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37화 (138/175)

137화 [Episode 31] 수습 (2)

‘하아. 저 형은 또 쓸데없는 소리를…….’

마침 절대자의 눈으로 최형준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가 하는 헛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래서야 사이비 포교랑 다를 게 없잖아.’

기적이니, 존함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더 사이비 종교 팔이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가 내 이름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이는 구조팀의 매뉴얼로 정착되어 있을 정도로 기력 회복에 효과가 좋은 방법 중 하나였다.

실제로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에 한해서는 ‘신뢰의 힘’의 기능 덕분에 내 이름을 알기만 해도 신체 능력치가 올라가 버린다.

내 이름을 인지하는 순간 어느 정도 기력 회복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저 짓을 막기도 참 애매했다.

[형준이 형. 사람들 좀 모아 봐요. 혼자서 움직일 여건이 되는 사람들부터 시민들로 받을 거예요.]

“어? 어어. 예, 알겠습니다.”

최형준.

옆집에 살고 있는 인상 좋은 아저씨이자 처음으로 가신 등록을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원체 겁이 많아 전투 관련 업무에는 전혀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벨을 올려 주지 않았다.

자연스레 가신 중 가장 낮은 레벨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33레벨로 몬스터 사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퀘스트 부여를 통해 경험치를 얻으며 자연스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모든 가신 중 유일하게 많은 투자를 받지 못한 케이스지만, 나름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전장에 투입한 적이 없었으니까.

‘성격이 워낙 유약한 편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전투에 투입해도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것이다.

아직도 고블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최형준은 몬스터라고 해도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빚이 있었다.

처음부터 합류해서 이것저것 공헌하기도 했고, 지금도 그의 집에서 흡혈귀에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키워 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보통 최형준이 가신으로서 맡는 업무라고 해 봐야 전초기지 당직이 전부였다.

그런 그까지 투입된 것은 잠실의 현장이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땅이 떨어지는 순간 텔레포트 능력을 활용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최소화된 충격조차도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많았다.

가신들은 물론이고, 구조팀과 의료팀을 총동원하여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재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적당한 장소를 대피소 삼아 그곳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서울의 유일한 전초기지인 건대 입구역으로 보내 시민권을 발급하고 남대문을 통해 부산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김다빈이 직접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만큼 구조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응?”

최형준이 이끄는 그룹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 * *

이준영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대피소에서 콜라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성품들을 맛보고 있었을 때만 해도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웬 아저씨가 다가와 ‘김재현’이라는 남자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자신들과 동료들이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만족했으니까.

그런데.

“허억, 허억. 얘들아, 후욱.”

“갑자기 왜 그래? 야, 이준영! 정신 차려!”

“빠,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이준영은 지금 과호흡 상태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를 잃었던 장소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재현’의 이름을 팔던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들게 해 주겠다며 약을 팔았다.

믿기지 않았지만, 워낙 대단한 능력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따라나섰다.

그런데 이 미친 아저씨가 안내한 곳은 지옥이었다.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전신이 칼날인 거대 골렘의 영역이었다.

그것을 알아챈 이준영이 패닉에 빠지며 과호흡이 온 것이다.

‘알아채는 것이 너무 늦었어!’

절친했던 친구의 몸이 칼날 골렘에 의해 갈가리 찢겨 나가던 그 날의 악몽이 지금 이 순간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때 느꼈던 죽음의 공포가 이준영의 마음을 옥죄어 왔다.

‘빨리, 도망쳐야……!’

그러나 그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동료들에게 의사 전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전에 지금 당장 쇼크로 자신의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허어억! 허어억―!”

이젠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 괴물을 만난 것도 아닌데, 트라우마와 공포심 때문에 죽게 되다니. 이보다 억울한 일은 없으리라 이준영이 한탄하던 그 순간.

우우웅―

이준영은 자신의 몸 안에서 낯선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건……?’

그때 무리를 이끌던 아저씨가 이준영에게로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것으로 이준영의 코와 입을 감쌌다.

“허어억! 허억!”

이준영의 들숨 날숨에 따라 비닐봉지가 부풀었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 뒤 빠른 속도로 호흡이 진정되어 갔다.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이제 좀 괜찮아요?”

자신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원흉의 얼굴이 보이자 분노가 솟구쳤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터라 이준영은 격한 감정을 쏟아 냈다.

“당신 무슨 생각이야!”

“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우리를 데려온 거야? 설마 그 칼날 골렘의 하수인 같은 건가? 당신들 전부 다! 아까 그 먹을 것들은 전부 다 미끼였던 거고……!”

“칼날 골렘이요?”

“그래! 당신 때문에 여기 있는 모두가 죽게 생겼다고!”

거칠게 말을 쏟아 낸 직후 이준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남자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 칼날 괴물이요……? 여기에?”

그러나 그 직후 남자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뭐야 이 사람?’

한순간 공포에 젖은 것 같던 얼굴이 순식간에 여유를 되찾은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이준영을 더욱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아. 그 괴물은 처리됐다고 하시네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뭐, 뭐요?”

“그 아이젠? 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아. 아이젠블레이드. 온몸이 칼날로 뒤덮여 있던 괴물이었다네요. 그 괴물을 처치하고 지어진 게 여기 있는 전초기지라고 말씀하시네요.”

그 남자의 이상한 화법에 이준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미친 사람이었나?’

남자의 반응은 누군가에게 실시간으로 말을 전해 받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이거. 잘못 걸린 거 아니야?’

그 모습을 보자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고,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가슴을 채우고 있던, 그때.

-크허어엉!

덩치가 봉고차만 한 호랑이가 나타나 덮쳐 왔다.

모두가 사색이 된 그 순간.

“허억!”

제일 놀란 듯한 것은 지금까지 사람들을 이끌고 있던 리더격 남자였다.

그 모습을 본 이준영이 조금이라도 빨리 동료들과 도망쳐야겠다고 결심하던 그 순간.

콰직!

허공에서 튀어나온 창 하나가 거대한 덩치의 호랑이를 목부터 등까지 꿰뚫더니.

콰아아앙!

그대로 괴물 호랑이의 몸이 폭발하고 말았다.

“…….”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멍하니 사라지고 있는 괴물 호랑이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휴우. 감사합니다, 재현 님.”

이준영은 입을 떡 하니 벌린 채로 남자의 모습을 바라봤다.

괴물의 등장에 그 누구보다 소스라치게 놀라던 모습과 식은땀을 닦아 내는 그의 모습이 연기라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줘야 할 것이다.

이런 반응을 보아 하니 호랑이를 처리한 저 창은 남자의 능력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 창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설마 김재현이라는 사람의 능력이라고? 이게?’

방금 그 호랑이는 고블린과 같은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오크조차도 점심거리로 취급할 것 같은 존재감을 풍기는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을 일격에 죽이다니?

오싹―

시체가 사라지는 것도 기괴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언제든지 그의 손에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을 실감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친.’

이것은 친구를 죽였던 칼날 골렘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칼날 골렘은 그나마 마주치고 도망친 경험이라도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도망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본 힘은 도무지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질 않았다.

압도적인 무력감.

자신의 생사가 완벽하게 그 남자의 손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방금 그 창에 서려 있던 검은 기운.’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마주했던 기운이었다.

사람을 치료하던 여자 능력자부터 시작해서 검은 기운을 몸에 두른 채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던 이들이 있었으니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검은 기운의 주인이 김재현이라는 사람인 거야.’

그러자 자신들을 이끌고 있던 남자가 보여 주었던 이상 행동들에 개연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이런 능력을 가진 남자라면 그 칼날 괴물을 처리했다는 말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영이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지금 혹시 그분과 대화하고 계신 겁니까? 김재현이라던 분이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그렇게까지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다는 티를 내는데, 모를 수가 있나.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 근처에 계신 건가요?”

“지금은 부산에 계십니다.”

“그렇군요. 부산…… 예?”

이준영은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 차 물었다.

“부산이요?”

“네, 부산. 저도 부산에서 왔습니다. 하하하.”

그 말을 들으며 이준영은 잠시 생각했다.

부산에서 여기 서울까지의 거리.

방금 죽어 버린 몬스터의 강함.

그리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

‘……진짜로?’

당장 그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들만 종합해도 엄청난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자에게 들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는 겨우 ‘엄청난 능력’이라는 말로는 수식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부족할 것이다.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음. 일단 전초기지에 가서 시민권을 발급받으실 겁니다. 그 뒤로는 적당한 집을 배정받아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실 거고요.”

“그래요. 가 봅시다.”

그 뒤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건대 입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민권을 발급받은 뒤 건대 입구 역에 들어가고 난 뒤 이준영 일행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헐.”

깨끗하게 정돈된 지하철 역사.

불이 들어오고 있는 전등.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포역)이라고 걸려 있는 팻말.

이준영이 혼잣말했다.

“여긴 어디야?”

건대 입구역인 줄 알고 들어갔던 입구가 사실은 전포역과 이어진 남대문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초콜릿 아이스크림 주세요.”

“네. 삼천 원입니다.”

지하철 역사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파는 광경이었다.

그것 말고도 컴퓨터를 수리해 준다는 곳, 그림을 파는 곳 등 상점들과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모습 자체가 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 다들 이쪽으로 오시죠.”

남자의 리드를 따라 전포역 8번 출구로 올라간 순간 사람들은 모두 더욱 크나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식당 안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햄버거 가게와 카페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노래.

고기 굽는 냄새.

한껏 꾸민 채로 길가를 걸어 다니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다양한 차량의 모습까지.

“이, 이, 이게 도대체……?”

그곳에는 일상의 모습이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쳐 버리기 이전의 일상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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