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57화 (158/175)

157화 [Episode 34] 서울 수복 작전 (7)

이준혁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는 신체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인간의 천적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JHS와의 싸움 이후 컨트롤 워터의 등급이 상승했다.’

S등급이었던 그의 능력이 SR등급으로 격상되어 있었다.

그 덕에 이준혁의 퍼포먼스는 한층 더 우월해졌다.

이준혁의 등장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들의 몸속에 있는 피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끔 강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가 완벽히 제압당한 것은 아니었다.

“뭐 하고 있어. 다들 움직여!”

무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데다 이준혁에게서 멀리 떨어진 한 놈만은 비교적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박성현.’

처음 그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죽일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서예진의 생쥐를 이용해 처음 봤을 때부터 놈은 누군가를 죽이고 있었다.

놈을 관찰하기 시작한 뒤로 놈에게 죽어 나간 사람들의 숫자만 세 자릿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놈을 죽이지 않은 것은 당장 놈을 죽이게 될 경우 더 큰 혼란이 찾아오리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다렸다.’

박성현이 살인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각성한 능력 때문이었다.

동족 포식.

각성한 능력의 이름과는 달리 놈이 인육을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만 하면 상대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놈에게 있어서 살인이라는 행위는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몇십, 몇백 배의 효율로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강한 인간을 죽일수록 놈은 더욱더 강력해질 수 있었다.

놈의 강력함을 생각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려 왔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움직…… 이라고, 이 개잡것들아아아!! 다 죽여 버린다―!!”

현재 이준혁의 레벨은 60.

JHS와의 교전에서 마지막 순간 재앙을 막기 위해 거금을 들여 최대치까지 올린 레벨이었다.

거기다 시스템으로부터 받고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버프가 중첩된 이준혁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이준혁이 박성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찰팍- 찰팍―

나는 박성현이 데리고 온 공격대의 면면을 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동안 놈들의 진영을 살피며 반드시 죽여야 할 놈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

그놈들을 향해서.

‘창고 소환, 화살.’

지이잉―

미리 준비한 화살을 쏘아 냈다.

푸욱!

화살이 박히는 것과 동시에.

퍼억―!

평소 박성현과 어울리며 살인과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던 쓰레기의 몸이 내부에서부터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소환.’

화살이 표식을 만들 때마다 한 사람의 몸이 처참하게 터져 나갔다.

퍼어억―!

박살 난 콘크리트 위로 죄를 지은 자들의 피가 흘러내렸다.

한 놈은 박성현과 함께 ‘인간 사냥’에 참여하여 강간을 일삼는 놈이었고, 다른 한 놈은 여자의 인육만을 고집하는 놈이었다.

그게 더 부드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놈들의 경우 박성현처럼 그와 관련된 능력을 각성하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퍼억―!

범죄자 놈들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 보고 차례차례로 몸이 터져 나가는 최후를 맞이했다.

그때.

“끄아아아아악!”

온몸의 근육과 핏줄이 부풀어 올라 괴물처럼 변한 박성현이 이준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은 마지막 발악일 뿐이었다.

이준혁의 앞에서는 박성현도 한낱 지렁이와 다를 바 없었고, 최선을 다해 꿈틀거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푸확―!

그것은 고작해야 지렁이의 꿈틀거림일 뿐이었다.

박성현은 주먹 한번 뻗어 보지 못한 채로 전신이 폭발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구두 굽에 짓밟힌 지렁이가 꿈틀거려 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이준혁을 향해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에게는 미안했다.

아무리 상대가 살인을 즐기는 쓰레기들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나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힘들었다.

서예진의 생쥐와 창고 스킬을 사용한 기습으로 수뇌부 몇 명쯤은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사이에 다른 놈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하동건의 창을 직접 사용한다고 해도 박성현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저들을 모두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이는 이준혁뿐이라고 판단했기에 부탁한 것이었다.

그의 멘탈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준혁은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준혁은 자신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들의 시체와 피가 사라지는 것을 훑어보더니 내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건대 입구역으로 인도할까요?”

[아니요.]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가 각성자로 박성현의 조직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내버려 두세요.]

죽어 나간 놈들처럼 완전히 쓰레기는 아니더라도 멀쩡한 놈들은 없다고 봐야 했다.

아무리 잘 쳐줘야 방관자였던 이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각자 능력도 있으니 알아서 생존하겠죠.]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혹독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죄를 지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재 반포대교에서 대규모 시민들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그쪽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박성현 이후로 우리에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조직은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이 있는 강서구와 부천을 장악하고 있는 양하영의 경우 차현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일이 쉽게 진행되었다.

차현승의 말을 듣고 합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강북의 경우에는 아직 우리 쪽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인지 합류를 거부하고 있었는데, 일단은 그들이 필요한 긴급 구호물자를 공급해 주는 선에서 호의적인 관계를 맺어 두었다.

그 덕분에 강북 쪽에서도 우리 쪽으로 유입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났다.

이렇게 서울에 있는 대형 생존자 조직 모두가 모여들자 덩달아 크고 작은 규모의 생존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계획했던 대로 거대한 흐름이 완성된 것이다.

한동안은 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과 새로 유입된 시민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아야만 했다.

이학기 사령관을 필두로 조직된 감사팀이 범죄자들을 색출해 그 정도에 따라 처우가 결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현직 검사나 판사들이 나서 주었고, 죄인들은 죄질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중 무거운 죄를 지은 이들도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거래소와 인벤토리 같은 시민들의 권리와 버프를 박탈시키고 교도소에 수감시켰다.

시민권을 박탈시켜 안전지대 밖으로 방출시켰다가는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새로운 시민들의 유입이 뜸해졌다.

인구도 어느새 90만 명을 돌파해 있었다.

‘겨우 90만…….’

레벨 업과 함께 부산의 집구석 영역이 확장되며 새롭게 유입된 시민들의 숫자만 해도 거의 수십만 명에 육박했다.

사실상 서울에서 새롭게 유입된 인구수는 약 40만 명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시의 인구가 약 1,000만 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곳의 생존율은 겨우 4%였다.

‘인구 밀도가 높았던 만큼 그 피해도 심각했던 건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완전히 박살 난 도시의 모습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 재난이 덮쳐온 것인지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히 끌어모았다.

‘본격적으로 몬스터 사냥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이 주변에 있는 보스급 몬스터들의 영역은 모두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여러분.]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가신들을 향해 말했다.

[시작해 주세요.]

그와 동시에.

[화염 폭군(Lv. 49)을 사냥하셨습니다.]

[썩은 망령(Lv. 51)을 사냥하셨습니다.]

[그림자 하이에나(Lv. 47)를 사냥하셨습니다.]

……

……

각 지역에 있던 보스급 몬스터들을 사냥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몬스터 토벌 작전 실시하겠습니다.]

각 포인트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냥 팀들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인스턴트로 만들었던 고블린 던전과 오크 던전을 넘어 30레벨을 달성한 수많은 사냥꾼이 서울 지역 전체로 퍼져 나가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 업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찌릿-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발동합니다.]

본진. 그러니까 부산에 있는 집구석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어 나갔다.

오언주나 하동건의 영지가 확장되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었다.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

‘시민권 부여.’

새롭게 늘어나며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채의 영역이 완전히 집구석 영역에 포함되었습니다.]

세계수가 있는 본가에 지어 두었던 별채의 영역이 늘어나는 집구석 영역에 완전히 포함되었다.

집구석 영역이 확장되는 것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별채의 영역은 집구석 영역과 비교하여 대략 7할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서면과 본가의 거리가 그리 먼 것은 아니었기에 집구석 영역이 확장되며 늘어나던 별채의 영역을 완전히 집어삼키게 된 것이다.

[별채의 기능이 소멸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10,000,000,0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별채의 기능이 소멸하는 것과 동시에 초기 건설 비용이었던 백억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시 별채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건가?’

건설 기능 중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별채였다.

겨우 100억이라는 돈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 걸친 지역을 안전지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

대신 딱 한 번만 지을 수 있는 건물.

그때 당시에는 할아버지와 모두가 있는 본가에 별채를 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레벨이 오르고 영역이 넓어지며 상당 부분의 영역이 겹치게 된 지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건설 모드.’

곧바로 확인해 봤다.

‘된다! 어……?’

-별채 (100,000,000,000 원)

예상대로 별채 건설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다만.

‘일십백천만…… 천억?’

그때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이 책정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도 별채의 가치는 충분하다.’

현재 백작의 영지가 반경 5km 정도였다.

한데 집구석 영역에 비례해서 그 크기가 커지는 별채의 경우 반경 10km를 훌쩍 넘는 크기였다.

사실상 웬만한 대도시 하나 정도는 품을 수 있는 크기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지와는 달리 한 번에 그 영역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주변에 몬스터가 있으면 오히려 집어삼켜 버리는 것이 별채였다.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별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응?’

동시에 송출되고 있는 수십 개의 절대자의 눈 시야 중에서 이상 반응이 포착되었다.

‘……눈?’

시작은 북쪽에서부터였다.

강북구의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보내 놓았던 가신들이 있는 곳에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서울 전역으로 확장되었다.

‘눈이라고?’

부산에 살던 내가 눈을 지겹도록 본 것은 군대에 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놀라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은 5월.

도무지 눈이 내릴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차림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와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으니까.

‘이건…….’

더군다나 북쪽에서는 점점 눈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강해지고 있었다.

도저히 평범한 상황으로는 볼 수 없었다.

이윽고.

‘저건……?’

눈발로 가득한 하늘에 거대한 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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