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88화 (89/175)

<[Episode 19] 게릴라 전투 (2) >

일격에 상급 흡혈귀를 처리한 하동건은 그대로 근처에 있던 나머지 흡혈귀들까지 혼자서 쓸어버렸다.

'돈 쓴 보람이 있네.'

현재 하동건의 레벨은 50이었다.

50레벨이 된 하동건은 흡혈귀들의 상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 기운에 휩싸인 창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흡혈귀의 심장 하나가 터져나갔다.

11번 흡혈귀를 보좌하던 놈들답게 중급 흡혈귀 중에서도 나름 고레벨만 모여 있었음에도 그랬다.

[중급 흡혈귀(Lv. 38)를 사냥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882,834,1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상급 흡혈귀 하나와 중급 흡혈귀 다섯 마리를 쓸어버린 하동건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건물 안에서는 아직까지도 상황 파악을 못 한 흡혈귀들이 멍한 얼굴로 하동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11번 흡혈귀와 그를 보좌하는 중급 흡혈귀가 있던 장소에 창을 든 인간 하나가 서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하동건이 처리한 모든 흡혈귀의 사체들은 시스템에 의해 처리되어 피 한 방을 남기지 못한 상태였다.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냉정함을 잃은 흡혈귀 하나가 주제도 모르고 소리쳤다.

"뭐, 뭐하고 있어! 저놈을 공격해!"

그에 호응하듯 흡혈귀들이 하동건을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11번 흡혈귀를 보좌하던 중급 흡혈귀 수준도 못 되는 흡혈귀들이 단체로 달려든다고 해서 하동건에게 해를 끼칠 순 없었다.

하동건의 창이 횡으로 휘둘러졌다.

서걱!

[하급 흡혈귀(Lv. 22)를 사냥하셨습니다.]

[하급 흡혈귀(Lv. 26)를 사냥하셨습니다.]

[하급 흡혈귀(Lv. 24)를 사냥하셨습니다.]

검은 기운을 머금은 창은, 일격에 세 마리의 심장을 절단해 버렸다.

창날이 흡혈귀들의 몸을 순두부 가르듯 갈라버린 것이다.

"!!"

그 충격적인 광경에 뒤이어 달려들던 흡혈귀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도망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들은 이미 하동건에게 거리를 내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동건이 한 발자국 내딛자 창끝이 자연스레 다음 흡혈귀의 심장 앞으로 다가갔다.

푸욱!

순간적으로 흡혈귀의 심장을 파고든 창날이 놈의 심장을 완벽하게 박살 낸 뒤 돌아왔다.

저벅

그가 다시 한 발 내딛었을 때, 그의 손에 들린 창 또한 앞으로 나아가며 그대로 다른 흡혈귀의 가슴을 갈라냈다.

서걱-

하동건이 움직일 때마다 그를 향해 달려들던 흡혈귀들이 추풍낙엽으로 쓰러져 갔다.

절대자의 눈으로 그것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자면,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하동건은 혼자서 춤을 추고 있는데, 흡혈귀들이 알아서 창날을 향해 달려드는 꼴이다.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는 그곳에 있던 흡혈귀들이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고 난 후였다.

“으윽....”

남아 있는 놈은 맨 처음 흡혈귀들에게 돌격을 명령했던 놈 하나뿐.

잠시 눈치를 보던 놈은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콰직!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못한 채 세상을 하직해야만 했다.

하동건이 던진 창이 그의 상반신을 박살 내 버렸기 때문이다.

창은 건물 벽에 작은 크레이터를 형성한 채로 박혀 있었다.

소통의 반지를 사용해 하동건에게 물었다.

[새로 뽑아드릴까요?]

그러자 하동건이 창을 뽑아 들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꽤나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창날은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것도 돈값을 하네.'

하동건의 검은 기운이 창의 내구도를 월등하게 올려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던지기 스킬을 사용해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나면 날이 망가져 쓸 수 없게 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하동건이 사용하고 있는 창은 조금 달랐다.

'비싸긴 비싸도 인챈트한 물건이 확실히 효율이 좋단 말이지.'

상점 스킬이 올라가며 생겨난 '인챈트'는 말하자면 계륵 같은 존재였다.

물건에 마법적인 능력을 부여해 주는 기능이었는데 인챈트를 하기 위해서는 50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챈트 공작소를 짓는 것은 물론 인챈트를 할 때에 도 매번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인챈트 기능은 사행성 도박과도 다를 바 없었다.

인챈트를 하게 될 경우 나오는 능력에 등급이 매겨져 있었다.

가장 낮은 일반 등급부터 고급, 희귀 등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일반 등급의 경우 있으나 없으나 한 능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근력을 소량 늘려준다거나 체력을 소량 늘려준다고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딱히 체감되지 않는 정도였다.

한 번 인챈트 할 때 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받는 주제에 효과가 볼품없는 것이다.

고급부터는 나름 쓸만한 능력들이 있었지만, 300만원이라는 돈을 들일 가치가 있느냐하면은 또 애매했다.

'그래서 몇 번 사용해본 뒤로는 버린 기능이었는데...'

기억에서 잊혀질 때쯤 호기심 많은 시민 중 한 사람이 해당 기능을 사용했고, 그때 처음으로 희귀 등급의 옵션이 나왔다.

옵션의 내용은 ‘내구도 강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보시다시피 효과가 아주 좋았다.

하동건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단단한 창이 필요했었는데, 조건에 부합하는 옵션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동건이 쓰고 있는 창은 처음으로 희귀 등급 옵션을 뽑은 시민의 물건을 빼앗아 온 게 아니었다.

인챈트가 된 물건에는 한 가지 기가막힌 장점이 있었다.

'바로 상점 등록이 된다는 점이지.'

지금 하동건이 사용하고 있는 창은 상점에서 구입한 물건이었다.

인챈트 옵션이 부여된 그대로 상점에 등록할 수 있다는 것.

한 번 '희귀 등급'을 뽑으면 상점에 등록하여 무한정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소리였다.

가격도 준수했다.

희귀 등급 옵션이 부여된 창은 오리지널에 비해 3배 비쌌지만, 기능을 생각하면 전혀 비싼 게 아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슬롯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는 건 조금 아깝긴 해.”

인챈트가 된 물건은 다른 물건과 함께 품목화되지 않는다.

슬롯 하나를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메리트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상점 슬롯은 아직 여유가 있고, 꼭 필요한 옵션일 경우에만 등록하면 될 일이니까. 그리고.....'

이것은 아직 예상에 불과했지만, ‘희귀 등급’보다 높은 등급이 존재할 것이 분명했다.

운이 좋아 잭팟이라도 터진다면 엄청난 기능의 아이템을 양산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재현님. 7번과 9번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유한길이 경고했다.

나는 책상 위에 펼쳐진 울산의 지도를 확인했다.

"7번과 9번이라. 7번은 신경 쓸 필요 없겠네요.”

“네?”

7번은 작전 지역과는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은 놈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빠르게 반응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거기에 우리 쪽 최고 전력을 보내놨거든요.”

당장 자기 진영이 파탄 나고 있었기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신이 아니라서 절대자의 눈으로 상황을 살필 수도 없었고 따로 보조해 줄 수는 없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어어?”

두 눈을 감고 있던 유한길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리는 것과 동시에.

[상급 흡혈귀(Lv. 46)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상급 흡혈귀가 처리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치, 칠번 흡혈귀가 처리되었습니다!"

정산금 없는 대량의 경험치 획득.

혈족이 사냥에 성공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7번 흡혈귀를 처리한 것은 바로 아빠였다.

'좋아'

벌써 열 한 마리의 상급 흡혈귀 중 두 마리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하동건은 내 도움 없이도 혼자서 건물 안에 있는 흡혈귀들을 쓸어버리고, 그곳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확실히 50레벨은 다르군.'

웬만한 상급 흡혈귀보다도 높은 레벨이었다.

게다가 신뢰의 힘이나 남작 칭호와 같은 능력치 증가 버프까지 있으니 그보다 더 수준이 낮은 중하급 흡혈귀들은 하동건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동건 뿐만이 아니었다.

김가영, 강덕수, 오언주 그리고 문병호의 레벨도 모두 50으로 맞춰 준 상태였고, 나머지도 될 수 있는 한 레벨을 올려주었다.

그 결과 가신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전력을 보여주며 흡혈귀들의 전력을 빠르게 박살내고 있었다.

'기대 이상이다.'

작전 구역 내에 갇혀 있던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흡혈귀들을 모조리 해치웠다는 뜻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전 진행 속도가 빨라.'

그리고 상급 흡혈귀들의 반응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렸다.

최악의 경우 사람들의 구출을 포기하고 가신들만 불러오는 상황까지도 고려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리고 있었다.

'반응을 보니 자기들이 공격당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덕분에 작전은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러면 조금 욕심을 내도 괜찮겠어.'

전체적인 상황을 정리한 나는 소통의 반지를 이용해 가신들에게 명령했다.

[A조와 B조는 생존자들을 다른 분들에게 인계하고 생쥐들의 안내에 따라주세요. 9번 흡혈귀가 접근 중입니다.]

다른 조에 비해 전투력이 강한 A조와 B조를 엮어서 9번을 사냥해볼 생각이었다.

"유한길씨."

“네.”

"지금 9번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쯤입니까?”

유한길이 눈을 뜨고 지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이곳에서 출발하여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놈은 정직하게도 작전 지역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찾아갈 필요도 없겠군.'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알아서 대가리를 들이미는 꼴이었다.

“예진아. A조는 여기로, B조는 여기로 안내 부탁해.”

"알겠어.”

서예진의 생쥐가 가신들과 합류해서 길을 안내할 때쯤이었다.

“재현님. 도착했습니다.”

한쪽 구석에 유지시켜두고 있던 절대자의 눈 시야에서 문병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그곳에 의식을 집중하자 아파트 옥상에서 어떤 건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문병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준비되셨나요?]

“예.”

[그럼 바로 시작해주세요.]

고개를 끄덕인 문병호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슈슉!

절대자의 눈으로 보이는 시야가 몇 번이나 점멸하며 주변 환경이 뒤바뀌었다.

그렇게 대여섯 번쯤 반복했을 때.

「상급 흡혈귀(Lv. 50)」

넘버링 4번 흡혈귀이자 생존자 집단 중 하나인 종합운동장 그룹의 리더인 경찰서장의 모습이 시야에 나타났다.

놈은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평온한 식사를 이어나가고 있던 도중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어요?]

이름 모를 여자의 목에 이빨을 박아 넣은 채로 흡혈 중인 놈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창고 오픈.'

절대자의 창고 레벨 2에서 생기는 현상 유지'라는 기능은 말 그대로 창고에 보관될 당시의 현상을 그대로 유지해준다.

이것은 운동에너지뿐만이 아니라.

'피어싱 화살, 소환.’

김가영의 스킬이 담겨 있는 화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음?"

놈이 흡혈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으나.

푸슉!

이미 허공에 생성된 빛나는 화살 세 발이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커헉!”

[상급 흡혈귀(Lv. 50)를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46,195,742,382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주는 상급 흡혈귀 사냥.

오늘만 벌써 세 번째였다.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Episode 19] 게릴라 전투 (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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