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48화 (149/175)

148화 [Episode 33] 전직 퀘스트 (3)

[시민 신동훈이 전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10,000,000원이 소모됩니다.]

[시민 신동훈이 ‘전사’ 직업을 획득합니다.]

신동훈이 전사의 방에 출현한 나무 인형의 머리를 박살 내 버리는 것과 동시에 전직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나타났다.

‘깔끔하네.’

그가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순간적인 스피드도 대단했지만, 갑작스럽게 빨라진 속도를 통제하는 솜씨가 환상적이었다.

신동훈은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투 센스가 대단해.’

겨우 한 합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그나저나 테스트용 나무 인형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

일단 레벨부터 25였다.

25레벨인 만큼 나무 인형의 신체 스펙도 만만치 않았지만, 시민들이 받는 여러 가지 부가효과를 생각해볼 때 20레벨만 되어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나무 인형의 전투 방식 자체가 잘 훈련된 병사의 그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전사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어.’

사실 신동훈과 같은 각성자가 아니라면 굳이 힘들여서 전사 직업을 얻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대부분은 근접 무기를 들고 싸우기보다는 총기를 들고 전투를 하는 편이었으니까.

당장 신동훈이 이끌고 있는 분대 중에서 전사로 전직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이는 이준호뿐이었다.

나머지는 능력부터가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거나, 능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총기를 사용하는 쪽이 더 강력한 이들이었다.

총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사수가 어울리겠지.

‘사수 직업의 전직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연구가 완료되고 직접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는 모습을 봐야 알겠지만, 절대자의 눈으로 들여다본 사수의 방의 모습을 보니 대충 어떤 시험인지 감이 왔다.

‘10개의 과녁을 맞추면 되는 건가.’

전사의 방보다 넓은 공간에 총 10개의 과녁과 그것들을 가리는 엄폐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전사의 방에서도 처음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봤을 때는 나무 인형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험이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생성된 놈이었기 때문에 사수의 시험에서도 무언가 추가적인 게 있을 수 있었다.

‘사수에 대한 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전사의 방에서 주변을 경계중인 신동훈을 불러들였다.

슈슉!

이제는 내가 굳이 접촉하지 않아도 영역 안에 있는 시민들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게 가능했다.

사실상 이 영역 자체가 내 정신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리가 얼마나 멀든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역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텔레포트 시키는 게 가능했다.

물론 정신력은 소모되지만, 지름 1km의 거대한 땅덩어리에도 텔레포트를 사용했던 내게 사람 한 두 명 쯤 옮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예고 없이 이동된 탓에 약간 얼을 타고 있던 신동훈을 향해 말했다.

“전직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시험 난이도는 어떤 것 같나요?”

잠시 고민하던 신동훈이 신중하게 내뱉었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일격에 나무 인형을 처리한 것이었지만, 37레벨인 신동훈을 한순간이나마 당황시켰다는 점이 중요했다.

“전사로 전직하게 되면 근접 공격에 대한 버프와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시험의 난이도와 직업 효과를 고려해서 전사 직업을 추천하실 팀원이 있으실까요?”

“…준호, 이준호 병장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에엥? 저 말임까?”

모두의 시선이 이준호에게로 모였다.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물었다.

“도전해 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어엇, 네, 넵! 해 보겠슴다!”

[시민 이준호에게 ‘전사’ 전직 퀘스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

이준호에게 퀘스트를 부여한 다음 곧바로 전사의 방으로 이동시켰다.

슈슉―

이번에는 몇 가지 실험을 해 볼 생각이었다.

텔레파시를 사용해 이준호에게 물었다.

[준호 씨는 어떤 무기를 사용하시나요?]

“어음…. 저는 주로 총을 사용함다.”

[어쩔 수 없이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도요?]

“아, 그때는 총으로 두들겨 패는 편이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상점을 오픈한 다음 그에게 익숙한 총기인 K-2를 지급해 주었다.

지이잉―

“엇?”

허공에 나타난 K-2를 받아 낸 이준호가 물었다.

“이걸 사용해도 되는 검까?”

누가 봐도 나무로 된 무기를 사용하게끔 만들어 놓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에게 무기를 지급했지만, 시험장으로 향하는 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진열장에 있는 무기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주시겠어요?]

“예!”

그가 고른 것은 기다란 목검이었다.

이준호가 목검을 쥐는 순간 시험장으로 향하는 문이 철컥거리며 열렸다.

[들어가고 나서 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알겠슴다.”

그가 용감하게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건너편의 문 안쪽에서 나무 인형이 생성되더니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상점 오픈, 창 구입.’

창 하나를 구입한 다음, 허공으로 힘껏 던졌다.

‘창고 보관.’

그리고.

‘창 소환.’

시험장에서 이준호와 대치하고 있던 나무 인형의 앞에 창을 소환했다.

콰직!

가슴에 명중한 창은 나무 인형을 화려하게 박살 내 놓았다.

그러나 전직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알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지이잉―

박살난 나무 인형의 조각들이 모여 들며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역시 이 방법으로는 안 되나.’

이준호에게 명령했다.

[이제 쏴도 됩니다.]

내 허락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총구가 불을 내뿜었다.

타앙―!

이준호가 쏘아 낸 총알은 정확히 나무 인형의 머리에 명중했다.

나무 인형의 정수리에는 자그마한 구멍이 생겨났지만, 놈은 멀쩡했다.

오히려 이준호를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투두두―

이준호도 침착하게 뒷걸음질하며 대응사격을 했지만, 적중 당할 때마다 잠시 움찔거리기만 할 뿐 놈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파손된 부위가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어느새 이준호의 앞까지 다가온 나무 인형이 창을 찔러 왔다.

그리고.

“하압!”

그의 기합소리와 함께 정면에서 투명한 방벽이 솟아올랐다.

카가각!

이준호는 능력을 사용해 익숙하게 공격을 막아 낸 직후 총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따지고 보면 총기는 탄두를 쏘아 내는 무기이기 이전에 쇠로 만들어진 몽둥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파각!

총구에 맞은 나무 인형의 손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재생이 안 된다?’

원거리 공격에 해당하는 사격에 당한 부위는 순식간에 재생되는 데 반해 총으로 두들겨 맞은 부위는 그대로 박살 난 채로 유지되고 있었다.

꼭 진열장에 있는 무기가 아니더라도 근접 공격만 하면 상관없다는 뜻이다.

‘빙고.’

사소하지만 편법을 찾아냈다.

근접 공격만 하면 된다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원거리 공격이나 내가 하는 공격의 경우 빠르게 재생한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잠시간의 틈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어찌됐든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는 당사자가 결정타만 근접 공격으로 갈기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이러면 전직 확률이 대폭 올라가겠어.’

더욱 긍정적인 것은 아무래도 사수의 시험에 총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사수라는 직업 자체가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직업이었으니까.

[시민 이준호가 전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비용 10,000,000원이 소모됩니다.]

[시민 이준호가 ‘전사’ 직업을 획득합니다.]

성공적으로 전직 퀘스트를 완료한 이준호를 불러들였다.

슈슉―

“헥, 헥!”

격렬한 전투였기에 온 몸이 땀투성이였다.

“고생하셨어요. 전직 축하드립니다.”

“가, 감사함다!”

이준호까지 성공적으로 전직하자 몇몇 이들이 눈치를 봤다.

특히 이준호와 같이 B등급 능력을 각성한 박성준과 김기태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나는 직업연구소의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사수]

…연구 중…

-남은 시간 : 11시간 41분 35초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구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 남은 상태였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은 내일부터 전직이 가능할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엇,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김기태였다.

“저는 사냥꾼으로 전직을 희망합니다.”

“사냥꾼이요?”

“예.”

“어째서죠? 사냥꾼은 몬스터의 사체를 남긴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데요.”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늑대의 후각’으로 비전투 능력이었다.

그렇지만 B등급 능력을 각성한만큼 레벨이 높았기에 ‘사수’로 전직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그의 말은 나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에서 저희들의 주식 중 하나는 몬스터였습니다. 하늘 청새치 말고도 식량이 되는 몬스터의 종류를 몇 가지 알고 있습니다. 또한 단단한 가죽이나 날카로운 손톱, 이빨처럼 도움이 될 만한 부속물을 가진 개체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식량이나 무기 따위는 상점을 이용해 언제든지 충당할 수 있었기에 저런 발상을 해 보지는 못했다.

확실히 서울에서 고생을 하며 자급자족을 하던 이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게 조금 달랐다.

“좋네요. 그에 관한 일은 기태 씨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엇…! 옙!”

[시민 김기태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김기태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김기태 말고도 추가로 한 명에게 사냥꾼 전직 퀘스트를 부여했다.

이들의 실력이라면 전직 퀘스트를 고블린이 아닌 오크로 채우고도 남을 것이었다.

“떠나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내가 직접 이름을 밝히고 대면했기 때문인지 신동훈 분대의 전체적인 신뢰도와 충성도가 대폭 올라간 상태였다.

‘전부 가신 등록이 가능한 상태다.’

신동훈, 이준호, 박성준, 김기태.

눈여겨보던 이들이 전부 가신 등록의 최소 여건을 충족시킨 상태였다.

“여러분들을 가신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 이후로 그들에게 가신이란 나와 어떤 관계인지, 이곳에서 어떠한 위치인지, 가신이 되면 얻을 수 있는 권리와 지켜야 하는 의무가 무엇인지까지 모두 설명했다.

“강한 힘을 부여받는 만큼 가신들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제 제안은 사실상 제게 목숨을 맡겨 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듣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깨트린 것은 그들의 대표인 신동훈이었다.

“저희들이 있었던 서울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거리에 가득한 시체의 모습이 일상이었을 정도입니다.”

그의 눈은 올곧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실상 저희들도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재현 님께서 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분명 모두가 굶주림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 나갔을 겁니다.”

신동훈은 확신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는 이곳에 와서 희망을 봤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그의 말을 듣는 다른 팀원들의 눈에도 점점 확신이 깃들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개죽음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부디 제 목숨을 의미 있게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서는 단단한 각오와 신념이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맹세하겠습니다. 반드시 그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반드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