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26화 (127/175)

126화 [Episode 29] 사이비 (1)

퍼억! 퍽!

“이 악마 새끼!”

“뒤져라! 사탄아!”

광기로 물든 눈빛의 사람들이 한 남자를 집단 린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 그들을 발길질을 몸으로 그대로 받아 내는 중이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이가 담배 연기를 뱉어 내며 입을 열었다.

“그만.”

조용한 한마디에 광기에 물든 집단 린치가 끝이 났다.

책임자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천천히 걸어와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간헐적으로 몸을 떨어 대는 중년 남자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무척이나 심각해 보였다.

피범벅이 된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책임자가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가자.”

“예.”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잠시 후.

“큭, 크윽.”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남자의 입에서는 침 대신 핏물이 흘러나왔고, 전신에는 피멍이 들어 움직일 때마다 찌릿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개, 같은 새끼, 크윽……!”

남자의 원한은 단순히 자신을 집단 린치한 이들에게 향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잠실역 롯데월드타워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놈.

남자의 원한은 오롯이 놈을 향해 있었다.

“사이비 교주 새끼가……!”

남자의 이름은 최상현.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며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보물.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보물인 딸 아이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빠! 그분께서 나를 안아 주셨어! 오늘부터 나는 신의 신부래!)

너무나도 기쁜 얼굴로 말하는 딸 아이의 모습이 최상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아직도 그 말을 하던 딸 아이의 표정과 목소리가 눈에 선했다.

눈이 돌아 버린 최상현은 막무가내로 그 자식을 찾아갔으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울고 불며 따지고 든 결과가 이것이다.

사탄 취급하며 성역에서 퇴출당하는 것.

“허억, 허억.”

이곳이 어디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왜 놈들이 자신을 마무리하지 않고 갔는지도.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남한산을 포함한 이 산맥 전체가 그 괴물의 영역이었다.

외곽 지역에 불과하긴 했지만, 이토록 짙은 피냄새를 풍겨 대고 있으니 곧 그 괴물이 찾아올 게 뻔했다.

‘나는 아직 죽을 수 없어……!’

딸 아이를 구해 와야만 했다.

그녀를 구해서 다른 진영으로 도망쳐야 했다.

저 지옥 속에 딸을 방치한 채로 무책임하게 죽어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제바알!’

움직여라. 몸아. 다리야.

고통을 무시한 채로 간신히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쏴아아아―

“!!”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어둠이 그를 찾아왔다.

그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덜덜 떨면서 간신히 한 걸음을 옮기던 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한계에 다다른 그의 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

퍼억! 촤아악!

화려하게 비탈길을 구른 그의 몸이 멈춰 섰을 때.

지이잉―

짙은 그림자가 그의 주변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

지금 자신을 찾아온 괴물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최상현이었다.

교단의 최고 전력들조차 어쩌지 못한 존재.

그림자 귀신.

‘끝이구나.’

마지막을 직감한 최상현이 눈을 감는 순간.

촤아아악!

그의 앞뒤로 검은 그림자가 크게 치솟아 오르며 그를 집어삼켰다.

‘슬기야.’

딸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두 눈을 감던 찰나.

푸슉!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파아앗!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최상현의 입장에서도 눈부실 정도의 광량에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눈앞을 가로막았다.

빛이 희미해지고 나서야 천천히 팔을 내리고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괜찮으세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난 사람이라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데, 여자는 최상현의 상처를 살피더니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다정아! 여기 좀 봐!”

그러자 하늘에서 검은 새 한 마리가 내려왔다.

잘 보니 얌전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새의 등에 타고 있었다.

새롭게 나타난 여자는 과감하게 점프하더니 최상현의 앞에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는 최상현의 상태를 훑어보고는 한마디 했다.

“상태가 심각하네요.”

“그렇지?”

그 이후.

우웅―

여자의 손에서 따스한 빛이 새어 나왔고, 이내 그것이 최상현의 몸으로 빨려들어 왔다.

“어어?”

그와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는 고통을 느끼며 최상현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제일 먼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

빛을 머금은 손에서 실시간으로 상처가 사라지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멍과 상처가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혹시 더 불편하신 곳이 있나요?”

최상현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찢어질 것처럼 아프던 배도.

울컥울컥 올라오던 핏물도.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던 최상현은 땅바닥에 퍼져 나가는 불길한 검은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위험을 경고하려던 그 순간.

“어억!”

누군가 자신의 옷깃을 잡고 힘껏 들어 올리는 감각과 함께 몸이 허공으로 빠르게 떠올랐다.

그 직후 자신의 발밑으로 아가리를 벌린 검은 그림자의 모습이 보였다.

“히익!”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이빨을 보며 기겁하던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창 하나가 그림자의 입속으로 파고드는 광경이 보였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그림자 괴물을 집어삼켰고, 흙먼지가 가라앉은 그곳에는 자그마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내가 죽은 건가?’

사실 아까 그림자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진짜 자신은 죽은 것이고, 지금 보고 있는 이 광경은 귀신이 된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 같은 게 아닐까.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광경이라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이내 고개를 들었을 때, 거대한 새들과 그 등에 타고 있는 여섯 명의 남녀가 그곳에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낚아챈 새의 옷차림이었다.

다른 새들과 비교했을 때 덩치도 조금 작은 데다, 인간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상한 것은 그게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이상하네. 이 새의 등에는 왜 아무도 없는 거지?’

덩치가 작기 때문인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아저씨. 어디 다친 덴 없냐고요.”

“?”

새가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최상현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다시 한번 새가 부리를 열고 인간의 언어를 내뱉었다.

“다, 당신도 인간입니까?”

“……당연하죠. 보면 모르시겠어요?”

‘아무리 잘 봐줘도 몬스터로 밖에 안 보인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아 낼 수 있었다.

‘그림자 귀신을 그렇게 쉽게 처리해 버리다니.’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틀 듯한 모양새였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 사람들이 교단 최고 전력보다도 강하다……!’

절벽 끝에서 찾은 희망이었다.

‘놓칠 수 없다.’

최상현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구걸했다.

“제발,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 * *

남자의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기 그지없었다.

‘천하의 죽일 놈을 봤나.’

최상현은 독기 어린 눈으로 울부짖었다.

“제 딸은 이제 겨우 열다섯입니다!”

사이비 교주라는 놈은 40대 중후반의 아저씨라고 했다.

여간 악독한 놈이 아니었다.

“제발 좀 그놈을 죽여 주세요, 제발…….”

신기한 것은 놈이 생각보다 거대한 집단의 수장이라는 점이다.

이름 정현수.

자신을 인류의 구세주라고 설파하는 전형적인 사이비 교주였다.

자신의 이니셜을 딴 일명 JHS 교단이 자리 잡은 곳은 송파구의 중심 잠실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JHS에 소속된 사람들의 숫자가 10만 명을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정말이라면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각성자다.’

그것도 꽤 강력한 힘을 각성한 게 분명했다.

‘A등급이나 S등급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규모다.’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최소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말이 됐다.

어쩌면 놈도 할아버지나 나처럼 신격을 각성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격이라.’

만약에 정말로 놈이 신격을 각성했고, 신격이란 것이 신이 가지게 되는 힘이라면 상황이 조금은 우스웠다.

‘그런 사람이 사이비 교주 노릇을 하다니.’

신격을 얻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신격화한다?

어떻게 보면 틀린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행동은 틀렸어.’

설사 놈이 정말로 자기 능력을 활용해 10만 명을 구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놈은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

하동건 파티의 최우선 목표는 서울을 점령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적당한 스폿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울의 중심부에 전초기지를 건설한 다음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남대문을 통해 안전한 부산으로 인도하는 것.

그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하지만.

‘이런 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놈은 벌을 받아 마땅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방금 여러분께서 잡으신 괴물은 교단의 최고 전력도 쉽게 못 잡던 괴물이었습니다. 그 힘으로 망할 사이비 교주 놈을 죽여 주십시오.”

방금 최상현을 잡아먹으려던 괴물의 레벨이 꽤 높은 편이기는 했다.

‘그림자 고래. 43레벨이었다.’

40레벨이 넘어가는 만큼 어느 한 지역의 우두머리가 될 만큼의 자질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교주 놈은 분명 그보다 레벨이 더 높을 텐데?’

물론 레벨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10만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라면 43레벨 정도의 몬스터 따위는 압도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소통의 반지를 사용하여 하동건 파티에게 말했다.

[아직 그분의 말을 전부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침 이런 비밀을 확인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텔레포트 능력과 투명화로 완벽한 잠입이 가능한 문병호였다.

[문병호 씨가 직접 교단의 중심부에 잠입해서 최상현 씨의 말이 정말인지 확인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내가 지시하자 문병호는 자신에게 배정된 켈리칸의 등에 올랐다.

현재 종속의 계약을 활용하여 길들인 켈리칸은 총 스물세 마리로 정확히 가신들의 숫자와 일치했다.

가신들에게 각자 하나씩 배정한 것이다.

켈리칸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가신들 모두의 기동력이 말도 안 되게 상승한 상태였다.

쐐애애액―

문병호를 태운 켈리칸이 롯데타워가 있는 석촌호수를 향해 빠르게 비행했다.

가신들이 있던 남한산에서 10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였기 때문에 눈 깜짝 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500m가 넘어가는 거대한 건축물답게 멀리서도 잘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또 있었다.

‘전기가 들어와 있어?’

웅장한 크기의 롯데타워와 함께 바로 옆에 있는 롯데월드가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송파구 전체에서 유일한 불빛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눈에 띄였다.

곧이어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건물의 상공에 도착했을 때.

스르륵

켈리칸의 등 위에 타고 있던 문병호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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