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91화 (92/175)

〈[Episode 20] BLOODY FEST (2) [수정]〉

[동서남북의 4대문이 활성화됩니다.]

'4대문...?'

스킬창을 확인해보니 새롭게 열린 기능이 반짝이고 있었다.

[동대문 개방]

[서대문 개방]

[남대문 개방]

[북대문 개방]

확인해보니 4대문은 각자 개성 넘치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남대문의 기능은 정확히 내가 원하던 종류의 것이었다.

“이거다.”

정신력이 들지 않는 데다 대규모 이동이 가능한 기능이었다.

'남대문 개방.'

지이잉-

남대문 개방을 명령하자 전초기지 남쪽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영역 전체가 약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옅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

그리고.

화르르륵!

투명장벽이 있는 공간이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꺄아아악!”

“부, 불이다!”

“피해!"

마침 그곳은 홈플러스 건물의 출입구가 있는 곳이었기에 꽤나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갑작스러운 불꽃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몇 걸음 물러났다.

나는 그 광경을 절대자의 눈을 통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반응이 변했다.

“뭐, 뭐야?"

"어?"

한순간 화려하게 불타오른 공간의 너머로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넋이 나간 채로 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바다?”

부산항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육지 쪽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인 탓에 수평선 대신 지평선이 펼쳐져 있었지만, 드넓게 펼쳐진 바다에서 풍겨오는 짠 내와 부두에 정착되어있는 배의 모 습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벌써 여기까지 확장된 건가.'

서면에서부터 시작된 집구석 영역은 어느새 감만부두에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이번 레벨업으로 드디어 바다에 닿게 된 것이다.

'본가에 설치된 별채와도 맞닿게 된 건가.'

서면과 남포동의 중심인 부산역에서 본진의 영역과 별채의 영역이 서로 겹쳐지고 있었다.

'이번 레벨업은 그래도 버틸만하다 싶더니, 이것 때문인가?'

만약 정말로 영역이 겹쳐지며 고통이 덜어진 것이라면, 앞으로 한동안은 고통이 경감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두 개의 영역이 완전히 합쳐지기 전까지는 늘어나는 영역이 어느 정도 겹칠 테니까.

'어쨌든 성공이군.'

남대문은 일종의 설치기였다.

영역의 끄트머리인 투명 장막이 있는 곳에만 설치가 가능한 대문이었는데, 한 번 설치를 하면 사흘 동안 유지가 되는 문이었다.

게다가 남대문은 성인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넉넉한 너비와 앞에 서면 압도될 정도의 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거라면 울산에 있는 시민들이 다 몰려와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

부산에 있는 본진의 드넓은 지역은 수만 명도 우습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으니까.

물론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 인도자가 필요할 것이다.

[새롬씨.]

홈플러스로 유입되고 있던 사람들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던 박새롬은 내 부름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네, 넵!"

[자리가 얼마나 남았나요?]

“그게・・・ 어떻게 수용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새롭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남대문을 통해 이동하라고 전해주세요.]

“네? 남대문이요?”

[홈플러스 1층 롯데리아가 있는 곳으로 와주시겠어요?]

"엇, 넵!"

박새롬은 이번에 충성도 기준치를 채우자마자 가신으로 받아들인 뒤, 종속의 계약까지 맺었다.

덕분에 이제는 가신 등록 슬롯이 딱 하나만 남은 상태가 되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름 : 박새롬 (Lv. 40) [+]

칭호: [스물네 번째 종] [자작] [마법사]

신뢰도 : 52 충성도 : 68

각성 능력 : 그림자 이동, 그림자 분신

경험치 분배율: 200% (+200%)

★퀘스트 부여」

네츄럴이었던 박새롬은 자작의 칭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S등급 능력인 그림자 분신까지 새롭게 각성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있었던 그림자 이동 능력의 효율이 몇 배나 좋아진 것은 덤이었다.

스르륵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홈플러스의 남쪽에서 튀어나온 박새롬은 멍하니 남대문의 모습을 올려다봤다.

“와....”

불꽃으로 이루어진 아치형 테두리와 그 속에 펼쳐진 다른 공간의 풍경은 넋이 나가게 만들기 충분했다.

"싯팔, 개쩐다..."

찰진 욕설과 함께 튀어나온 감탄사를 들으며 박새롬에게 명령했다.

[새로 유입된 사람은 남대문 너머로 안내해주시면 됩니다.]

“앗, 알겠습니다!"

그곳의 안내는 박새롬에게 맡긴 후 소통의 반지를 이용해 김다빈에게 연락했다.

[다빈씨.]

[네, 재현님.]

곧바로 김다빈의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말씀하세요.]

[난민들을 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최소 수천 명에서 최대 수만 명까지 예상합니다.]

[······.]

예상치 못한 규모였는지 김다빈의 텔레파시가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내 쪽이었다.

[현재 감만부두 쪽으로 사람들을 보낼 계획입니다. 일단은 근처 아파트에 사람들을 수용해 주세요. 물자와 기본적인 기능은 제가 직접 지원해드리겠습니 다.]

[・・・혹시 혜린이를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이럴 때마다 김다빈이 유혜린을 찾는 것을 보면, 유혜린은 행정 업무 쪽에서 상당히 유능한 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혜린은 현재 한계치까지 독가스를 분출해 내며 정신력을 모두 소모한 뒤 기절하듯 잠든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지요. 상황이 끝나면 보고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쉴새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시민권만 부여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김다빈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

'이제....'

마음 놓고 가신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우선은.'

놈의 위치를 알 필요가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인 서예진을 향해 물었다.

“예진아. 그놈은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으응.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어."

그녀는 현재 생존자들의 안내와 더불어 진조의 위치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다.

상급 흡혈귀들을 포함하여 진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유한길의 역할이었지만, 흡혈귀들의 폭주 이후 유한길의 정신력이 바닥나 버렸다.

그는 현재 모든 정신력을 소모하고 유혜린의 옆에서 기절해 있었다.

'놈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치더라도 다른 상급 흡혈귀들은 왜 보이지 않는 거지?'

절대자의 눈은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남대문을 만들어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활성화되어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신들 중 그 누구도 상급 흡혈귀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상급 흡혈귀 놈들의 움직임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군.'

서예진의 능력은 생존자들을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운용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로 위험한 진조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급 흡혈귀들의 위치 파악은 포기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된 거지?'

놈들도 일반 흡혈귀들처럼 폭주를 하기 시작한 거라면 티가 났을 것이다.

겨우 일반 흡혈귀들이 날뛰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참상이 펼쳐지고 있을 테니까. 요란하게 설쳐댈 테니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지금까지 그런 낌새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상급 흡혈귀 놈들,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냐.'

우선은 문병호를 비추고 있는 절대자의 눈에 집중해 봤다.

문병호에게는 폭주가 일어나는 순간 특별 임무를 부여했다.

바로 생존자 그룹에 숨어든 5번 6번 흡혈귀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생존자 집단에 숨어든 상급 흡혈귀들을 처리해버리기 위해서였다.

방심한 상태의 상급 흡혈귀들은 의외로 약했으니까.

그러나.

'없다?'

그곳에 상급 흡혈귀로 추정되는 놈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그때였다.

“오빠!”

"응?"

"상급 흡혈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 같아!"

“뭐라고?”

흡혈귀들이 폭주하기 시작했을 때, 상급 흡혈귀들이 태화강 북쪽으로 대거 진입해 들어올 것을 예상했었다.

혼란을 틈타 총공격을 감행하리라 추측하고 그곳에 아빠와 함께 가신들을 배치해 두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강력한 전력을 배치해 둔 덕분에 다리를 건너려는 수많은 폭주 흡혈귀들을 사전 차단할 수 있기는 했지만, 상급 흡혈귀는 한 마리도 처치하지 못한 상황 이었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함정일 가능성은?'

잠시 고민해봤지만, 상대는 이쪽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게릴라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만 봐도 놈들이 우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들이 실시간으로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 테지.'

그렇다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설마...'

생존자 집단에 심어 놓은 스파이 흡혈귀들까지 죄다 폭주시켜 만들어낸 혼란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놈들의 진짜 목적은.

'시간을 끄는 건가?'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놈은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일까?

그때였다.

지금 폭주하며 날뛰고 있는 흡혈귀들의 모습에서 상급 흡혈귀의 각성 상태가 떠올랐다.

오늘 있었던 게릴라 작전에서 상급 흡혈귀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놈들이 본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전에 죽여버렸기 때문이었다.

'부산까지 찾아왔던 상급 흡혈귀는 하동건 파티와 전투 도중에 갑자기 강해졌었지.'

만일 놈에게도 그것이 비슷하게 적용된다면?

무려 62레벨에 달하는 괴물 흡혈귀가 본신의 힘을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지금 상황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만 했다.

[김건씨. 지금 당장 다리 쪽으로 움직여 주세요.]

다행히 새롭게 얻은 기능 중에 지금 상황에 사용하기 적절한 기능이 하나 있었다.

‘북대문 개방.’

오로지 집구석 영역의 투명장벽에만 설치할 수 있는 남대문과는 달리.

지이잉-

북대문은 절대자의 눈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개방하는 게 가능했다.

촤아아악!

서예진의 생쥐가 있는 곳에서 푸른 물결이 치솟더니.

쩌저저적-

힘차게 솟아오르던 물이 빠르게 얼어붙어 갔다.

그리고.

콰직!

가운데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음?"

그 속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비춰졌다.

바로 태화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흡혈귀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이준혁의 모습이었다.

“뭐야? 준혁이 네가 한 거야?"

"아니.”

“그럼 뭐야? 저 신입들이 한 거야? 얼음 쓰는 쌍둥이?”

반원 모양의 얼음 테두리 안을 노려보는 그를 향해 내가 말했다.

[준혁씨. 아빠를 모시고 지금 당장 그 문을 건너가 주세요.]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때 이준혁을 향해 폭주한 흡혈귀 하나가 달려들었다.

“캬아아악!"

이준혁은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퍼억!

흡혈귀의 몸속에 있던 핏물의 이준혁의 의지에 따라 심장을 터뜨렸다.

핏물도 물.

이준혁의 컨트롤 워터 능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것이다.

[중급 흡혈귀(Lv. 32)를 사냥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091,123,88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이준혁이 말을 이었다.

“괜찮을까요? 지금 저희가 이곳을 떠나면 흡혈귀 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게 될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이준혁은 아빠를 비롯해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전투 병력과 함께 북대문을 건너갔다.

그들이 모두 건너갔을 때 쯤.

“도착했습니다.”

까마귀 인간의 모습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던 김건이 태화강 다리 위에 도착했다.

태화강을 건너는 다리는 여러 개 있었지만, 생존자들이 사력을 다해 틀어막는 다리는 크게 세 곳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펼친 게릴라 작전으로 인해 두 곳은 흡혈귀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폭주한 흡혈귀들이 몰려 있는 다리는 딱 한 곳뿐이었다.

그곳을 틀어막고 있던 가신들의 전력이 사라지자 폭주한 흡혈귀들이 미친 듯이 인간 진영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절대자의 문을 사용했다.

'서대문 개방'

서대문의 기능은 조금 특이했다.

우우웅-

그것은 문이라는 표현보다는 하나의 닫힌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오직 집구석 영역 안에서만 창조할 수 있는 무한한 미로.

그것이 서대문의 역할이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시작이 이어진 공간은 어떤 존재를 가두거나 벌을 주기 적합해 보이는 구조였다.

그러나.

'상점 오픈. 바벨 구입.'

나는 조금 다르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서대문으로 만들어진 독립된 공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기가 없는 완벽한 진공이 된 그곳의 입구와 출구는 각각 땅바닥과 하늘에 이어져 있었다.

세로로 길게 만들어진 공간의 맨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이어져 하나의 연속되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면 아파트 단지의 허공에 만들어진 그 공간에 200kg짜리 바벨이 소환되자 곧장 중력 가속도를 받아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하늘에 있는 출구로 다시 나온 바벨의 속도는 계속해서 더 빨라져만 갔다.

'조금만 더.'

공기 저항이 사라진 공간에서 가속에 가속을 거듭하던 그 물건을.

'창고 보관.'

나는 창고 안으로 집어삼켰다.

'겨우 200kg에 불과하니 파괴력이 엄청나진 않겠지만.......'

다리 하나 정도를 박살 내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창고 레벨을 올리던가 해야지 원...'

다음 순간.

김 건이 날아가고 있는 상공에서 그것을 소환했다.

서대문 안에서 중력 가속도를 이용해 그 속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200kg짜리 바벨이 허공에 소환되었다.

그리고.

쐐애애애액!

그것은 대기를 찢으며 길쭉한 불꽃을 만들어냈다.

자그마한 운석이 되어버린 그것이 다리에 충돌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물기둥이 높이 치솟았다.

[하급 흡혈귀(Lv. 29)를 사냥하셨습니다.]

[하급 흡혈귀(Lv. 27)를 사냥하셨습니다.]

[중급 흡혈귀(Lv. 35)를 사냥하셨습니다.]

다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무너졌고, 폭발의 중심지에 있던 흡혈귀들은 죄다 증발해버렸다.

그 압도적인 파괴의 현장을 목격하며 생각했다.

'이거 잘하면 ・・・'

진조가 있는 건물에 진입하기 전에 먼 저, 저놈부터 떨어뜨려 봐야겠다고.

[이준혁씨. 죄송한데 건물에서 물러나 주세요. 해 볼 게 있습니다.]

[Episode 20] BLOODY FES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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