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46화 (147/175)

146화 [Episode 33] 전직 퀘스트 (1)

신동훈은 군인이었다.

부산으로 오기 전 왕십리역에서는 주로 경계 근무에 투입되는 병사였고, 본격적인 몬스터 아포칼립스가 터지기 전에는 수방사 예하 부대 소속의 병장이었다.

그것도 전역 직전의 말년 병장.

말년 휴가를 나가던 날, 몬스터 아포칼립스가 터지며 세상이 엉망이 된 것이다.

동기들과 서울에서 놀다가 술 한잔하려던 게 화근이 됐다.

그 덕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지 못한 채 서울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국가재난사태 선포에 따라 그들은 모두 복귀해야만 했고, 그날부터 몬스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시민들의 구출과 대피를 돕는 것.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침투하는 건물마다 사람들의 시체와 오크들이 우글거리고, 밖에서는 전차를 뜯어먹는 괴물들이 돌아다녔다.

화룡점정은 덩치가 빌딩만 한 거대한 거인, 싸이클롭스.

그것이 건물들을 부수는 모습은 마치 파괴의 화신이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총 따위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규모의 괴물이다.

콰과과과과과광!!!

굉음과 함께 건물들이 박살 나고 있었고, 신동훈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쿠우우웅―!

그리고 그 뒤를 거인이 쫓아왔다.

힘껏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답답함과 몸이 자신의 의지를 거부하는 듯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이내 그의 발걸음이 완전히 멈추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천천히 고개를 올려본 신동훈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발바닥을 보았다.

‘안 돼……!’

피할 수 없는 죽음.

‘이대로 죽을 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죽음에 저항했다.

그러나.

콰아아아앙!

───────!!!

“허억!”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신동훈은 잠시 혼란스러워했다.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 푹신한 매트리스, 따사로운 햇살을 통과시키는 베란다 창문.

그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꿈인가.’

단순한 꿈은 아니었다.

그가 실제로 직접 겪었던 일이었으니까.

거인의 발밑에서 각성한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았고, 왕십리의 피난소에 합류하여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엔 이곳에 왔다.’

유토피아, 낙원, 천국.

벌써 일주일째 살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

몬스터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편안한 잠자리도 대단했지만, 이곳에서 얻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방 밖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겨져 오고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같은 부대 소속의 후임, 이준호가 아침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구수한 냄새의 정체는 전기밥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밥 짓는 냄새였다.

푸쉬이이―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증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이준호가 그를 향해 인사해 왔다.

“신 뱀. 일어나셨슴까.”

“어, 잘 잤냐.”

“완전 잘 잤슴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던 신동훈이 이준호를 향해 물었다.

“오늘 아침은 뭐냐?”

“된장국임다.”

“또?”

“불만이면 직접 해 드시지 말임다.”

“……잘 먹을게.”

신동훈은 식탁 앞에 앉아 주방을 둘러보았다.

전기밥솥, 냉장고, 냄비와 그릇 등의 기본적인 생활용품들. 이것들은 모두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물건들이었다.

임시로 배정받은 집에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고,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와 밥을 지을 수 있었고, 도시가스가 들어와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각성자인 자신과 이준호를 위한 특별 대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몬스터 아포칼립스가 터지기 이전보다 삶이 더 나아진 경우도 흔했으니 말 다했지.

‘도대체 전기랑 가스 같은 것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전력, 가스, 수도를 관리하는 모든 국가 기관은 망했다.

그러니 자급자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저것들이 공급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급이 되고 있었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사소한 일이었다.

‘거래소 오픈.’

띠링!

눈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창은 SF 소설에서나 보던 시스템이 구현된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지이잉―

현실에서 물건이 생성된다.

기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 하늘 청새치 회!”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지.”

“크으. 역시 신 뱀. 잘 먹겠습니다!”

신비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편의점이나 마트 대신 자리 잡고 있는 상점이란 곳과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가는 던전과 같은 것들은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한참을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던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캬아. 역시 남의 돈으로 먹는 밥이 최곱니다.”

“…….”

신동훈은 입 안 가득 회를 집어넣고 우물거리는 이준호를 향해 말했다.

“준호야. 사냥꾼이라고 아냐?”

이준호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는 그가 말을 이었다.

“직업이야. 이거, 상점에서 산 게 아니라고 하더라. 상점에서 사면 더 비싸게 팔아야 한데. 마진이 안 남아서. 그러면 이것들이 다 어디에서 나왔을까?”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는 이준호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한 번 지어 주고는 물었다.

“너, 시민권을 얻은 사람이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잠시 고민하던 이준호가 대답했다.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까?”

“맞아.”

신동훈은 침묵으로 한 템포 간격을 두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갓 잡은 몬스터로 뜬 회야. 어디에서 구했을 거 같아?”

“어……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사냥해 온 걸 사 온 겁니까?”

“아니.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게 그런 여유가 어디 있겠어? 당장 자기들만 해도 먹고살기 바쁠 텐데.”

잠시 고민해 보던 이준호가 신동훈을 재촉했다.

“자꾸 뜸 들이지 말고 그냥 말해 주십쇼. 방금 말한 사냥꾼이랑 관련 있는 겁니까?”

“정답이야.”

“네?”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있어. 원래는 사라지는 시체를 사라지지 않도록 해 준다고 해.”

“오…….”

“우리도 사냥꾼으로 전직해 보는 건 어떨까?”

“잘 못 들었슴다?”

신동훈이 회를 한 점 집어들면서 말했다.

“우리도 이거, 장사 한번 해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죄송하지만, 그 몬스터를 잡으려면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슴까?”

“그렇지.”

“그럼, 부산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소리 아님까?”

“맞아. 하늘 청새치를 잡으려면 김해나 가덕도까지는 나가야 한다더라.”

“거긴 어딥니까?”

“별로 안 멀어. 여기서 차타고 한 삼, 사십 분?”

이준호는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오크 던전 공략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각성자였던 그들은 몬스터들과 자주 교전을 했는데, 그 전과를 인정받아 오크 던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벌써 두 번이나 아무런 피해 없이 공략을 마친 상태였다.

“레벨은 오크랑 비슷한데 추가 수익까지 있잖아. 오히려 오크보다 더 안전해대.”

“레벨이 비슷한데 어떻게 더 안전합니까?”

신동훈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 시민권 받을 때 기억하냐?”

“기억하고 있슴다.”

“그때 벽 같은 게 있었던 것도?”

“예.”

“이곳이 안전지대인 이유가 그런 투명한 벽이 영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래. 어마어마한 크기의 투명 돔이 이곳을 감싸고 있는 형태인 거지.”

양손을 사용해 가며 투명 돔을 표현하던 신동훈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투명 돔. 바깥쪽에서 오는 공격은 모두 막아 내는데,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서 공격은 가능하다더라.”

이준호는 그의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읽어 내고는 반문했다.

“……안전지대 안에서 사냥이 가능하다는 소립니까?”

“바로 그거야. 오크 사냥보다 훨씬 덜 위험하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거지. 덤으로 몬스터 사체로 사업까지 하면서.”

“흐으음……!”

그게 사실이라면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했다.

오크 사냥의 경우 마냥 안전하기만 한 건 아니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사냥꾼으로 전직해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더라고. 다시 직업을 얻으려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는 하지만.”

페널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해 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되는 거니까.

“알겠슴다. 그 사냥꾼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얻는 겁니까?”

“직접 대면해야 한다더라.”

“? 누구랑요?”

“김재현.”

이준호의 두 눈이 확장되며 물었다.

“그, 그분이요?”

“어.”

“헐.”

사실 신동훈의 목적은 사냥꾼이 되어 돈이 버는 것보다도 김재현과의 대면에 있었다.

신동훈이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뭐가 말임까?”

“김재현말이야. 어떤 사람인지.”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직접 찾아가 보자고.”

* * *

[직업연구소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직업 ‘전사’의 연구가 활성화됩니다.]

[직업 ‘사수’의 연구가 활성화됩니다.]

토용이들을 추가로 투입하여 10기가 되는 순간, 건설 효율이 2배로 오른 덕분에 빠르게 건설을 완료할 수가 있었다.

‘레벨을 바로 올릴까?’

[해당 시설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건설 기간(14일) 동안 토용(土俑) 3기를 필요로 합니다.]

[직업연구소 건물을 3레벨로 올리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아니오.’

10기를 투입하여 건설 효율이 2배가 된다고 하여도 일주일이다.

사제가 연구 가능한 5레벨이 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계속 건설을 지속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어차피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라면 활성화된 연구를 마친 다음에 레벨을 올리는 게 좋겠어. 우선은 전사부터.’

[직업 ‘전사’의 연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바로 시작해.’

띠링!

[전사]

…연구 중…

-남은 시간 : 11시간 59분 58초

겨우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던 사냥꾼의 연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연구였다.

‘3레벨 공사는 사수 연구까지 마무리 지은 다음에 시작하면 되겠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직업연구소에 대한 신경을 끄고 절대자의 눈에 집중했다.

현재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작업은 크게 두 가지였다.

서울 수복과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감시.

서울 수복 작전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전초기지가 있는 건대 입구역을 중심으로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며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서울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일정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몬스터가 오크나 고블린과 같은 잡몹들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이젠블레이드와 같은 영향력 있는 몬스터를 모조리 사냥한 잠실 근처의 경우 생존자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강력한 힘으로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해 주는 몬스터가 사라지니, 오크나 고블린 따위가 활개 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건물 속에서 숨어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사람들이 위험해진 것이다.

‘보스급 몬스터들의 처리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당장은 보스 사냥보다도 생존자들의 구출을 최우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두 번째로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감시는 수시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특히 요주의 인물들은 아무래도 각성자들이었다.

가신으로 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위험천만한 폭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이나 평소 생활 태도에서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각성자들에 비해서는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였지만,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이었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직업연구소에서 직업 ‘전사’의 연구를 완료했습니다.]

전사의 연구가 완료되었을 때 쯤.

[재현 님. 사냥꾼으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예의주시하고 있던 이들 중 하나인 신동훈이 이끄는 그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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