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23화 (124/175)

< [Episode 27] 방사능 유출 (7) >

서예진이 지하 주차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랫맨들을 찾아 길들이는 동안 하동건 파티가 점령한 한울 원자력 발전소를 전초기지로 만들었다.

고리원자력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추가 요금과 함께 건설 시간이 늘어나 있었지만, 다 방법이 있었다.

울산의 전초기지와 고리 원전 전초기지를 지키는 박새롬과 김다빈 그리고 현재 이곳에서 랫맨을 길들이는 중인 서예진.

이 세 명을 제외한 모든 가신들을 한울 원자력 발전소에 불러 모은 다음 전초 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바로 이 효과 때문이었다.

[건설 현장에 '기사'급 이상의 칭호를 가진 시민이 10명 이상 모여 있습니다.]

[건설 효율이 200% 증가합니다.]

[전초기지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

-239시간 59분 59초

'즉시 완료!'

['전초기지' 시설 건설을 즉시 완료하시겠습니까?]

[해당 시설의 즉시 완료를 위해서는 24개의 크리스탈이 필요합니다.]

'그래.'

우우웅-

한울 원자력 발전소에 성공적으로 전초기지가 만들어지면서 안전지대가 형성됐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있었던 일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기만한 핵폐기물들은 싹 다 사라지고 전기를 생산해내는 기능만이 남았다.

'이제 크리스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크리스탈은 겨우 38개.

고리 원전과 한울 원전과 같은 규모의 전초기지를 딱 하나 더 즉시 완료할 수 있는 양의 크리스탈이었다.

'흠!'

한국에 남아 있는 원전 기지 중에 내가 점령하지 않은 곳은 총 두 곳이었다.

하나는 사고가 발생한 월성 기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남에 있는 한빛 기지였다.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한빛은 포기해야 해!'

즉시 완료 기능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월성 기지에 써야만 했다.

'그래야 방사능 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좀비 특성을 가진 서예진의 생쥐가 접근하는 과정에서 죽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는 땅이다.

그 원인에 해당하는 방사능 몬스터를 죽인다고 하여도 그 땅이 모두 정화될 리 없었다.

그런 땅에서 가신들이 10일 넘게 버티고 있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으니 반드시 즉시 완료 형식으로 건설을 완료해야만 했다.

‘2명만 더 있었으면 크리스탈을 좀 더 아낄 수 있었을 텐데.'

현재 한울 원자력 발전소에 모여 있는 가신들은 총 18명.

평소에는 잘 터치하지 않는 최형준까지 불러 모은 숫자였다. 그러나 20명이 넘지 않아서인지 10명 효과에서 그쳤다.

'가신들의 숫자를 늘려야겠어!'

당장 생각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흡혈귀전 이후로 각성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태였는데, 그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들을 가신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호범과 최도연 정도면 적당하겠지!'

A등급 능력을 각성한 이들로 각각 전기와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신으로 받아들일 대상의 시민 정보창을 확인하고 있던 그때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왕 랫맨의 발소리였는데, 등에는 서예진이 타고 있었다.

"오빠. 지하 주차장에 있는 애들은 다 길들였어."

"고생했어."

"밖에 있는 애들은 어떡할까?"

"위쪽?"

서예진이 자신을 업고 있는 여왕 랫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얘가 사냥하러 나간 애들도 있다고 해서."

"음. 아쉽지만 걔들은 포기해."

내 영역 안으로 들어온 몬스터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일은 생각보다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내가 직접 신경 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던 랫맨들의 운명이야 뻔했다.

"아."

그러다 문득 운 좋게 살아남은 켈리칸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그놈들을 잊고 있었네!'

랫맨들을 살리려는 과정에서 함께 목숨을 부지하게 된 켈리칸들.

그놈들이 이 바로 위쪽 아파트에 박제된 채로 남아 있었다.

'질긴 인연이군'

랫맨들처럼 길들일 수 있는 몬스터도 아니었으니 처분해버려야 할 놈들이었다.

평균 레벨이 20대 중반인 놈들로 들어오는 경험치와 돈들이 꽤 짭짤한 축에 속했다.

이왕이면 경험치와 정산금 뻥튀기가 가능한 가신들에게 사냥을 맡기는 편이 좋을 것이다.

랫맨들을 발견해준 김민호 파티에게 그 일을 맡기려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 이거 예진이한테 몰아주는 게 낫지 않나?'

가만히 있는 켈리칸을 처리하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서예진에게 진화 스킬이 있는 만큼 랫맨들도 사냥을 통해 레벨을 높일 수 있었다.

놈들의 레벨이 올라가면 좀 더 오랫동안 방사능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레벨이 높은 여왕 랫맨 보다는 평범한 랫맨들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게 효율적이겠지!'

결론을 내린 나는 서예진에게 내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알파 시리즈 중에 레벨 높은 놈들로 5마리만 추려줄래?"

"응. 알겠어."

서예진은 나처럼 몬스터의 레벨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길들인 생쥐들의 대략적인 강함을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같은 레벨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다 같은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서예진의 선택은 나보다도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길들여진 랫맨(Lv. 23)」 「길들여진 랫맨(Lv. 23)」「길들여진 랫맨(Lv. 23)」「길들여진 랫맨(Lv. 23)」 「길들여진 랫맨(Lv. 23)」

그렇게 서예진이 엄선한 23레벨 랫맨 총 다섯 마리와 함께 켈리칸들을 사냥하러 이동했다.

적당한 차문을 붙잡고 절대자의 문을 사용하자 박제된 켈리칸이 잠들어 있는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켈리칸(Lv. 30)」

꼭대기 층을 차지하고 있는 놈이라 그런지 켈리칸 중에서는 레벨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했다.

'엄청나게 크네!'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놈의 덩치를 보면 사람 서너 명은 충분히 태우고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

"응?"

"얘들은 어떻게 길들일 수 없을까?"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길들일 수 있겠어?"

서예진은 두 손을 빠르게 내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 내가 아니라 오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냐는 뜻이었어."

"아."

“얘들을 길들일 수 있으면 작전이 여러모로 편해질 거 같아서. 알파 애들을 태워서 보낼 수도 있고..."

"그렇긴 하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김 건의 힘인데...'

하지만 그의 능력은 까마귀를 길들이는 것이었다.

켈리칸이 검정색 깃털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까마귀와 같은 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강화를 쓰면 가능하려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신 소환, 김 건'

지이잉-

갑작스럽게 소환되어 어리둥절해 하는 김 건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해 보겠습니다.”

켈리칸의 제압을 푸는 순간.

-끼에에엑!

자는 것처럼 보였던 켈리칸이 몸서리치며 일어났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가위에 눌려서 몇 시간이나 꼼짝도 못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

30레벨짜리를 제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검은 기운도, 거대화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단순히 보이지 않는 손의 악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쿠웅!

바닥에 대가리를 박은 채로 날개를 펄럭이며 버둥거리는 켈리칸을 향해 김 건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강화'

김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지만,

-끼에에엑!

안타깝게도 김건의 힘은 통하지 않는 듯했다.

"...소용없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고생했습니다.”

그렇게 서예진에게 켈리컨을 처리하라고 지시하려던 순간이었다.

김건이 말했다.

"....재현님.”

"네?"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저희에게 제안하셨던 종속의 계약을 몬스터에게 거는 것은 불가능합니까?"

김건의 의견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가능할 것 같은데?'

종속의 계약은 조건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

몬스터라고 불가능하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완벽하게 제압할 수만 있다면!

나는 천천히 켈리칸의 앞으로 이동했다.

-끼에에에에!

보이지 않는 손에 제압당한 녀석은 내가 다가갈수록 더욱더 난폭하게 굴었다.

놈의 두 눈을 내려다보며 나는 놈을 풀어주었다.

-끼에엑!

자유가 된 놈이 신경질적으로 울어대며 나를 공격해왔다.

"오빠!"

"재현님!"

서예진과 김건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저 태연하게 서 있었다.

카가각!

켈리칸의 부리는 내 몸에 닿지 못했다.

나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장벽 때문이었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내 몸에는 집구석 영역을 지키는 것과 같은 투명한 장벽이 존재했다.

신격이 담긴 힘이 아니고서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으윽!'

그러나 켈리칸의 공격은 의외의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는 데 성공했다.

[집구석 절대자에게 적대적인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집구석 절대자에게 적대적인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집구석 절대자에게 적대적인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스템이 나에게 적의를 드러내 보인 켈리칸을 당장에 죽이려고 발악했기 때문이다.

켈리칸의 부리 공격보다도 시스템이 켈리칸을 죽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더 힘들었다.

'기다려'

간신히 시스템을 진정시킨 순간.

쿠웅!

나를 향해 부리를 내밀었던 켈리칸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딱히 시스템을 이용해 제압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놈의 눈동자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너도 느꼈구나."

나를 공격한 순간, 자신의 목숨이 수십 번도 더 왔다갔다 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해준 거야."

그러니.

[내게 복종해라.]

마지막 순간, 텔레파시를 이용해 놈에게 통보하자마자.

파아앗ᅳ

켈리칸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공이다!'

「길들여진 켈리칸(Lv. 35)」

절대자의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특별한 능력이 추가된 것은 아니었지만, 무려 레벨이 5나 올랐다.

그리고.

'강화'

화르륵-

켈리칸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

꾸르륵―

월성 기지를 점령하고 있는 방사능 슬라임의 덩치가 다시 한 번 임계점을 돌파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뿜어져 나온 방사능을 충분히 흡수한 슬라임은 마지막 남은 원자력 발전소 건물을 천천히 둘러싸는 중이었다.

폭발과 함께 스스로의 몸을 분열시켜 번식하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을 몸속에 농축시키는 것과 동시에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한계치까지 증폭된 방사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이 근방을 완전히 죽음의 땅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치이이익

거대 방사능 슬라임의 몸이 건물을 서서히 녹여갔다.

건물 안에서 죽은 사람들의 시체는 엄청난 수치의 방사능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증발해버린 상태였다.

이제 곧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방사능 슬라임은 한층 더 성장하게 될 것이었다.

그때였다.

꾸르륵

무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강대한 존재감에 놀란 방사능 슬라임이 하늘을 향해 꿈틀거렸다.

하늘에 검은 불빛 하나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영문 모를 불길함을 느낀 방사능 슬라임이 건물을 녹이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발전소를 터트리는 것보다 그것이 자신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게 더 빨랐다.

꾸륵?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검은 기운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썩은 내 나는 생쥐의 시체였다.

생쥐치고는 덩치가 크다는 것 말고도 놀라운 점은 그 썩은 시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방사능 슬라임이 의문을 품고 있던 그 순간.

쩌억ᅳ

그의 머리 위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르륵!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검은 불꽃을 담은 창이 우수수 뿜어져 나왔다.

꾸륵!?

방사능 슬라임의 머리 위로 검은 색의 강철비가 쏟아져 내렸다.

<[Episode 27] 방사능 유출 (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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