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앞으로의 세금 징수가 계속해서 짭짤할 거라는 소리였으니까.'
머리에 쓰고 있는 왕관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기본급도 두 배로 늘어났을 테니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던 사람들은 좀 더 사정이 좋아지겠어'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산금이 0%이다.
그럼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시민권을 받은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기본급 시스템 덕분이었다. 내가 건드릴 수 없는 100%만큼의 경험치와 정산금.
그것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으니 시민들의 성장도 빨라질 것이고, 벌이도 괜찮아질 것이다.
'인스턴트 던전이 나온 타이밍에 이런 신기가 나오다니, 운이 좋군!'
고블린 사냥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는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경제활동인구도 확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 스킬은 지원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대신 제한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한 번에 제한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되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받아들일 자리가 생겨난 것이다.
'좋군'
그렇지 않아도 일하는 사람에 비해 자리가 부족해서 불편하던 참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퀘스트 부여 형식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왕관이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던 그때였다.
벨소리가 울렸다.
'절대자의 눈'
확인해보니 얼마 전 가족들을 구하러 가기 위해 총기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던 장성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만 봐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철컥.
현관문을 열어주자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 있는 장성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손에 잔뜩 들고 있는 총기류를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재현님. 저번에 빌려주신 물건들을 반납하러 왔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가족들과 무사히 재회하신 거요."
"네. 모두 재현님 덕분입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가족들을 영영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재현님이 흔쾌히 총기를 지급해주신 덕분에 기적처럼 가족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지원을 해드렸을 뿐입니다. 가족분들을 구한 것은 본인들의 힘이에요."
장성준은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기회가 저희는 너무나도 절실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계속 저희를 굽어 살펴주시면서 부족한 물자를 공급해주셨지 않습니까"
이들 파티가 연지동에 있는 자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 아파트 사람들은 오크들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오크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고,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상황이었다.
그때 장성준 파티가 등장한 것이다.
소총으로 무장한 장성준 파티는 금세 오크들을 쓸어버렸고, 그 아파트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지원해준 물자들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사람들에게 베풀어 완전히 그들의 마음을 얻었고, 해당 아파트 단지에 있던 생존자 집단 수백 명을 데리고 복귀에 성공했다.
다행히 생존자 집단에 그들의 가족도 끼어있었고 말이다.
'소총만 있으면 웬만한 몬스터들은 제압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야.'
물론 내가 무제한적으로 실탄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이 꽤나 중요하게 작용하긴 했다.
실시간으로 실탄 보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재현님께서 계속해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저희들도 힘을 내서 미션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믿고 총을 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장성준 파티에게 총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게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이미 총기에 대한 전권을 강한결에게 넘긴 상황이었다.
'이미 기존 사냥 팀들에게 분배한 총기도 모두 회수하라고 말해놓았으니.'
능력 좋은 사냥 팀들도 사냥이 필요할 때 던전 관리국에서 총기를 지급받는 시스템을 정착시킬 생각이었다.
'창고 보관'
지이잉
장성준이 가져온 총기를 모두 창고에 보관한 다음 그를 향해 물었다.
"지금 가족분들이랑 동료분들 전부 공용시설에서 지내고 계시죠?"
"네, 그렇습니다.”
"제안 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장성준 파티는 모두 종속의 계약으로 묶여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각성 능력을 하나씩 얻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작전 수행 과정에서 총기만을 사용해서 아직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지'
능력 좋은 소총수들을 길러내는 것도 분명 중요했다.
그러나 이런 특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당장 하동건 파티의 경우만 봐도 각성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었으니까.
“동료 분들과 사냥 팀을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사냥팀이요?"
"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오직 각성 능력만을 사용해서 몬스터 사냥에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우선은 고블린 소굴 하나를 이들 전용으로 만들어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만들 계획이었다.
"소총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흐음...."
다른 이들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장성준만큼은 반드시 전투 인력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무려 A등급 염력이다. 잘만 키우면 하동건이나 오언주 못지않은 전력이 될 거야'
고민하는 장성준을 향해 말했다.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만 주신다면 아파트 3개 세대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오신 생존자분들이 지낼 임시 거처도 마련해드리죠."
대부분은 일반 주택이 될 테지만, 개인 주택을 사용하는 편이 그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었다.
수십 명이서 아파트 한 세대를 공유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히 고된 일이었으니까.
그것을 해결하주겠다고 하자 장성준이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시민 장성준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장성준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물어봐야하지 않나요."
"조건을 들으면 무조건 승낙할 겁니다."
비장한 표정의 장성준을 향해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에 여러분들이 사냥할 몬스터는 고작해야 고블린 정도가 될 테니까요."
인스턴트 던전인 고블린 소굴에서 뺑뺑이를 돌릴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소총 없이 전투를 치른다는 게 어려울지 몰라도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성준씨는 평소에도 염력을 사용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 테지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소총보다도 훨씬 위력적인 무기를 얻게 되실 겁니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장성준은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가족들을 데리러 연지동에 가는 과정에서 여러 몬스터를 사냥한 결과 벌써 20레벨 초반까지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고블린 정도는 쉽게 잡아낼 거야!'
다른 파티원들의 레벨도 준수했기 때문에 여섯 명이서 고블린 백 마리 쯤은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능력 사용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 진짜 사냥을 보내보면 된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에 잡기로 하고 장성준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려갔을 때였다.
[시민 장대일이 사망하였습니다.]
[시민 김남기가 사망하였습니다.]
[시민 이세현이 사망하였습니다.]
[시민 서고은이 사망하였습니다.]
'음?'
갑자기 시민들의 사망 메시지가 무더기로 올라왔다.
무려 열 댓 명의 시민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랬던 적은 없었는데?'
순간 사고라도 난 건가 싶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그런 사고가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이상한 알림하나가 더 나타났다.
[최하급 흡혈귀(Lv. 18)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223,988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흡혈귀?"
[Episode 14] 흡혈귀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