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67화 (67/175)

[Episode 14] 흡혈귀 (4)

영역 안에서 대놓고 사람들을 사냥하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지만, 제갈성규는 확실히 뒤가 없는 남자였다.

투두두두―

대놓고 아파트 단지에 돌격한 제갈성규는 흡혈귀들을 발견할 때마다 총을 휘갈겼다.

분명 100발 밖에 주질 않았는데, 점사도 아니고 연사를 박다니.

'미친놈인가?'

하급 흡혈귀가 되면 지능도 인간 수준이 된다고 듣긴 했는데, 저런 걸 보면 그보다는 낮은 것 아닐까?

"끼에에엑!"

아무튼 제갈성규는 총기난사로 출입구를 지키던 최하급 흡혈귀들을 정리해버리곤 거침없이 진입했다.

'생각보다 흡혈귀가 많지 않은 건가?'

그런데 아니었다.

“크아아악!"

1층 복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최하급 흡혈귀들이 제갈성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투두두두―!

"뒈져!"

제갈성규는 그들을 향해 총탄을 난사하며 탄창하나를 비워냈다.

여기까지 열 마리에 가까운 흡혈귀들을 죽였으니 마구잡이로 쏜 것 치고는 성과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복도 안에 밀집되어 있는 놈들을 향해 총을 쐈기 때문이겠지.

달칵! 달칵!

"이런 싯팔!"

총알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제갈성규는 탄창을 재장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손톱을 앞세웠다.

"캬아아악!"

제갈성규의 손톱이 총을 맞고 비틀 거리던 최하급 흡혈귀의 심장을 꿰뚫었다.

'미친놈이네!'

육탄전을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어째서 그를 흡혈귀로 만들었던 안상혁이라는 놈에게 버림받은 건지도 알 수 있었다.

"아악! 이거 놔라!"

그가 육탄전으로 제압한 최하급 흡혈귀는 겨우 2마리.

그것도 한 마리는 총을 맞아 비실비실한 상태의 흡혈귀였다. 실제로 그의 실력으로 잡은 것은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 이후 숫자가 늘어난 최하급 흡혈귀들에게 붙잡혀 제압당했다.

'창고 보관'

곧바로 제갈성규가 가지고 있던 총과 탄창을 압수했다.

"놔라! 이것들아!"

제압된 제갈성규 앞으로 한 여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엄청난 소리가 들리길래 누군가 했더니, 성규 오빠였어?”

“그래! 나다 이 씨발년아!"

여자는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오빠야. 오빠는 오빠가 왜 버림받았는지 모르겠지?"

"뭐?"

“멍청해서야. 지금도 봐. 최하급 흡혈귀들조차 당해내지 못하는 꼴이란.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식량만 축내잖아."

"으아아악!"

발끈하며 소리치는 제갈성규의 모습에 여자는 과장된 모습으로 귀를 막으며 말했다.

"어우 시끄러. 그런데 방금 총 소리 아니었나? 총 들고 쳐들어온 거 아니었어?"

제갈성규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내 창고로 사라진 총과 총알을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여자는 제갈성규가 휘갈긴 총에 맞은 최하급 흡혈귀 한 마리를 곁으로 다가오게 하더니 상처 부분을 살폈다.

"총 맞은 거 맞지?"

"...네에."

최하급 흡혈귀가 어눌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시 제갈성규를 향해 고개를 돌린 여자가 물었다.

"그래서 어디에 숨겼어? 총."

"퉤!"

제갈성규는 그런 여자를 향해 침을 내뱉었다.

정확하게 얼굴에 침을 맞은 여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지시했다.

"죽여."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최하급 흡혈귀들이 허겁지겁 제갈성규의 몸에 이빨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그것이 제갈성규의 최후였다.

[시민 제갈성규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크륵. 크르륵!"

제갈성규의 몸에 이빨을 박아 넣은 최하급 흡혈귀 중 하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응?"

그것을 본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뭐야? 생각보다 영양상태가 좋았나보네? 진화할 줄은 몰랐는데.”

최하급 흡혈귀의 몸이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다가 전신에서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가라앉았다.

"주변에 총 같은 거 없나 뒤져봐"

여자 흡혈귀는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내려 보다가 코를 킁킁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그 순간 나는 소통의 반지를 사용해 서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씨. 준비하세요.]

연결을 끊을 준비를 하라고.

화륵!

불꽃이 일렁거렸고, 복도에 가득 차 있던 가스가 반응했다.

콰과과광!

그곳에 모여 있던 모든 흡혈귀들은 물론 한쪽 구석에 숨어 있던 생쥐까지 쓸어버렸다.

찍─!

생쥐의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상황이 종료됐다.

[최하급 흡혈귀(Lv. 18)를 사냥하셨습니다.]

[최하급 흡혈귀(Lv. 18)를 사냥하셨습니다.]

[하급 흡혈귀(Lv. 28)를 사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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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에 대한 알림이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생각보다 상당히 가까이 있었어!'

조만간 레벨업을 해서 영역이 넓어진다면, 이놈들이 있는 구역이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제갈성규가 아니었다면 이놈들의 존재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흡혈귀에 대한 존재를 모르니 별 생각 없이 이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해주었을 것이다.

보아하니 규모가 상당한 듯 해 보였다.

최소 수십 마리의 흡혈귀들이 시민권을 얻고 내 영역을 배회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천만 다행이야!'

영역으로 편입되기 전에 박멸해버릴 생각이었다.

다른 이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놈들의 위치를 알게 된 이상 서예진의 생쥐들과 유혜린의 독가스를 활용하기만 해도 놈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서예진씨. 유혜린씨. 제 방으로 올라와주세요.]

소통의 반지를 사용하여 그들을 부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최형준이 입을 열었다.

"벌써 가시게요?"

"네. 아이들 좀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곳에서 구한 아이들은 우선 최형준의 집에 맡겼다.

현재는 최형준의 아내인 박혜원이 욕실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씻기고 있는 중이었다.

본격적으로 흡혈귀 말살 작전을 시작하기 위해 집으로 가려는 순간 혼자서 따로 샤워를 끝낸 양하윤과 마주쳤다.

"아저씨? 어디 가세요?"

아이의 눈동자에는 불안감이 비치고 있었다.

나랑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떨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탓이겠지.

나는 광대처럼 웃으며 양 손을 펼쳐 보여주었다.

그리고.

'상점 오픈. 초콜릿 구매!'

능숙한 마술사처럼 허공에서 소환한 초콜릿을 집어 들어 양하윤에게 건네주었다.

"아저씨는 잠시 일하러 갔다 올 거야."

양하윤은 초콜릿을 받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네요. 아저씨는 구조대니까 또 사람들을 구하러 가셔야겠죠."

"...그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금방 다녀올게"

그때였다.

"언니. 나는 최나연이야! 언니는 이름이 모야?"

최나연이 나서서 양하윤에게 먼저 다가왔다.

"어, 나? 나는 양하윤이야."

"나두 초콜릿!"

이번에는 옆에서 최서연이 끼어들었다.

동생들에게 둘러싸인 양하윤을 보며 말했다.

"동생들 잘 돌보고 있을 수 있지?"

양하윤은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한다."

그렇게 아이들을 최형준 네 가족에게 맡기고 나는 집으로 이동했다.

서예진과 유혜린을 기다리는 동안 시민 정보창을 하나하나 일일이 뒤지고 있었다.

혹시나 흡혈귀 같은 것들이 섞여 들어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서예진이었다.

절대자의 눈으로 유혜린을 살펴보니 다른 동의 공영 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이라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철컥.

문을 열어주자 서예진은 익숙하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서예진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재현님.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어차피 유혜린이 도착하려면 시간도 남았겠다, 서예진에게 이야기를 해 봤다.

"시민 정보창을 확인하고 있었거든요. 예진씨도 방금 보셨죠?"

"네. 그 사람들은 뭐죠? 뭔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는데..."

"몬스터입니다.”

"네?"

두 눈을 커다랗게 뜨는 서예진을 향해 설명했다.

“마지막쯤에 피를 빠는 걸 보셨죠? 흡혈귀들입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시민 아니었나요? 영역 안에서부터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흡혈귀들에게도 시민권 부여가 가능합니다.”

서예진은 내 말의 뜻을 가만히 곱씹어보다가 되물었다.

'그 말씀은, 좀비나 구울 같은 인간형 몬스터들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거기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영역 내에 좀비들이 포함된 적은 없었으니까.

“다만 그 남자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는 있어요. 원래는 우리들처럼 평범한 인간이었거든요.”

"네에?"

"그래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흡혈귀에게 물려 같은 흡혈귀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이전에는 인간이었으니까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서예진이 물었다.

"그건 남포동 쪽에서 봤던 좀비들도 비슷한 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도 한 때는 인간이었을 텐데...."

서예진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들에게도 시민권 부여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골치입니다. 혹시 지금도 영역 내 어딘가에서 사람들 피를 빨고 있는 흡혈귀가 있는 건 아닌지..."

무작위로 시민 정보창을 확인해보고는 있었지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시스템을 철회하면서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시민들을 확인하는 것만 해도 바쁠 지경이었다.

게다가 시민들의 숫자가 3만 명이 다 되어 가니 이름만 보고 확인했던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때 서예진이 말했다.

“제가 처음 시민권을 받아들였을 때, 강제로 이곳으로 순간이동 시키셨죠? 그때처럼 하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양실조나 탈수 상태가 되어 정신을 잃은 사람들의 경우 급하게 퀘스트 부여를 사용해 응급처치를 하거나 이곳으로 순간이동 시켜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을 순간이동 시키는 데 드는 비용만 삼천만원이다.'

영역이 넓어지면서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데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막말로 천 명만 이동시켜도 300억이 드는 것이다.

'차라리 그것보다는 돈을 들여서 상태이상을 풀어주는 게 낫다'

당장 탈수와 영양실조 증세를 호전시켜주고 물자만 전달해도 사람들은 알아서 버텨나갈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매점이나 몬스터 사냥에 대한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김다빈을 찾아가라는 퀘스트를 주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인구가 너무 많아지면서 그런 방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

'퀘스트 부여를 활용하는 것 보다는 구호 팀의 인원을 늘리는 게 훨씬 낫지!'

현재 구호 팀은 멀쩡한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시스템 설명을,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은 의료팀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되도록 페널티로 죽음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알리고 싶지 않다'

언제든지 자신이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반길 사람은 없을 테니까.

'골치 아프군'

흡혈귀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한 적은 많았다.

모두에게 퀘스트를 부여하여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페널티를 받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너무 극단적이었다.

누군가 당신을 향해 '잠재적 범죄자'라고 낙인찍는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민심을 잃을 게 뻔해'

괜한 분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나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일에만 신경 쓸 수도 없었고 말이다.

'시민들의 성향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때였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집구석 근처에 접근하였습니다.]

[시민권을 제의하시겠습니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끄자마자 징그럽던 이 메시지가 부활했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새롭게 유입되는 시민의 정보를 확인했다.

'문제없군. 시민권 제의 해.'

그들이 시민권을 받아들이는 순간.

[시민의 숫자가 30,000명에 도달했습니다.]

[시민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업적 시스템'이 개방됩니다.]

이 사태를 타개할 새로운 기능의 등장이었다.

< [Episode 14] 흡혈귀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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