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27] 방사능 유출 (8) >
콰과과과광!
창고에서 소환한 하동건의 창이 방사능 슬라임의 머리 위에 작렬하며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던 슬라임의 몸이 터져나가고 곳곳에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놈의 몸을 녹여나갔다.
검은 기운이 방사능 슬라임의 몸을 불태우는 것을 보면 유효타를 먹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리 큰 의미는 없나!'
겨우 그것만으로는 화력이 한참이나 부족해 보였다.
꿀렁꿀렁
터져나가고 불타버린 부분 주위로 초록색 액체들이 모여들면서 금세 상처를 복구해 버렸다.
'쉽게는 안 죽어준다는 건가!'
절대자의 눈을 통해 놈의 레벨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었다.
「슬라임(Lv. 56)」
이 망할 세상에서도 50레벨이 넘는 몬스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고, 하나하나가 모두 강력했다.
게다가 놈은 50레벨을 한참이나 넘어서 있었다.
서면에 나타났었던 싸이클롭스 조차도 겨우 50레벨 대 초반의 몬스터였던 것을 생각하면 놈의 강함을 대충이나마 유추하는 게 가능했다.
'진조와 백룡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만난 놈들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몬스터다!'
쉽지 않았다.
펄럭-
랫맨의 등에서 낙하산이 펼쳐지며 떨어지는 속도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것으로 몇 번 더 타격은 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옆에서 하동건이 열심히 검은 기운을 담은 창을 던져대고, 실시간으로 창고에 저장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방금 공격을 버티는 것을 보면 화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걸로는 안 돼!'
지금 창고에 준비해둔 하동건의 창 수백 발을 한꺼번에 퍼붓는다고 하여도 슬라임에게 의미 있는 타격을 주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하동건을 향해 말했다.
"준비해주세요."
"네."
작은 것 여러 방이 먹히지 않는다면 모든 힘을 끌어모아 커다란 한 방을 먹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하동건은 묵묵히 창을 집어 들었다.
'하동건 강화'
그 순간 하동건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폭발적으로 불타올랐다.
'음?'
서예진이나 켈리칸을 강화할 때와 비슷한 반응을 예상했었는데,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찬 반응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하동건이 곧장 허공을 향해 힘차게 창을 날렸다.
후우웅!
평소에 던지는 창보다도 훨씬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한 방이었다.
지이잉—
그것을 그대로 슬라임의 머리를 향해 소환했다.
콰과과과과
창 전체를 휘감은 검은 기운이 이내 거대한 송곳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습은 하나의 드릴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꽈르르릉!
공기을 찢어발긴 검은 드릴이 화려하게 작렬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충격을 이기지 못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며 슬라임의 파편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이것도 버틴다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나온 회심의 일격에 적중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슬라임이 죽었음을 나타내는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하지 않았다.
꿀렁꿀렁
타격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지금 슬라임은 수십 발의 창을 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건물이 함께 폭발하며 사방으로 터져나간 몸체,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놈의 몸을 불태우고 있는 검은 불꽃.
그러나 놈의 생명력은 생각 이상으로 끈질겼다.
꿀렁꿀렁ᅳ
사방으로 퍼져나가 파편화된 놈의 몸이 점점 하나로 모여들고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기지 전체에 퍼져나간 작은 슬라임들조차 흡수되어 놈의 일부분이 되었다.
「슬라임(Lv. 56)」
처음보다도 오히려 덩치가 커진 괴물이 그 자리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이런 미친!'
결국 놈은 완전히 부활하고 말았다.
'게다가!'
바다로 숲으로 퍼져나간 슬라임 파편들이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저것들을 모조리 처치해야 한단 뜻인가?'
바로 내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하동건의 모습을 바라봤다.
"후욱, 훅."
아직 체력이 남아 있는 모습이지만, 아까와 같은 규모의 공격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태였다.
일일퀘스트를 이용해 하동건의 체력을 완전 회복시키는 꼼수를 통해 최대 3번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저 끝도 없이 불어나 있는 슬라임을 마무리하기 어려워 보였다.
'어쩔 수 없군. 플랜B로 간다!'
월성 기지의 방사능 수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주변의 땅은 완전히 방사능에 찌들어 숲은 붉게 죽어가고 있고, 바다와 공기 또한 심각하게 오염되어 날카로운 방사선을 사방으로 뿜어 내는 중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계속해서 공격을 지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왜냐하면.
화르륵-
강력한 방사선에 의해 랫맨이 펼친 낙하산이 불타오르는 중이었으니까.
퍼어엉!
낙하산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것과 거의 동시에 폭발하듯 천이 터져나갔다.
자유낙하를 시작한 랫맨이 하늘에서 버둥거렸다.
우우웅-
그 순간 랫맨의 전신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내가 서예진을 강화하고, 서예진이 그 힘으로 다시 랫맨을 강화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검은 기운의 힘을 빌어 한층 더 강력해진 강화 스킬은 순간적으로 랫맨의 생명력을 극대화시켜주었다.
퍼억!
이내 바닥과 충돌하고 말았지만, 충격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월성 기지 전체에 퍼져 있는 슬라임의 신체가 쿠션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초록색 액체는 방사능에 완전히 절여진 액체였고,
치이이익—
어마어마한 방사능에 노출된 랫맨의 몸이 실시간으로 썩은 살점이 녹아내렸다.
'좀비 속성을 얻은 데다 검은 기운으로 강화까지 받으면 수십 초는 버틸 수 있는 셈이군!'
그러나 랫맨의 희생은 확실한 결실을 맺었다.
'북대문 개방!'
슬라임의 신체가 넘실거리는 월성 기지와 내 앞의 공간이 동시에 일렁거리더니.
거의 동시에 랫맨의 숨통이 끊기며 시야가 끊겼다.
하지만.
꿀렁ᅳ
북대문 너머로 꿀렁거리고 있는 슬라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절대자의 눈'
쏴아아아ᅳ
이쪽에서 절대자의 눈을 활성화시키고 검은 기운을 부여하자 북대문 너머의 월성 기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방사선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붕괴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런 방사선에 노출된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투두두두두―
북대문은 방사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적어도 안전지대 안에서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내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스킬포인트 하나가 남아 있었다.
작전을 시작하기 직전에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투자해 3레벨을 만들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의 사거리와 힘이 늘어났다.
그리고 3레벨이 되며 새롭게 생겨난 기능은 단순했다.
촤아아악ᅳ
바로 여러 개의 팔을 뽑아내는 것.
내 몸에서부터 뻗어나간 여덟 개의 보이지 않는 손이 북대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그리고.
'거대화'
거대화한 그것들의 손톱에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고,
촤아악!
슬라임의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여덟 개의 손이 마구잡이로 슬라임의 신체를 할퀴었다.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는 작은 슬라임들은 한 방에 죽어 나가며 실시간으로 정산되고 있었다.
[방사능 슬라임(Lv. 29)을 사냥하셨습니다.]
[방사능 슬라임(Lv. 33)을 사냥하셨습니다.]
[방사능 슬라임(Lv. 32)을 사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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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크기의 방사능 슬라임들이 슬라임에게 합류하기도 전에 박살 나며 생을 마감했다.
촤아아악!
강화를 한 하동건의 창 던지기에도 멀쩡하게 본래 모습을 회복했던 슬라임의 덩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자 슬라임 또한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 같았다.
꿀렁ᅳ
놈이 선택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에 맞서는 것이 아닌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었다.
놈의 선택은 꽤나 현명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일정 거리 이상 늘어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는 더 이상 놈을 공격할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 여덟 개가 짧은 시간 안에 주변에 있는 슬라임을 완벽히 불태워버림으로써 북대문 주변의 방사능 수치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였다.
'하동건 퀘스트 부여, 퀘스트 보상 완전 회복!'
[시민 하동건이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1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
1억을 들여 하동건의 상태를 완전 회복시킨 다음,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가신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준비해주세요."
하동건을 포함한 강덕수, 김가영, 문병호, 김 건, 김다정, 오언주 멤버 구성의 하동건 파티와 이준혁과 장성준 김민호 파티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지훈 문상훈까지.
전투 능력을 갖춘 모든 가신들을 불러모아 둔 상태였다.
모두가 똑같은 복장이었는데, 방사능 피폭을 막아주는 차폐복이었다.
김다빈이 직접 돈을 들여 인챈트를 시도하여 방사능을 막아 주는 본래의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된 물건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서 한꺼번에.
'강화'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가신들마다 조금씩 검은 기운의 기세가 남달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하동건과 이준혁 그리고 남지호였다.
“아무리 여러분들이라고 하여도 저 괴물의 몸에 직접 닿는 일만큼은 최대한 피하도록 하세요.”
랫맨의 희생으로 얻은 것은 북대문의 개방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기운의 보호가 생각보다 상당히 강력하다는 점이었다. 어찌 됐든 슬라임의 몸속에 들어가서도 수십 초나 버텨냈으니까.
"공격 개시"
하동건을 필두로 북대문을 통해 월성 기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흐읍!"
체력이 완전 회복된 하동건이 제일 먼저 선방을 던졌다.
쐐애애애액ᅳ
소용돌이치는 검은 드릴이 다시 한 번 슬라임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모든 가신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덧씌워진 김가영의 피어싱 화살이 월성 기지 곳곳에 퍼져 있는 슬라임 파편들을 관통했고, 겨우 30레벨 수준인 파편들은 그대로 세상을 하직했다.
"일어나라!"
화르륵—
강덕수의 강철 기사단은 기존의 은빛 갑옷이 아닌 흑기사단으로 변모한 상태였다.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그들의 할버드가 곳곳에 있는 슬라임의 파편을 불태웠고.
쩌저적!
문해리의 화살에 적중당한 슬라임들이 검은 얼음에 갇히며 숙청당했다.
"우어어어!"
전신에 검은 기운을 두른 채로 한 마리 짐승처럼 전장을 누비는 김민호도 인상 깊었지만, 내가 부여해준 신력과 너무나도 잘 맞는 한 사람이 존재했다.
화르르르륵!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남지호.
그의 불꽃에 스며든 검은 기운 탓에 검게 변한 불꽃이 도망치고 있던 슬라임을 덮쳤다.
불 때문인지, 그곳에 놀랍도록 잘 스며든 검은 기운 탓인지 슬라임의 거대한 덩치는 쪽도 써보지 못하고 빠르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슬라임(Lv. 56)을 사냥하셨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421,889,332,08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시민 남지호가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 전초기지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Episode 27] 방사능 유출 (8)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