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92화 (93/175)

<[Episode 20] BLOODY FEST (3) >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엄청났다.

이전에 바벨을 사용하던 방식은 갑각류 몬스터의 키틴질 갑옷을 박살 낼 정도였다면, 지금은 차량이 지나다닐 만큼 거대한 다리도 일격에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데?'

위력의 비밀은 바로.

'서대문 개방'

절대자의 문 스킬 레벨을 올리며 얻은 4대문 중 서대문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지이잉-

서면에 있는 본진인 집구석 영역의 허공에 새로운 공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서대문의 원래 기능은 미로다.’

닫힌 공간 안의 시작과 끝에는 보이지 않는 서대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복도의 공간에 서대문을 활용한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안에 갇힌 사람 입장에서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복도를 헤매게 되는 셈이었다.

그야말로 영원의 미로.

그러나 나는 이것을 미로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허공에 생성된 서대문의 구조는 세로로 길쭉한 형태였다.

바닥으로 들어가면 천장에서 다시 떨어져 내리는 구조.

그리고 지금 서대문 안쪽 공간은 내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게 가능했고, 현재는 모든 공기를 제거한 상태였다.

'바벨 구입.'

창고에 넣을 수 있는 무게인 200kg로 설정한 맞춤형 바벨을 서대문 안에 소환시켰다.

허공에 소환된 바벨은 그대로 중력의 영향을 받아 가속하기 시작했다.

공기의 저항이 없는 진공 속에서 지구의 중력을 받은 200kg의 질량이 소리 없이 가속한다.

서대문 공간의 바닥에 닿은 바벨은 그대로 공간의 제일 위쪽에서 나타나 다시 떨어져 내렸다.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아니, 자유낙하 운동을 계속했다.

'이거라면 놈을 끝장낼 수 있을 거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속 시킨 그것은 다리를 박살냈던 것보다 배는 더 빠른 속도를 지니게 된 상태였다.

이거 한 방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즉사하고 말 것이다.

'내가 직접 사냥한 걸로 처리되는 건 아쉽지만..'

괜히 가신들에게만 맡겼다가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빠의 힘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이니.'

현재 아빠를 필두로 한 가신들은 목표 건물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었다.

충분한 거리였지만, 지금 이것의 정확한 위력을 나조차도 제대로 알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가신들을 향해 경고했다.

[여러분. 충격에 대비하도록 하세요.]

만약에 충격의 여파가 닿는다고 해도 거금을 들여 최대한 레벨을 올려둔 만큼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북대문을 사용해 아예 멀리 이동시켜주고 싶었지만, 북대문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1시간의 쿨타임이 필요했다.

‘시간을 너무 끌 수는 없다.'

언제 진조 녀석의 전투 준비가 끝날지 알 수 없었다.

준비가 끝나면 놈은 분명 움직일 테고, 그렇게 되면 이 공격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회는 지금이다.'

수백 미터나 떨어진 상태이니 가신들이 잘 버텨내리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김건씨. 부탁드립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이후 김 건에게 목표 건물 상공에 머물 것을 부탁했다.

시야를 공중으로 옮기니 진조와 상급 흡혈귀들이 있는 건물이 장난감처럼 작아져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나마 놈들이 있는 호텔이 다른 건물들에 비해 고층이었기 때문에 상공에서도 특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창고 오픈. 바벨 보관..'

육중한 운동 에너지를 품은 바벨이 절대자의 창고를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으윽?'

한순간 시야가 새까맣게 점멸했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정신력의 한계인가.’

어쩌면 질량 말고도 창고 사용에 무언가 제한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래도 일단 되기는 했다.'

금방이라도 전원이 꺼질 것 같은 뇌를 정신력으로 붙잡으며 집중했다.

'이 짓도 여러 번 하기는 힘들겠군.'

이보다 더한 위력을 내려면 창고 레벨을 올리던지 해야 할 듯 싶었다.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위력도 증가할 테고.'

다음에 얻는 스킬 포인트는 창고에 투자하는 게 좋겠어.

'으윽.'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더 아파왔다.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진 폭풍이 머릿속에서 더욱 더 빠르고 강하게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오래는 못 버틴다.'

지금 당장 이것을 배출해버리고 싶었다.

'절대자의 눈.'

눈을 통해 하늘에서부터 미세 조정을 거쳤다.

아무래도 높이가 높이다 보니 선천적으로 타고난 내 공간 인지 능력으로도 한계가 있었지만, 절대자의 눈은 단순히 시각적 감각만 보여주는 스킬이 아니 었다.

공간 전체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목표물을 향한 클리크 조정을 보조해 주었고, 절대자의 창고에 보관된 바벨의 운동 방향을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그 괴물의 고삐를 풀어주었다.

'바벨 소환.'

허공에 나타난 200kg 질량의 쇳덩이가 머금고 있는 속도는 자그마한 운석과 다를 바 없었다.

대기를 찢어발기며 화염을 토해내던 그것은 목표했던 건물에 정확히 타격했다.

파괴의 불꽃이 바닥에 닿았을 때.

번쩍 -

어둠 속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울산 도심 중심에 자그마한 불꽃의 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더니 하늘로 치솟았고.

콰과과과과-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서누리는 불안한 얼굴로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흡혈귀들의 정점.

그는 현재 호텔 수영장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언제 채워둔 것인지 그곳은 핏물로 가득했다.

그가 평소 즐기는 핏물 목욕과는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서누리가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습니다.”

현재 수영장에 모인 상급 흡혈귀는 총 여덟 명.

사실상 살아남은 상급 흡혈귀는 죄다 이곳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이 버티기 힘들었는지, 그들 중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다들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는 남자의 눈치를 보면서도, 궁금함을 숨기지 못했다.

모든 흡혈귀들이 일시에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짓이 가능한 것은 눈앞에 있는 남자밖에 없었다.

모든 흡혈귀들의 주인이자, 정점인 남자.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때가 왔다.”

그의 말에 상급 흡혈귀들은 눈빛 교환을 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중 정장을 입은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물었다.

"때라고 하시면, 피의 축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분명 피의 축제는 다가올 만월의 밤에 시작한다고....”

"사정이 달라졌다.”

흡혈귀들의 정점, 블라드 체페슈는 핏물로 가득한 수영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등을 돌리자, 상급 흡혈귀들은 급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들을 훑어보며 블라드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방해꾼들이 나타났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놈들에게 박재찬, 이연도, 최정일이 죽었다.”

““!!!””

상급 흡혈귀들 모두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곳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어도, 설마 죽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영훈과 고인석 또한 그들에게 살해당했다.”

2차 충격이 그들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석이가 죽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다른 놈들은 몰라도 고인석이 죽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럴 리가.."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던 그때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시 한 번 나섰다.

“직접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그의 물음에 블라드가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 이 몸이 직접 움직일 생각이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상급 흡혈귀들이 저마다 동조해 왔다.

"맡겨 주십시오.”

"박살 내 버리겠습니다.”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그에 블라드가 그들을 천천히 훑으며 말했다.

"너희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상황에 맞지 않게 그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이어졌다.

“내게 목숨을 바쳐라."

그때까지만 해도 상급 흡혈귀들은 그것이 마냥 비유적인 표현인줄로만 알았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니 목숨을 바칠 각오로 싸움에 임하라는, 그런 뜻의 말일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러나.

촤아아아-

수영장의 핏물이 그들을 덮쳐왔을 때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뒤늦게 저항하는 이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흡혈귀들의 정점에 있는 남자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했다.

“크아아악!"

수영장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 있던 서누리는 이미 핏물에 완전히 집어 삼켜진 상태였고, 다른 상급 흡혈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꺼져!"

치이이익-

수영장의 핏물을 향해 자신의 산성 피를 뿌리거나.

"흐읍!"

핏물로 만들어낸 무기로 그것들을 베어내는 등 자신의 특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저항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끄아아악!”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핏물의 파도에 저항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핏물을 뒤집어쓴 상급 흡혈귀들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더니 이내 모든 생명력을 흡수당했다.

종국에는 시체마저 남기지 못한 채 핏물에 완전히 동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은 놀랍게도 제일 먼저 핏물에 집어삼켜졌었던 서누리였다.

'으으!'

자신의 날개를 활용해 전신을 둥글게 감싼 그녀는 공포에 휩싸여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데 서서히 핏물의 파도가 바스러지더니 이내 다시 수영장으로 가라앉았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누리는 혼란에 빠졌다.

'나, 나는 왜... 어째서 살아 있지?'

자신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상급 흡혈귀들조차도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해본 채 흡수당했다.

고작 자신의 핏물 날개로 그 힘을 거역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그 순간.

“헉!”

서누리는 자신의 턱을 붙잡은 남자의 힘에 이끌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촤라락!

자신의 눈 속으로 들이닥치는 핏물의 향연을 막아낼 수 없었다.

“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는 사정 봐주지 않고 핏물을 밀어 넣었다.

이내 고통이 멎었을 때, 그녀의 한쪽 눈은 피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으윽. 으흡."

괴로워하는 그녀를 향해 그가 말했다.

“도시의 상공에서 내 눈이 되어라.”

그의 명령에 서누리는 바닥에 고개를 조아렸다.

본능적으로 그의 말을 따라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서누리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네, 넵.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녀는 창문을 부수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의지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날갯짓하며 하늘로 올라가던 그 순간.

번쩍 -

갑자기 등 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거의 동시에.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그녀를 덮쳤다.

서누리는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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