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54화 (155/175)

154화 [Episode 34] 서울 수복 작전 (4)

차현승이 합류한 이후로 생존자 구출의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수백 마리의 짐승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데다 그들 하나하나가 평범한 몬스터보다 강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가신들을 제외하고 서울 수복 작전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은 겨우 300명 남짓.

최소 30레벨 이상의 최상위권 전력만을 선별한 결과였다.

일단 30레벨 이상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굉장히 적었다.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0.3% 정도 수준으로, 약 1,700여 명의 시민만이 30레벨을 달성한 셈이었다.

그중에서도 상위 300명만을 선별하여 구출 작전에 투입한 것은 서울이 그만큼 위험천만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30레벨 이상의 몬스터들이 길가의 돌멩이 수준으로 넘쳐난다.’

심지어 그중에는 전신이 철갑으로 뒤덮여 있거나 물리력에 면역이 있어 총으로 제압할 수 없는 종류의 몬스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정말로 까딱 잘못하면 목숨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전장인 것이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예진의 생쥐들로 주변에 있는 위험이나 생존자들에 대해 파악하고, 최적의 경로를 설정한 다음 작전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길이 천리안 능력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주변의 위험 파악하면 곧바로 내가 주변 가신들을 움직이며 구조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여 신동훈의 시간 왜곡까지 활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겨우 몇 초에 불과했지만, 시간을 거스르는 그의 능력은 심각한 상황을 예방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부상을 입는 등 사상자가 발생할 때가 존재했다.

그런 상황에서 차현승의 짐승 군단은 가히 혁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레벨도 굉장히 높은 데다 동물들의 다양한 특성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주변에 그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었다.

생존자 집단을 찾더라도 직접 설득하고 믿음을 주고 데려오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는데,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차현승이 나서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차현승이 구조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으로 꽁꽁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오히려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근처에 퍼져 있던 소수 규모의 생존자들은 대부분 흡수했다.’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한 반경 3km의 영지.

하동건이 다스리는 자작의 영지에 머무르게 된 사람들만 해도 3만 명이 넘어가는 실정이었다.

그 시점에.

[‘백작의 영지’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드디어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반경 5km의 영지가 완성되었다.

영지가 완공되는 것과 동시에 오언주는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다정이 그런 그녀를 부축했다.

우웅

따스한 치료의 빛이 오언주에게 스며들며 그녀를 케어해 주고 있었다.

[오언주 씨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재현 님. 언니는 제가 맡겨 주세요.”

서울역을 중심으로 반경 5km의 영지.

사실상 강북의 중심지를 완전히 집어삼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서울 수복의 첫 번째 단계,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울과 경기도.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이 모여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그중 서울의 인구는 약 천만으로 부산의 약 3배 정도 된다.

서울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높은 것을 감안해 생존율이 낮은 편이라고 가정해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서 생존해 있을 것이다.

지금 인력으로 그런 사람들까지 모조리 구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김다빈이 제시한 방법은 ‘소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현재 서울에서 새롭게 시민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만큼 부산 쪽에서도 새로운 시민들이 활발히 유입되는 중이었는데, 그것은 모두 김다빈이 기획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했다.

레벨 업을 하며 늘어난 영역에 새롭게 포함된 시민들, 영문을 모르는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라는 것이 다였다.

이름하여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작전.

식량이나 구호물자를 포함해서 전기, 가스, 수도를 지원해 주고, 상점과 같은 복지 시설도 지어 주며, 김다빈을 비롯한 행정부가 직접 찾아가 거래소와 같은 시스템에 대해 설명까지 해 준다.

동시에 사냥 팀을 적극적으로 파견하여 영역 바깥쪽에 있는 몬스터 토벌도 병행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영역의 끄트머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얻은 혜택은 입소문을 타고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그에 따라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새로운 시민들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김해, 양산, 기장, 가덕도.

그곳에 숨어 몸을 사리던 생존자들이 대거 움직인 것이다.

부산에 파라다이스가 있다는 소문은 힘겹게 생존을 이어 나가고 있던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희망이 된 상황이었다.

직접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와 부산까지 이동할 정도로 말이다.

‘그것을 서울에서도 똑같이 적용한다.’

현재 직업연구소의 레벨을 올리는 데 투입된 10기를 제외한 모든 토용이를 신도림역 주변을 재건하는 데 투입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영지들에는 인스턴트 던전을 하나도 설립하지 않았다.

대신 사냥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총기와 탄약 등 최대한의 지원을 해 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새롭게 유입된 사람 중에서 직접 사냥을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어차피 서울은 몬스터 밭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몬스터를 처리해도 고블린과 오크와 같은 몬스터들이 넘쳐날 정도였다.

새롭게 시민이 된 이들이 사냥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소문이 퍼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생존자 집단들에는 이미 충분히 소문을 퍼트려 놓았다.’

이학기 사령관에게 들은 바로는 서울에 대규모 생존자 집단은 일곱 개가 있었다.

사이비 종교나 다름없었던 JHS와 군부대가 주를 이루며 이학기 사령관이 있었던 왕십리, 그리고 용산의 차현승까지 세 개의 세력은 이미 성공적으로 흡수한 상태였다.

남은 것은 압구정, 서초, 강서구, 강북구 네 곳에 있는 대규모 생존자 집단들.

‘이미 그들 중 압구정, 서초, 강서구에서는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건대 입구역 전초기지 하나만 있었을 때부터 이미 조금씩 유입되고 있던 중이었다.

‘그중에는 대놓고 스파이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그 스파이들 대부분이 신뢰도와 충성도가 50을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내가 한 것은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준 것뿐이었다.

부산의 상황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들은 자기 진영에 돌아가 더 많은 사람을 끌고 오기 바빴다.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그때였다.

익숙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투명 장벽 앞에 도착했을 때 나타나는 알림이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어디에서 손님이 찾아온 것인지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서울역의 영지 쪽이군.’

오언주가 책임자로 있는 백작의 영지에 손님이 찾아온 것이었다.

수천 명 규모의 사람들이 한남대교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빙고.’

내가 기다리던 얼굴이 한 명 있었다.

‘딱 맞춰서 왔군.’

『정소라(Lv. 49)』

각성 능력 : 사대 정령의 축복

또 하나의 SR등급 능력자.

불, 물, 바람, 대지 등의 정령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자 압구정을 대표하는 여자였다.

슈슉―

한남대교의 영역 끄트머리로 순간이동한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정소라 씨.”

정소라가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김재현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순간.

“소라 님!”

“엇?!”

정소라 진영에서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녀가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이, 일어나십시오!”

“우리는 대등한 자격으로 이야기를 나누러 온 거지 않습니까!”

주변의 만류를 향해서 정소라는 부드럽게 타일렀다.

“다들 가만히 있어.”

“…….”

단 한마디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수뇌부로 보이는 그녀 주위 사람들이 정소라와 함께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도미노처럼 주변에 있는 이들이 차례차례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정소라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정소라는 모두가 무릎 꿇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를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는 소리였다.

“환영합니다.”

* * *

김재현의 프로젝트에 모두가 정소라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젠장!”

서초동.

자신의 강력한 능력을 이용해 왕처럼 군림하고 있던 한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쿠구구궁!

남자의 발밑에 있던 콘크리트가 박살 나며 거미줄과 같은 금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앞에 전신이 속박당한 채로 무릎 꿇려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히이익!”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다시는…….”

그러나 남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닥쳐. 이 개잡것들아.”

서걱!

운 나쁘게 남자의 신경을 거스른 네 명이 순식간에 목이 날아갔다.

피 분수가 치솟았고,

“꺄아아아악!”

그에 경악한 여자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그 순간.

서걱!

“닥치라고 했지.”

그 여자의 목 또한 날아가 버렸다.

“지금부터 입 여는 새끼들은 다 모가지가 날아가는 거야. 알아들었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끄흡!”

실수로라도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혀와 입술을 깨물며 참아 냈다.

남자는 여전히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쯧, 먹여 주고 재워 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감히 날 배신하려 들어?”

그때 남자의 옆에 있던 여자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성현 님. 진정하십시오.”

“후우. 이것들이 어디로 도망치려고 했다고?”

“김재현이라는 남자가 리더로 있는 집단입니다. 건대 입구 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본진은 부산에 있는 집단이라고 합니다.”

“뭐? 부산? 거기서 여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뭐 하는 새끼야?”

“정보에 의하면 몬스터들이 출입 불가능한 지역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부산에서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생존해서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박성현이 여자의 말을 끊어 내며 호쾌하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그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군. 수십만 명? 그걸 다 먹여 살리려면 얼마만큼의 식량이 필요한지나 알아? 거기다 뭐? 일상생활? 푸하!”

박성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환쟁이 새끼네 그거.”

멋대로 결론을 내린 그는 멋대로 행동을 시작했다.

“쓰레기 새끼는 빠르게 치워 버려야겠지.”

박성현이 여자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전투 준비해.”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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