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93화 (94/175)

[Episode 20] BLOODY FEST (3)〉끝<[Episode 20] BLOODY FEST (4)〉

쿠구구구구-

건물이 부서지며 생겨난 콘크리트 가루가 뿌옇게 흩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장성준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파괴의 현장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렸다.

아직 밤인데다 흙먼지가 전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염력 사용자인 그는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느껴지고 있었다.

'확장'

염력을 이용한 공간 감각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과 함께 장성준의 입이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

그동안 꾸준히 염력을 사용한 덕분에 그의 공간 감지 능력은 족히 수백 미터까지 뻗어나가는 게 가능했다.

'이럴 수가.'

그렇기에 남들보다 먼저 현장의 실체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말도 안 돼.'

목표 건물이라던 호텔의 자리에는 고층 건물 대신 수십 미터 크기의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라도 터뜨린 듯한 흔적이었다.

또한 주변 건물들은 완전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바로 근처에 있는 건물은 반파된 상태였으며, 폭발의 중심지에서 백여 미터가 떨어진 곳의 건물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재현님께서는 도대체....'

폭발이 있기 바로 전 김재현의 경고가 있었고, 그 이전에 목표 건물에서 상당한 거리를 떨어져 있기를 주문받았다.

그러니 이 광경은 김재현의 힘에 의한 것이 확실했다.

'이게 진정...'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광경이란 말인가.

허나 장성준은 알지 못했다.

그것은 김재현의 계산보다 훨씬 위력이 약해진 상태의 것이라는 걸.

바벨은 너무 많이 가속된 상태였다.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생겨난 열로 바벨의 질량 중 절반 이상이 그대로 증발해버렸고, 그로 인해 파괴력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로 인해.

꿈틀.

"응?"

장성준의 염력이 크레이터 안쪽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감지했을 때였다.

[다들 조심하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힘겨워 보이는 김재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헉!'

장성준의 감각에 꿈틀거리던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기겁해서는 소리쳤다.

"다들 피해요!"

그리고 그것은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던 핏덩이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꼴이었다.

'위험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끼며 장성준은 자신의 몸에 염력장을 단단하게 둘렀다.

한겹, 두겹 세겹.

그렇게 그가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푸욱!

그 무언가는 손쉽게 장성준의 염력장을 뚫고 그의 배를 관통했다.

“커헉!”

그리고.

꾸욱꾸욱

그것을 통해 장성준의 피가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자신의 배를 관통한 것이 붉은 피로 만들어진 촉수라는 것을 인지한 장성준이 정신을 집중했다.

"흡!"

염력을 날카롭게 벼려 자신의 배를 관통한 촉수를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악!

촉수가 잘리며 그곳에서 빠져나온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아마도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 중 일부는 필시 장성준의 것이 분명했다.

“허억, 허억.”

부지불식간에 죽음을 코앞에 뒀던 장성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촉수가 날아온 방향을 노려봤다.

촉수와는 달리 천천히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을 제대로 맞은 탓에 놈도 정상은 아닌지 쩔뚝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슈슉!

장성준의 감각에 어떤 존재의 뒤쪽으로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분이다! 재현님의 아버지라던..!?'

그의 무위를 두 눈으로 목격한 장성준이었다.

과연 김재현의 가족답게 엄청난 능력자였는데, 다리 위에서 혼자서 폭주한 흡혈귀들을 죄다 쓸어버리던 그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마치 장판교의 장비처럼 혼자서 그 많은 흡혈귀들을 막아서는 장면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었으니까.

그런데.

'...어?'

자신을 공격했던 놈과 김동혁의 움직임이 한순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염력으로 전해져 오는 감각에 오류가 생긴 듯한 감각이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멀리서 폭음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내 그것이 자신의 감각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장성준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내가 끼어들 수 있을만한 수준이 아니다.'

염력을 사용해 싸움을 보조하려던 생각은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쿠우웅! 콰르르르르-

그나마 뼈대를 유지하고 있던 옆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장성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였다.

꿈틀

바닥에 고여 있던 핏물이 꿈틀거렸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장성준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화아아악!

장성준은 곧바로 염력을 사용해 그곳에서 멀리 벗어났다.

그 직후.

꿀럭꿀럭.

핏물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곳에서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한 흡혈귀가 나타났다.

몸 전체가 핏물로 이루어진 기형적인 흡혈귀였다.

그리고 장성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장성준은 침착하게 염력으로 된 칼날을 만들어 그것의 심장을 노렸다.

서걱!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제압되는 듯 했으나.

촤아아악!

이내 갈라진 핏물이 장성준을 덮쳤고,

치이이이익-!

장성준의 몸에 달라붙은 핏물은 그의 몸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그것은 그곳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은 도시의 밤.

보름달이 되기에는 아직 조금 모자란 달이 거리를 환하게 비춰주었고, 핏물로 이루어진 흡혈귀들과 가신들이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시민 김 건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김건은 이미 가신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시민 장성준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장성준은 이미 가신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어마어마한 광경을 본 탓인지 가신들 중 두 명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하면서 한계치가 2개나 늘어났다.

그러나 가신 등록의 한계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도 나는 인상을 펼 수 없었다.

'어째서 저놈들이?'

지금 가신들과 싸우고 괴물들은 상급 흡혈귀들이 분명했다.

'일곱 마리.'

핏물로 이루어진 채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들의 특징적인 외모 덕분에 한 눈에 놈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그놈과 함께 찾아왔던 여자 흡혈귀를 제외하고는 다 모여 있군.'

상급 흡혈귀를 사냥했다는 알림이 단 하나도 뜨지 않기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꼴이 되어 있을 줄이야.

‘그놈에게 잡아먹힌 건가?'

놈들의 꼴을 보아하니 자신들이 그분이라 칭하며 떠받들던 그놈에게 잡아먹힌 모양이었다.

'골치 아프군.'

문제는 잡아먹히면서 놈들의 힘이 더 증폭된 것 같다는 점이다.

'게다가 약점도 없어졌다.'

심장을 박살 내면 죽는다는 불변의 진리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었다.

전신이 핏물로 이루어진 탓인지 놈들의 몸에는 심장도 뭣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어싱 화살, 소환.'

김가영의 화살을 사용해 놈들의 가슴을 정확하게 관통해도 소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효력이 있는 건 이준혁의 능력과 쌍둥이의 능력 정도인가.'

물을 컨트롤하는 이준혁과 피를 얼리는 문지훈과 문상훈 형제의 냉기 발산 능력 정도가 능력적 특성으로 인해 놈들에게 먹히고 있었고, 나머지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들 무리에 김다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레벨을 올린 김다정의 힐 능력은 심각할 정도의 중상조차도 단번에 회복시킬만큼 그 능력이 뛰어났다.

물론 힐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성준 퀘스트 부여, 퀘스트 보상 완전 회복.'

[시민 장성준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1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돈이면 안 될 게 없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퀘스트 부여를 활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일인당 세 번 정도가 한계다.'

전장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가신들이 밀리고 있었다.

'좋지 않아.'

죽지 않는 흡혈귀들을 상대로 전투를 이어나가봤자 체력만 소모할 뿐이었다.

게다가 놈들은 한 놈 한 놈이 전부 상급 흡혈귀였다. 피를 활용한 고유 능력을 사용하는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놈들은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결국 본체를 죽여야 이 상황이 끝나는 것이다.

'아빠 혼자서는 벅차다.'

바벨을 떨군 것의 충격과 김다정의 축복 덕분에 간신히 힘의 균형을 이루고는 있었지만, 점점 아빠 쪽이 밀리고 있는 형세였다.

“이대로 시간이 흘렀다가는.."

파국이었다.

퀘스트 부여의 기회를 다 소모하고 내 지원이 끊기게 되면 가신들은 저 핏물 흡혈귀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후 저것들이 아빠와 진조의 싸움에 합류하게 되면 결과는 뻔했다.

'이왕이면 아빠가 사냥해주길 바랐는데.'

현재 최대 효율로 경험치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혈육이 직접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받는 모든 버프와 함께 5배의 경험치 증가 효과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경험치 손해를 보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죽이려고 했던 놈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아쉬워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밖에 없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저기 있는 가신들 중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오언주씨. 타겟에게 가까이 다가가실 수 있을까요?]

오언주가 빠지게 되면 가신들이 조금 힘들어지겠지만, 꼭두각시 흡혈귀들을 조종하는 본체를 처리하면 어차피 끝날 일이었다.

“크르릉!"

오언주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을 크게 박찼다.

방금전 폭발의 여파로 창문이 모조리 깨져나간 건물의 벽을 밟고는 폭발의 중심지를 향해 점프했다.

콰아아앙!

콘크리트 조각이 사방으로 튀며 오언주의 몸이 크레이터의 중심지를 향해 나아갔다.

쿠우웅! 콰직-!

흡혈귀 놈과 아빠는 살벌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진조의 주변을 휩쓸고 있는 핏물이 끊임없이 아빠를 공격했고, 호신강기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아빠는 그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호신강기 위로 희미한 빛은 김다정의 축복이었는데, 희미한 것을 보면 축복의 효력이 곧 끝난다는 소리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놈의 등 뒤를 잡았지만,

빼어억!

아빠의 발차기는 순식간에 생겨난 피막의 방어막에 막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다시 핏물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콰과광!

아빠를 향해 모여들던 핏물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보기만 해도 살벌한 싸움은 쉽사리 끼어들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가까이 붙을 수 있을까요?]

"크릉...."

망설이는 오언주의 모습을 보며 레벨을 올려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50레벨인 그녀를 51레벨로 만들기 위한 비용은 무려.

'300억이지.'

부담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다.

흡혈귀들과의 전투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가신 관리, 오언주 레벨업.'

1500억 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녀의 레벨을 55레벨로 만들자, 망설임으로 흔들리던 오언주의 눈동자가 아빠와 진조의 전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릉!”

해볼만하다 판단한 오언주가 곧바로 진조를 향해 움직였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갑작스레 놈의 주변에서 일렁거리던 핏물이 일시에 폭발했다.

그리고.

“크릉?"

쏴아아아아아-

주변의 땅이 온통 붉어졌다.

마치 피의 강 위에 올라가 있는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이건...?'

오언주의 시선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김 건의 시야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였다.

도시 전체에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울산 전체에 깃든 죽음과 피가 정확히 놈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이루고 있었다.

외곽에서부터 시작된 피의 강이 놈을 향해 흘러들어가는 구조였다.

마치 그 모습이 피의 축제를 벌이는 것 같았다.

‘이게 놈들이 말하던 피의 축제인가.'

꽈르르릉!

거대한 번개가 몰아치며 크레이터 중심에서부터 자욱한 피 안개가 흘러나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속에서 광기에 찬 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는 것을.

불길한 핏빛 기운이 놈의 몸 전체를 둘러싸며 그 크기를 불려나가던 순간.

"크릉!"

오언주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영역 전개.'

우우웅!

이번에는 오언주를 중심으로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반경 15m의 좁은 반원에 불과했지만, 그것에는 강력한 힘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일전에 올려두었던 집구석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이 레벨 6이 되면서 새롭게 개방된 기능의 '사전 준비' 과정이었다.

신뢰도 100, 충성도 100을 찍은 가신을 기준으로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지속시간도 짧은 스킬이었지만.

'강림.'

번쩍 -

효과 하나는 누구보다 확실한 스킬이었다.

나를 둘러싸던 풍경이 번쩍이며 점멸하였고, 천천히 눈을 뜨자.

“캬아아아악!”

사방이 온통 핏물로 가득 찬 지옥도의 중심에서 검은 불꽃에 휩싸인 흡혈귀들의 정점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놈을 향해 말했다.

“축제는 끝났다. 빌어먹을 모기 새끼야.”

<[Episode 20] BLOODY FEST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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