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25화 (126/175)

125화 [Episode 28] 확장 (2)

‘창고 오픈, 하동건의 창 소환.’

콰아아앙!

[방사능 슬라임(Lv. 26)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1,008,321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슬라임을 죽이고 월성 기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사방으로 퍼져 나간 슬라임의 파편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방사능 슬라임들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 나가는 중이었다.

월성 기지에 자리 잡은 서예진이 랫맨들을 활용해 방사능 슬라임들을 탐색하고, 지금처럼 하동건의 창을 소환해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나와 서예진 둘만이 모든 슬라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월성 기지에 잔류하며 방사능 슬라임 소탕 임무를 수행하는 가신들은 총 일곱 명이었다.

서예진을 포함하여 이준혁, 이현찬, 문해리, 남지호, 하동건, 김가영까지.

방사능 슬라임에 접근하지 않고 공격이 가능한 가신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놓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나머지 가신들이 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리 원전, 한울 원전의 전초기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각각 문지훈, 문상훈 쌍둥이 형제를 파견해 두었고, 울산의 전초기지는 박새롬을 배치했다.

김다빈은 지금도 행정 업무를 보고 있었으며, 나머지 열 명은 모두 대한민국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인 한빛 기지를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파견 중이었다.

건설 효율 200%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 명의 가신들을 배치해 둔 것이다.

‘가신들이 너무 부족해.’

한빛 기지에 건설되고 있는 전초기지 때문에 10명의 가신이 10일 동안 발이 묶인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행정부의 유혜린과 옆집 아저씨인 최형준까지 동원하여 한빛 기지에 파견 보냈을 정도로 숫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이호범과 최도연을 호출한 것이다.

‘둘 다 A등급 능력을 각성한 인재들이니까.’

던전 공략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이름은 꽤나 유명한 편이었다.

[방사능 슬라임(Lv. 25)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9,553,012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부지런히 방사능 슬라임의 사냥을 이어 나가고 있던 그때.

똑똑똑

거실 베란다 창문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재현 님!”

최도연이었다.

『최도연(Lv. 32)』

각성 능력 : 바람의 딸

32레벨.

순수한 몬스터 사냥만으로 얻은 레벨은 아니었다.

각성자들은 각성하는 순간, 각성 능력의 등급에 따라 레벨이 결정된다.

한 자릿수 레벨이었던 이호범과 최도연도 A등급 능력을 각성하자마자 곧바로 30레벨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레벨이 올랐다고 해서 각성한 순간부터 30레벨만큼의 힘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레벨에 걸맞은 능력치를 갖게 되는 구조다.

이호범과 최도연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드르륵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해 베란다 문을 열어 주며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재현이라고 합니다.”

“최도연이라고― 어라?”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려던 최도연은 투명한 장벽에 막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역 선포가 된 안전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투명장벽과는 별개로 내 집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장벽이 하나 있었는데, 이는 오로지 가신으로 등록된 이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들어오세요.”

“앗!?”

내가 그녀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순간 최도연의 몸이 빨려들 듯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균형을 잃었던 최도연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더니 무사히 거실 바닥에 착지했다.

“소파에 편히 앉으세요.”

“네, 넵!”

“이호범 씨는요?”

“이제 곧 올 겁니다!”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서 찾아보니 온몸에 전기를 두른 채 빠르게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중인 이호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호범 씨. 멈추세요.]

텔레파시를 보내자 이호범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동대문 개방.’

그의 바로 앞 공간과 우리 집 현관문을 연결한 다음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무릎을 차지하고 있는 까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분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긴장된 얼굴로 내 말을 경청했다.

가신이 됐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 뒤에 물었다.

“저는 두 분께서 새로운 가신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시종일관 두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던 최도연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저희가 가진 능력은 재현 님의 선택을 받아 생겨난 거죠? 맞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에?”

“그 힘은 온전히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세간에 그런 오해가 퍼져 있다는 것쯤은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종속의 계약으로 인해 능력을 얻은 이들이 존재하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런…….”

반응을 보아하니 최도연은 그동안 자신의 힘이 내 선택으로 생겨난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눈치였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이호범을 보니,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그래서 설명해 주었다.

“물론, 두 분의 능력은 흡혈귀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호범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네? 바, 방금 뭐라고 말씀하신……?”

“흡혈귀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두 분의 능력은 온전히 개인의 역량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호범을 향해 재차 물었다.

“제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네, 네! 당연하죠!”

최도연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고, 이호범은 신중한 얼굴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분들만큼의 힘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그렇게 새롭게 두 사람을 가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 * *

이호범과 최도연을 가신으로 받아들인 뒤 돈을 들여 레벨을 올리고 별의 힘을 부여해 주었다.

그 직후 곧바로 한빛 원자력 발전소에 파견을 보냈다.

덕분에 강덕수와 유혜린을 데려올 수 있었고, 강덕수는 방사능 슬라임 사냥에 유혜린은 행정 업무에 투입됐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월성 기지 근처에 바글바글했던 방사능 슬라임을 성공적으로 소탕할 수 있었다.

랫맨들을 활용한 서예진의 탐색 능력과 적의 위치를 알려 주는 미니맵 능력을 지닌 이현찬 덕분에 대부분의 방사능 슬라임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됐군.’

결정적으로 한빛 기지의 전초기지 건설이 완료되면서 자그마한 여유가 생겨났다.

최소한 한국에서만큼은 방사능 유출의 걱정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이번 사태만 해도 원전 사고 그 자체보다도 월성 기지에 나타난 슬라임의 존재가 더 컸다.

피해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절대자의 눈.’

방사능 슬라임을 정리한 뒤 서예진은 주변의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서예진의 정찰용 생쥐의 눈에 비친 광경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생살이 썩어 나가고 있는 사람, 전신의 피부가 종기와 피부병으로 가득하여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머리카락이 다 빠져 비참한 몰골이 된 사람들까지.

목숨만 부지했다뿐이지 이미 멀쩡한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사람들투성이였다.

‘…….’

죽음과 절망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차라리 방사능 피폭으로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즉사한 사람이 호상으로 취급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것이 겨우 시작이라는 점이다.

방사능 슬라임의 존재로 인해 단순한 원전 사고보다도 훨씬 방대한 양, 방대한 공간이 방사능으로 오염되며 죽음의 땅으로 변모했다.

붉게 물든 죽음의 땅.

방사능 앞에서는 식물도, 짐승도, 인간도, 몬스터도 모두 공평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너무 피해가 크다.’

울산에서 각자의 세력을 이루고 있던 생존자 집단 또한 방사능의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상황을 알리고 시민권을 제의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아들인 이들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시민들은 이미 방사능에 피폭될 대로 피폭된 상태였다.

길어야 앞으로 한 달.

그들은 죽을 것이다.

‘젠장.’

그동안 내실 키우기에 집중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집구석 선포 스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의 숫자는 레벨에 비례하는데, 34레벨 당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들의 숫자는 34만 명이었다.

혈족 효과로 가족들이 부여할 수 있는 시민권을 모조리 합쳐 봤자 35만 명 정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당시 거의 25만 명이 넘어가는 시민들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래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데 약간의 망설임이 존재했다.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며 전국으로 뻗어 나가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선택을 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현재 최대 인구수는 360만 명.’

일정 레벨이 되면 제한 인구수가 10배로 뛰어오르곤 했었다.

그게 바로 35레벨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잘만 하면 대한민국 전체에 남아 있는 생존자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양이라고 판단했다.

‘또다시 방사능 슬라임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사람들을 구해야만 해.’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상 다음 목표로 해야 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서울.’

대한민국의 인구 대부분이 모여 있는 도시 서울. 그리고 경기도.

그곳으로 진출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 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시작해야겠지.’

서울에 어떤 괴물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할 생각이다.

‘가신들의 레벨을 최대한 올리고…….’

최소 기준치를 45레벨에서 50레벨로 끌어 올릴 생각이다.

더불어 하동건을 비롯한 몇몇 가신들은 55레벨까지도 고려하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스킬 포인트도 모조리 사용한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서울에 진출할 생각이었다.

* * *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수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와 서울에는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쯤 되는 2,3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곳곳에 있는 편의 시설.

질 좋은 공공시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도시였던 서울은 그 명성에 걸맞은 수준의 몬스터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빌딩만 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스터만 수십 단위로 나타났으며, 감히 인간의 힘으로 대적할 수 없을 것 같은 힘을 지닌 초월적인 몬스터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그것들의 영역 다툼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바스러졌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 있던 만큼 대한민국의 모든 기능 또한 정지해 버렸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란 이름의 꽃은 피어났다.

강력한 몬스터의 등장만큼이나 강력한 인간들이 하나둘 등장하며 세력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몬스터를 몰아내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집단을 형성했다.

초월적인 힘을 지닌 일곱 명의 인간을 필두로 조직된 생존자 집단이 일곱.

몬스터들 사이에서 간신히 균형을 이루며 생존하고 있던 어느 날.

어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급격히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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