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32화 (133/175)

132화 [Episode 30] 휴거 (2)

문병호는 정현수의 붉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개소리를 지껄이는군.”

그와 동시에 정현수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뭐……?”

문병호는 품속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어 정현수의 머리를 향해 발포했다.

타앙―

총소리와 함께 정현수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하지만.

“……당황스럽군요.”

정현수는 뒤로 젖혀졌던 고개를 천천히 똑바로 했다.

총에 맞은 부위가 약간 빨갛게 부어올랐을 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당신은 정체가 뭐죠?”

그 모습을 절대자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그건 세뇌를 걸려고 했던 거겠지.’

눈이 빨갛게 변한 것만 봐도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문병호는 아무렇지 않았다.

‘가신들은 세뇌에 걸리지 않는 건가?’

놈이 세뇌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교단의 꼭두각시가 되어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각성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러나 놈이 직접 세뇌를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절대자의 눈에 비친 놈의 능력은 ‘환상 구현’.

환상을 실제화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렇다는 건…….’

저 세뇌 능력은 놈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만들어 낸 새로운 능력이라는 소리다.

‘각성 능력을 창조할 수 있을 줄이야.’

다행히 놈이 만들어 낸 능력도 완벽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분명 한계가 있고, 제약이 있다.’

그런 것들이 없었더라면 교단의 영향력 아래 있는 모든 사람이 세뇌를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조사했던 바에 따르면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굉장히 소수인 데다 저마다 괜찮은 각성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였다.

그런 것을 토대로 추측해 보자면 놈이 세뇌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 한계가 있는 것이겠지.

‘되살아난 것도 직접 창조한 능력인 건가?’

그렇다면.

‘그 능력에도 한계가 존재하겠군.’

나는 멍하니 문병호를 바라보던 교주 놈을 공격했다.

‘창고 오픈, 하동건의 창 소환.’

정현수의 등 뒤에서 소환된 하동건의 창이 그대로 놈의 심장을 관통했다.

“쿨럭!”

근거리에서 총알에 맞고도 멀쩡한 놈이었지만, 검은 기운이 덧씌워진 하동건의 창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긴, 하동건의 창에 직격당하고도 몸이 박살 나지 않은 게 용했다.

아마도 몸의 내구도를 올려 주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것일 테지.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해 놨네.’

화르륵―

검은 기운이 놈의 전신을 뒤덮으며 놈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놨다.

그리고 얼마 뒤.

“지금 당장 저 놈을 죽여라.”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교주가 명령하자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일제히 문병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모두 한쪽 어깨에 특이한 문양을, 다른 쪽 어깨에는 숫자나 영어가 새겨진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자들이었다.

‘트럼프 기사단.’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사람들과 자신의 능력을 발동시킬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문병호는 텔레포트 한 번으로 그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슈슉­

저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은 문병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부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텔레포트 한 문병호를 노리고 빛이 한 줄기 뻗어 왔다.

레이져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기 직전, 문병호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다.

슈슉―

문병호가 텔레포트한 곳은 교주의 등 뒤.

“이―!”

교주가 무어라 말하며 뒤돌기도 전.

푸욱!

검게 불타는 창 한 자루가 벌써 세 번째로 놈의 심장을 관통했다.

“커헉!”

놈이 환상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사용해 부활하는 능력을 만들었다면, 해결책은 간단했다.

한계와 제약이 있는 만큼 무한하게 부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몇 번이고 죽여 주마.’

죽을 때까지 죽이면 그만인 것이다.

* * *

켈리칸을 타고 하늘에 떠 있는 땅에 도착한 장성준은 극심한 거부감을 느꼈다.

‘무서워.’

‘어디로 가는 거야?’

‘여기 사람 있어요!’

‘살려 줘!!’

온갖 목소리들이 그의 염력장을 통해 전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떠 있는 땅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들려오는 목소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절정에 달한 것은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기도회장의 근처에 도달했을 때였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움직일 수가 없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아파!’

염력장으로 전해지는 사념들은 보통 사람보다도 훨씬 강력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장성준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으윽.”

영혼의 밀도가 올라가며 사념이 짙어진 덕분일까, 장성준의 염력장에 희미하게나마 사람들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었다.

‘……끔찍해.’

기도회장의 하늘을 향해 몰려드는 영혼들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 끌려가는 사람들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 같았다.

극도의 공포감, 불안감, 당황.

그들의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은 평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들의 모습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

중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끔찍한 비명이 난무했다.

그들의 비명은 고통 속에 울부짖는 것 같기도, 무언가 후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듣고만 있어도 절로 안타까움과 측은지심이 생겨났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저들 중 누구도 이런 결과를 원한 사람은 없으리란 걸.

“빌어먹을 사이비 교주 자식…….”

끌려가는 혼령들의 비통함이 장성준의 마음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분노를 담아 기도회장을 내려다보던 그때.

번쩍―

기도회장에서 빛이 점멸했다.

* * *

JHS 교단의 교주, 정현수의 심장을 여섯 번째 박살 냈을 때였다.

기도회장에는 네 구의 시체가 존재했고, 모두 하나 같이 하동건의 창에 심장이 찔린 채 검은 기운에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까부터 울리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 때문이었다.

[사이비 신도{천상}(Lv. 15)를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099,133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시체가 사라졌다.

정산이 완료된 것이다.

‘정현수를 죽일 때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그제야 알았다.

지금 바닥에 누워 있는 시체들이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정현수와는 전혀 딴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정현수로서 심장이 꿰뚫렸던 그 자리에 전혀 다른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놈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은 항상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이었다.

‘놈이 죽을 때마다 신도들이 대신 죽고 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놈을 쉽사리 죽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놈을 죽이는 순간 죄 없는 다른 이가 대신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기도회장에 모여 있는 이들.

그들의 숫자만 수백 명에 달했다.

정현수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먼저 다 몰살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문병호만 해도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트럼프 기사단에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트럼프 기사단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일반 숫자를 달고 있는 이들은 30레벨 중후반 정도에 영문을 달고 있는 이들도 40레벨을 조금 넘기는 정도가 전부.

문병호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트럼프 기사단을 죄다 몰살시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노리지 않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세뇌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격을 흘리던 문병호가 내게 물었다.

“재현 님. 놈은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

세 번째로 죽고 난 이후부터 놈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내 절대자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혼자서 레벨 52인 놈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놈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신도들의 정중앙.

그곳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슬슬 다른 가신들도 켈리칸을 타고 성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저 놈의 부활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신들의 힘을 생각하면 당장 저곳에 있는 수백 명을 몰살시키는 것 쯤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곳에 당장 바벨 메테오 하나만 떨어뜨린다면 모든 것을 끝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그래도 되는 것일까?

과연, 지금 성역 바깥에 쓰러져 있는 수십만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에 모여 있는 수백 명의 목숨을 거두어도 되는 것일까?

‘……젠장.’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번쩍―

신도들의 정중앙, 정현수가 숨죽이며 숨어 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하!”

놈이 미친놈처럼 웃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쏴아아아아―

기도회장의 하늘에 커다란 고리 하나가 생성되었다.

푸른 도넛 모양의 그것은 천사의 머리 위에 있는 빛나는 고리, 헤일로와 같았다.

그러나 그만큼 신성한 물건은 아니었다.

‘절대자의 눈.’

마침 켈리칸을 타고 기도회장의 상공에 도착한 가신들이 많았기에 어렵지 않게 그곳에 절대자의 눈을 소환할 수 있었다.

‘…….’

푸른 고리의 정체는 수십 만 명의 혼령이었다.

그들의 혼이 빨려 들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꺄아아아아악!”

“아아악!”

“끼에에엑!”

처절한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미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분노하게 만드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그와 동시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저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교주 놈을 따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몰랐다고는 해도 수십만 명의 피와 고통을 대가로 행복해지려 한 셈이었으니까.

최소한.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가신들을 태우고 있는 켈리칸들에게 명령했다.

[전부 도망가.]

켈리칸에 타고 있지 않은 문병호를 가신 소환을 사용해 불러들인 다음.

‘서대문 개방.’

메테오를 준비했다.

이제 창고가 감당할 수 있는 중량은 무려 1톤.

더 이상 바벨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메테오를 사용하기 위해 상점에 등록해 놓은 물건이 있었으니까.

‘쇠구슬 구입. 1톤.’

1톤짜리 쇠구슬을 구입해 서대문 안에 넣었다.

중력을 활용해 한계치까지 가속되는 쇠구슬을 바라보며 김 건에게 부탁했다.

[메테오를 날릴 겁니다. 준비해 주세요.]

김 건은 기도회장 상공에서 저공비행하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북대문 개방.’

그리고 김 건에게 말했다.

[문을 열어 둘 테니, 제가 신호하면 문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러나.

지이이잉―

메테오를 떨어뜨리기 직전, 영혼들의 절규가 담긴 고리에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