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07화 (108/175)

<[Episode 24] 연구 (2) >

김다빈은 긴장된 어조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양 부장님. 연결해주세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우우웅-

책상 위에 있던 김다빈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액정에는.

[양지호 부장]

010-1234-5678

양지호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김다빈은 통화 버튼을 누른 다음 그대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그 순간.

[여보세요?]

핸드폰 너머에서 양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연결됐다!"

"미친! 진짜 됐어!"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보세요? 들리시나요? 들리시는 거죠?]

기념비적인 첫 통화가 성사된 것이다.

김다빈은 미소 지으며 텔레파시가 아닌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여 말했다.

"네, 양 부장님. 아주 잘 들립니다.”

[엇, 이사님. 그럼 성공한 건가요?]

"그런 것 같네요."

[예스-!]

김다빈의 선언과 함께 건너편에서도 환호성을 내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됐어.'

사람들의 삶이 급격히 안정화되면서 김다빈이 진두지휘하는 행정부에도 여유가 생겨났다.

김다빈은 그 인력을 동원하여 티비, 인터넷, 통신을 복구하는 데 투자하였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

김재현의 영역이 넓어지며 웬만한 통신 장비와 시설은 손에 들어왔지만, 그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드물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부산에 있는 시설들은 대부분 중계 역할을 하는 것들 뿐이고 중심 시설들은 죄다 서울 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메인 서버 역할을 할 시설이 없는 것이다.

덕분에 여기까지 오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했다.'

김다빈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텔레파시를 사용해 김재현에게 보고했다.

[재현님. 통신망 복구 성공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재현의 격려를 들으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자부심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김다빈은 그것을 자신의 팀원들에게도 전달하고자 입을 열었다.

"다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통신망 구축 성공을 자축하며 팀원들은 각자 소중한 사람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어어. 이제부터 전화 될 거야.”

"깜짝 놀랐지? 흐흐.”

그렇게 시작된 릴레이 전화 행렬은 한동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통신망 복구에 성공했습니다. 통화가 가능해졌으니 참고 바랍니다.]

김재현의 목소리를 들은 김 건은 적당한 옥상에 걸터앉아 까망이와의 합체를 풀었다.

통신망 복구를 시도한다는 것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폰을 미리 충전해서 챙겨왔다. 잠금을 해제하고 전화 앱을 터치하자 익숙한 키패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곳에 010을 입력하자 제일 위쪽에 가족들의 번호가 주르륵 나왔다.

"후우-"

그 번호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김 건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마]라고 저장된 번호를 터치했다.

키패드 위쪽에 저장된 번호가 떠올랐고, 불쌍하리만큼 덜덜 떨리는 그의 엄지 손가락이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뚜루루루

통화 연결음이 시작되었다.

“!!”

예상 외의 전개에 김 건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전화가 꺼져있다는 알림이 나오지 않았어!'

그렇다는 것은 핸드폰 전원이 켜져 있다는 뜻이 되고, 그것은 곧 핸드폰을 충전시켜 두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말 뜻은.

'엄마가 살아있다!'

순간적으로 코가 시큰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차오른 눈물을 닦아내며 핸드폰 액정을 주시했다.

그리고.

[...여보세요?]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엄마를 부르려던 김 건의 목소리는 그대로 브레이크가 걸려 나오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낯선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 사실에서 전해져오는 절망감을 애써 무시하며 김 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확인해보기 위해.

"여보세요?”

[아저씨는 누구세요?]

그 순진무구한 앳된 목소리가, 김건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허.”

허탈함에 내뱉어진 한숨을 시작으로 절망감에 빠질 무렵.

[아줌마! 전화 왔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희미한 희망이 전해져왔다.

그리고.

[여보세요? 누구세요?]

어딘가 얼떨떨한, 당황스러워하는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김건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엄마!”

마음을 뒤덮어가던 절망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툭 하고 댐이 터진 것처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엄마, 나야! 건이!"

양쪽 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방치한 채 핸드폰에 매달려 울부짖었다.

[뭐라고? 정말, 정말 건이니?]

"어어엉. 흐흑. 나야, 나!"

[어흑. 흐흐흑.]

한동안 통신을 타고 전해지는 음성은 두 사람의 흐느끼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들이,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차고 넘쳤으니까.

“엄마. 흐흑. 아빠는?”

[아빠도 잘 있어. 무사해.]

"후우. 지금 어디야? 어디에 있어?"

[여기...? 대피소 안인데...]

"지금 갈게. 내가 지금 갈게, 당장."

전화를 통해 생사를 확인하게 된 것은 비단 김 건의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이 망하며 강제로 이산가족이 되었던 이들 중 상당수가 서로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절대자의 눈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며칠 전부터 무료로 전기를 공급해주길 잘했네.’

지금 영역 내에 있는 시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이었다.

내 능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그룹이야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돈을 벌고 상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서 쓰니까.

그러나 내 능력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그룹은 당장 상점에 어떤 품목이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 상점을 지어 주어도 그것이 무슨 용도인지 잘 알지 못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가 상점을 들리는 이들도 전기, 수도, 가스와 같은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영역 전체에 며칠간 공짜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사실상 여기저기 지어진 태양광 발전기 덕분에 손해도 거의 없으니까.'

그동안 부지런히 태양광 발전기 시설을 늘려왔는데, 이것에는 약간의 사정이 있었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말이지.’

영역이 넓어지면서 시스템에 의해 처리된 몬스터들은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내 영역이 본격적으로 넓어지기 전에 남아 있던 시체들은 모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몬스터의 시체와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도로에 방치되어있는 고장 난 차들과 곳곳에 버려진 수많은 쓰레기, 전투로 인해 무너지거나 일부가 부서진 건물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게 바로 건설이었다.

헬스장이든 상점이든 태양광 발전기 시설이든 건설을 사용하면 그 일대에 있는 쓰레기들을 모조리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는데, 이를 이용하여 처치 곤란한 쓰레기들을 한곳에 모으고 건설을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 늘어난 시설들이 이제는 부산 전역에 전력을 공급해도 충분할 정도가 되었다.

'부산 전체라고 해 봐야 20만 명이 전부니까.'

게다가 까미의 성장으로 태양광 발전기 시설의 효율이 10배 상승해 있었다.

태양광 발전기 시설의 최대 단점인 낮은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 시켜 준 상태인 것이다.

'사실상 창조라고 봐야겠지.'

그리고 이 모든 힘의 근원은.

화륵-

내게서 비롯되는 검은 기운이었다.

'신격이 담긴 힘.'

여러 가지로 실험해 봤지만, 이 검은 기운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순수한 파괴뿐이었다.

나는 검지 손가락에 피어 올린 검은 기운을 방금 다 먹은 콜라캔을 향해 가져다 댔다.

화르륵!

검은 불꽃은 내 의지에 따라 콜라캔을 불살랐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41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쓰레기가 사라지는 모습은 몬스터의 시체가 사라질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정산금이 입금되는 것까지 같았다.

'효율도 나름 괜찮고.'

기본적으로 이 힘은 절대자의 지갑에 있는 정산금을 사용해서 발휘되는 힘이었다.

방금 쓰레기를 불사르는 데 들어간 에너지는 약 30원 정도.

쓰레기를 불사르고 100원의 순수익이 남는 셈이었다.

그런 푼돈이 무슨 의미가 있냐 싶겠지만, 쓰레기의 덩치가 커지게 되면 꽤나 의미 있는 액수가 되곤 했다.

‘덕분에 도로 개통도 빨라질 것 같고.’

이전에는 인력을 동원해서 도로 위에 방치된 차량들을 하나하나 치워야 했는데, 이제는 이 힘으로 불살라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차량을 불태우며 얻는 수익은 생각보다 짭짤한 편이었다.

폐차를 하면 돈이 복사가 되는 것이다.

골칫덩이였던 쓰레기들을 이런 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꽤 마음에 드는 성과였다.

'검은 기운만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파괴가 전부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산금은 스킬을 통해서 창조의 힘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파괴와 창조라니.'

그 힘의 구조만 보면 정말로 신의 힘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어쨌든 검은 기운의 활용은 쓰레기 처리보다는 스킬과 함께 사용하는 데 있다.'

이 파괴적인 힘을 스킬에 가미하게 되면 스킬의 기능이 한 차원 강력해진다.

'돈이 좀 들긴 하지만...'

스킬에 검은 기운을 덮어씌우는 행위는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으나, 그 대가로 억 단위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효과는 확실하니까. 그나저나....'

나는 남아 있는 스킬 포인트 하나를 노려보며 고민에 잠겼다.

최근 검은 기운을 가지고 이것저것 실험해 보면서 한 가지 충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냥 질러버릴까?'

바로 스킬 포인트를 보이지 않는 손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현재 검은 기운을 덧씌웠을 때 가장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단연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검은 기운이 지니고있는 파괴적인 성질을 증폭시켜 줄 수 있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대문 덕분에 보이지 않는 손의 활용도도 올라간 상태다.’

절대자의 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발동이 가능한 북대문.

그것은 가신들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문을 열 수 있었고, 열린 문을 통한 지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니까 북대문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을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때였다.

[허가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

알림 하나와 함께 옅은 통증이 느껴졌다.

'응?'

곧바로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본 결과.

'이놈은?'

그곳에는 날개 달린 흡혈귀가 있었다.

진조의 부하 중 하나인 상급 흡혈귀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놈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다르다.'

상급 흡혈귀에서 불쾌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와 동시에 투명 방벽이 부풀어 오르더니 터져나갔다.

‘!!'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발동합니다.]

분명하게 전해져오는 고통 속에서 이성이 명료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구멍 난 영역 안으로 들어오자 상급 흡혈귀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전신에 피어오르는 붉은 기운이 소멸을 막아주고 있는 듯 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진 움직임은 세계수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동대문 개방.'

동대문이 열리며 그 여자의 모습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

“큭, 너는...?"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자식은 그때 처리했던 진조의 잔재가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을 발동하며 그곳에 검은 기운을 덧씌우자.

화르륵!

투명한 손에서부터 검은 손톱이 자라났다.

그리고.

푸욱!

순식간에 여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화르르륵-!

심장에서 시작된 검은 불길은 재도 남기지 않고 흡혈귀의 전신을 불태워버렸다.

<[Episode 24] 연구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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