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구석절대자-163화 (164/175)

163화 [Episode 35] 복원 (3)

황망한 표정의 여인이 정적이 감도는 원룸에 주저앉아 있었다.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이불을 끌어안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윽. 흑.”

그곳에는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여러 인형으로 가득한 침대.

사과 로고가 새겨진 노트북.

두꺼운 전공 서적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

그곳에 걸려 있는 상큼발랄 한 옷가지들은 이 원룸의 주인이 여자 대학생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흐윽. 지연아…….”

여기 남아 있는 모든 것들은 그녀의 딸이 남겨 놓은 흔적들이었다.

오랫동안 빨지 못해 냄새가 나는 이불.

오물이 쌓인 채로 방치된 화장실.

원룸의 더러운 환경이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말해 주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엄마가 미안.”

매트리스 위에는 밖으로 나가 보지도 못한 채로 굶어 죽은 여자아이의 시체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많이 외로웠지? 그리고 많이 무서웠지?”

황은별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썩어 버린 딸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미안, 엄마가 미안해.”

한참을 그 자리에서 눈물짓고 있자니, 누군가 원룸으로 들어왔다.

“황은별 씨?”

그는 시체를 앞에 두고 흐느끼고 있는 황은별을 확인하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미안해.”

그녀가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그 말만 들어도 어떻게 된 사정인지 대충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죄인이라도 된 듯, 미안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돕겠습니다.”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황은별을 향해 남자가 덤덤하게 말했다.

“따님이 천국으로 갈 수 있게 잘 보내 드려야죠. 장례는 세브란스에서 치르면 될 겁니다.”

“아…….”

황은별의 두 뺨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녀는 코맹맹이가 된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지훈 씨.”

“아닙니다.”

윤지훈은 능숙한 손길로 시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이불로 시신을 감싸고 가볍게 안아 들었다.

이와 비슷한 상태의 시신을 수도 없이 수습해온  그였기에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아직 이 근처는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서 직접 시신을 운반해야 합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지훈이 조심스레 물었다.

“뭐 더 챙길 게 있을까요?”

황은별은 잠시 원룸을 둘러보다가 인형 하나와 노트북과 핸드폰, 그리고 깔끔한 원피스 하나를 챙겼다.

모두 딸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물건들이었다.

“이제 됐습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지훈이 원룸을 나섰다.

황은별은 원룸을 한번 뒤돌아보고는 조심스레 윤지훈을 따라 나왔다.

윤지훈이 물었다.

“여기로 꼭 와야 한다는 이유가 따님 때문이었습니까.”

“…….”

황은별이 말없이 고개만 주억거리자 윤지훈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처음부터 도와드렸을 텐데요.”

“……괜찮습니다.”

윤지훈의 업무는 무연고자 시신들의 회수와 건물 청소였다.

사실 원래는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과 건물 청소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시체와 마주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나마 따님은 운이 좋은 겁니다.’

적어도 몬스터에게 물어 뜯겨 죽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케이스가 몬스터가 먹다 남긴 듯한 모양새의 시체였다.

솔직히 이 정도면 호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다.

그는 슬퍼하는 유족 앞에서 그런 말을 위로랍시고 건넬 만큼 덜떨어진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유족과 함께 시신을 수습하는 경우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통 이렇게 발견된 시신의 경우 건물 바깥에 모아 두고 건물 청소를 시작하는데, 무연고자의 시신을 건물 밖에 모아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황은별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한 남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가 윤지훈을 향해 물었다.

“마지막 분이신가요?”

“……네, 재현 님.”

김재현.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를 만나 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무연고자들의 화장을 도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생하셨습니다.”

그 순간 윤지훈의 손이 가벼워지더니 시신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김재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윤지훈이 다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 시신은 이분의 따님입니다!”

다급한 그의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움직이던 시신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김재현은 황은별 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해했습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허공에 떠 있는 시신 포대기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장례식장까지 직접 시신을 운반하실 생각이었나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김재현은 무연고자 시신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묵념했다.

그러자.

화르륵―

검은 불꽃이 시신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몇 번을 봐도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연기가 나거나 살이 타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검은 불길에 휩싸여 사라지는 시신들의 모습은 정말로 승천이라도 하는 듯해 보였다.

상당히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뜨겁지 않은 검은 불길에서는 어떠한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앞에서 묵념하며 죽은 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는 김재현의 모습은 성자와 다를 바 없었다.

시신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 눈을 뜬 김재현이 조용히 읊조렸다.

“엘퀴네스.”

그러자 허공에서 물방울이 맺히더니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응-? 모야-?”

“시신을 깨끗하게 정리해 줄 수 있을까?”

“이거-?”

“그래.”

“알겠어-!”

시신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고 끔찍한 몰골의 시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악취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지만,

꿀렁-

허공에서 생성된 푸른 물이 시체를 감싸 안는 순간 거짓말처럼 냄새가 사라졌다.

꿀렁거리던 물은 흘러내렸던 이불에도 잠시 스며들었고, 더러웠던 이불이 깔끔하게 변했다.

그리고 깨끗해진 이불이 천천히 시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흐윽.”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황은별이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됐지-!”

“고마워. 이제 돌아가.”

“앗-!”

물의 정령을 돌려보낸 김재현이 천천히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더니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윤지훈이 김재현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던 그때.

슈슉―

순간적으로 주변 환경이 변했다.

어느새 그들은 장례식장에 도착해 있었다.

“장례식 일정이 많이 밀려 있어서 조금 오래 기다리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윤지훈씨 .”

“엇, 넵!”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였다.

황은별이 김재현의 손을 붙잡았다.

“……황은별 씨?”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건가요?”

“……네?”

“검은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이요.”

간절한 목소리로.

“천국으로 보내 주신 건가요?”

“…….”

김재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안타까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얼굴로 잠시 동안 그녀의 눈을 마주 보던 김재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명복을 빌며 보내 드리긴 했습니다.”

황은별이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저희 아이도, 저희 아이에게도 명복을 빌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 말씀은.”

“재현 님의 힘으로 저희 아이를 보내 주셨으면 해요.”

김재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것들도 함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건……?”

“딸아이의 유품입니다. 함께 보내 주고 싶어서요.”

황은별이 주섬주섬 꺼낸 물건들을 확인하던 김재현은 그중 핸드폰을 꺼내어 그녀에게 돌려주며 물었다.

“혹시 따님의 비밀번호는 알고 계신가요?”

“……아마도.”

“그렇다면 이건 가지고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진이 남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 뒤로 다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허윽. 흐읍.”

황은별은 자신의 입을 막은 채로 떠나가는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김재현에게 전했던 물건들이 타오르고, 딸아이를 감싸고 있던 이불이 타올랐다.

마지막으로 검은 불꽃에 휩싸인 딸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황은별은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손을 뻗었다.

“아……!”

검은 불길은 따뜻했다.

그러나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이렇게 바로 손을 갖다 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프지 않았다.

‘다행이다.’

따듯했다.

마치 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을 느끼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순간.

우우웅―

황은별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 * *

[시민 황은별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황은별의 신뢰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초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시민 황은별이 ‘사제’로 전직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전직시키겠습니까?]

마침 직업 연구소의 사제 연구가 끝난 직후였다.

사제가 되는 조건은 다른 직업들과 비교해서도 훨씬 힘든 조건이었다.

‘신뢰도 100을 달성해야 하니까.’

대신 사수나 전사처럼 따로 시험을 봐야 하는 건 없었다.

그저 신뢰도 100만 도달하면 내 마음대로 직업을 부여하는 게 가능했다.

‘황은별을 사제로 전직시켜.’

그렇지 않아도 힐러가 부족하던 참이었다.

서울에 거점을 세운 뒤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도시 재건 프로젝트였다.

전기나 가스, 수도가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집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비교적 멀쩡한 건물을 찾고 그것을 보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건물 복구의 전문가인 토용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건물 청소와 같은 업무를 위해서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장이 그리 안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에 있던 의료팀의 8할을 이곳에 배치했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힐 능력을 가진 사제가 생겨난 것은 무척이나 반길 일이었다.

우우우웅!

황은별의 주변으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것들은 고스란히 그녀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시민 황은별이 사제로 전직하였습니다.]

그녀는 원래 부산에서 그것도 상당히 초창기에 합류한 멤버 중 하나였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이웃으로 지금은 가신이 되어 일하고 있는 장성준의 동료였다.

염력을 사용하는 장성준의 힘은 상당히 여러 방면에 도움이 되었고, 자연스레 그의 측근들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얼핏 듣기로 그녀의 딸이 서울에 있다고 했었다.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며 몇 번이나 자랑했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서울을 복원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원을 받을 때, 황은별이 제일 먼저 지원한 것도 딸을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황은별 씨.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주지 않고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잔인하다는 건 알지만.

“은별 씨의 힘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 잔혹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슬픔을 줄이기 위해서는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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